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방과 후, 율이는 책가방을 멘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 근처의 스포츠용품점으로 향했다.주머니 속에는 작은 돼지저금통이 묵직하게 들어 있었고 현금은 반듯하게 접어 맨 아래에 눌러 넣어 두었다.엄마가 운동회에 쓸 운동복과 운동화를 사라고 준, 어젯밤에도 세 번이나 다시 세어 보고서야 안심하고 챙겨 둔 돈이었다.가게 앞에 도착한 율이는 걸음을 멈추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았다. 하지만 손끝에 닿은 건 텅 빈 천주머니뿐이었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율이는 급히 책가방을 내려 바닥에 두고 안쪽 주머니를 하나하나 뒤지기 시작했다.필통, 숙제 공책, 그림책...모든 물건이 그대로 있었으나 그 돈만 보이지 않았다.아이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리더니 눈가에 금세 눈물이 고였다.‘아침에 집 나설 때 분명히 가방 바깥 주머니에 넣어 두었는데, 어떻게 사라질 수가 있지? 길에서 떨어뜨린 걸까, 아니면 누가 가져간 걸까?’율이는 가게 앞에 서서 발만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했다. 그 순간 머릿속에 엄마의 다정한 미소가 떠올랐다.‘엄마 요즘 엄청 바쁘잖아. 일부러 현금까지 쥐여 주면서 직접 가서 사보라고 했는데 그 돈을 잃어버렸으니... 엄마가 화내시지 않을까?’“너 왜 그래?”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율이가 돌아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주시후가 손에 아이스크림 하나를 든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어제 오후에 그렇게 서로 안 좋게 헤어지고 나서는 다시 말도 못 섞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주시후가 다가오는 걸 보자 율이는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주시후는 곁으로 다가오더니 눈가가 빨갛게 부어 있는 율이의 모습과 뒤집혀서 엉망이 된 책가방을 보고 대충 상황을 짐작한 듯 조용히 물었다.“돈 잃어버렸어?”율이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저어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입술을 깨문 채 눈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꾹 참을 뿐이었다.주시후는 잠시 침묵하다가 율이의 손을 잡고 가게 안으로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