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민성은 송미연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앞쪽 도로만 똑바로 바라봤다. 목소리에는 조금도 타협할 여지가 없었다.“애가 열이 나. 로라 혼자서는 감당이 안 돼. 지금 당장 돌아가야 해. 이혼은 나중에 해도 되지만, 아이 일은 미룰 수 없어.”너무도 가볍게 내뱉은 ‘나중에’라는 말에, 송미연이 간신히 붙들고 있던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용기를 내 그를 찾아왔고, 이 관계를 끝내겠다고 마음먹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던가.그렇게 겨우 가정법원으로 향하게 됐는데, 육민성에게 이혼은 로라와 아이의 다급한 전화 한 통보다도 뒷순위였다.송미연의 몸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온몸이 쑤시고 힘이 풀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버거웠다.창백한 얼굴로 좌석에 기대 앉은 그녀는 가쁜 숨을 겨우 내쉬며 반쯤 정신이 흐려진 상태였다.그래도 적어도 수속만큼은 먼저 끝내자고 한마디 더 해 보려 했지만, 바짝 마른 목에서는 제대로 된 말조차 나오지 않았고 희미한 숨소리만 새어 나올 뿐이었다.육민성은 곁눈질로 그런 송미연의 모습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처럼 곧바로 시선을 거뒀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집에서 울고 있을 아이와 당황한 로라뿐이었다.송미연이 아픈 것도, 힘든 것도, 기다리고 있는 것도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차는 다음 교차로에서 방향을 틀어 가정법원과 정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갔다.송미연은 차창에 머리를 기댔다. 틈새로 스며든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머리가 더 무겁게 가라앉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몸을 작게 웅크린 채 차갑게 식은 팔을 감싸 안았다. 하지만 몸이 아픈 것보다 가슴속에서 번지는 서늘함이 훨씬 더 견디기 힘들었다.한때는 사랑이 식더라도,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정 정도는 남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함께 수많은 일을 겪어 온 만큼 마지막까지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킬 줄 알았었다.하지만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마음이 떠나고 나면 쌓아 온 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고, 마지막 예의조차 너무도 쉽게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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