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훈은 박하린에 대해 내내 그리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주민혁 역시 아버지 쪽의 반응을 늘 신경 쓰고 있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이건 내 일이야.”박하린은 순간 말을 멈추고 그의 말이 가진 함의를 곱씹었다.‘내 일’이라 함은 아버지와는 무관한 일이며, 주기훈이 관여하지 못할 문제라는 뜻이었다.이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그냥... 오빠 아버지가 우리 사이에 혹시 오해가 있으실까 봐. 시간 괜찮을 때 식사라도 한 끼 하면서 말씀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는 속으로 여러 생각을 하고 있었다.지금 이 관계를 한 걸음 더 내디디려면 더 이상 눈치만 볼 게 아니라 이쯤에서 확실히 선을 넘는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주민혁이 자신을 다르게 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다른 어떤 여자들과도 분명히 달랐다.그가 보여주는 세심한 배려와 행동 하나하나는 분명한 신호였다.지금 이게 사랑이 아니라면, 호감이 아니라면, 뭐가 사랑이고 뭐가 호감이겠는가?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그런 위치에서는 어떠한 감정을 드러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하지만 주민혁의 행동들, 그 모든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이번 질문도 사실 간접적으로 떠보는 것이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여전히 평온한 목소리였다.“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짧은 말이었지만 박하린의 불안하던 마음은 이상하리만치 가라앉았다.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말은 그가 생각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설명이나 해명 따위가 필요 없는, 당연하고도 명확한 것이라는 뜻이었다.설령 그의 아버지 앞이라 해도 말이다.박하린은 저절로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지지해 줄 사람이 있다는 뜻이고, 주민혁은 정말로 함께할 그들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였다.사건이 터졌지만 분명히 주민혁은 이 상황을 타개할 준비도 다 되어 있을 것이었다.주민혁과 회사 관련 몇 가지 이야기들을 더 나눴지만, 그는 집중하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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