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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151 - チャプター 1160

1160 チャプター

제1151화

“육 대표님한테 괜히 심술부리지 말고 이번에는 더는 놓치지 마.”최수빈은 운전에 집중한 채 옆얼굴만 보이는 주민혁을 바라보다가 마음 한구석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불편해졌다. 뭔가가 목에 걸린 것처럼 답답해서 숨이 막히고 가슴이 꽉 막힌 듯했다.‘지금... 나랑 민성 선배를 이어주려는 거야? 이제 날 더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완전히 내려놓았으니까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이랑 엮어주고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길 바라는 거겠지.’서러움과 분노가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최수빈은 눈가가 붉어졌지만 끝내 눈물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한 번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시선을 내리깔아 눈에 넘실대는 감정을 꾹 눌러 담았다. 목소리에는 미세하게나마 거리를 두려는 듯한 태도가 느껴졌다.“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주 대표님이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주 대표님’이라는 네 글자가 보이지 않는 벽처럼 순식간에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핸들을 쥔 주민혁의 손에 힘이 확 들어갔다.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그녀의 말투 속에 배어 있는 차가움과 불쾌함도 그대로 느껴져 입안이 씁쓸해졌다.정말 최수빈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고 싶어서 이러는 걸까.아니, 그럴 리가.하지만 자신보다 육민성이 더 나은 선택인 건 사실이었다. 육민성은 그녀에게 빛을 줄 수 있고 안정감을 줄 수 있고 그녀와 율이에게 아무 걱정 없는 미래를 줄 수 있었다. 주민혁 자신의 곁에서 불안에 떨게 하느니 제대로 지켜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게 하는 편이 나았다.“난 그저... 그 사람이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래.”주민혁이 낮게 말했다.“너, 그동안 정말 쉽지 않았잖아. 너를 제대로 아껴주고 지켜줄 사람을 만나야지.”“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한다고요.”최수빈의 목소리는 여전히 싸늘했다. 더 이상 이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더니 입을 닫았다.창밖의 야경이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네온사인의 빛이 그녀의 얼굴 위로 스치듯 번쩍였지만 어두운 눈동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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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2화

검은 세단이 육씨 가문 저택 대문 안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정교한 문양이 새겨진 철문이 뒤에서 천천히 닫히며 소란스러운 바깥의 소리를 말끔히 차단했다.육민성은 차 문을 열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정원으로 발을 들였다. 공기에는 은은한 백단 향이 감돌았지만 숨 막히는 무게감은 그대로였다.거실은 불이 환했다. 아버지 육경태는 안쪽 주인 자리 소파에 앉아 신문을 들고 있었는데 미간을 살짝 찌푸린 것이 표정이 진지했다. 어머니 소정윤은 옆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포개 올린 채 얼굴빛이 썩 좋지 않았다.집안 분위기 자체가 숨이 막힐 만큼 무거웠다. 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왔냐.”육경태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지만 말끝에는 거스를 수 없는 위압감이 실려 있었다.육민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 쪽으로 다가가 옆자리에 앉았다.“아버지, 엄마.”“여자친구는?”소정윤이 곧바로 물었다. 눈빛이 날카롭게 그의 뒤를 훑으며 기대와 재촉하는 기색이 숨김없이 드러났다.“같이 온다더니, 왜 너만 왔어?”육민성은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 어딘가 체념이 섞인, 난처한 웃음이었다.“여자친구... 없어요.”“없다고?”소정윤의 목소리 톤이 확 올라가더니 조금 전까지의 기대는 순식간에 실망과 불만으로 바뀌었다.“내 그럴 줄 알았다. 넌 진짜 믿음이 안 가. 이 나이에 제대로 된 여자친구 하나 없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을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말투는 점점 격해졌다.“지금 너 사업도 잘되고 제노 테크와의 협력도 착착 굴러가고 천공 쪽도 날로 커지고 있잖아. 돈도 있고 지위도 있고... 그런데 뭘 더 핑계 대려고 그래? 결혼은 이제 더 미룰 일이 아니야. 당장 추진해야지!”“엄마, 결혼은... 급할 거 없어요.”육민성은 끝까지 침착한 목소리로 소정윤을 달래려 했다.“급할 거 없어?”소정윤은 걸음을 뚝 멈추고 그를 노려봤다.“이제 서른이 다 돼 가는데도 안 급해? 엄마 그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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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3화

이번에는 어렵게 육민성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며칠이나 들떠 있었는데 돌아온 건 거짓이었다는 말뿐이었다.“네가 대는 이유들, 이제 내 앞에서는 다 통하지 않아!”소정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듯했다.“앞으로 난 네가 하는 말, 한마디도 안 믿어. 결혼은 더는 네 마음대로 못 해. 하고 싶든 안 하고 싶든, 넌 무조건 해야 해!”육민성은 시선을 내렸다. 그러자 길게 내려앉은 속눈썹이 눈가에 옅은 그림자를 드리웠다.소정윤이 이번에는 정말 화가 났다는 것도, 한 번 고집을 부리면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것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육씨 가문 같은 큰 집안에서 결혼은 애초에 개인적인 일이 아니었다. 집안의 이해관계와 체면, 서로 맞는 집안끼리의 결속을 걸고 거래되는 카드였다.그는 줄곧 반항해 왔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다.하지만 현실은 매번 이 집안에서 결혼에 ‘자유’ 같은 건 없다고 똑같이 알려줬다.정략결혼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었고 결국 육민성이 떠안아야 할 책임이었다.거실에는 긴 침묵이 내려앉았다. 고요 속에서 소정윤의 거친 숨소리만 유난히 또렷하게 들려왔다.그때 육경태가 신문을 내려놓더니 육민성을 바라봤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말에 힘이 실려 있었다.“네 엄마 말이 맞다. 너도 이제 나이가 찼어. 인생의 대사를 생각할 때가 됐다. 육씨 가문에는 집안을 맡을 안주인이 필요하고 제대로 된 후계자도 필요해.”육민성의 가슴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아버지의 말은 사실상 최후통첩이었으니 말이다.그래서 더는 반박하지도, 버티지도 않았다. 그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지나치게 차분할 정도로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결혼하길 원하신다면... 엄마 뜻대로 하겠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육민성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닥에 흩어진 사진도, 분노로 굳은 어머니의 표정도 더는 보지 않은 채 곧장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어딜 가!”소정윤이 소리쳤다.“회사에 일이 있어서요. 먼저 가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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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4화

육민성은 애초부터 이런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집안과 격이 맞는 여자를 찾아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강씨 가문 후계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며, 겉으론 화려하지만 실은 한 번도 자기 뜻대로 살 수 없는 인생을 끝까지 살아내는 것 말이다.차는 저택을 천천히 빠져나와 회사 쪽으로 향했다.육민성은 창밖으로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이 서늘하게 식어가는 걸 느꼈다.소정윤의 뜻대로 결혼하겠다고 입을 열던 그 순간부터, 자신의 삶에는 더 이상 선택권이 없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한때 사랑을 꿈꾸고 자유를 갈망하던 마음도,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조용히 사라져 결국 남는 건 끝없는 후회와 무력감뿐일 것이다.화려하면서도 냉정한 이 세상에는 육민성처럼 가족이라는 굴레에 묶여 책임과 바람 사이에서 버티듯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그리고 원래는 사랑과 약속으로 채워져야 할 결혼이라는 의식마저 집안의 이익 앞에서는 점점 차가운 거래로 변해가고 있었다.육민성은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거스를 수 없다면 받아들이는 수밖에.’다만 그는 알지 못했다.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이 결혼이 결국 자신을 어디로 밀어 넣게 될지....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밤, 송미연은 육민성의 집 문을 열자마자 독한 술 냄새가 확 밀려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커튼은 틈 하나 없이 꼭 닫혀 있었고 방 안에는 침대 머리맡 스탠드 하나만 켜져 있었다. 빛은 희미했고 공기는 어딘가 처연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육민성은 바닥에 앉아 다리를 쭉 뻗은 자세로 소파에 등을 기댄 채 있었다. 주변에는 빈 술병 몇 개가 어지럽게 굴러다녔다.정장 재킷은 어깨에 대충 걸친 상태였고 늘 단정하던 머리카락도 흐트러져 있었다. 평소의 그에게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처음 보는 초라한 모습이었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송미연은 급히 다가가며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집에서 뭐 하는 거예요? 설마... 실연이라도 한 거예요?”그녀가 알던 육민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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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5화

남들 앞에서의 육민성은 늘 단정하고 다정하고 품위가 있었다. 언제나 꼿꼿이 서 있는 푸른 소나무처럼 말이다.그런데 지금 그 소나무는 거센 비바람에 시달린 듯, 속에 감춰 둔 연약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송미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다그쳐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에요? 대표님 원래 접대 자리 아니면 술도 안 마시잖아요. 이렇게까지 마셨다는 건, 분명 무슨 일이 있다는 거죠?”육민성은 그녀의 시선을 피한 채, 바닥에 널린 빈 술병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아무것도 아닌데 이렇게 마셔요?”육민성은 술로 감정을 풀어내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송미연은 믿지 않았다.“집안 일 때문이에요? 아니면... 수빈이 때문이에요?”최수빈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육민성의 몸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송미연은 더 묻지 않아도 알겠다는 듯, 그의 옆에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대고 나란히 바닥에 앉았다.“어제 대표님이 제 연락을 씹길래 뭔가 이상하다 싶었어요. 대표님 수빈이 좋아하잖아요. 처음부터 수빈이 부탁 들어주고 가짜 남친까지 해주겠다고 했을 때, 난 이미 알아챘어요.”육민성은 고개를 돌려 송미연을 바라봤다. 표정에 잠깐 놀란 기색이 엿보이더니 이내 씁쓸함이 번졌다.그는 누구에게도 이 마음을 말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송미연은 이미 다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내가 수빈이를 좋아하는 건... 내 문제예요. 수빈이한테 짐이 되면 안 되죠.”혼잣말처럼 그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그래서... 좋아하는 마음도 계속 숨겼어요. 들키지 않게.”고백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말이 목 끝까지 올라올 때마다 그는 다시 삼켰다.최수빈의 과거는 무거웠고 상처와 배신을 너무 많이 겪었다.육민성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녀가 감정이라는 것에 있어 늘 경계심을 세우고 미래를 떠올릴 때도 어딘가 흔들린다는 걸.좋아한다는 마음이 언제나 달콤하기만 한 건 아니다. 때로는 상대에게 부담이 되고 숨 막히는 무게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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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6화

그게 비록 가짜 신분이라도, 곁에 있는 시간이 끝내 아무 결말도 맺지 못한다 해도, 육민성은 그걸 달게 받아들이고 있었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러자 공기 속에 밴 술 냄새에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그러다 문득 다시 웃어 보이더니 송미연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달래듯 말했다.“사실... 이런 입장으로라도 수빈이를 도울 수 있다면 나도 기뻐해야 하는 거겠죠. 실망할 이유도 없고... 그렇죠?”어떻게든 태연한 척해 보이려 했지만 허전한 눈빛은 끝내 감춰지지 않았다.마치 화려한 1인극 같았다. 혼자 열심히 몰입해 연기했지만 결국 객석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송미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빈 술병 하나를 집어 들고 손안에서 조용히 굴려 보았다.지금은 어떤 위로도 쓸모가 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육민성에게 필요한 건, 그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게 들어주는 사람뿐이었다.방 안은 다시 잠잠해졌다. 창밖에서 가끔 들려오는 경적 소리만이 그 적막을 끊을 뿐이었다.희미한 조명 아래, 두 사람은 바닥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은 쓸쓸했고 한 사람은 걱정했다.육민성은 옆에 놓인 반 병짜리 술을 들어 한 모금 더 마시려 했지만 송미연이 손을 뻗어 막았다.“그만 마셔요.”송미연의 말투는 단호했다.“많이 마시면 몸만 상해요. 술로 해결되는 일도 아니고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잘못이 아니에요. 함께 할 수 없게 된 것도 대표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냥 인연이 아직 닿지 않은 거지.”육민성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잠시 침묵한 끝에 결국 술병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송미연의 말이 맞았다. 술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고 오히려 자신만 더 초라하게 만들 뿐이었다.이미 한 번 무너졌기에 더는 이렇게 가라앉아 있을 수 없었다.“고마워요.”육민성의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았다.“이렇게 하소연 들어줘서.”“나한테 무슨 예의를 차려요.”송미연은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친구끼리는 원래 서로 털어놓고 달래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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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7화

육민성은 송미연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눈가에 내려앉아 있던 피로가 조금은 걷힌 듯했다.“와 줘서 고마워요.”그러자 송미연은 눈을 흘기며 투덜댔다.“우리 사이에 그런 말을 왜 해요? 너무 남 같게 구시네.”그녀는 그의 얼굴을 살폈다. 겉으로는 정리한 흔적이 있어도 핏발 선 눈동자는 그대로였다.“이 꼴로 있는 걸 보면... 밥도 안 먹었겠죠? 나가서 야식이나 먹어요.”육민성은 잠깐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럼 나 씻고 옷 좀 갈아입을게요. 잠깐만 기다려요.”송미연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선은 자꾸 방 안을 훑게 됐다.아직도 짙게 남은 술 냄새, 반쯤 걷힌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네온 불빛, 그 빛에 드러난 빈 술병들...조금 전 봤던 모습이 착각이 아니었다는 걸 자꾸만 확인시켰다.솔직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야식 얘기도 결국은 그가 집에 혼자 남아 더 망가지는 걸 막고 싶어서였다.사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봐온 사이였는지라 송미연은 육민성이 이렇게 무너지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십여 분 뒤, 육민성이 욕실에서 나왔다.젖은 머리를 단정히 정리하고 깨끗한 캐주얼 차림으로 갈아입은 그는 한결 말끔해 보였다. 늘 그렇듯 부드럽고 단정한 분위기도 어느 정도 돌아왔지만 미간에는 아직 피로가 남아 있었다.송미연은 그를 보며 못 참고 농담을 던졌다.“대표님 그렇게 망가진 모습 난생처음 봐요. 오늘 좋은 구경 했네요.”육민성은 난감한 듯 웃으며 거의 부탁하듯 말했다.“그럼 그건 미연 씨 마음속에만 묻어 둬요. 밖에 말하지 말고.”“그건 또 모르는 일이죠?”송미연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일부러 놀렸다.“지금 대표님, 내 손에 약점 잡힌 거예요. 나한테 괜히 밉보이면 술에 떡 돼서 바닥에 뻗어 있던 그 모습 다 퍼뜨립니다?”육민성은 대꾸하지 않고 가볍게 웃기만 했다. 대신 눈빛이 조금은 느슨해졌다.이렇게 거리낌 없이 놀릴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어쩌면 꽤 큰 행운일지도 몰랐다.두 사람은 차를 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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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8화

육민성의 얼굴에는 점점 웃음이 늘었고 눈빛에 드리워져 있던 먹구름도 서서히 걷혔다. 낮에 그를 짓누르던 고민과 복잡한 마음을 잠시나마 잊은 듯했다.그때였다.예쁜 원피스를 차려입은 여자가 갑자기 성큼성큼 다가왔다. 하이힐이 시멘트 바닥을 또각또각 두드리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리며 두 사람의 편안한 분위기를 단번에 깨뜨렸다.여자는 테이블 앞에 서자마자 시선을 곧장 육민성에게 꽂고 노골적으로 따져 물었다.“민성 씨,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육민성의 웃음이 순간 굳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여자를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화장도 단정했고 옷차림도 흠잡을 데 없어서 분위기만큼은 범상치 않았지만 육민성은 그녀를 전혀 떠올릴 수 없었다.“실례지만... 누구시죠?”육민성의 목소리에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묻어 있었다. 정말로, 이런 사람을 아는 기억이 없었다.송미연도 젓가락질을 멈추고 그 여자를 유심히 훑어보았다. 갑자기 들이닥친 이 여자가 대체 누구인지 속으로 조용히 가늠해 보는 눈빛이었다.육민성의 질문을 들은 임혜슬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목소리도 한층 격해졌다.“나를 몰라요? 민성 씨,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그녀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더니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 자부심과 확신이 섞인 말투였다.“나 임혜슬이에요. 민성 씨의 약혼자.”“약혼자요?”육민성과 송미연이 동시에 얼어붙은 채 같은 말을 되뇌었다.육민성은 미간을 더 깊게 찌푸렸다. 머릿속을 샅샅이 뒤져 봐도 ‘임혜슬’이라는 이름의 여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하물며 약혼이라니...그는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임혜슬 씨,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저는 그쪽을 뵌 적도 없고 약혼자도 없습니다.”“잘못 봤다고요?”임혜슬은 마치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들은 것처럼 코웃음을 쳤다.“민성 씨, 변명하지 마요. 나 임씨 가문의 딸 임혜슬이고 우리 아버지랑 민성 씨네 아버지가 혼담 다 끝냈어요. 다음 주에 약혼식까지 하기로 했는데 나를 모를 리가 있냐고요.”그제야 육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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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9화

“육 대표님이 원치 않는데 임혜슬 씨도 여기서까지 억지로 몰아붙일 필요는 없잖아요.”“누구세요? 그쪽이 끼어들 자격 있어요?”임혜슬이 고개를 돌려 송미연을 노려봤다. 눈빛에는 노골적인 무시와 경계가 섞여 있었다.사실 임혜슬은 조금 전부터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가까이 대화하는 걸 눈여겨보고 있었다. 안 그래도 거슬리던 차에 송미연이 끼어들기까지 하자 화가 확 치밀어 오른 모양이었다.“저는 육 대표님의 친구예요.”송미연은 물러서지 않고 임혜슬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친구로서, 본인이 원치 않는 일을 억지로 떠밀리는 건 못 보겠어서요. 임혜슬 씨, 여기서 계속 실랑이할 게 아니라... 돌아가서 아버지께 물어보세요. 이 혼담이 정말 서로 원해서 된 건지.”임혜슬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가 이내 울컥한 기색이 스쳤다. 육민성이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단칼에 선을 그을 줄도 몰랐고 그의 친구까지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 줄은 더더욱 예상 못 했던 거다.곱게 자라며 웬만한 불편은 겪어본 적 없는 임혜슬은 그 자리에서 모욕감을 참지 못한 듯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민성 씨, 후회할 거예요! 우리 아버지가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요!”“그럼 두고 보죠.”육민성은 끝까지 차갑게 말했다. 흔들림도, 물러섬도 없었다.임혜슬은 그의 단호한 눈빛을 보며 더 붙잡고 늘어져 봤자 자신만 더 우스워진다는 걸 깨달았다.그래서 이를 악물고 두 사람을 한 번 세게 노려본 뒤, 하이힐을 쿵쿵 울리며 성난 걸음으로 포장마차를 빠져나갔다.임혜슬이 떠나자 포장마차 안 공기가 순간 어색하게 가라앉았다.주변 손님들이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이쪽을 흘끔거리며 낮게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송미연은 맥주잔을 들어 육민성에게 건넸다.“신경 쓰지 말고... 자, 마셔요.”육민성은 잔을 받아 한 번에 들이켰다. 차가운 액체가 목을 타고 내려갔지만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부모가 자신을 빼놓고 임씨 가문과 혼담을 정리해 버렸다는 것도 모자라 약혼 날짜까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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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0화

“고마워요, 미연 씨.”육민성의 목소리는 조금 잠겨 있었지만 마음만은 유난히 진심이었다.“나한테 무슨 그런 말을 해요.”송미연은 웃으며 닭꼬치를 하나를 집어 그에게 건넸다.“자, 뭐라도 좀 먹어요. 괜히 더 우울한 생각하지 말고. 막다른 길 같아 보여도 방법은 꼭 생겨요. 결국 해결할 수 있죠.”육민성은 닭꼬치를 받아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씹기 시작했다.달짝지근한 향이 입안에 퍼지고 맥주의 시원한 맛이 뒤따라오자 잔뜩 곤두서 있던 신경이 조금씩 풀렸다.포장마차는 여전히 시끌벅적했고 밤공기에는 열기와 연기가 가득했다.육민성은 맞은편의 송미연을, 그리고 주변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이런 단순하고 자유로운 삶이야말로 내가 진짜 원했던 게 아닐까?’물론 이 혼사를 거절하면 온 집안이 들끓을 게 뻔했다. 큰 소동이 일고 반대와 압박이 따라올지도 몰랐다.하지만 육민성은 이미 마음을 정했고 더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었다.‘더는 누군가의 손에 인생이 좌우되게 두지 않을 거야.’앞으로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 그는 알지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다만 하나만은 분명했다.이번만큼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한 번쯤은 끝까지 버텨 볼 것, 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 말이다.두 사람은 계속 꼬치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조금 전의 소동도 생각보다 오래 머릿속에 남아 있지는 않았다.다만 육민성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조용히 무언가가 달라지고 있었다.‘이제부터는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살 거야.’자기가 원하는 삶과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고 붙잡아 보겠다는 결심이 그 안에서 단단히 자리 잡았다.밤은 더 깊어졌지만 포장마차의 불빛은 여전히 환했다.두 사람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식사를 마친 뒤, 육민성이 송미연을 집까지 데려다줬다.그렇게 차에서 내린 송미연의 시야 한쪽 끝에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걸렸다.날렵한 차체가 달빛을 받아 차갑게 번들거렸다. 주인도 분명했다. 바로 주민혁의 차였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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