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의 모든 챕터: 챕터 1091 - 챕터 1100

1160 챕터

제1091화

“그래도 곁에 수빈 씨의 사정을 헤아려 줄 사람이 하나쯤은 있어야 합니다. 모든 걸 혼자 떠안고 버티기만 하면 너무 힘들잖아요.”손끝이 잠시 멈칫했지만 최수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종연이 좋은 마음으로 하는 말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일들이 그녀를 쉽게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못하게 만들었다.특히 주민혁에게서 상처를 받은 이후로는, 스스로를 단단히 감싸며 다시 다치지 않으려 애써 왔다.“어쩌면 주민혁 씨 때문일지도 모르죠. 수빈 씨가 저를 오해하고, 심지어 편견까지 갖게 된 건.”심종연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솔직함이 담겨 있었다.“밖에서는 늘 저랑 민혁 씨가 경쟁 관계라고 하니까요. 아마 제가 수빈 씨에게 다가가는 것도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도 한마디는 해 두고 싶어요.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 동안, 수빈 씨가 천공의 일을 막 시작했을 때부터 이후에 어려움을 겪을 때까지... 저는 단 한 번도 수빈 씨에게 불리한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제가 도왔던 일들은 모두 진심이었어요.”최수빈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눈빛이 어딘가 복잡했다.심종연의 말이 사실이라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천공이 막 설립됐을 때 자금이 끊기며 위기에 처했을 때도, 가장 먼저 투자를 제안한 사람이 심종연이었다. 게다가 몇몇 중요한 고객과의 연결까지 직접 도와줬다.이후 그녀가 주민혁과 이혼했을 때도, 심종연은 한 번도 그녀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틈을 타 이용하려 들지 않았다.그 모든 일을, 최수빈은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었다.하지만 마찬가지로, 예전에 심종연과 주선웅이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술에 약이 섞였던 일도 떠올랐다.그때 주민혁은 그 일이 그들의 짓이라고 말했었다.더욱 복잡해진 마음에 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모두와 거리를 두려는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주변 사람들을 받아들여 보셨으면 합니다.”심종연의 시선은 진지했다. 그 안에는 어떠한 강요의 뜻도 없었다.“당장 어떤 결정을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스스로를
더 보기

제1092화

최수빈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고마워요.”심종연은 미소만 지을 뿐 더 말하지 않고 옆에 놓여 있던 아침 식사를 집어 들었다.“의사 선생님이 담백한 건 조금 먹어도 된다고 해서 죽 가져왔습니다. 식기 전에 드세요.”최수빈은 죽 그릇을 받아 들고 천천히 한 숟가락씩 떠먹었다.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계산으로 가득했다.장사꾼은 이익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기에 그녀는 눈앞의 이 남자를 완전히 믿을 생각은 없었다.그리고 이제는 예전처럼 순진하게 이용당할 만큼 어리석은 여자도 아니었다....병원에서 퇴원한 최수빈은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현관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현관 앞에 쌓여 있는 커다란 종이 상자 몇 개였다. 포장에는 유명 건강식품 브랜드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보기만 해도 값이 꽤 나가 보였다.최수빈은 잠시 멈춰 섰다. 굳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누가 보낸 건지 짐작이 갔다.‘민혁 씨겠지. 며칠 전에도 기력을 보충해준다는 한약을 들고 찾아왔으니... 오늘 막 병원에서 퇴원했는데 또 이러네.’그녀는 몸을 굽혀 상자 하나를 들어 올렸다. 매끈한 포장 위를 손끝으로 쓸어내리자 마음 한편이 묘하게 복잡해졌다.그러다 휴대폰을 꺼내 주민혁의 카톡을 찾고는 바로 문자를 보냈다.[집 앞에 놓인 건강식품, 민혁 씨가 보낸 거예요? 무슨 뜻이죠?]문자를 보내고 나서 최수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기다리며 상자 하나를 열어 봤다.안에는 제비집과 인삼, 그리고 수술 후 몸을 회복하는 데 좋다는 한약 제제들이 들어 있었다. 전부 몸에 좋다는 것들이었다.그녀가 물건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을 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주민혁에게서 답장이 온 것이었다.[내가 보낸 거 아니야.]곧이어 또 하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또 병원에 갔다고 들었는데, 괜찮아?]최수빈은 그 두 줄의 문자를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민혁 씨가
더 보기

제1093화

최수빈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상자 안에 담긴 물건들을 바라봤다.그녀는 심종연에게 자신이 어떤 건강식품을 좋아하는지 말한 적도 없고, 율이가 블라인드 박스를 갖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는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기억하고 세심하게 챙겨 두었다.저녁 무렵.학교에서 돌아온 율이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거실에 놓인 상자들을 발견하더니 눈빛이 반짝 빛났다.“엄마, 이거 뭐예요?”“종연 아저씨가 우리한테 보낸 거야. 안에 너한테 줄 깜짝선물도 있대.”최수빈이 웃으며 말하자 율이는 곧장 달려가 작은 상자 하나를 열었다.안에는 정말로 아이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블라인드 박스 인형들이 들어 있었다.율이는 환성을 지르며 바닥에 앉아 하나씩 뜯기 시작했다.잠시 후 가장 좋아하던 토끼 인형이 나오자, 조심스럽게 거실 진열대 위에 올려두고는 인형이 한눈에 잘 보이도록 몇 번이나 각도를 바꿔 가며 자리를 잡아 주었다.최수빈은 딸이 그토록 좋아하는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이내 그녀는 노트북을 들어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천공과 코너 그룹의 협력 프로젝트는 이제 중요한 단계에 들어와 있었다. 팀과 확인해야 할 세부 사항이 산더미라 아프다는 이유로 진행을 늦출 수는 없었다.저녁 7시.최수빈은 예정대로 온라인 회의를 열었다. 육민성과 핵심 팀원들이 이미 모두 접속해 있었다.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육민성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수빈아, 미안해. 어제 아프다고 전화했을 때 전화 못 받아서... 계속 통화 중이었는데다가 나중에는 배터리까지 꺼져 버렸거든. 오늘 아침에야 문자를 봤어. 괜찮아?”“저 괜찮아요. 이미 퇴원했고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최수빈은 가볍게 웃어 보였다.“지금은 그 얘기 할 때가 아니에요. 먼저 협력안 세부 내용을 논의하죠.”육민성이 다시 무언가 말하려 하자 그녀가 말을 끊었다.“정말 괜찮아요. 선배도 바쁜 일 많잖아요. 마음 쓰지 마세요.”회의가 본
더 보기

제1094화

주변의 업계 관계자들도 하나둘 그녀에게 시선을 보냈다.설립된 지 고작 5년밖에 되지 않은 민간 기술 회사가 코너 그룹과의 국제 협력을 따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화제였다.게다가 그 모든 일을 주도한 사람이 이렇게 젊은 여성이라는 점은 더욱 놀라움을 자아냈다.연회장 한쪽 구석.주민혁은 샴페인 잔을 들고 서 있었지만 시선은 줄곧 최수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짙은 회색 맞춤 정장을 입은 그는 곧게 선 자세였지만 일부러 눈에 띄지 않는 자리를 골라 서 있었다.최수빈이 연회장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의 시선은 한 번도 그녀에게서 떨어진 적이 없었다.지난번 병원에서 봤을 때보다 얼굴빛이 조금 좋아 보였다.눈매에는 커리어 우먼다운 날카로운 카리스마가 더해졌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쉽게 드러나지 않는 부드러움도 남아 있었다.그는 그녀가 데이비스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았고 언론의 질문에 능숙하게 대응하는 모습도 지켜봤다.팀원이 서류를 건네줄 때마다 조용히 ‘수고했어요’라 말하는 모습까지도 말이다.최수빈은 데이비스와 기술 적용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문득 익숙한 시선이 자신에게 꽂힌 것을 느꼈다.그리고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연회장 구석에 서 있는 주민혁과 눈이 마주쳤다.그의 눈빛은 어둡고 깊었다.수많은 말을 담고 있는 듯했지만 그는 그저 조용히 최수빈을 바라보고 있을 뿐 다가올 생각은 없어 보였다.최수빈은 잠시 심장이 철렁했다. 그러나 곧 평정심을 되찾고 주민혁이 있는 쪽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대신했다. 그러고는 바로 시선을 거두고 다시 데이비스와의 대화에 집중했다.마치 조금 전에는 그저 얼떨결에 시선이 마주친 것처럼 말이다.주민혁은 그녀가 망설임 없이 시선을 돌리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그때 심종연이 와인 두 잔을 들고 다가왔다.연한 카멜색 정장을 입은 그는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며 최수빈 곁에 서더니 자연스럽게 와인 한 잔을 건넸다.“수빈 씨, 축하드립니다. 협력 계약이 잘 마무리됐네요.
더 보기

제1095화

최수빈은 차에 두고 온 자료를 가지러 갔다. 행사에서 사용할 것들이었다.주차장에서 막 나오려는 순간, 시야 한쪽에 익숙한 그림자가 들어왔다.가로등 아래에 누군가 서 있었는데 다름 아닌 주민혁이었다.짙은 회색 정장을 입은 그는 손가락 사이에 불붙은 담배를 끼운 채였다. 연기가 밤공기 속으로 천천히 흩어지고 있었다.빛과 그림자가 엇갈리는 곳에 서 있어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일부러 최수빈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최수빈은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걸음을 옮겼다.굳이 먼저 인사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와 주민혁 사이에는 이미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었으니 말이다. 더 이상 상관없는 사람 때문에 발걸음을 멈출 이유는 없었다.“최수빈.”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묘하게 긴장된 기색이 섞여 있었다.최수빈은 자료를 쥔 손에 조금 힘이 주더니 결국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돌아섰다.가로등 불빛이 그녀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 잔잔하고 흔들림 없는 눈빛이었다.주민혁을 바라봤지만 최수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주민혁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비벼 끄더니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꽁초를 버렸다.그리고 한 걸음씩 다가오다가 그녀와 약 1m쯤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이내 묵직한 시선이 최수빈에게 내려앉았다.“심종연이랑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마.”말투에는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최수빈은 그 말에 마치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민혁 씨, 민혁 씨가 무슨 자격으로 내 일에 간섭하죠?”순간 주변 공기가 조용해지며 주민혁은 목젖을 크게 한 번 움직였다.그러나 냉담한 최수빈의 눈빛을 보는 순간, 입 밖으로 나오려던 말이 갑자기 막혀 버렸다.두 사람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흐르다 몇 초 후,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여전히 타이르듯 한 기색이 남아 있었다.“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잖아. 괜히 나한테 감정적으로 굴지 마. 다 큰 어른인데 일은 좀
더 보기

제1096화

“마침 잘됐네요. 저랑 민혁 씨도 방금 도착해서 아직 행사장 안에는 못 들어가 봤거든요. 수빈 씨가 저희 좀 데리고 들어가서 구경도 시켜주고, 겸사겸사 코너 그룹 대표도 소개해 주세요.”그녀의 말투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했다. 최수빈을 마치 부르면 바로 달려오는 안내 직원쯤으로 여기는 듯했고, 방금 중요한 협력 계약을 마친 천공의 핵심 책임자라는 사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태도였다.최수빈은 서류를 쥔 손가락에 힘을 주었지만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곤란하네요. 저는 아직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하거든요. 두 분은 주최 측 직원에게 안내를 받으시면 될 것 같아요.”말을 마치자 그녀는 그대로 돌아서 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두 사람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잠깐만요.”임하은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와 그녀의 앞을 막았다.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수빈 씨, 그게 손님을 대하는 태도인가요? 아무리 그래도 저희는 여기 계약 체결식에 참석하러 온 손님인데, 길 안내 좀 해달라는 것도 싫다는 거예요? 아니면...”그녀는 일부러 말을 끊더니 최수빈과 주민혁을 번갈아 보았다. 일부러 도발하는 말투였다.“나랑 민혁 씨가 같이 있는 걸 보니까 기분이 안 좋은 건가요? 그래서 질투라도 하는 거예요?”그 말이 나오자 주변을 지나가던 몇몇 손님들이 걸음을 늦추고 이쪽을 힐끔거리기 시작했다.최수빈은 마치 바늘처럼 따가운 그 시선들이 자신에게 꽂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눌러 담고 임하은을 똑바로 바라봤다.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임하은 씨, 저는 제노 테크 직원이 아닙니다. 두 분에게 길 안내를 해 줄 의무도 없고요. 그리고 저랑 민혁 씨는 이미 끝난 사이예요. 제가 질투를 하든 말든, 그건 하은 씨가 신경 쓸 일이 아닙니다. 코너 그룹 대표를 만나고 싶으면 직접 가서 인사하세요. 저를 이용하려고 하지 말고요.”임하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가 다시 하얗게 질렸
더 보기

제1097화

최수빈은 다시 잔을 들어 올려 또다시 반 잔가량을 비웠다.그 뒤로 이어진 30여 분 동안 그녀는 거의 쉬지 못했다.축하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있었고 협력 의사를 타진해 오는 사람도 있었으며 단순히 남성 중심의 항공 기술 업계에서 스스로 자리를 만들어 낸 이 여성을 직접 만나 보고 싶어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었다.최수빈은 내내 단정한 미소를 유지했다.손에 들린 와인잔을 몇 번이나 다시 들어 올렸는지 모를 만큼 계속 잔을 부딪쳤고, 와인도 연달아 마셨다. 그러자 어느새 뺨에 붉은 기가 돌기 시작하더니 시선도 조금씩 흐릿해졌다.멀지 않은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육민성이 더는 참지 못하고 다가왔다.그리고 그녀가 또다시 잔을 들어 올리려는 순간 손을 뻗어 와인잔을 눌러 멈췄다.“최수빈, 이제 그만 마셔. 너 퇴원한 지 얼마 안 됐잖아. 이러면 몸도 못 버텨.”최수빈은 고개를 흔들었다. 눈빛이 이미 살짝 흐릿해졌지만, 그래도 고집스럽게 그의 손을 치우려 했다.“괜찮아요, 선배. 오늘은 좋은 날이잖아요. 다들 축하하러 왔는데 분위기 깨면 안 되죠...”“좋은 날이라고 몸까지 혹사할 필요는 없어.”육민성의 목소리가 조금 단호해졌다. 그는 그녀의 손에 들린 와인잔을 그대로 빼앗아 옆에 있던 웨이터에게 건네며 말했다.“이미 충분히 마셨어. 더 마시면 진짜 취한다. 남은 인사는 내가 할 테니까 너는 가서 잠깐 쉬어.”“저 안 취했어요...”최수빈이 다시 입을 열었지만 말을 마치자마자 몸이 휘청했다.육민성이 재빨리 붙잡아 주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대로 넘어질 뻔했다.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그 모습을 보고 하나둘 말을 보탰다.“맞아요, 수빈 씨. 몸이 먼저죠. 이제 그만 드세요. 남은 건 육 대표님이 처리하시면 됩니다. 잠깐 쉬세요.”최수빈은 육민성의 팔에 몸을 기댄 채 정신이 몽롱했지만 오늘 이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는 또렷하게 알고 있었다.천공이 막 코너 그룹과의 협력을 따냈다.지금은 인맥을 다지고 자원을 넓혀야 할 중요한 시
더 보기

제1098화

“육 대표님, 제가 수빈 씨 집까지 데려다드릴까요? 오늘 하루 종일 바쁘셨잖아요. 이제 좀 쉬셔야죠.”심종연이 빠르게 걸어와 말을 건넸다. 최수빈을 향한 그의 시선에 걱정하는 기색이 그대로 묻어났다.손에는 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는데 안에는 미리 준비해 온 해장국이 들어 있었다.최수빈을 부축하고 있던 육민성의 손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 그는 고개를 들어 심종연을 바라보며 부드럽지만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괜찮습니다, 심 대표님. 제가 데려다줄게요. 지금 꽤 취한 상태라, 오래 알고 지낸 제가 돌보는 게 더 편할 겁니다.”심종연은 잠시 말을 멈추고 육민성을 바라봤다. 최수빈을 보호하듯 자연스럽게 앞에 서 있는 육민성의 태도를 보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는 심종연이 최수빈이 취한 틈을 노릴까 걱정하는 것이었다. 또한 친구로서 최수빈과의 선을 분명히 지켜 주려 한다는 것도 잘 알 수 있었다.그래서 심종연은 가볍게 웃으며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 대신 들고 있던 해장국을 건넸다.“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거 집에 가서 마시게 해 주세요. 좀 나아질 겁니다.”“감사합니다, 심 대표님.”육민성은 해장국을 받아 들고 최수빈을 부축한 채 주차장으로 향했다.최수빈은 그의 몸에 기대어 서 있었다. 몽롱한 정신 속에서도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얼핏 듣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그녀에게는 누가 집까지 데려다주든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어차피 친구의 도움일 뿐이니 굳이 따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육민성에게는 달랐다. 그는 ‘친구로서의 선’을 누구보다 엄격하게 지키고 있었다.심종연이 최수빈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최수빈이 아직 감정 문제에 대해 경계심이 강한 상태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렇게 취해 있는, 가장 무방비한 순간에 다른 사람이 쉽게 끼어드는 일만큼은 막아야 했다. 괜한 오해나 부담을 그녀에게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차는 밤거리를 따라 조용히 달리고 있었다.최수빈은
더 보기

제1099화

깊은 밤.최수빈은 좀처럼 깊이 잠들지 못했다. 반쯤 잠든 상태에서 계속 머릿속이 웅웅 울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수많은 가느다란 바늘이 관자놀이를 찌르는 것처럼, 통증이 점점 더 강해졌다.그래서 그녀는 힘겹게 눈을 떴다. 침실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고개를 옆으로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멀리 보이는 밤 풍경에 시선을 맞추면 두통이 조금은 가라앉을 것 같아서였다.그런데 그때, 시야 끝 아래 정원 한쪽 구석에서 붉은 점이 작게 깜빡이는 것이 보였다.최수빈은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 숨소리도 죽인 채 그 붉은 점을 똑바로 노려보았다.하지만 불과 두어 초 뒤, 그 붉은 점은 갑자기 사라졌다. 마치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최수빈은 몇 번 눈을 깜빡이며 뻑뻑해진 눈을 문질렀다.‘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헛것을 봤나... 요즘 많이 피곤했나 보네. 이런 환각까지 볼 정도면.’머리는 점점 더 아파졌고 목도 타들어 가듯 말라 있었다.‘따뜻한 물이라도 한잔 마셔야겠다.’최수빈은 이불을 걷어내고 맨발로 차가운 바닥을 밟으며 거실로 향했다.그런데 침실 문 앞에 막 다다라 문을 열려던 순간, 밖에서 아주 희미한 발소리가 들려왔다.마치 누군가가 복도를 천천히 걸어 다니는 것 같이, 매우 가벼운 걸음이었으나 깊은 밤의 정적 속에서는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온몸에 털이 쭈뼛 곤두섬과 동시에 최수빈은 움직임을 멈췄다.그대로 얼어붙은 채 문에 귀를 바짝 붙이고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그녀의 방문 앞에 멈춘 것처럼, 천이 스치는 듯한 아주 미세한 소리까지 희미하게 들렸다.심장이 어찌나 빨리 뛰는지 가슴안에서 북을 두드리는 것 같았고 손바닥에는 순식간에 식은땀이 맺혔다.그녀는 그렇게 숨을 죽인 채 침실 문 앞에 한참 서 있었다.시선은 문손잡이에 고정되어 있었다. 다음 순간 누군가 손잡이를 돌릴 것만 같았다.하지만 몇 분이 지나자 문밖의 발소리는 다시 천천히 멀어졌다. 이내 복도 깊숙한 곳으로 사라지더니 주변
더 보기

제1100화

최수빈은 눈을 뜬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온갖 불길한 추측이 끝없이 떠올랐다.최근 코너 그룹과의 협력이 막 성사됐다.‘혹시 경쟁사에서 일부러 겁을 주려고 사람을 보낸 건 아닐까? 아니면 낮에 있었던 말다툼 때문에 임하은이 사람을 시켜 날 겁주려 한 걸까? 아니면 단지 내가 예민해진 탓에 모든 걸 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걸지도 몰라.’생각이 깊어질수록 최수빈의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그녀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육민성에게 전화를 걸까 했지만 화면에 떠 있는 시간을 보고는 멈췄다.새벽 두 시 반.이 시간에 전화를 하면 괜히 그를 깨울 뿐이었다. 게다가 혹시 모든 게 자신의 착각이라면, 괜히 일을 크게 만드는 셈이 될 수도 있었다.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조용히 율이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지금 이 순간, 딸이 무사한 모습을 확인해야만 마음이 조금은 놓일 것 같았다.방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고 살짝 열려 있었다.최수빈은 조심스럽게 문을 밀었다.율이는 침대 위에서 옆으로 누운 채 깊이 잠들어 있었다. 발그레한 볼, 긴 속눈썹 아래로 고르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품에는 어젯밤에 막 뜯은 블라인드 박스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아주 달콤한 잠에 빠진 모습이었다.최수빈은 발소리를 죽이며 침대 곁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딸의 이마 앞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 넘겨주었다.손끝에 전해지는 따뜻한 체온에 불안하던 마음이 그제야 조금 진정되었다. 율이는 무언가 느낀 듯 입술을 살짝 움직이며 잠꼬대를 중얼거렸다.그러더니 이불 속으로 더 파고들며 다시 깊이 잠들었다.아무 걱정도 모른 채 잠든 딸의 모습을 바라보자, 최수빈의 가슴이 묘하게 저려 왔다.그녀는 늘 율이에게 안정된 집을 주고 싶었다.하지만 어젯밤의 이상한 일들은, 그 안정이 생각만큼 단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최수빈은 침대 옆 작은 의자에 앉아 율이 곁을 지켰다. 창밖이 완전히 밝아질 때까지 그렇게 조용히 앉아 있었다.단지 안
더 보기
이전
1
...
108109110111112
...
116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