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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5화

Author: 금붕어
육민성은 송미연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앞쪽 도로만 똑바로 바라봤다. 목소리에는 조금도 타협할 여지가 없었다.

“애가 열이 나. 로라 혼자서는 감당이 안 돼. 지금 당장 돌아가야 해. 이혼은 나중에 해도 되지만, 아이 일은 미룰 수 없어.”

너무도 가볍게 내뱉은 ‘나중에’라는 말에, 송미연이 간신히 붙들고 있던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용기를 내 그를 찾아왔고, 이 관계를 끝내겠다고 마음먹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렇게 겨우 가정법원으로 향하게 됐는데, 육민성에게 이혼은 로라와 아이의 다급한 전화 한 통보다도 뒷순위였다.

송미연의 몸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온몸이 쑤시고 힘이 풀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버거웠다.

창백한 얼굴로 좌석에 기대 앉은 그녀는 가쁜 숨을 겨우 내쉬며 반쯤 정신이 흐려진 상태였다.

그래도 적어도 수속만큼은 먼저 끝내자고 한마디 더 해 보려 했지만, 바짝 마른 목에서는 제대로 된 말조차 나오지 않았고 희미한 숨소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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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838화

    송미연은 더 이상 따져 묻지도, 캐묻지도 않은 채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그 모습에 로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더는 아무 말 없이 육민성의 팔짱을 낀 채 연회장 쪽으로 몸을 돌렸다.두 사람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나란히 멀어지며 단 한 번도 송미연을 뒤돌아보지 않았고 길고 좁은 복도에는 오직 송미연 혼자만이 덩그러니 남겨졌다.등 뒤 화장실에서 새어 나오는 서늘한 불빛에 그녀의 그림자는 유난히 초라하고 외로워 보였다.송미연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콧속의 답답함은 점점 더 심해졌고 온몸은 여전히 쑤시고 피로했다.이번 리셉션에서 어떻게든 이혼을 매듭지으려 했던 그녀에게 돌아온 건 지독한 무시와 성의 없는 대답뿐이었다.송미연은 휴대폰을 꺼내 육민성 비서의 연락처를 찾았지만, 통화 버튼 위에서 맴돌던 손끝은 끝내 허공에서 거두어졌다.문득 더 이상 이렇게 먼저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할 만큼 노력했고, 할 말도 다 했다. 남은 절차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면 그만이었다.설령 이혼 숙려기간이 지나 다시 처음부터 신청해야 한다 해도, 그의 앞에서 매번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았다.송미연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허리를 꼿꼿이 편 채 호텔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연회장은 여전히 환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더는 그녀가 그곳에 머물러야 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리셉션 날 그렇게 냉대를 받은 이후로 송미연의 마음속에는 줄곧 커다란 돌덩이가 얹혀 있는 것만 같았다.육민성의 회피, 비서를 찾으라던 로라의 가벼운 한마디, 그리고 수없이 애썼음에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이혼 절차까지.그 모든 상황은 상대방의 자발적인 협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허황된 일이라는 현실을 그녀에게 뼈저리게 일깨워주었다.이대로 시간만 흘려보내다가는 끝없이 지체될 뿐이고, 결국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으며 이 애매모호한 관계에 계속 발목이 잡힐 게 뻔했다.답답함에 더는 버티지 못한 송미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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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민성은 송미연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앞쪽 도로만 똑바로 바라봤다. 목소리에는 조금도 타협할 여지가 없었다.“애가 열이 나. 로라 혼자서는 감당이 안 돼. 지금 당장 돌아가야 해. 이혼은 나중에 해도 되지만, 아이 일은 미룰 수 없어.”너무도 가볍게 내뱉은 ‘나중에’라는 말에, 송미연이 간신히 붙들고 있던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용기를 내 그를 찾아왔고, 이 관계를 끝내겠다고 마음먹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던가.그렇게 겨우 가정법원으로 향하게 됐는데, 육민성에게 이혼은 로라와 아이의 다급한 전화 한 통보다도 뒷순위였다.송미연의 몸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온몸이 쑤시고 힘이 풀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버거웠다.창백한 얼굴로 좌석에 기대 앉은 그녀는 가쁜 숨을 겨우 내쉬며 반쯤 정신이 흐려진 상태였다.그래도 적어도 수속만큼은 먼저 끝내자고 한마디 더 해 보려 했지만, 바짝 마른 목에서는 제대로 된 말조차 나오지 않았고 희미한 숨소리만 새어 나올 뿐이었다.육민성은 곁눈질로 그런 송미연의 모습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처럼 곧바로 시선을 거뒀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집에서 울고 있을 아이와 당황한 로라뿐이었다.송미연이 아픈 것도, 힘든 것도, 기다리고 있는 것도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차는 다음 교차로에서 방향을 틀어 가정법원과 정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갔다.송미연은 차창에 머리를 기댔다. 틈새로 스며든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머리가 더 무겁게 가라앉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몸을 작게 웅크린 채 차갑게 식은 팔을 감싸 안았다. 하지만 몸이 아픈 것보다 가슴속에서 번지는 서늘함이 훨씬 더 견디기 힘들었다.한때는 사랑이 식더라도,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정 정도는 남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함께 수많은 일을 겪어 온 만큼 마지막까지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킬 줄 알았었다.하지만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마음이 떠나고 나면 쌓아 온 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고, 마지막 예의조차 너무도 쉽게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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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상 위에 놓인 차가운 서류를 바라보자 송미연의 마음 한구석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마지막 기대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이제야 똑똑히 알 것 같았다.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잘못 본 건 자신이었다. 잠시 기댈 곳이 되어 준 사람을 평생 함께할 사람이라고 착각한 것이었다.송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기사 부를 필요 없어요. 내가 직접 운전해서 갈 거니까. 지금 출발하죠. 오늘 한 번에 다 끝내요.”이에 육민성은 바로 외투를 집어 들었다. 위로도,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그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같이 가면 되잖아. 굳이 따로 운전할 필요 없어. 그게 더 편해.”“...”절차를 정리한 두 사람은 앞뒤로 천공연구원 건물을 나섰다.육민성이 운전석에 앉았고, 송미연은 말없이 조수석 문을 열고 몸을 숙여 차에 올라탔다.차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았다.송미연은 좌석에 등을 기댄 채 고개를 살짝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며칠째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데다 마음고생까지 심했고, 며칠 전에는 비를 맞고 찬바람까지 쐰 탓에 가벼운 감기 기운도 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혼을 완전히 끝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쯤은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그러다 차 안이 조용해지자 참아 왔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머리는 무겁고 관자놀이는 지끈거렸으며 막힌 코 때문에 숨쉬기도 답답했고 목은 바짝 마른 채 따끔거렸다.점점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송미연은 아무리 육민성이 냉정해도 적어도 먼저 이혼 수속부터 마친 뒤, 다른 일을 보러 갈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이혼하기로 한 건 이미 정해진 일이었고 두 사람이 함께 내린 결정이었으니 말이다.육민성은 정면만 바라본 채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다. 굳은 표정과 차가운 분위기 때문에 쉽게 말을 붙이기조차 어려워 보였다.그리고 송미연은 가끔 곁눈질로 그의 굳은 옆모습을 바라봤다. 마음속은 이미 아무것도 남지 않은 황무지처럼 메말라 있었다.숨 막히는 침묵이 십여 분쯤 이어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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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계약 결혼을 시작했을 때, 오빠는 집안의 결혼 압박을 피하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위장일 뿐이라고 했죠. 난 그 말을 믿었어요. 해외에 나가서는 함께 포격을 견디고, 내부 배신자를 찾아다녔죠. 오빠가 다쳤을 때는 내가 밤낮으로 병상을 지켰고, 우리 집안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을 때 오빠가 먼저 나서서 이혼하지 않겠다고도 했고요. 그때 있었던 일들까지 전부 거짓은 아니었잖아요?”송미연의 말이 점점 빨라졌다. 눈가는 어느새 붉게 물들었고 목소리도 확연하게 떨렸다.“난 가짜 결혼도 언젠가는 진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서로 의지했던 마음만큼은 진심이라고 믿었고요. 그런데 결국 나 혼자 착각했던 거네요. 그렇죠?”육민성은 손끝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한동안 말이 없다가, 몇 초가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임무 중 서로 도운 건 책임 때문이었어. 그건 부정한 적 없어. 하지만 임무가 끝났으면 우리 관계도 처음 약속했던 대로 돌아가는 게 맞아.”“책임?”허탈한 웃음을 흘리는 송미연의 눈가에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그럼 로라 씨랑 그 아이는 뭔데요?”“해외 레스토랑에서 갑자기 나타났을 때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딱 잡아떼더니, 돌아서서는 우리가 살던 신혼집에 그 여자를 들였잖아요. 나랑 이혼도 하기 전에 회사 사람들이 그 여자를 사모님이라고 부르게 내버려 뒀고요. 그것도 책임이라 할 수 있어요?”“로라와 아이는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야. 내가 출국하기 전부터 이어져 있던 관계고.”육민성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그때 말하지 않은 건 괜히 임무에 차질을 빚고 팀 전체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야.”“그래서 나한테만 숨겼다는 거예요? 결국 나만 희생양이 됐고?”송미연의 가슴이 거칠게 들썩였다.“내 앞에서는 다정한 남편인 척해 놓고, 뒤에서는 이미 자기 가족이 따로 있었던 거잖아요. 그러다 임무가 끝나니까 기다렸다는 듯 날 밀어냈고, 로라 씨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도발하든 내버려 뒀죠. 심지어 천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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