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를 내려다보던 최수빈은 냉소를 지었다.‘박하린을 지극히도 아끼네. 나 때문에 다쳐서 억울한가 봐?’주민혁이 문자를 보내오지 않았다면, 최수빈은 연락처에 그가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을 뻔했다.최수빈은 답장하지 않고 문자를 삭제한 뒤 주민혁의 번호를 차단했다.그가 이혼 서류에 서명을 거부하는 이상, 그의 전화나 문자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보지 않으면 마음도 편할 거로 생각한 최수빈은 이제 주민혁의 존재를 잊고 살고 싶었다.주예린을 집에 데려다준 후, 최수빈은 육민성과 함께 권성우를 만났다.권성우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였는데 일반적으로 이혼 소송 같은 민사 사건은 맡지 않았지만, 육민성의 소개로 이번 일을 도와주기로 했다.그들은 조용한 한식집에서 만나기로 했고 최수빈이 도착했을 때, 권성우는 이미 와 있었다.“권 변호사님, 늦어서 죄송해요.”권성우는 최수빈을 보더니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일어서서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권성우입니다.”그는 품위 있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악수를 나눈 뒤, 권성우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그는 역시 소문대로 실력이 뛰어났고 몇 마디 안 되는 말로 핵심을 짚어냈다.“이 일은 제게 맡기세요.”그의 차분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미뤄볼 때, 이 사건은 그에게 아무런 긴장감도 주지 않는 평범한 소송인 듯했다.최수빈은 처음엔 그의 태연한 태도가 불안하게 느껴졌지만, 점차 권성우한테 믿음이 생기면서 마음이 놓였다.“제가 협조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 주세요.”“네.”권성우의 온화한 미소 뒤에는 차가운 경계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마치 모든 사람한테 보이지 않는 장벽을 쌓고 있는 듯했다.권성우는 붕대를 감고 있는 최수빈의 손목을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남편분이 혹시 폭행도 했나요?”아까부터 하고 싶었던 질문이었지만, 최수빈이 언급하지 않아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문제였다.최수빈은 잠시 망설이다 손을 움츠리며 말했다.“아뇨, 이건 우연히 다친 거예요.”권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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