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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481 - チャプター 1490

1586 チャプター

제1481화

“사람 마음은 변하는 거야. 가짜 결혼이라고 해서 진짜 마음으로 이어지지 말란 법은 없잖아. 민성 선배, 말주변도 없고 표현도 서툴지만 진심만큼은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야. 선배가 너한테 잘해준 것들, 네 곁을 지켜준 것들, 전부 진심이었어. 미연아,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 네 마음속에 그 사람을 향한 호감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고 헤어지는 게 아쉽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 번 더 같이 걸어가 봐. 서로에게 기회를 줘.”“하지만 정말 아무 감정도 없고 완전히 선을 긋고 싶은 거라면, 그땐 망설이지 말고 이혼해. 그리고 네 삶을 살아.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난 너를 응원할 거야.”송미연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육민성을 향한 자신의 마음은 대체 어떤 감정일까 하고 물었다.잠시 후 송미연은 고개를 들더니 최수빈을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해볼게.”최수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거면 됐어.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만 하지 않으면 돼.”두 사람이 한참 더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퇴원 수속을 마친 육민성이 병실로 들어왔다.그는 송미연의 짐을 들고 그녀의 앞에 다가와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다 챙겼어? 이제 집에 가자.”그가 너무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내뱉은 ‘집’이라는 말에, 송미연의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따뜻해졌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최수빈의 팔짱을 꼈다.“자, 우리 같이 내려가자.”그렇게 세 사람은 함께 병실을 나서 병원 입구로 향했다.가운데에 서 있는 송미연의 왼쪽에는 다정하게 곁을 지켜주는 최수빈이, 오른쪽에는 세심하게 자신을 챙겨주는 육민성이 있었다.그 사실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리만치 편안했다.병원 입구에 도착해 막 문밖으로 나서려던 순간, 멀지 않은 화단 옆에 익숙한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손에는 과일 바구니를 든 채 이쪽을 살피고 있는 임한결이었다.임한결은 송미연을 보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얼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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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2화

최수빈은 웃으며 손을 내저은 뒤, 송미연을 바라보았다.“미연아, 난 이제 두 사람 방해 안 할게. 돌아가서 푹 쉬어.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나한테 전화하고. 잊지 마.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 난 언제나 네 편이야.”그러자 송미연은 고마움이 가득한 눈빛을 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응, 고마워, 수빈아.”최수빈은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는 자신의 차 쪽으로 걸어갔다.떠나기 직전에도 잊지 않고 뒤돌아 육민성에게 잘해 보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육민성은 그 뜻을 알아듣고 옅게 미소 지으며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병원 입구에는 송미연과 육민성, 두 사람만 남았다.송미연은 그의 곁에서 걸으며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눈빛은 한없이 다정해져 있었다.그러다 문득 그녀가 입을 열었다.“어제 이혼하지 않는 건 어떠냐고 했잖아요. 나 생각 끝났어요.”순간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육민성은 곧장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생각 끝났다고?”송미연은 긴장한 그의 얼굴을 보고 저도 모르게 살짝 웃었다.“네, 생각 끝났어요. 우리... 이혼하지 말아요.”육민성의 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그리고 잠시 뒤,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송미연을 조심스럽게 끌어안더니 자신의 턱을 그녀의 머리 위에 가만히 얹었다.“미연 씨, 고마워. 나한테 기회를 줘서 정말 고마워.”“오빠한테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우리 둘에게 기회를 주는 거예요.”송미연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했다.“예전의 오해들은 우리 천천히 풀어갑시다.”나란히 차까지 걸어간 뒤, 송미연은 조수석에 앉았다. 육민성의 차는 평소처럼 안정적으로 도로 위를 달렸다.틈틈히 그의 시선이 송미연에게 향했으나 차 안은 한동안 조용했다.먼저 침묵을 깬 것은 육민성이었다. 낮고 느린 말투에 제법 진지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미연 씨, 일단은 이렇게 지내보자. 그러다 나중에 미연 씨한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거나, 나한테 그런 사람이 생기면 그땐 서로 좋게 이혼해. 서로 발목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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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3화

한편, 그날 밤.어느새 밤이 깊어지고 최수빈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주민혁은 아직 서재에서 일을 처리하는 중이었다.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는데, 차분하고 규칙적인 그 소리가 고요한 밤에 묘한 안정감을 더해주고 있었다.결혼한 지 여러 해가 흐른 지금, 한때 깨질 뻔했던 관계를 다시 이어 붙인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의 존재를 일상의 모든 순간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었다. 이렇게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도 마음은 편안했다.최수빈은 손목시계를 힐끗 보았다. 밤 열 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그때 휴대폰이 갑자기 테이블 위에서 짧게 진동하더니 화면이 켜지며 낯선 번호로 온 문자 한 통이 떠올랐다.최수빈은 무심코 휴대폰을 집어 들고 손끝으로 화면을 밀어 잠금을 풀었다.그리고 문자 내용을 확인한 순간, 부드럽던 눈매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나와서 나랑 만나도록. 안 그러면 네 딸 안전은 보장 못 해. 경찰에 신고하지 마.]짧은 문장이 바늘처럼 가슴 깊숙이에 파고들며 순간, 최수빈의 등줄기를 따라 서늘한 기운이 번졌다.율이는 그녀와 주민혁에게 있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었다.최수빈은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우선 문자 화면을 캡처하고 발신 번호를 확인했다.하지만 실명 인증이 되지 않은 가상 번호라 추적할 만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짧은 메시지와 함께 캡처본을 주민혁에게 보냈다.[문제가 생겼어요. 바로 거실로 와요.]메시지를 보내고 난 뒤, 최수빈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리고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머릿속에서는 빠르게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누구일까. 감히 이런 식으로 날 협박할 사람이.’최근 주씨 가문의 사업은 대체로 순조로웠다.유일하게 걸리는 문제라면, 얼마 전 천공과 위닝 테크의 협력을 방해하려 들고 주상 그룹 내부에서도 분란을 일으켰던 에라와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그녀 뒤의 잔당들이었다.에라는 얼마 전 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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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4화

주민혁이 어떻게 최수빈을 위험한 곳으로 보낼 수 있겠는가.‘그 사람들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야. 궁지에 몰린 끝에 정말 수빈이에게 손을 댄다면...’주민혁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내가 안 가면 그 사람들은 더 심하게 나올 거예요.”최수빈은 오히려 주민혁의 손을 마주 잡았다.“그 사람들은 어둠 속에 숨어 있고 우리는 밖에 드러나 있잖아요. 이대로면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어요. 차라리 내가 가서 만나고 그 사람들은 밖으로 끌어내는 게 나아요. 미리 대비해서 한 번에 잡아들이는 거죠. 그래야 이 문제를 완전히 끝낼 수 있어요. 그래야 율이도 앞으로 이런 협박에 시달리지 않고 편히 지낼 수 있고.”최수빈의 말은 하나하나 틀린 데가 없었다.다만 주민혁이라고 그걸 모르겠는가, 그저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을 뿐이었다.그는 단호히 결심히 내린 최수빈의 눈빛을 바라보았다.그녀는 한번 마음먹은 일은 쉽게 바꾸지 않는 성격이었다.게다가 이것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었다.그렇게 한참을 침묵하던 주민혁은 결국 한발 물러서더니, 최수빈의 손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좋아. 하지만 반드시 내 계획대로 움직여야 해. 내가 미리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을 붙일 거야. 처음부터 끝까지 네 안전을 지키게 할 거고 절대 조금의 실수도 있어선 안 돼.”“걱정하지 마요.”최수빈이 조용히 말했다.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주민혁은 안심할 수 없었는지라 곧장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바로 이 가상 번호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조사해. 아주 작은 단서 하나도 놓치지 마. 실력 좋은 경호원 스무 명을 뽑아서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미리 교외로 가서 현장 답사 시키고 배치해. 다른 한 팀은 수빈이를 따라붙되 거리를 유지하고 은밀하게 움직여. 언제든 대기 상태로 있고. 또 경찰 쪽 아는 사람에게도 연락해서 우리 작전에 협조하게 해. 단, 은밀하게 움직여야 하는 거 잊지 말고. 절대 상대를 자극해선 안 돼.”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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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5화

최수빈은 평소와 다름없이 율이를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천공의 일상 업무도 처리했다.표정은 평소와 같아서 겉으로는 조금도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그녀 자신만은 알고 있었다. 마음속 긴장의 끈이 한순간도 풀린 적 없다는 것을.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다만 딸을 위해서, 주민혁을 위해서, 앞으로의 평온한 삶을 위해서, 그녀는 반드시 용감해져야 했다.오후가 되어 율이를 학교에서 데리고 돌아오는 길.딸아이가 귀여운 웃음을 지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엄마’하고 부르는 순간, 최수빈의 마음은 그대로 녹아내렸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마음속 결심은 더욱 단단해졌다.‘반드시 그 사람들이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우리 율이가 영원히 햇빛 아래에서, 그 어떤 위협도 받지 않고 살아가게 만들 거야.’저녁 무렵.주민혁은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율이를 교외의 별장으로 보냈다.일단 안전한 곳으로 피하게 한 뒤, 아이를 잘 지켜보고 절대 누구도 접근시키지 말라며 몇 번이고 당부했다.모든 준비를 마친 뒤에야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최수빈은 이미 간결한 검은색 캐주얼 차림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머리는 높게 묶어 올려 매끈한 이마가 드러나 있었고 단정한 눈매에는 어느 때보다도 시원하고 강단 있는 기색이 어려 있었다.“준비 다 됐어요?”최수빈이 그를 올려다보며 옷깃을 가볍게 정리했다.“응. 경호원들이 이미 먼저 들어가서 건자재 공장 곳곳에 숨어 있어. 경찰도 외곽에 배치됐고. 모습을 드러내기만 하면 놈들은 빠져나갈 수 없을 거야.”주민혁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손을 들더니 귓가에 흘러내린 잔머리를 정리해 주었다.“몸에 위치 추적기랑 초소형 무전기는 제대로 챙겼지? 기억해.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야 한다는 거. 절대 혼자 맞서려고 하지 마. 내가 바로 들어갈 거야.”“걱정하지 마요. 전부 챙겼으니까. 내 몸 잘 챙길게요. 당신이 사람들 데리고 마무리하러 올 때까지.”주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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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6화

잠시 후, 오른쪽 낡은 공장 안에서 낮게 깔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이국적인 억양이 섞여 있어 아주 유창하진 않았지만 말뜻은 또렷했다.“최수빈 씨, 역시 배짱이 대단하시군요. 혼자 올 줄이야.”목소리와 함께 공장 안에서 큰 그림자가 걸어 나왔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외국인 남자로 훤칠한 체격에 검은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있었고 손가락 사이에는 시가 한 대가 끼워져 있었다. 어둠 속에서 시가 끝의 붉은 불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그의 뒤에는 덩치 큰 남자 둘이 따라붙어 있었다. 표정 하나 없이 험악한 눈빛을 하고 있는 것이 한눈에 봐도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었다.외국인 남자에게 시선이 멈추자 최수빈의 눈빛에 옅은 경계심이 스쳤다.‘아, 기억났다. 얼마 전에 에라랑 함께 식사한 사람이잖아? 그때는 그저 평범한 해외 협력사 관계자쯤으로 여기면서 깊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제 보니 에라의 뒤에서 일을 꾸민 배후 중 하나가 분명하네.’“당신 누구예요?”최수빈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말투는 지극히 차가웠다.“내 딸의 안전을 빌미로 날 협박한 게, 고작 나를 만나기 위해서였어요?”곧 외국인 남자는 최수빈의 몇 걸음 앞까지 다가와 멈춰 섰다. 그러고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띄었다.남자는 손에 든 시가를 입가로 가져가 한 모금 빨아들인 뒤, 밤공기 속으로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마이크라고 부르면 됩니다. 그리고 내가 왜 그쪽을 찾았는지는, 최수빈 씨도 이미 잘 알고 있을 텐데요.”“모르겠는데요.”최수빈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시선은 흔들림 없이 그를 마주 보고 있었다.“내가 아는 건 하나뿐이에요. 그쪽들이 시장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이제 다 들통나니까 이런 비열한 수법으로 사람을 협박하고 있다는 것. 그게 무슨 대단한 능력이라도 되는 줄 알아요?”하지만 마이크는 이 말을 듣고도 화를 내기는커녕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말투는 점잖았고 상상했던 것처럼 흉포하지도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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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7화

마이크는 이런 협박이면 충분히 최수빈을 굴복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어쨌든 여자는 마음이 약한 법이니 말이다.특히 아이의 안전이 걸린 일이라면 누구에게나 약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최수빈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마이크 씨, 내가 정말 혼자 왔다고 생각해요? 이 정도 잔재주로 민혁 씨의 눈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믿은 거예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장 부지 사방에서 수십 갈래의 강한 빛이 일제히 켜졌다. 눈부신 불빛에 마이크와 그의 뒤에 선 두 남자는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했다.뒤이어 규칙적인 발소리가 울렸다.검은색 경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사방의 어둠 속에서 쏟아져 나와 마이크 일행을 빈틈없이 에워쌌다. 경찰들도 곧바로 뒤따라 들어왔다. 손에는 수갑이 들려 있었고 얼굴에는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마이크가 홱 고개를 돌려 최수빈을 노려보았다.“감히 날 속여?”“피차일반이지.”최수빈은 담담하게 대꾸하며 옷깃 안쪽에 숨겨둔 소형 무전기를 눌렀다.“민혁 씨, 사람은 다 모였으니까 이제 마무리해요.”“괜찮아?”“괜찮아요. 전부 순조로워요.”최수빈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리고 말이 끝나자마자 강한 조명 사이로 익숙한 그림자가 빠르게 다가왔다.주민혁이었다.그는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곧장 최수빈 곁으로 다가오더니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그리고 위아래로 꼼꼼히 살피며 다친 곳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윽고 주민혁의 싸늘한 시선이 곧장 마이크에게 향했다.이에 마이크는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더니 최수빈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실망이야.”최수빈의 가슴이 순간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그런데 바로 그때, 머리 위에서 갑자기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소리는 멀리서부터 가까워지더니 점점 더 거세졌다. 폐건자재 공장 일대의 밤하늘이 통째로 흔들리는 듯했다.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헬기였다.경찰들은 즉시 손을 들어 권총을 보호했고 경호원들은 순식간에 최수빈과 주민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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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8화

“그리고 경찰청 쪽에도 연락해. 주변 도로 CCTV 전부 확보하고 특히 고속도로랑 외곽 샛길을 집중적으로 확인해. 그 헬기는 분명 어딘가에 착륙 지점이 있을 거야.”전화를 끊은 주민혁은 곧바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어지는 지시는 빠르고 날카로웠다.“마이크가 도주했어. 즉시 비상 대응 체계 가동해. 주상 그룹과 천공 모두 봉쇄하고 모든 출입구 경호 강화해. 특히 율이가 있는 별장에는 인력을 열 배로 늘려. 24시간 교대로 지키고. 누구도 한 발짝도 접근하지 못하게 해. 그리고 마이크의 모든 입국 기록과 인맥 관계를 조사하도록. 그놈이 은산시에서 접촉한 사람들 전부 명단으로 뽑아서 한 명씩 확인해.”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단 한 걸음 차이로 마이크를 붙잡을 수 있었다.그랬다면 에라의 배후로 이어진 이 선을 완전히 끊어낼 수도 있었다.하지만 마지막 순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상대는 눈앞에서 유유히 빠져나간 것이다.마이크가 준비해 둔 수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개인 헬기를 동원할 수 있고 은산시 외곽에서 대놓고 사람을 빼낼 정도라면, 그 배후 세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었다.단순히 에라의 잔당이라고 보기에는 판이 너무 컸다.최수빈은 잔뜩 굳어 있는 주민혁의 옆얼굴을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그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너무 조급해하지 마요. 도망 못 갈 테니까. 헬기 비행경로는 항공 관제망을 피할 수 없어요. 착륙 지점만 확인하면 그곳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돼요.”주민혁은 그녀의 손을 되잡았다.“놀라진 않았어?”최수빈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시 주민혁의 손을 단단히 마주 잡았다.“괜찮아요. 정말 아무 일 없으니까. 오히려 민혁 씨가 너무 조급해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안 돼요. 이럴 때일수록 더 냉정해야 한다고요.”최수빈의 시선이 헬기가 사라진 방향으로 향했다.“마이크의 뒤에는 분명 누군가가 있어요. 그것도 아주 큰 인물이.”주민혁의 미간이 더욱 세게 찌푸려졌다. 그 역시 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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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9화

주민혁은 간단히 몇 가지 지시를 내린 뒤, 최수빈의 손을 잡고 빠르게 폐건자재 공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 길가에 대기 중이던 차에 올라탔다.차는 천천히 홍우 폐건자재 공장을 벗어나 시내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최수빈은 조수석에 기대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는 조금 전의 장면들이 계속해서 되감기듯 떠올랐다.마이크의 차가운 눈빛, 헬기의 굉음, 그리고 심종연이라는 이름...그 모든 것이 엉킨 실타래처럼 마음 한구석에 얽혀 있었다.주민혁은 핸들을 잡은 채 앞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경계심이 서린 눈빛으로는 수시로 백미러를 확인하며 뒤따라오는 차량이 있는지 살폈다.혹시라도 미행이 붙었을까 봐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차는 빠르지만 안정적으로 달렸다. 그는 그저 어서 빨리 최수빈을 집으로 데려가고 싶었다. 겹겹의 경호가 둘러싸고 있는, 그나마 가장 안전한 곳으로 말이다.가는 내내 비서에게서 끊임없이 메시지가 나아왔다.헬기 비행경로 추적 상황, 마이크의 인맥 조사 결과, 그리고 율이가 있는 곳의 경호 상황까지...주민혁은 하나하나 답장을 보냈다. 지시는 분명했고 조금의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최수빈은 비서와 통화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주민혁이 곁에 있으면 설령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누군가 대신 버텨줄 것 같았다.그 안정감은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것이었다.얼마 후 차가 시내로 들어서고 최수빈은 눈을 뜨더니 옆에 앉은 주민혁을 바라보았다.팽팽하게 굳은 턱선, 눈가의 피로를 애써 감추려 했지만 최수빈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어젯밤 협박 문자를 받은 순간부터 인력들을 배치하고 약속 장소로 향하고 조금 전의 돌발 상황을 겪기까지...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온갖 일을 겪어 몸도 마음도 지쳤을 텐데 그는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오직 최수빈을 지키기 위해,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 위해 말이다.최수빈은 손을 들어 그의 손등 위에 살며시 얹었다.그러자 주민혁이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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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0화

그런 비서의 모습을 보는 순간, 주민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불길한 예감이 순식간에 밀려들었다.그래서 최수빈을 놓아준 뒤, 몸을 바로 세우고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 율이 쪽에 문제 생겼어?”비서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손까지 내저었다. 하지만 당황한 표정은 도무지 숨길 수가 없었다.그렇게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에야 그는 겨우 입을 열었다.“심종연입니다. 심종연이 이송 중에... 도주했습니다!”쾅!최수빈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 마치 번개에 정통으로 맞은 듯 순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심종연이 도망쳤다고? 중범죄로 형이 확정되어 삼엄하게 감시받던 그 심종연이 이송 중에 도주했다고?’그 소식은 조금 전 마이크가 헬기로 탈출한 일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동시에 등골이 서늘해질 만큼 섬뜩했다.마이크가 심종연의 말에 불과했다면 심종연 본인은 오랜 세월 몸을 낮추고 있던 맹수나 다름없었다.그런 맹수가 이제 우리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은 것이다.은산시의 재계는 물론 은산시 전체에 피바람이 불지도 몰랐다.주민혁의 얼굴이 이내 창백하게 굳었다. 그의 주변 공기마저 차갑게 얼어붙는 듯했다.비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대표님, 방금 경찰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심종연은 원래 성도에 있는 중형 교도소로 이송될 예정이었는데 오늘 오후 이송 도중 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호송 차량이 가로막혔고 동행하던 경찰 두 명이 부상을 입었어요. 심종연은 그 틈을 타 도주했고 현재 경찰이 전면 수색에 들어갔지만 아직 단서는 잡히지 않았습니다.”습격, 또 습격이었다.심종연의 잔당은 이미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경찰의 이송 경로까지 훤히 꿰고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그렇지 않고서야 대낮에 경찰 호송 차량을 공개적으로 습격하고 중범죄자를 빼돌리는 짓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주민혁은 그 자리에 선 채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마이크에게 숨겨둔 수가 있을 거라는 것까지는 계산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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