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어렵게 육민성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며칠이나 들떠 있었는데 돌아온 건 거짓이었다는 말뿐이었다.“네가 대는 이유들, 이제 내 앞에서는 다 통하지 않아!”소정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듯했다.“앞으로 난 네가 하는 말, 한마디도 안 믿어. 결혼은 더는 네 마음대로 못 해. 하고 싶든 안 하고 싶든, 넌 무조건 해야 해!”육민성은 시선을 내렸다. 그러자 길게 내려앉은 속눈썹이 눈가에 옅은 그림자를 드리웠다.소정윤이 이번에는 정말 화가 났다는 것도, 한 번 고집을 부리면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것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육씨 가문 같은 큰 집안에서 결혼은 애초에 개인적인 일이 아니었다. 집안의 이해관계와 체면, 서로 맞는 집안끼리의 결속을 걸고 거래되는 카드였다.그는 줄곧 반항해 왔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다.하지만 현실은 매번 이 집안에서 결혼에 ‘자유’ 같은 건 없다고 똑같이 알려줬다.정략결혼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었고 결국 육민성이 떠안아야 할 책임이었다.거실에는 긴 침묵이 내려앉았다. 고요 속에서 소정윤의 거친 숨소리만 유난히 또렷하게 들려왔다.그때 육경태가 신문을 내려놓더니 육민성을 바라봤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말에 힘이 실려 있었다.“네 엄마 말이 맞다. 너도 이제 나이가 찼어. 인생의 대사를 생각할 때가 됐다. 육씨 가문에는 집안을 맡을 안주인이 필요하고 제대로 된 후계자도 필요해.”육민성의 가슴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아버지의 말은 사실상 최후통첩이었으니 말이다.그래서 더는 반박하지도, 버티지도 않았다. 그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지나치게 차분할 정도로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결혼하길 원하신다면... 엄마 뜻대로 하겠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육민성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닥에 흩어진 사진도, 분노로 굳은 어머니의 표정도 더는 보지 않은 채 곧장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어딜 가!”소정윤이 소리쳤다.“회사에 일이 있어서요. 먼저 가보겠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