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민성이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건 물론이고,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구는 모습을 보자 최수빈의 마음은 점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처음에는 그가 그저 잠깐 새로운 자극에 눈이 멀었을 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아니면 남들 앞에서 일부러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걸 수도 있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지금, 이토록 냉담한 육민성의 얼굴을 마주하고 나니 이제야 확실히 알 것 같았다.그는 처음부터 송미연을 아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아니, 최소한의 존중을 해 줘야 할 사람으로조차 여기지 않았다.육민성에게 송미연은 그저 집안에서 정해 준 장식품에 불과했다. 어른들 눈을 속이기 위한 수단이자, 필요할 때는 얼마든지 외면하고 체면을 짓밟아도 되는 존재일 뿐이었다.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가슴 안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른 뒤, 이곳까지 찾아온 진짜 이유를 꺼냈다.“선배, 내가 오늘 선배를 찾아온 건 단순히 미연이 편을 들어 주려고 온 게 아니에요.”그녀가 고개를 들더니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육민성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우리 동업 관계에 대해 얘기하러 왔어요.”그제야 표정에 미세한 변화가 스치며 육민성이 고개를 들었다.“무슨 뜻이지?”“말 그대로예요.”최수빈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이미 결심을 굳힌 사람 특유의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천공연구원 산하에서 우리가 함께 맡고 있는 사업은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자원 연계, 이후 운영까지 내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 자금과 인맥을 쏟아부은 일이에요. 나한테 이 회사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었어요. 선배라는 사람을 믿었기 때문에, 선배와 계속 함께 일해도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아니에요.”육민성의 표정이 완전히 싸늘해졌다.“최수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있어? 미연 씨 때문에 사업까지 감정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거야?”“감정적으로 구는 게 아니에요.”최수빈은 고개를 저었다. 눈빛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이건 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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