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Chapter 21 - Chapter 30

100 Chapters

제21화

만약 엄마가 돌아오면 한결 편해질 것이다.“주시후.” 최수빈은 아이를 바라보며 깊은 숨을 쉬었다.“일 있으면 네 새엄마 찾아가.”주시후는 흐릿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어차피 엄마가 이미 돌아왔으니 말만 이렇게 할 뿐 내일은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아이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바로 뒤돌아 자러 갔다.최수빈은 깊게 숨을 쉬었다.서재와 침실 안에도 주민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오늘 밤엔 아마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데 그녀는 바보처럼 돌아와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주민혁이 그녀에게 한 약속은 지키는 법이 없었다.시선을 바닥으로 내린 최수빈은 몸과 마음이 극도로 지친 상태였다.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가 집을 나서려는데 갑자기 마당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주민혁이 돌아왔다.별장의 문이 열리며 주민혁이 들어와 현관 근처에 차 키를 던져놓았다.정장 재킷을 벗은 그가 집으로 들어와 느긋하게 최수빈을 돌아보았다.“지금 온 거야?”주위에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며 말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차가웠다.“네, 할 얘기가 있어요.”주민혁은 재킷을 소파에 던져놓고 계단을 올라갔다. “잠시만 기다려. 국제회의가 있어.”그는 최수빈 곁을 지나치며 자리에 멈춰 섰다.“내가 나오기 전까지 방해하지 마.”가까이 다가오니 최수빈은 그에게서 나는 여자 향수 냄새를 분명히 맡을 수 있었다.이것은 박하린의 냄새였다.그의 셔츠와 넥타이도 마치 누군가 잡아당긴 것처럼 느슨하게 풀어져 있었다.최수빈이 그의 셔츠 옷깃을 응시하니 눈에 띄는 빨간 입술 자국이 특히나 거슬렸다.그는 들켜도 겁날 게 없다는 듯 당당하게 그녀 앞에 서 있었다.어차피 그녀가 알아도 친구라고 둘러대면 그만이니까.최수빈은 마음속으로 비웃으며 시선을 거두었다. “얼마나 걸려요?”남자는 대답 대신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서 서재 문을 닫았다.그녀는 자리에 서서 서재의 닫힌 문을 바라보며 손을 말아쥐었다.옆에 누가 있든 없든 주민혁은 그녀를 사람으로도 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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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신호음이 오랫동안 울리다가 마침내 상대가 받았다. “언니, 무슨 일이에요?”박하린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왔지만 최수빈은 그녀가 전화를 받은 것에 놀라지 않았다. “주민혁 씨는요?”“민혁 오빠 지금 전화 못 받아요. 할 말 있으면 저한테 말해요. 제가 나중에 대신 전해줄게요.”박하린이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나한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최수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시간 되면 전화하라고 해요.”“알겠어요.”박하린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전할게요.”전화를 끊은 후 최수빈의 마음속은 마치 솜으로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지난 생에 그녀는 가정에만 집중하느라 주민혁 주변의 여자들에게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로 그저 그녀에게 감정이 없을 뿐이며 그가 외도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난밤부터 지금까지의 일로 그녀는 모든 걸 알 것 같았다.그녀가 남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게 아니라 그의 마음이 진작 다른 곳에 있었다.그녀가 뒤돌아 가려는데 주시후가 졸린 눈으로 위층에서 내려왔다. “엄마, 제 아침 식사는 준비되었나요? 안 했으면 빨리 해요. 이러다 늦겠어요.”식탁 앞으로 걸어가 장수미가 준비한 음식을 본 아이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어젯밤에 분명히 말했는데 왜 안 했어요?”주시후는 최수빈을 바라보며 따졌다.아이는 화가 났다. 어젯밤에 엄마에게 분명히 말했고 잠들 때부터 기대했더니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아빠가 집안일 하면서 날 챙기라고 매달 돈을 그렇게 많이 주는데 아빠 돈 받고 일은 안 해요? 그러면 아빠한테 돈 주지 말라고 할 거예요. 그럼 어디서 돈 구할 수 있는지 두고 보죠.”최수빈은 기가 막혔다.이 집을 위해 수년간 힘들게 일해왔는데 아이의 눈에는 그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그녀는 비웃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주시후를 바라보았다.“말했지, 나는 더 이상 네 엄마가 아니라고.”또다시 반복되는 말에 주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 말은 이미 수없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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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최수빈은 잠시 멈칫했다. “네.”주민혁은 당연히 학부모회에 참석할 시간이 없을 테고 그녀도 갈지 말지 불필요하게 묻지 않을 것이다....학부모회의 당일 최수빈은 일찍부터 준비를 마치고 어린이집에 도착했다.어린이집에는 부모들이 모두 나란히 참석해 있었다.주예린은 엄마가 온 걸 보고 기쁨에 겨워 달려 나가 그녀를 안았다. “엄마.”최수빈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주예린이 최수빈의 뒤를 바라보았지만 아빠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최수빈도 딸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몸을 굽혀 말했다. “엄마 혼자 학부모회에 왔는데 괜찮아?”“그럼요.”주예린은 시선을 거두고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온 것만으로도 이미 좋아요. 어젯밤에 집에서 투구 연습도 했으니까 오늘 꼭 1등 할 거예요.”주예린의 앳된 목소리가 달콤하게 들렸다.“그래, 엄마랑 같이 1등 하자.”주시후는 옆에 앉아 주예린과 엄마의 다정한 모습을 보며 표정이 일그러졌다.선생님은 최수빈이 혼자 온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이 아빠는 안 오셨나요?”“바빠서요.”선생님은 잠시 후 진행될 부모 자녀 활동을 소개했다.“만약 아이 아빠가 오지 않으면 인원이 부족해서 참여할 수가 없어요.”최수빈은 시선을 내려 주예린을 바라보았다.놀기 좋아하는 아이는 활동을 매우 기대하고 있는데 참여하지 못한다면 매우 실망할 거다.최수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연락해 볼게요.”...주예린은 엄마가 전화를 걸러 가는 것을 보고 얌전하게 자신의 자리에 앉아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아이는 어린이집의 문을 응시했다.그때 아빠와 박하린이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아이는 놀라서 잠시 멈칫하다가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주시후는 어느새 박하린의 품에 안겨 있었다.“하린 이모, 아빠, 학부모회에 참여하러 온 거예요?”“그럼.”박하린은 주시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부모 자녀 활동이 있다면서, 내가 이길 수 있게 도와줄게.”“좋아요. 이모가 있으면 꼭 1등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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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주민혁은 눈에 띄지 않게 멈칫했다.이토록 눈에 띄게 차가운 그녀의 눈빛은 처음이었다.예전에는 늘 그의 앞에서 밝고 열정적인 모습만 보여주던 여자가 요즘에는 싸늘한 태도로 성질을 부리니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남매가 좀 싸울 수도 있지.”주민혁은 주예린을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 “괜찮아?”최수빈은 차가운 표정으로 주예린을 품에 안았다.“둘은 이제 남매 아니에요.”“최수빈.”주민혁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도대체 무슨 심술을 부리는 거야?”최수빈은 콧방귀를 뀌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얼마나 관심이 없으면 지금 그녀가 심술을 부린다고 생각하는 걸까.“주민혁 씨, 오늘 누구 학부모회에 참석하러 왔어요?”남자가 덤덤하게 말했다.“그게 중요해?”“중요하진 않죠.”최수빈은 주예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나랑 예린이는 이제 그쪽과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까.”선생님께는 올 시간이 없다면서 박하린과 함께 주시후의 학부모 회의에 참석했다.최수빈은 이 상황이 우습게만 느껴졌다.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주예린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엄마가 전에 너한테 뭐라고 했지? 괴롭힘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최수빈은 처음으로 주예린을 엄한 목소리로 다그쳤다.주예린은 입술을 깨물며 작은 손으로 옷자락을 힘껏 움켜쥐었다.몇 년 동안 주씨 가문에서 지내면서 아이는 참는 데 익숙해졌다. 뭘 하든 오빠와 경쟁할 수 없다는 걸 일찌감치 알았으니까.다들 오빠만 편애했기에 지금 이런 성격이 된 것이었다.남들에게 미움을 받을까 두려워 늘 조심스럽게, 순종적으로 살았다.어린아이는 자신이 오빠보다 못해서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엄마의 엄한 추궁에 아이는 이를 악물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주시후 앞으로 걸어가 앳된 목소리로 흐느끼며 말했다.“나, 나는 울보가 아니야. 계속 괴롭힘을 당하고만 있지도 않을 거야.”아이는 손을 들어 주시후를 힘차게 밀어냈다.주시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주예린이 무슨 배짱으로 정말 자기를 밀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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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그럼 주 대표님과 박하린 씨가 아들 교육 똑바로 해야겠어요. 또다시 예린이한테 손대면 학교에 징계 처분 요구할 거예요.”그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명문 학교로 이곳 아이들 전부 재벌가 자식들이었다.“만약 주시후가 악랄한 행동을 계속 이어간다면 다른 학부모들도 위험한 존재로 인식해 자기 아이 안전을 걱정할 거예요. 그런 아이는 학교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본인들이 더 잘 알겠죠.”최수빈은 차갑게 말한 후 주예린을 데리고 돌아섰다.주민혁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가운 표정만 지었고 박하린은 그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여자란 참 성가신 존재야. 작은 일도 마음속에 담아두고 계속 얘기하잖아. 내가 오빠 아내한테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다른 남자들처럼 여자 때문에 친구 버릴 건 아니지?”주민혁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신경 쓰지 마.”...학부모회가 시작되고 다들 운동장에 앉아있는 가운데 바로 앞 단상에는 온갖 대회에 필요한 물품들과 대형 스크린이 있었다.선생님이 단상에 올랐다.“오늘 여러분을 학부모 회의에 초대한 이유는 지역에서 수학 경시 대회를 준비하는데 우리 학교에서 한 반을 추첨해 경연에 참여시킨다고 해요. 그래서 미리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 알리지 않았어요. 1등에게는 특별한 상금이 준비되어 있어요. 뽑힌 달님반 어린이들은 모두 준비를 마치고 10분 뒤에 단상 위로 올라와 주세요.”주예린과 주시후 모두 달님반이었고 주시후는 오늘 대회가 있을 줄 몰랐다.최근 박하린과 놀기 바빠서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지만 달님반에서 늘 1등이었기에 갑작스러운 경시 대회에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아빠, 엄마, 봐요. 제가 무대 올라가서 깜짝 놀랄만한 상을 타올게요.”이런 수학 경시대회에는 여러 번 참가해 매번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에 자신감이 넘쳤다.주씨 가문의 장자로 자랐기에 모든 과목에서 우수해야 했다.박하린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틀 전에 내가 빨리 계산하는 방법 알려줬잖아. 그걸 쓰면 빠르고 정확할 거야.”주시후는 힘차게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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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주예린은 마치 새로운 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진지하게 들었고 고개를 든 최수빈이 아이를 바라보았다.“잘 기억했어?”주예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앳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 기억한 것 같아요.”...경기가 시작되고 주예린과 주시후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최수빈은 무대 아래에 앉아 주예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녀가 말해준 내용을 아이가 어디까지 받아들였을까.하지만 최수빈은 아이가 모든 것을 완전히 이해하길 기대하지 않았다.그녀가 설명한 원리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일이기에 단상에서 그걸 적극 활용할 거란 기대는 품지 않았다.아직은 고작 네살짜리 어린아이니까.첫 번째 라운드 경기는 빠른 질문과 답변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었다.선생님이 문제를 내고 주예린은 라운드마다 가장 먼저 일어나 답을 말했다.주시후는 몇 번의 기회만 잡았고 심지어 몇 번은 일어나서도 머릿속에서 답을 계산해 내지 못했다.아이는 다소 화가 났다.며칠 동안 실컷 노느라 복습은 아예 뒷전이었다.주예린이 계속해서 먼저 답을 말하자 더욱 불만이 가득했다.첫 번째 라운드 경기는 총 20문제로 구성되었는데 주예린 혼자서 16문제에 답했고 정확률은 100%였다.첫 번째 라운드에서 주예린이 압도적으로 승리하자 아이는 기쁨에 차서 뛰쳐나갔다.엄마가 가르쳐준 산수 방법이 정말 유용해 이전에 무작정 계산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답을 얻었다.주시후가 네 번이나 억지로 일어나 대답하지만 않았어도 전부 맞힐 수 있었을 거다.박하린은 무대 아래에서 미간을 찌푸렸다.“시후는 늘 성적이 좋았잖아. 이렇게 간단한 문제도 틀리다니, 긴장한 건 아닐까?”주민혁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긴장하는 것도 당연하지. 시후는 늘 예린이보다 뛰어났어.”그 말은 만약 주시후가 오늘 긴장하지 않았다면 주예린보다 더욱 대단했을 거란 뜻이었다.“맞아. 시후는 과외 수업도 많이 듣잖아. 시험지나 숙제도 다 잘하던걸.”두 번째 라운드는 필기시험이었는데 누가 가장 빨리 시험지를 푸는지 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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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선생님은 성적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수학 경시대회 1등은 주예린입니다!”최수빈의 얼굴에 안도하는 미소가 떠올랐고 주예린은 기쁨에 차서 뛰쳐나갈 뻔했다,“무슨 뜻이에요?” 박하린이 얼굴을 찌푸리며 선생님을 바라보았다.“이번 대회 최고 점수는 주시후가 아니었나요?”선생님은 미소를 지었다.“방금 시험지를 나눠준 선생님이 실수하셨어요. 주시후는 확실히 어린이집 수학 경시대회 1등이지만 주예린 학생이 받은 건 초등학교 1학년 수학 시험지예요. 백점을 맞았기 때문에 당연히 1등이죠.”주시후의 얼굴이 매우 어두워졌다.‘그럴 리가? 주예린이 어떻게 1학년 시험지를 풀어?’“분명 부정행위를 했을 거예요!” 주시후가 주예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쟤가 이런 성적을 받을 리가 없어요!”주예린이 일어나서 말했다. “저는 절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어요. 모두 제가 직접 풀었고 방금 엄마가 가르쳐주셨어요!”최수빈도 다소 놀랐다. 그저 한 번 가르쳤을 뿐인데 단번에 장악하고 활용할 줄이야.주시후는 굴하지 않았다.“못 믿어. 네가 어떤 수준인지 내가 몰라?”부정행위를 하지 않고는 저런 성적을 받을 수가 없었다.“1등은 주시후야.”갑자기 학교 정문에서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장손이 바로 1등이야!”진서령은 차가운 표정으로 들어왔다.주시후는 할머니가 오자 즉시 할머니 품으로 달려갔다. “할머니, 저 사람들이 저를 괴롭혀요!”진서령은 주시후를 단번에 안아 올리며 한결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너는 주씨 가문의 후계자야.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해.”진서령은 최수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씨 가문의 아이를 잘 키우라고 했더니...”그녀는 주예린을 차갑게 쳐다보며 최수빈을 다그쳤다.“남들 보는 앞에서 오빠를 밀치는 막돼먹은 아이를 키웠어?”집사로부터 주예린이 주시후를 밀었다는 말을 듣고 그녀는 즉시 현장에 달려왔다.그런데 지금 주시후의 1등까지 가로채려 들다니.“시후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책임질 수 있어?”진서령은 주시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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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그녀는 차갑게 입술을 비틀며 옆에 있는 주민혁을 바라보았다.“홍보팀에서 알아서 처리해.”최수빈이 주민혁을 돌아보자 남자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꺼내 비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방송국 사람들도 주씨 가문의 신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마 그들과 맞설 수 없어 재빨리 생중계를 중단했다.하지만 진서령의 말을 예측할 수 없었던 그들은 그녀가 말을 마친 후에야 생중계를 중단했고 이미 방영된 장면이 계속해서 퍼지며 사태가 불거졌다.하지만 주상 그룹이 어떤 존재던가. 이런 작은 일 정도는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해결할 수 있었다.최수빈은 조롱하듯 입꼬리를 비틀었다.이게 주민혁이다. 옳고 틀린 걸 떠나 주예린과 그녀의 감정 따위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생방송으로 나가도 그저 가정 내 다툼일 뿐이야.”진서령의 말은 분명했다.자본과 권력 앞에서 최수빈은 결코 우위를 점할 수 없었다.진서령은 선생님을 바라보며 말했다. “1등은 주시후라고 한 내 말에 불만이라도 있나?”선생님은 성가신 여사님 앞에서 입술을 달싹였다.“성적으로 따지면 주예린 학생이 1등 맞아요. 첫 번째 라운드의 퀴즈에서도 예린이가 1등이었어요.”진서령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두 번째 라운드 1등은?”“그건...”최수빈은 시선을 들어 진서령을 차분히 바라보았다.“여사님께서 주시후도 1학년 시험지를 풀 수 있다고 말했으니 10분 동안 시험지 한 장 풀어보라고 하죠. 똑같이 100점을 맞는다면 예린이와 공동 1등이 되는 거죠. 못 풀어도 괜찮아요. 예린이가 양보해서 허울뿐인 1등 자리 넘겨주면 그만이죠. 주시후가 그렇게 원한다면야.”어쨌든 실력은 드러났고 아무리 대단한 권력도 평생 막무가내인 아이를 지켜줄 수는 없었다.그때 주예린이 나서서 말했다.“오빠가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양보할게요. 어차피 양보하는 게 처음도 아니고.”주시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누가 양보하래?”진서령이 굳어진 얼굴로 주민혁을 돌아보았다.“민혁아, 잘난 네 아내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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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주예린의 앳된 목소리가 단호하게 울려 퍼졌다.진서령은 당황하며 곧바로 최수빈을 바라보았다.“네 딸 야심 하나는 대단하구나. 나중에 주씨 가문을 넘겨줘도 정말 그걸 지킬 수 있을까? 최수빈, 잘 생각해 봐. 돈도 능력도 없는 네가 주예린을 어떻게 키울 수 있겠어? 아이는 너와 함께 있으면 고통만 겪을 거야. 주씨 가문이 제자리에서 너를 10년 동안 기다려도 너는 주씨 가문과 동등해질 수 없어.”주예린은 아직 어려서 철이 없었다. 아이는 본인 노력만으로는 절대 위로 올라갈 수 없는 계급의 존재를 몰랐다.한 세대가 노력한다고 대대로 지켜온 가문을 상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최수빈이 입꼬리를 올렸다.“수준 높은 교육이라는 게 이런 식으로 사람 무시하는 법이나 가르쳐주는 건가요? 제가 아무리 밑바닥을 굴러도 주씨 가문에는 한 푼도 구걸하지 않을 거예요.”주민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최수빈을 훑어보며 그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남자가 주위에 무겁고 싸늘한 기운을 풍기는 걸 봐선 화가 난 게 분명했다.박하린이 다가와 말리기 시작했다.“민혁 오빠, 언니가 홧김에 아무 말이나 한 거야. 화 풀리면 당연히 돌아오겠지. 가족끼리 풀지 못할 게 뭐가 있어?”그러면서 최수빈을 돌아보았다.“언니, 오빠가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요. 내가 혼내줄게요. 정 안 되면 내가 화 풀릴 수 있게 주먹으로 때려줄까요?”최수빈은 박하린을 보기만 해도 역겨워 비아냥거리며 조롱했다.“어떻게 때릴 건데요? 침대에 가서 때려요?”“언니.”박하린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나한테 불만이 있으면 얘기해요. 왜 나랑 민혁 오빠 사이 우정을 모욕해요? 민혁 오빠가 발가벗고 있어도 난 아무런 감정이 안 들어요.”“그래요? 주시후 어머니.”최수빈이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아들이 그쪽을 엄마라고 부르는 데도 단지 친구 사이에요?”“뭐?”놀란 진서령이 주시후를 바라보았다.“네가 박하린을 엄마라고 했어?”“이모,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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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최수빈은 웃음이 났다.맞다. 그녀는 다 알고 있었다.다 안다고 번번이 박하린 모자에게 양보해야 하는 건가?“본인이 벌인 난장판은 알아서 수습해요.”최수빈은 주예린의 손을 잡고 돌아서서 떠나려고 했다.방금 육민성이 메시지를 보내 연구소에 긴급회의가 생겨서 오지 못한다고 했다. 같이 일하는 후배를 보내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괜히 신세 지기 싫어서 거절했다.그를 불러 행사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지금 보니 남은 행사는 이어가지 못할 것 같았다.그러니 그녀도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며 그들과 얽힐 이유가 없었다.걸음을 내딛기 무섭게 문 앞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최수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앞장선 사람을 바라보았다.학교 위원회 관계자들이 왔다.교사들은 그들을 보고 급히 달려가 맞이했다. “교장선생님...”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선생님들은 마음이 불안해졌고 교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학교의 규율과 규정이 언제부터 권력이 있다고 마음대로 어길 수 있는 게 됐죠? 방금 교육청 청장님이 직접 연락했어요.”교사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 저희는 여사님의 행동에 동의한 적이 없어요.”“그게 맞죠.”교장은 진서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학교는 권력으로 사람을 억압하는 학교가 아닙니다. 주시후 학생이 공개적으로 주예린 학생이 부정행위를 했다고 모함했으니 경고 처분을 내릴 겁니다. 또한 또다시 이런 괴롭힘이 발생하면 그땐 즉시 퇴학 조처를 내릴 겁니다.”진서령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우리 손자는 그런 적이 없어요. 남매가 다툰 걸로 학교 관계자들까지 간섭하나요?”“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어 몇 날 며칠 떠들기 전까지는 사과하지 않겠다는 건가요? 권력이 모든 것을 대표하진 않습니다.”진서령은 당황했다.그녀는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저 잠깐 여론이 시끄러워지는 것이며 설령 정말로 검색어에 올라도 몇몇 연예인을 동원해서 덮으면 될 일이었다.“이건 학교 문제죠. 1등은 내 손녀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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