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Chapter 441 - Chapter 450

604 Chapters

제441화

“그럼 손에 쥔 지분을 한 푼도 안 남기고 전부 수빈이한테 준다면요?”“우리가 그렇게 요구하고 또 그렇게 한다면 주민혁은 박하린을 위해서 조건을 받아들일지도 몰라요.”“도대체 저런 상간녀를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건지. 이렇게까지 움직일 가치가 있나 몰라.”이것은 현 상황에서 주민혁에게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어떻게든 최수빈이 고소를 취하하도록 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박하린의 명성에 오점이 남을 것이다.자칫했다가는 박하린이 업계에 다시 발붙일 수 없게 될지도 몰랐다.주민혁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녀를 지켜야만 했다.육민성은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렇게 한다고 해도 완전히 안전한 건 아니야.”최수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녀의 생각도 육민성과 같았다.“그 말이 맞아요. 주민혁이 정말 이렇게 쉽게 회사를 나한테 넘겨주지는 않을 거예요.”주민혁은 늘 두뇌 회전이 뛰어나고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그는 절대적인 이익 앞에서 언제나 깊은 함정을 파 두는 성격이었다.특히 신세계 그룹처럼 대규모의 회사라면 더욱 그랬다.송미연은 눈살을 찌푸렸다.“둘 사람은 또 무슨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내 말 틀렸어요? 지분을 완전히 수빈이한테 넘겨서 100%로 완벽히 회사를 소유하게 된다면 앞으로 주민혁이 뭘 어쩔 수 있겠어요?”육민성이 입을 열었다.“방법은 많아. 사업이라는 게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거든. 주민혁이 정말 지분을 완전히 넘겨준다고 해도 회사 안에 다른 주주들이 있잖아.”“사업은 인심을 얻는 분야야. 회사 고위층이 그대로 있다면 그 회사는 계속 주민혁 회사와 다름없어. 지분이 없다는 건 그냥 배당금이나 수익을 받지 못한다는 것뿐이지.”“주민혁 같은 사람한테 배당금 좀 끊긴다고 큰 타격이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수빈이한테 회사를 준다고 해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되찾아 갈걸.”주민혁에게는 합법적인 수단으로 회사를 되찾을 방법이 너무나 많았다.그 말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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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이때, 육민성은 시선을 최수빈에게 돌렸다.“네 생각은 어때?”최수빈은 물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를 가볍게 두어 번 두드렸다.“어떻게든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편이 제일 좋겠죠.”멀쩡한 대기업이 코앞까지 다가왔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회사도 손에 넣고 박하린의 명성은 망가뜨리는 일거양득의 기회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송미연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우리도 다 생각할 수 있는 걸 주민혁은 생각하지 못했을까요?”육민성은 그 말을 듣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생각해 봤겠지. 그런데도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겠어?”“주민혁은 박하린을 사랑하고 있어. 그런데 가문 특성상, 박하린을 도와주려면 어떤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주씨 가문은 정치인 가문이었다.세상 사람들의 눈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있었다.얼마나 많은 사람이 주씨 가문의 몰락을 바라고 있는지, 숨겨진 적수들이 또 얼마나 많은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한 번 약점을 잡혀버리는 순간, 되돌릴 수 없는 나비효과가 되어 가문이 무너져 버리고 말 것이다.주민혁은 하늘이 내린 재주를 가진 사람으로서 외부인들에게는 높은 위치에서 우아하게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자유롭지 못했다.이런 집안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어쩌면 주민혁은 평범한 사람보다 더 힘들게 살고 있을지도 몰랐다.그는 자신의 모든 행동을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명백하게 처리할 수 있을 만큼 현명한 사람이었다.주민혁의 뒤에는 주씨 가문이 있었고 그도 가문을 도박에 걸 만큼 충동적인 사람은 아니었다.최수빈은 주씨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몇 년 동안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육민성이 말했다.“이미 결정을 내린 거라면 주민혁한테 연락해서 변호사랑 진지하게 얘기해 봐야겠지.”송미연은 생각할수록 우스웠다.“주민혁 쪽에서 박하린을 위해 최고의 변호인단을 꾸렸다고 들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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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곧이어, 최수빈은 주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수신음이 한참이나 울린 후에야 통화가 연결되었다.“생각 정리 끝냈어?”주민혁의 탁하고 쉰 듯한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에서 들려왔다.금방 잠에서 깬 사람의 목소리였다.하지만 최수빈은 이런 세세한 디테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휴대폰 너머의 그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신경 쓰지 않았다.최수빈은 난간에 기댄 채, 밤 풍경을 내려다보며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시간 되면 계약 조항에 대해 논의할 시간을 갖죠.”주민혁은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하고 물었다.“지금 시간 괜찮아?”주민혁은 몹시 급해 보였고 최수빈 역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는 최대한 이 일을 빨리 해결하고 최수빈이 고소를 취하하길 바라고 있었다.그래서 지분 양도에 대해서도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싶어 했다.“변호사님한테 여쭤보고 다시 연락할게요.”-최수빈이 권성우에게 전화를 걸어 먼저 스케줄을 확인해 본 결과,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그들은 한 미팅룸을 약속 장소로 잡았다.미팅룸에 들어온 양 측 모두 변호사를 대동하고 있었다.최수빈이 도착했을 때는 주민혁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그가 약속 상대보다 먼저 도착한 경우는 드물었다. 이혼 합의서에 서명할 때도, 이혼 서류를 접수할 때도 그는 항상 최수빈보다 늦게 도착하곤 했었다.하지만 박하린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서만큼은 아주 적극적이었다.그는 의자에 앉아 손에 서류를 든 채, 고개를 숙여 내용을 살펴보다가 인기척이 들리자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최수빈과 권성우 변호사가 안으로 들어섰다.최수빈은 담담하게 주민혁과 시선을 마주했다.두 사람 모두 얼굴에 별다른 감정이 담겨있지 않았다.최수빈이 입을 열었다.“오래 기다렸어요?”주민혁은 맞은편 자리를 힐끗 보더니 간단하게 대답했다.“앉아.”양측 변호사들 역시 간단히 자기소개를 마쳤다.주민혁이 데리고 온 변호사는 업계 최고의 전문가였다.주민혁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최수빈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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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아무래도 장부 문제는 인수하기 전에 확실하게 해야 하니까요.”만에 하나라도 주민혁이 파 놓은 함정이라도 있다면 최수빈만 곤란해질 터였다.주민혁은 다리를 꼬고 앉아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렇게 해.”최수빈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만약 내일 감사에서 장부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확인되면 바로 계약서에 서명하고 고소도 취하할 거예요.”그녀는 아주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대화가 끝난 후에도 최수빈은 조금의 미련도 두지 않고 형식적인 인사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이 데리고 온 권성우와 함께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서윤권 변호사는 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주민혁에게 시선을 돌렸다.남자의 안색은 어두웠다.“정말, 정말로 넘겨주실 겁니까?”서윤권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주민혁이 반평생의 심혈을 기울여 일궈낸 지금의 대기업을 이렇게나 쉽게 말 한마디로 내어준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게다가 오늘 최수빈의 행동 역시 서윤권에게는 다소 놀랍게 느껴졌다.남편이 박하린에게 그토록 깊은 애정을 보이고 있는데도 최수빈의 얼굴에는 일말의 분노조차 느껴지지 않았다.서윤권은 오늘에서야 진정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목격한 셈이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무도 이렇게까지 자기를 희생하지는 못할 터였다.또한 그 아무도 이렇게 큰 손해를 보려고도 하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하필이면 주민혁이 주씨 가문에 소속된 사람이라서 그랬다.남자는 담담한 표정을 한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담배 한 개비를 꺼내고는 끝에 불을 붙였다.“윈윈이에요. 서로에게 좋은 일이니까 하는 거죠.”결국, 서윤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도 조금 놀라긴 했지만 최수빈이 신세계 그룹에서 일할 때도 회사 안주인으로서의 권위를 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았다.회사 직원 중, 아무도 두 사람이 부부 사이였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그리고 서윤권은 오늘 이 일을 겪고 나서야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주민혁은 아내를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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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남자의 말투는 침착했다.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그저 혼잣말에 불과했다.주민혁도 속으로 다 알고 있었다.최수빈은 오히려 그가 우습게 느껴졌다.‘이미 이혼까지 마친 상황에 이런 게 중요할까?’최수빈이 주민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이혼 전에도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었고 이혼 후에는 굳이 더 이야기할 가치가 없었다.과거의 최수빈은 주민혁을 깊이 사랑했고 모든 것을 달게만 받아들였다.하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면 과거의 자신이 불쌍할 만큼 바보처럼 느껴질 뿐이었다.꽤 가까웠던 두 사람의 거리 탓에 최수빈은 주민혁에게서 풍기는 맑고 익숙한 향을 맡았다.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뒤로 한 발짝 물러서더니 잔잔한 미소를 띠며 어떠한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지금 그게 중요할까요, 주 대표님?”최수빈의 냉담한 말투와 표정은 마치 주민혁 같았다.이로써 두 사람은 정말 남남이 되었다.주민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최수빈을 한 번 바라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맞아, 중요한 건 아니지.”-최수빈이 부른 전문 감사팀은 분업해서 업무를 처리하며 장부를 꼼꼼하게 확인해 보았다.그렇게 이틀이 지난 후.감사를 마친 그들은 최수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세계 그룹의 장부에는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재정 상태 역시 규정에 충실했다.최수빈은 대충 알겠다는 대답만 전해준 후,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자마자 주민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최수빈을 신세계 그룹으로 불러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할 예정이었다.육민성과 송미연도 장부 명세서를 보며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게 바로 부자들의 회사라는 건가? 이렇게 꽉 차 있는데 뭘 걱정해?”하늘에서 떡이 떨어졌으니 이제 세 사람은 그걸 안정적으로 받기만 하면 되었다.송미연은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네 전남편 말이야. 사람 자체는 바보 같아 보여도 업무 능력은 좀 대단한 것 같네."육민성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주민혁은 확실히 비즈니스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다.두뇌 회전이 빨랐으니 어떤 업계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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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박하린은 오로지 주민혁이 이 회사를 위해 흘렸던 피와 땀이 아까울 뿐이었다.“산만 남겨두면 땔감이 없어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있죠. 나는 오빠가 재기할 때까지 쭉 함께할 거예요.”최수빈은 입술을 비틀었다.“네, 그럴 거면 이만 꼬리 내리고 사람답게 행동하는 게 좋을 거예요. 자칫하다가는 민혁 씨의 재기를 또 망칠지도 모르니까요.”박하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봐요!”최수빈은 박하린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사무실로 들어갔다.박하린은 이를 악물고 발을 구르다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그녀도 대책을 논의해야 했다.최수빈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그녀를 등진 채, 창가에 서 있는 주민혁의 모습이 보였다.큰 키에 얄팍한 체격의 남자가 우뚝 서 있었다.주민혁은 귀하게 자란 사람이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신세계 그룹에 쏟아부으며 큰 심혈을 기울여왔다.하지만 이제 최수빈이 계약서에 서명하기만 한다면 이 회사는 주민혁과 아무런 관계도 없게 된다.‘주민혁도 조금은 아쉽지 않을까?’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주민혁은 몸을 돌려 최수빈을 돌아보았다.“계약서는 책상 위에 있어.”주민혁이 말했다.“따로 물어볼 거 없으면 사인해.”최수빈은 책상 앞으로 걸어가 계약서를 집어 들고 자세히 훑어보았다.그 위에는 이미 주민혁의 사인이 적혀 있었다.남자의 날카롭고도 강렬한 필체가 저절로 눈길을 끌었다.한때는 최수빈도 주민혁의 글씨체를 너무 좋아해서 따라 쓰기도 하며 그의 필체를 흉내 내보려 했었다.하지만 아무리 흉내 내도 똑같게는 쓸 수 없었다.최수빈은 아무 말 없이 펜을 들어 자신의 이름을 계약서에 적었다.주민혁은 말없이 그녀가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가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구청에는 예약해 뒀어. 가서 지분 변경 진행할 거야.”주민혁의 표정이나 말투에서는 어떠한 아쉬움도 엿볼 수 없었다.그는 정말 기꺼이 회사를 내어줄 심산이었다.최수빈은 주민혁 같은 사람이라면 속으로는 내키지 않아도 겉으로 티를 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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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주민혁은 고개를 돌려 최수빈을 바라보며 말했다.“축하해.”최수빈도 동시에 고소 취하를 진행했고 박하린은 더 이상 소송에 얽매이며 괴로워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최수빈이 대답했다.“원하는 바를 이뤄냈으니, 민혁 씨도 축하해요.”최수빈도 두 사람의 사랑이 이토록 지극하다는 것을 비로소 목격했다.둘의 사이에도 눈 감아 주는 것은 그녀가 해줄 수 있는 제일 큰 배려였다.두 사람은 함께 주씨 가문 본가로 돌아갔다.가는 내내 두 사람 모두 침묵을 지켰다. 차 안의 공기는 마치 얼어붙은 듯 정체되어 버린 것 같았다.앞좌석에서 운전 중이던 운전기사 역시 차 안의 분위기가 묘할 정도로 으스스하게 느껴졌다.문 앞에 도착해 보니 주시후가 문 앞에 서 있었다.최수빈이 차에서 내리자 주시후가 달려와 그녀를 불렀다.오랫동안 보지 못한 사이, 주시후는 많이 변해 있었다. 아이들은 거의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최수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주시후가 눈살을 찌푸렸다.엄마와 아빠가 가르쳐주지 않았더라면 아이도 최수빈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을 터였다.최수빈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상대를 안 해주니 주시후도 더 이상 다가가지 않고 조그마한 입으로 중얼거렸다.“새엄마 주제에 왜 이래. 우리 엄마만 들어오면 이 집에서는 자리도 없을 텐데...”아이의 말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최수빈의 귀에 고스란히 박혔다.그녀는 비웃듯이 입술을 비틀었다.“들어가자.”주민혁은 손을 들어 최수빈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품으로 이끌었다.늘 그랬듯이 부모님 앞에서 두 사람은 그저 금슬 좋은 부부였다.하지만 이제 최수빈은 더 이상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주민혁을 힘껏 밀어내며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부부 생활 몇 년 했는데... 굳이 지금까지 이렇게 과시할 필요는 없어요.”둘이 함께 본가로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있었다.주민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집 안으로 들어서자 진서령이 최수빈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할머니인 원금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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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서재 안.최수빈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주기훈은 의자에 앉아 손에 찻주전자를 들고 있었다.그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감돌았다.“앉아.”남자의 표정은 침착했다. 그의 얼굴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많이 보였지만, 여전히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었다.최수빈이 자리에 앉았다.“저는 왜 찾으셨어요?”주기훈이 입을 열었다.“별다른 일은 없어. 그냥 네가 당신이 우리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둘이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네가 이 집에서 잘 지내는지조차 물어본 적이 없었잖아.”“이제 와서 묻는 거긴 한데... 불만 같은 건 없어?”질문을 건네는 주기훈의 목소리가 상냥하고 온화했다.그는 지난번 창립 기념 연회에서는 최수빈의 편을 들어주며 주도적으로 행동했고, 모든 분야에서 공평하고 공정한 사람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상대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최수빈과 주민혁 사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진작 간파했을 터였다.특히 주기훈처럼 정치계에 몸 담그고 있는 사람은 눈치가 더욱 빨랐다.돌아오자마자 그는 상황을 꿰뚫어 보았다.“예전에는 억울한 일을 당하면 먼저 할머니한테 말씀드리라고 했었는데, 너도 알다시피 할머니도 이제 연세가 많으시잖아. 혹시나 네가 염려하는 부분이 있을까 해서 그래. 이제 나한테도 얘기해줄 수 있겠니?”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사람의 마음을 달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만약 주기훈이 조금만 더 일찍 최수빈에게 이렇게 대화를 요청했다면 그녀는 진심으로 그와 속마음을 터놓았을 것이다. 그때의 최수빈은 진심으로 주민혁과 좋은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주기훈은 두 사람이 이미 이혼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주씨 가문에서는 어떻게 해도 외부인에 불과했다.주기훈은 공평하고 공정했지만 결국에는 주씨 가문의 가장이었다.지금 이렇게 최수빈을 찾는 것도 가문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함일 뿐이었다.최수빈은 눈을 내리깐 채, 지극히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딱히 불만이라고 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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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주기훈에게는 이 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있었고 그녀의 뒤를 봐줄 의사도 있었으며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볼 의사도 있었다.그는 확실히 공평하고 공정한 사람이었다.친아들이라고 해도 절대 일방적으로 편들어 주는 일은 없었다.이런 점이 바로 최수빈이 곤란함을 느낀 부분이었다.“이렇게나 오랫동안 침묵하는 걸 보니까, 정말로 뭔가가 있나 보네?”주기훈은 깊은 눈빛으로 최수빈을 바라보았다.“나도 굳이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묻는 말에는 사실대로 대답해 줘.”“절대 너를 곤란하게 하려는 게 아니야. 나한테 아무 말도 못 하도록 민혁이가 수단을 썼을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뒀으면 좋겠어.”“내 아들이 부족한 게 많아서 너한테 미안한 짓도 많이 저질렀으니 나도 당연히 널 위해서 결정을 내려줄 생각이야.”최수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주기훈은 정말 단계적으로 한 걸음씩 그녀를 유인 중이었다.최수빈이 이 문제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던 그때, 딸깍 소리와 함께 서재 문이 열렸다.주민혁은 나른하고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여보, 어디 있었는지 한참 찾았잖아.”그는 최수빈의 손을 잡아끌며 물었다.“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주기훈은 주민혁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여전히 카리스마를 유지했다.서재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위압적이었다.오랫동안 정치인으로 살아온 주기훈의 기세는 더욱 강렬했다. 굳이 화를 내거나 감정을 표출하지 않아도 그 안에 숨겨진 엄청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최수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버님이랑 할 얘기가 좀 있어서요.”주기훈은 주민혁이 이 시점에 들어온 이유를 당연히 알아챌 수 있었다.그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마침 너도 들어왔으니, 너희 일에 대해서 함께 얘기해 보자.”“아버지.”주민혁은 한 팔로 최수빈을 감싸안으며 말했다.“저랑 수빈이 사이에는 아무 문제 없어요.”“나중에 무슨 일이 생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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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주민혁은 최수빈을 완벽하게 신뢰하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비웃듯이 실소를 흘렸다.수년간의 결혼 생활 속에 감정은 조금도 없었고 모든 것이 계산과 계략뿐이었다.-입학 축하연 당일.성대하게 열린 주씨 가문의 연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초대받았다.대가족일수록 이런 행사를 더 중요하게 여겼고 자녀의 성장에도 더 큰 의미를 두었다.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주민혁은 최수빈에게 전화를 걸었다.휴대폰 너머에서는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준비 끝났으면 데리러 갈게.”이번에는 최수빈도 거절하지 않았다.주예린과 주시후의 입학 축하연이었으니 두 사람은 당연히 함께 참석해야 했다.주민혁은 오늘 직접 차를 몰고 왔다.주시후는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최수빈은 딸의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주민혁이 차 문을 열고 내렸다.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던 주민혁은 오늘따라 전체적으로 더욱 무게감 있고 냉철해 보였다.남자는 냉담한 표정으로 최수빈을 힐끗 바라보더니 최수빈을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네가 조수석에 앉아.”최수빈은 조수석에 붙어 있는 누군가의 표시를 바라보았다. 그때의 문구가 아직도 선명하게 있었다.주민혁의 시선은 다시 주예린에게로 향했다.“너는 오빠랑 뒷좌석에 앉아.”뒷좌석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주시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그는 주예린이 너무 싫었다.만나기만 하면 온갖 장난감과 맛있는 것을 다 차지하려 들었다.주예린이 주씨 가문을 떠난 후로 주시후는 혼자 자유롭고 만족스러운 나날들을 보냈다.때로는 주예린이 없는 게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혼자 있는 것이 가장 좋았다.주예린은 눈을 내리깐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표정으로만 미루어봤을 때, 주예린 역시 주시후와 단둘이 뒷좌석에 앉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듯했다.최수빈은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나는 예린이가 같이 뒷좌석에 앉을게요.”“지금 나를 운전기사 취급하는 거야?”최수빈은 그를 보며 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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