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령은 그저 허탈했다.지금껏 자신이 쏟아온 세월과 노력, 모든 헌신이 한순간에 부정당한 기분이었다.주씨 가문을 위해 발 벗고 나섰고 안팎으로 남편의 체면을 챙기며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 이미지를 굳혀왔다.사교 모임, 부인들 모임에서도 다들 그녀를 부러워했다.능력 좋고 배려심 깊은 남편을 뒀다며 말 그대로 성공한 인생이라 자부해왔다.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씁쓸함은 오직 그녀만이 알고 있었다.결혼 초부터 남편과 함께한 시간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감정도 그리 깊지 않았다.주기훈은 언제나 자신의 정치적 입지, 커리어 확장을 위해 바쁘게 뛰어다녔고 그의 세상에는 ‘집’이라는 단어가 좀처럼 존재하지 않았다.“알아요, 당신이 정치판에서 얼마나 신중하게 굴어야 하는지. 하지만 최수빈? 걔가 뭐가 그리 대단해서 눈치를 보는 건데요? 당신은 내 남편이고 주씨 가문의 사람이에요! 지금 왜 내 편이 아니라 저년 편을 드는 건데요!”진서령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울부짖었다.남편이 이런 상황에서조차 자신이 아니라 최수빈을 감싸고 있다는 게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주기훈은 가정에는 거의 얼굴도 비추지 않았고 실질적인 집안 살림은 전적으로 그녀의 몫이었다.그럼에도 주기훈은 진서령을 믿었고 그녀는 자신이 그 신뢰를 지켜왔다고 생각했다.“당신을 위해서, 그리고 이 집안을 위해 내 청춘 전부를 바쳤는데 일이 터지니까 제일 먼저 날 내치겠다는 거예요?”그러자 주기훈은 냉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딱 잘라 말했다.“진작 알았더라면, 당신이 주씨 가문을 이렇게 망쳐놓을 줄 알았더라면 그때 당장 이혼했을 거야.”그 말에 진서령은 온몸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벤치에 주저앉았다.그러자 주나연이 다급히 달려와 진서령을 부축했다.“아빠, 이제 그만 좀 하세요. 지금은 누구보다 예민한 때잖아요.”실제로 주씨 가문은 지금도 온라인에서 쑥대밭이었다.비난과 조롱은 계속 올라오고 있었고 여론은 가라앉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심지어 위쪽에서도 이 사안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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