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Chapter 1751 - Chapter 1760

1855 Chapters

제1751화

최수빈은 송미연의 팔을 잡으며 그녀를 진정시키려 애썼다.“선배 워낙 신중한 사람이잖아. 폭격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빠져나왔을 수도 있어. 장비만 파손됐을 가능성도 있잖아.”하지만 송미연은 고개를 저었다. 끝내 참아 왔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폭격이 얼마나 갑작스러웠는지, 그 여파가 얼마나 넓었는지 송미연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관측소 안에 있던 육민성은 미처 대응할 시간조차 없었을 것이다.머릿속에는 끔찍한 장면들이 쉴 새 없이 떠올랐다. 무너져 내린 건물과 불타는 잔해,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연기까지...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자꾸만 그런 상상이 떠올랐다.아침까지만 해도 돌아올 테니 기다리라고 했던 사람, 늘 제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던 세심한 사람, 그리고 이제야 겨우 자신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고 몰래 기대해 보기 시작했던 그 사람이 정말 잘못되기라도 한 걸까.멀리서 들려오던 포성은 어느새 조금 더 가까워진 듯했다. 둔탁한 소리가 낮게 울려 퍼질 때마다 가슴까지 짓눌리는 기분이었다.연구실 안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지만 두 사람의 마음을 짓누르는 절망까지 밝힐 수는 없었다.통신기는 여전히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고 위치 추적 화면도 까맣게 꺼진 채였다.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신호였다.송미연은 의자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멍하니 앞만 바라보는 모습은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 같았다.그녀는 속으로 몇 번이고 빌었다.그가 무사히 돌아오기만 한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말이다....다음 날.날이 희미하게 밝아 올 무렵이 되어서야 멀리서 들려오던 총성과 포성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밤새 이어진 폭격과 교전은 일단 멈췄지만 북부 3번 관측소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연기가 잿빛 안개처럼 드리워져 있었다.그을린 냄새와 흙먼지 냄새, 희미한 피비린내가 차가운 바람에 뒤섞여 퍼졌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이 바짝 조여 오는 듯했다.임시 지휘소 안에서 최수빈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눈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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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2화

이런 때일수록 송미연을 혼자 둘 수 없다는 걸 최수빈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송미연은 연구실에 남아 소식만 기다리고 있을 사람도 아니었다.“좋아, 같이 가.”최수빈은 망설임 없이 외투와 간이 구급함을 챙긴 뒤 방진 마스크 두 개도 집어 들었다.“이거 써. 현장에 연기와 먼지가 심할 거야. 발밑 조심하고 무조건 수색대 뒤만 따라다녀. 절대로 시야에서 벗어나면 안 돼.”“알았어.”송미연은 외투를 집어 들어 대충 걸쳤다. 참아왔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손등으로 눈물을 얼른 훔쳐냈다.“그 사람 꼭 만나야 해. 살아 있든...”그 뒤의 말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두 사람은 서둘러 밖으로 나가 대기하고 있던 SUV에 올랐다.차는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려 북쪽으로 향했다. 폭격 지역에 가까워질수록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처참했다.길가에는 폭발에 부러진 나무와 뒤틀린 금속 잔해가 널려 있었고 깨진 돌과 건물 잔해도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멀리 보이는 땅에는 포탄이 남긴 구덩이가 빽빽했고 검붉게 그을린 흙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바람을 타고 풍겨오는 화약 냄새는 점점 짙어졌다. 숨을 쉴 때마다 머리가 아찔할 정도였다.송미연은 차창에 바짝 붙어 앞만 바라보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사정없이 움켜쥔 듯 답답했다.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숨 막히는 감각은 더욱 짙어졌다.마침내 차가 완전히 파괴된 건물들 앞에 멈춰 섰다. 바로 3번 관측소였다.한때 소규모 연구 관측소였던 곳은 이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한 폐허로 변해 있었다.드러난 철근 사이로 벽은 무너져 있었고 끊어진 바닥 구조물은 위태롭게 기울어져 있었다. 깨진 돌과 콘크리트 덩어리는 여기저기 산처럼 쌓여 있었고 검은 연기와 먼지는 여전히 천천히 위로 피어올랐다. 일부 구역에서는 아직 열기가 남아 있었고 이따금 타다 남은 잔해가 작게 타들어 가는 소리도 들렸다.지원 부대와 구조대원들은 이미 현장 곳곳에 투입돼 있었다. 사람들을 부르는 목소리와 장비가 잔해를 두드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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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3화

그때였다. 한쪽에서 구조대원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이쪽에 생존자 있습니다! 서쪽, 기울어진 바닥 구조물 아래입니다!”송미연은 온몸이 굳어졌다가 거의 본능적으로 그쪽을 향해 달려갔다. 최수빈도 곧바로 뒤를 따랐다.두껍고 무너진 바닥 구조물이 비스듬히 내려앉은 아래에는 좁고 낮은 삼각형 모양의 공간이 남아 있었다. 떨어지는 잔해와 폭발의 충격을 가까스로 막아낸 듯했다.그리고 그 좁은 공간 안에 온몸이 먼지와 피로 얼룩진 한 사람이 웅크린 채 쓰러져 있었다.육민성이었다.송미연의 숨이 턱 막혔다.그녀는 육민성이 이렇게까지 처참하고 위태로운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평소의 그는 언제나 단정했다. 옷매무새는 흐트러짐이 없었고 셔츠는 늘 반듯했으며 소매 끝이나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흐트러져 있는 법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외투는 여기저기 찢겨 있었고 옷은 연기와 먼지에 뒤덮여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팔과 이마, 뺨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난잡하게 그어져 혈흔이 번지거나 까맣게 딱지가 앉아 있었다.특히 관자놀이 쪽의 깊은 상처에서는 아직도 피가 천천히 흘러내려 눈썹을 타고 진흙과 엉켜 흐르고 있었다.육민성은 눈을 반쯤 뜬 채 의식이 흐릿한 상태였다. 호흡은 가늘고 짧았는데 가슴의 미세한 들썩임조차 보기 힘들 정도였다. 평소에는 늘 반듯하고 꼿꼿하던 그가 작은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은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그의 곁에는 항상 휴대하고 있던 채집 장비와 노트북이 있었다. 외관은 부서지고 깨져 있었지만 중요한 자료는 여전히 보호된 상태였다. 폭발이 닥친 순간, 그는 가장 먼저 임무 자료를 감싸 안았고 그다음에야 자신을 돌본 듯했다.육민성은 살아 있었다.하지만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송미연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리고 이내 참아 왔던 눈물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주저앉듯 울음을 터뜨렸다. 어깨가 격렬하게 흔들렸고 손가락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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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4화

의료진은 재빨리 육민성의 몸을 들것에 고정한 뒤 수액을 연결하고 산소를 공급했다. 간단한 지혈 처치까지 이어졌지만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모든 과정은 질서정연하게 진행됐다.최수빈과 송미연은 들것의 양옆을 지키며 의료진을 따라 구급차에 올랐다.송미연은 내내 들것 옆에 반쯤 몸을 숙인 채 앉아 있었다. 손가락으로는 차갑게 식은 육민성의 손목을 꽉 붙잡고 있었다.그는 여전히 깊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미간은 희미하게 찌푸려져 있었고 마치 극심한 고통을 견디고 있는 듯했다. 관자놀이의 상처는 응급 처치를 받은 상태였지만 붕대 위로 옅은 핏자국이 배어 나왔다.그 모습을 볼 때마다 송미연의 가슴은 사정없이 조여 왔다.온몸에는 긁힌 상처와 충격으로 생긴 멍이 곳곳에 남아 있었고 팔에는 제법 깊게 베인 상처까지 있었다.송미연은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지만 더는 울음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입술만 세게 깨물었다.자신의 울음소리가 의료진의 처치를 방해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 번이라도 감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간신히 붙들고 있던 정신마저 완전히 놓아 버릴 것 같았다.“상태가 어떤가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건가요?”송미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옆에 있던 의료진의 옷자락을 잡고 절박하게 물었다.의료진은 수액 속도를 조절하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현재로서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가벼운 뇌진탕과 다발성 연부 조직 손상이 있고요.”잠시 상태를 확인한 의료진이 말을 이었다.“충격으로 인한 장기 손상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시 의료시설로 옮겨 정밀 검사를 해야 하고 이후 내부 출혈 여부도 지켜봐야 합니다. 지금은 상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신속하게 치료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네. 알겠습니다.”송미연은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육민성을 바라보며 손끝으로 그의 뺨에 묻은 흙먼지를 가만히 털어내 주었다. 마치 조금이라도 세게 건드리면 부서져 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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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5화

송미연은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고 눈빛에는 갈등과 체념이 뒤섞여 있었다.“나도 민성 오빠 곁에 있고 싶어. 한 발짝도 안 떨어지고 그냥 이렇게 깨어날 때까지 옆에서 기다리고 싶어. 하지만 나도 내 일을 해야겠지. 오빠는 임무를 완수하려다 이렇게 된 거잖아. 우리가 여기서 포기하면 그 사람이 피 흘리며 버틴 이유가 사라져.”송미연은 누구보다 육민성의 곁을 지키고 싶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병실로 달려가 그의 손을 붙잡고 그가 눈을 뜰 때까지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싶었다.하지만 그녀 역시 이번 임무를 수행하는 연구진의 일원이었다.육민성이 목숨을 걸고 현장으로 향한 것도 이후의 소재 분석과 데이터 검증에 필요한 샘플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만약 감정에 휘둘려 일을 그르친다면 그가 폐허 속에서 견뎌내며 부상조차 참아낸 채 장비를 지켜낸 행동이 전부 물거품이 되고 만다.최수빈은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일단 옆에 있는 임시 업무 공간으로 가자. 민성 선배가 가져온 샘플 데이터랑 현장 기록부터 정리해야 해. 나는 국내 본부에 연락해서 현재 진행 상황이랑 전방 지역 상황, 그리고 선배 부상까지 전부 보고하고 지시를 요청할게.”“응.”송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얼굴에 남은 눈물을 깨끗이 닦아내고 겨우 자리에서 일어섰다.“나는 민성 오빠가 가져온 장비랑 자료부터 정리할게.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두 사람은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의료진에게 상황을 서둘러 전달한 뒤, 육민성이 목숨 바쳐 지켜낸 채집 장비와 암호화 하드디스크, 기록지들을 챙겨 의료시설 옆에 마련된 임시 업무 공간으로 향했다.방은 넓지 않았다. 간이 책상 몇 개와 암호화된 컴퓨터 몇 대가 전부였지만 당장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기에는 충분했다.송미연은 조심스럽게 손상된 채집 장비를 열어 내부의 저장 칩을 꺼냈다. 다행히 육민성이 잘 보호해 준 덕에 칩은 손상 없이 멀쩡했다. 현장에서 직접 채집해 온 항공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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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6화

“지원 인력이 우리는 민성 선배를 케어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어.”바로 그때, 응급실의 빨간불이 꺼졌다.의사가 문을 열고 나와 마스크를 벗은 뒤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송미연은 벌떡 일어나 의사 앞으로 거의 달려가다시피 하며 다급하게 물었다.“선생님, 민성 오빠는 어떻게 됐어요? 깨어났어요? 괜찮은 거예요?”“수술은 아주 잘 끝났습니다. 다행히 내부 출혈은 없었고 부상도 잘 통제됐어요.”의사가 천천히 설명했다.“다만 몸이 많이 약해진 데다가 뇌진탕까지 있어서 당분간은 더 지켜봐야 합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내일 아침쯤에는 깨어날 겁니다. 이후 안정을 취하면서 회복에만 전념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그제야 가슴을 짓누르던 걱정이 눈 녹듯 풀렸다.송미연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눈물이 또 한 번 울컥 차올랐지만 이번에는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에 흘리는 눈물이었다.최수빈 역시 길게 숨을 내쉬며 며칠 만에 처음으로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들어가 봐도 될까요?”송미연이 애타게 물었다.“네, 들어가셔도 됩니다. 하지만 휴식에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히 해 주세요.”두 사람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 뒤 조용히 병실 문을 열었다.육민성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얼굴의 흙먼지는 깨끗이 닦여 있었고 상처는 이미 처치가 완료된 상태였다. 한쪽 팔에는 수액을 맞고 있었고 산소 호흡기도 착용하고 있었지만 호흡은 고르고 안정적이었다.안색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폐허 속에서 발견됐을 때의 처참하고 위태로운 모습은 사라지고 한결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송미연은 침대 곁으로 다가가 수액을 맞지 않는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손끝으로 희미한 온기가 전해졌다.이제야 송미연은 모든 일을 내려놓고 애써 붙들고 있던 마음까지 내려놓은 채 그저 조용히 그의 곁을 지킬 수 있었다....다음 날.날이 환하게 밝아올 무렵, 육민성이 천천히 눈을 떴다.속눈썹이 가늘게 떨리더니, 감겨 있던 눈이 힘겹게 틈을 열었다. 눈부신 햇살에 육민성은 본능적으로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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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7화

육민성은 눈가가 붉어진 채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송미연을 바라보다 힘겹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목소리는 힘없이 잠겨 있었지만 안심시키려는 마음이 가득 담긴 한마디 한마디는 또렷하게 전달되었다.“나 이제 괜찮아, 울지 마.”“안 울었어요.”송미연은 무심코 흘러내린 눈물을 황급히 닦아 내며 애써 태연한 척했다.“의사 선생님이 뇌진탕에 내장 파열까지 있대요. 몸에 상처가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어요...”“정말 괜찮아.”육민성이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그녀에게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했다. 그리고 한층 더 다정한 말투로 속삭였다.“그저 좀 쑤실 뿐이야, 급소를 비껴갔으니 며칠 쉬면 금방 나아.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다 내 탓이야.”정작 죽을 고비를 넘긴 채 크게 다친 사람은 육민성이었다. 그런데 눈을 뜨자마자 아프다는 말부터 꺼내지도 않았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탓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송미연을 달래며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가슴 한쪽이 뭉클해진 송미연은 그저 조용히 목메어 울었다.“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마요. 혼자 그렇게 위험한 곳에 가지도 말고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지도 마요. 나 정말 이렇게 마음 졸이면서 기다리는 거 못 견딘단 말이에요.”“알겠어.”육민성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앞으로는 무리하지 않을게. 네 말 다 들을게. 다시는 이렇게 걱정시키지 않을게.”그는 원래부터 누군가의 앞에 서서 위험을 막아주고 사람들을 지켜주는 삶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특히 송미연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뒤로는 그저 온 힘을 다해 그녀가 안락하고 평온하게 지낼 수 있도록 보호해 주고 싶을 뿐이었다.다만 이번 임무가 워낙 상황이 특수했고 급박했기에 그로서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그리고 지금 이렇게 눈을 뜨고 자신을 지켜주고 있는 송미연을 바라보자 그는 이제야 모든 상처와 위험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은 병실에서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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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8화

“알겠어.”주민혁은 대답한 뒤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 목소리에 초조함이 짙게 깔려 있었다.“그쪽은 어떻게 된 거야? 육민성 씨 이야기 들었어. 현장에서 폭격을 맞아 중상을 입고 연락이 끊겼다가 겨우 발견됐다는데, 사실이야?”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아무리 먼 곳에 떨어져 있어도 주민혁은 육민성이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을 누구보다 먼저 전해 들었다.최수빈이 정세가 불안한 타국에서 지내고 있는 데다가 곁에 있던 동료까지 그런 위험을 겪었다는 생각에 주민혁은 내내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더는 국경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최수빈은 잠시 당황했다. 이렇게 빨리 소식을 들었을 줄은 몰랐던 터라 서둘러 그를 안심시켰다.“사실이에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요. 민성 선배는 이미 깨어났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요. 당분간 안정을 취해야 할 뿐이에요. 이곳엔 경호 인력도 있고 의료진도 대기하고 있어요. 조만간 국내에서 보낸 추가 인력도 올 테니 아주 안전해요.”“안전하다고?”주민혁의 목소리가 단번에 무거워졌다. 걱정스러운 기색이 고스란히 묻어났다.“폭격이 임무 구역까지 번졌는데 그게 안전한 거야? 나 지금 바로 그쪽으로 갈게. 너 데리고 돌아올 거야.”주민혁은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엘리아스와 심종연의 행방이 묘연해 국경의 정세도 불안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수빈이 있는 곳까지 전투에 휘말렸다는 소식에 동료까지 크게 다쳤다고 하니 주민혁은 더는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날아가 곁을 지켜 주고 싶었다.하지만 최수빈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안 돼요. 오면 안 돼요.”“왜 안 돼?”주민혁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내가 가면 적어도 너 하나는 지킬 수 있잖아. 네가 혼자 거기 있는데 내가 어떻게 편하게 잠을 자.”“나 혼자 있는 거 아니에요. 미연이도 있고 지원 인력도 있어요. 경호도 철저하고요.”최수빈은 단호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그를 설득했다.“오히려 민혁 씨가 있는 쪽이 더 위험해요. 엘리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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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9화

육민성은 침대 헤드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었다. 등 뒤에 베개 두 개를 받쳐 놓았지만 낯빛은 여전히 핏기 없이 창백했고 입술도 바짝 말라 있었다.이마의 상처를 깔끔하게 덧대놓은 거즈를 보니 방금 의료진이 다녀간 듯했다.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얕은 숨을 내쉬면서도 송미연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만큼은 온화하고 흔들림이 없었다.기척이 느껴지자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수빈아.”육민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쉬어 있었지만 막 깨어났을 때보다는 제법 힘이 실려 있었다.최수빈은 침대 곁으로 다가가 물컵을 협탁 위에 내려놓았다. 그의 상태를 빠르게 살핀 뒤, 기색이 한결 안정된 것을 확인하고서야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선배, 좀 어떠세요? 어디 불편하신 데는 없고요?”“방금 의사 선생님이 회진 다녀가셨는데 지금은 특별한 이상 없대. 안정을 취하면서 경과를 지켜보고 무리하게 움직이지만 않으면 된다고 하더라고.”“괜찮아.”육민성이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며 어깨를 조금 움직였다. 그러다 상처가 당겨졌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몸이 좀 무겁긴 한데 다른 건 괜찮아.”그러자 옆에 있던 송미연이 곧장 그의 팔을 살포시 눌러 말렸다.“움직이지 마요. 그냥 얌전히 누워 있어요. 의사 선생님이 최소 48시간은 안정을 취하고, 그다음부터 조금씩 움직이라고 했잖아요. 지금 한 번 움직일 때마다 회복만 늦어지는 거라고요.”입으로는 타박을 늘어놓으면서도 눈가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송미연은 손을 올려 그의 체온을 확인하고 수액이 제대로 들어가고 있는지도 일일이 살폈다. 그 모습이 한없이 신중하고도 긴장되어 보였다.지난밤 폐허에서 겪은 충격이 아직 다 가시지 않은 탓에 그녀는 혹여나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안절부절못하며 곁을 지키고 있었다.육민성은 그런 송미연의 모습이 조금 귀여웠는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하지만 티 내지 않으려 애쓰며 조용히 대답했다.“알았어. 미연 씨 말대로 안 움직일게.”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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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0화

말을 마치며 상체를 살짝 일으키려던 그의 낯빛이 순식간에 다시 창백해졌다.송미연이 얼른 손을 뻗어 그의 상체를 다정히 받쳐 들며 도로 침대에 눕혀 주었다.“누워 있어요. 누가 오빠더러 일 걱정하래요? 지금 오빠 임무는 치료받고 푹 자면서 기력 회복하는 것뿐이에요. 일에 관한 건 절대 손대지 마세요.”“하지만...”“어허. 가만히 있으라니까요.”송미연이 그의 말을 단호히 끊었다.“어제 오빠 하마터면 영영 못 깨어날 뻔한 거 알기나 해요? 겨우 고비 넘기자마자 일할 궁리나 하고, 진짜 목숨이 두 개라도 돼요? 데이터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실험이 당장 멈추는 것도 아니잖아요. 회의는 미루면 되지만 오빠 몸은 때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다고요.”잠시 숨을 고른 송미연은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만 고집만큼은 꺾지 않았다.“민성 오빠, 제발 말 좀 들어요. 푹 쉬란 말이에요. 일은 수빈이랑 내가 다 알아서 할게요. 차질 없이 해낼 테니까 오빠는 마음 편히 치료받는 게 오히려 이번 임무에 가장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는 방법이에요. 괜히 또 오기 부리다가 상처가 다시 벌어지거나 내장 파열이라도 생기면 그때야말로 진짜 모두한테 민폐예요.”육민성은 진지하면서도 어딘가 서운한 기색이 어린 송미연을 바라보다가 하려던 말을 삼켰다.송미연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몸 상태로는 무리해서 일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았다.하지만 중요한 임무의 한가운데에 있는 만큼 아무 걱정 없이 병상에 누워 쉬기만 하는 것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최수빈은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는 육민성을 보며 한 걸음 다가갔다.“선배,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후 업무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최수빈은 차분하게 상황을 하나씩 설명했다.“선배가 가져온 데이터는 어젯밤에 미연이가 모두 추출하고 검수한 뒤 백업까지 마쳤어요. 손상된 부분도 없고 누락된 수치도 없이 완벽합니다. 연구실에서 진행하던 단계별 결과와 전선에서 발생한 돌발 상황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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