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Chapter 451 - Chapter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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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1화

주시후는 억울한 얼굴로 눈을 내리깔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작은 손은 꼭 쥐어진 채 주먹이 되었다.“오늘... 우리 엄마, 연회장에 오긴 하겠죠?”아이가 조심스레 물었다.“오늘 전화했는데... 엄마가 안 받았어요.”그 물음은 주민혁에게 향한 것이었다.하지만 주민혁은 끝까지 아무런 변화도 없는 얼굴을 한 채 말없이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아빠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주시후도 감히 더는 묻지 못했다.예전의 주민혁은 주시후를 누구보다 아끼고 예뻐해 줬었는데 최수빈이 떠나간 뒤부터는 점점 더 엄격해졌다.그래서 이제는 엄마와 같이 있을 때만이 마음이 놓이고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최수빈은 그들 사이의 분위기를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민혁은 엄격한 아빠고 주시후는 때때로 말을 가리지 않았는데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언젠가는 말 한마디로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는 법이었다....주씨 가문의 도련님과 아가씨를 위한 입학 축하연, 연회장에는 이름난 가문들의 사람들이 친분을 쌓기 위해 대거 모여들었다.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전 아홉 시를 넘긴 시각이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주시후는 배가 고프다며 최수빈에게 밥을 해달라고 졸랐다.바로 그때, 진서령이 다가와 손자를 번쩍 안았다.“할머니가 맛있는 거 사줄게. 네 엄마가 해봤자 뭘 얼마나 잘하겠니.”주민혁은 주시후와 진서령을 바라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진승우가 대문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축하해, 시후야. 새 학기부터는 드디어 초등학생이네. 기분이 어때?”주시후는 할머니의 품에 안겨 고개를 살짝 치켜들더니 얼굴 가득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특별한 기분은 안 들어요. 초등학교 교과서는 다 쉽고 1학년 내용은 엄마랑 다 배운 거거든요.”공부를 가르쳐준 사람은 박하린, 그녀는 과학자였고 주시후를 영리하다고 칭찬해줬었다.나중에 분명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고도 했다.‘난 주예린 같은 멍청이랑은 달라.’...연회장에는 손님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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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주시후는 어릴 때부터 쭉 자신은 주예린보다 훨씬 똑똑하다고 느껴왔었다.그러니 그 애를 뛰어넘는다는 건 전혀 부담도 압박도 아니었다.최수빈도 연회장에서는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오는 상황이었다.천공연구원의 연구원이라는 그녀의 정체를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 말이다.그중에는 순수한 사교의 목적이 아닌 사업적으로 접근해오는 이들도 있었다.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졌고 최수빈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봤다.박하린이 도착한 것이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갖 루머와 스캔들의 중심에 섰었기에 사실 오늘 같은 자리에 그녀가 나타날지 사람들 모두가 예의주시하고 있었다.정말로 그들이 아무 관계가 아니라면 오히려 오늘 같은 자리는 피해야 하는 게 상식이었다.하지만 마치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렇게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다니...그렇다 해도 수군거리는 목소리는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여론이 부담스러우니까 일부러 당당한 척 나와버린 거지. 저러면 오히려 더 의심스럽잖아.”“그러니까. 애초에 남의 집 가정 박살 낸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여길 나와?”“심지어 그거 들었어? 사모님 연구 결과를 표절한 혐의로 고소당했는데 결국 주 대표님이 회사 하나 내줘서 겨우 고소 취하시킨 거래.”“사모님 진짜 대인배시다. 나 같았으면 절대 그냥 안 뒀을 텐데.”“그런데 뭐, 돌고 돌아봤자 그 회사 결국 주씨 가문 거잖아. 체면값 주고 끝낸 거지.”이런 말들이 고스란히 귀에 들어오자 박하린의 표정은 순간 굳어졌고 무의식적으로 주민혁을 바라봤다.하지만 그런 소문과 뒷말들은 주민혁도 다 듣고 있었다.사실 이런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온라인에서는 기사도 정리되고 댓글도 차단됐지만 현실은 달랐다.누구든 아무렇지 않게 입을 놀리고 그 말은 어느 자리에서건 흘러나왔으니 말이다.주민혁을 바라보는 박하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이미 고소는 취하됐고 일도 정리됐는데 사람들의 말은 여전히 너무도 거칠고 차가웠다.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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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주민혁의 단호하고 또렷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 순간 연회장에는 탄성이 퍼졌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최수빈을 향했다.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어 주민혁을 바라본 순간, 최수빈은 그와 눈이 마주쳤다.깊고 어두운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고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싸늘했으며 눈매와 표정에는 그 어떤 온기도 없었다.그는 이혼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명시된 비밀유지 계약서에 직접 서명했던 사람이다.그런데 오늘 소문 하나 잠재우겠다고 주민혁이 먼저 나서서 대놓고 이혼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그 말 한마디로 오늘 이 자리에 ‘주씨 가문 사모님’으로 앉아 있던 그녀가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주민혁은 최수빈의 체면이나 입장은 아예 무시한 채 오로지 박하린의 명예만을 생각했다.그 순간, 최수빈의 마음속에는 쓴웃음이 피어올랐다.계약서의 조항 하나하나를 직접 작성하며 ‘절대 이혼 사실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는다’고 못 박더니 이제 와서 주민혁이 입을 연 것이다.그 바람에 이제는 무슨 말을 해도 최수빈만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주민혁이 먼저 약속을 깬 셈이니 최수빈 역시 굳이 숨겨야 할 이유는 없었다.그리고 무엇보다 이혼 외의 다른 비밀, 주시후가 사생아라는 사실은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았었다.그가 오늘 이혼 사실을 밝힌 건 분명 박하린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지만 동시에 최수빈에게 칼을 넘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이제는 그 비밀 역시 드러낼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만약 최수빈이 이를 밝히기로 마음먹는다면 그 결과는 파멸적일 것이었다.‘주씨 가문 전체의 명예가 바닥에 떨어질 텐데... 정말 몰랐나? 아니면 일부러 내가 폭로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걸까? 혹시 그 뒤에는 또 다른 함정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그래서 최수빈은 그 한 가지 진실조차도 쉽게 드러낼 수 없게 되었다.판단하고 또다시 판단해야 했다.한편, 박하린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주민혁을 바라봤다.‘정말 공개한 거야? 내 명예를 위해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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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남이준이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그래도 시후 친엄마인데 아들 입학 축하연에 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잖아.”그러자 주시후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난 저 사람이 내 엄마인 거 싫어요! 집에서는 맨날 나한테 소리 지르고 진짜 못되게 굴어요!”최수빈은 크게 숨을 들이켰고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차가운 기운이 번졌다.무언인가가 지금 그녀의 안에서 막 터져 나오려 하고 있었다.하지만 주민혁이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치고 나오는 상황에서 그녀로서도 이 남자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것인지 더 신중히 따져야 했다.혹시나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려 반응했다가는 끝없는 구렁텅이에 빠질 수도 있었다.무엇보다 주민혁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자비를 베푼 적이 없었기에 어쩌면 오늘 이 자리에서 최수빈이 끝장나길 바라는 걸지도 몰랐다.그래야 박하린에게 쌓였던 울분을 해소할 수 있으니까.주예린이 눈살을 찌푸리며 앞에 나서려 하자 최수빈은 재빨리 손을 뻗어 딸을 붙잡아 멈춰 세웠다.쏟아지는 비난과 조롱, 루머들이 최수빈의 어깨를 짓눌렀다.원금영은 눈앞이 어지럽고 아득했다.‘젊은 세대들의 생각을 따라잡을 수가 없네. 모든 걸 다 통제하긴 힘들어.’결국 그녀가 입을 열었다.“수빈이를 부른 건 저입니다. 이 일에 이의 있는 사람 있나요?”그 말이 떨어지자 자리에 있던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정면에서 감히 원금영의 뜻을 거스를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이제는 나이도 있으니 굳이 그녀와 시비를 가를 사람이 없었고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든 겉으로는 다들 조용했다.“수빈아.”원금영은 가슴을 움켜잡은 채 천천히 말을 이었다.“왜 할머니한테 그런 일을 말 안 했어? 정말 너희 이혼한 거야? 저 인간이 너 괴롭혔니? 마음고생 했어?”그녀의 목소리는 고르지 않았고 숨소리는 끊기고 이어지기를 반복하며 버거워 보였다.하지만 눈은 매섭게 최수빈을 쏘아보며 대답을 기다렸다.최수빈은 그런 할머니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할머니, 이혼은 저희 둘이... 서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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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역시 관직에 앉아 있는 분답네요.”주민혁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냉정한 기운이 감도는 얼굴로 주기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곳은 직장이 아니라 집입니다. 그런 방식은 저한테 통하지 않아요.”말을 마치자 그는 걸음을 옮겼다.“멈춰.”주기훈이 손에 든 담배를 짓이겨 끄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이제 좀 능력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그는 주민혁의 등을 보며 낮게 말했다.“지금 네가 가진 게 누가 준 건지 생각은 해봤어?”주민혁이 고개를 돌리며 비웃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뭘 주셨는데요?”그가 받은 건 주씨 가문의 장남이라는 명분, 그뿐이었다.주기훈의 눈빛이 잠시 굳어졌다.“금수저로 태어나고도 아직 부족하다는 거냐? 복을 알아보지 못하는 놈이군.”그의 목소리는 침착하지만 단호했다.“난 너랑 싸우러 온 게 아니다. 수빈이랑 이혼하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박하린을 아내로 맞는 건 절대 안 돼. 주씨 가문은 청렴과 공정함의 대표인데 그 여자는 온갖 루머에 휩싸여 있고 세간의 말도 많다. 그런 사람과 결혼하면 주씨 가문의 앞길에 해가 될 거야.”주기훈은 평생을 청렴하게 살아온 사람이었기에 그의 눈은 가문의 그 누구보다도 냉철했다.누군가 규율을 어기거나 부정한 일에 연루되면 가장 먼저 잡아들이는 것도 언제나 가족이었다.주민혁은 문을 향해 걸으며 냉담한 목소리로 한마디만 남겼다.“그럼 아예 저를 주씨 가문에서 지워버리시죠.”...한편, 최수빈의 돌봄을 받고 있던 원금영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수빈아, 미안해. 주씨 가문이 너한테 너무 미안한 일을 저질렀구나.”원금영의 목소리는 힘이 없이 떨리고 있었다.그러자 최수빈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할머니. 사람마다 자기 인생의 과제가 있는 거예요. 누구 탓도 아니에요.”원금영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네 외할머니한테 약속했었단다. 너를 잘 보살피고 주씨 가문에서 행복하게 살게 해주겠다고... 그런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구나.”최수빈은 언제나 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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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주민혁이 그녀를 위해 한 차례 수습해준 뒤라 박하린은 여전히 눈부셨다.‘대단하네. 멘탈 정말 강해.’최수빈은 담담히 말했다.“스스로 찾아온 거라면 끝까지 상대해줘야죠.”...최수빈이 자리를 비운 동안, 연회장은 다시 한번 술렁이기 시작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여론이 들끓고 있었으니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박하린이 정말 ‘상간녀’가 아니라면 그녀의 기술이 과연 표절인지 아닌지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박하린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저도 왜 수빈 씨가 그런 말을 하셨는지 모르겠어요. 다만 제 기술은 제 손으로 만든 겁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게 되어 있죠.”그녀의 등은 곧게 펴져 있었고 자신감과 당당함이 묻어났다.“그럼 주 대표님이 왜 신세계 그룹을 전부 최수빈 씨에게 넘긴 거죠?”누군가 조심스레 묻자 박하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그건 사적인 일이죠.”‘아무튼 최수빈 씨가 하는 짓은 이해가 안 되네요.”사업 파트너들이 고개를 갸웃했다.‘그 모든 소동이 정말 박하린 씨를 모함하기 위한 것이었을까?’진승우가 비웃듯 말했다.“이유야 뻔하죠. 원하는 남자를 얻지 못하니 질투심에 그런 거 아니겠어요? 본색이 드러난 거예요.”주시후는 어른들의 대화를 들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낯선 단어들이 많아 정확히는 몰랐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느껴졌다. 그 ‘새엄마’라는 여자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게다가 자기 친엄마를 괴롭혔다고 했다.사람들은 저마다 최수빈의 의도를 추측하며 수군댔다.“그 여자 학력도 변변치 않고 능력도 없는데 대체 어떻게 거기까지 올라간 걸까요?”진승우가 비아냥거리듯 덧붙였다.“수작 부리는 게 능력이죠. 민혁이 형도 결국 그 본모습을 알고 떠난 거고요.”“한마디로 뻔뻔한 여자입니다.”박하린은 반대로 업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그녀의 부상 앞에 최수빈의 행동은 그저 질투와 분노로 보일 뿐이었다.어떤 이들이 기술 핵심을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부탁하자 박하린은 차분히, 세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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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남아 있는 체면이라도 지키고 싶으면 알아서 나가.”주나연이 비웃듯 웃으며 최수빈을 훑어봤다.“재밌네. 그 뻔뻔한 근성 덕분에 예전에 민혁이 침대까지 기어올랐겠지?”진승우가 곧바로 거들었다.“여기 기술 얘기하는 자리인데 알아들을 수는 있어요? 괜히 끼지 말고 좀 빠져요.”최수빈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논의 자리는 우월감을 뽐내는 무대가 아니에요. 만약 듣기 좋은 말만 듣고 싶다면 인공지능 스피커 하나 사서 혼자 노세요.”그녀는 시선을 진서령과 주나연에게로 옮겼다.“어리석은 사람이 남한테 부끄러운 줄 알라며 말하길 좋아하죠. 자기한테 없는 걸 남에게서 찾고 싶으니까요.”“뭐... 뭐라고요?”진승우는 귀를 의심했다.“지금 그거 누구한테 한 말인지 알기는 해요? 감히 날 훈계하는 거예요?”그는 비웃듯 덧붙였다.“고작 학사 학위 하나 달랑 가진 주제에 어떻게 하린 씨랑 맞먹을 생각을 해요? 수빈 씨가 아무리 잘난 척해도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라고요.”주변 사람들도 속삭였다.이제껏 한 번도 대꾸하지 않던 여자가 오늘따라 반항적으로 나서는 걸 보고 다들 놀란 눈치였다.‘저건 제정신이 아닌 거야. 완전히 미쳤네.’최수빈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박하린 씨 같은 분이 최첨단 기술 분야 인재면 우리나라 항공청 건물 몇 동쯤은 족히 채우겠네요. 그 흔한 학력 하나가 뭐 우쭐댈 게 있다고...”“수빈 씨!”진승우가 이를 갈았고 박하린은 눈빛을 가라앉히며 말했다.“전 왜 수빈 씨가 늘 저한테 적대적인지 모르겠네요. 학력을 내세운 적은 없지만 이 분야에서 일하려면 최소한의 자격은 있어야 하지 않나요? 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이 저한테 표절 누명을 씌우다니... 제 기술 흉내 낸다고 그게 수빈 씨 거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그 말은 곧 ‘네가 감히 나한테 맞설 자격이 있느냐’는 조롱이었다.이미 ‘주씨 가문 사모님’도 아닌 여자가 아직도 이 자리에서 얼굴을 들고 있다는 게 어이가 없다는 듯 말이다.주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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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511연구원의 위성 발사 프로젝트는 이미 본격적인 준비 단계에 들어가 있었다.육민성이 사막의 극한 환경 테스트를 마치고 돌아오며 관련 소식을 미리 전했을 정도로 이건 전국적인 관심이 쏠린 국가급 사업이었다.그런 만큼 인공위성은 곧 국가의 새로운 도약을 상징하는 존재였기에 순간 연회장이 술렁였다.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 프로젝트의 수석 엔지니어라면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위치에 있는 것이었다.그건 단순히 회사 간의 기술 경쟁이 아니라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좌우하는 일이었다.박하린의 얼굴빛은 어느새 하얗게 질렸다.‘내 귀가 잘못됐나? 수석 엔지니어 따님의 입학을 축하한다고? 누굴 두고 하는 말이지?’표정에 잠시 금이 갔지만 박하린은 이내 억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이사님, 혹시 착오가 있으신 거 아닐까요?”그러자 하승현이 그녀를 쳐다보며 되물었다.“내가 그 정도로 정신이 흐릿해 보입니까?”박하린은 이를 악물고 입술을 깨물었으며 진승우는 두 눈을 부릅뜨고 멍하니 서 있었다.진서령과 주나연 역시 동시에 고개를 돌려 최수빈을 바라봤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학력도, 능력도 없다며 조롱하던 그 여자가 순식간에 국가 프로젝트의 수석 엔지니어로 불리다니 믿기지 않았다.‘그럴 리가 없어...’진승우는 속으로 되뇌었다.‘분명 육민성 때문에 그러는 걸 거야. 최수빈한테는 뭐든 다 퍼주는 사람이잖아.’그는 낮은 목소리로 박하린을 달랬다.“당황하지 마요. 다 거짓말일 수도 있으니까.”박하린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제가 실례했네요.”그러고는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사님께서 잘 모르셔서 그러신 것 같아요. 최수빈 씨는 사실 별다른 실력도 능력도 없습니다. 오해가 있으신 것 같으니 제발 현명하게 판단해 주세요.”그녀는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최수빈이 정말 그렇게 대단하다면 어떻게 학사 학위 하나로, 또 결혼 생활에 그토록 매달리며 살았겠는가.게다가 남편인 주민혁이 몰랐을 리가 없었다.‘한 지붕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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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이사님, 아직 진상이 완전히 밝혀진 게 아니잖아요. 부디 저에게도 조금만 기회를 주세요.”박하린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속에는 억울함과 절박함이 섞여 있었다.그녀는 세상 사람들이 이미 자신을 표절한 사람으로 단정 짓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그때 주기훈이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억울한 사람은 없을 거야. 우린 어떤 악인도 놓치지 않을 것이고 선한 사람에게 누명도 씌우지 않을 거니까.”“저를 의심하시는 거예요?”박하린이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시선을 돌려 최수빈을 바라봤다.“소피아의 청운 X7에도 제 기술 일부가 응용됐어요. 논문에도 그 부분이 나와 있고 참고할 만한 문헌도 많죠. 어쩌면 수빈 씨에게도 약간의 실력이 있을 수 있겠죠. 혹은 육 대표님의 지원 덕분에 무언가 아이디어를 얻었을 수도 있고요. 우리의 영감이 우연히 겹쳤을 뿐이에요. 하지만 그게 절 모함할 이유가 될 수는 없어요.”그녀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근거도 없이 제 명예를 더럽히고 이런 따가운 시선들 속에 서 있게 만들다니... 진실이 드러나는 날, 저 절대 수빈 씨 그냥 두지 않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최수빈은 담담히 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박하린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프로젝트의 표절 여부에 대해서는 박하린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였는데 하승현이 있는 자리에서조차 그녀는 뻔뻔하게 자신의 창작물이라 주장하고 있었다.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완벽한 승리를 거뒀다고 누가 그녀에게 이토록 확신을 심어준 걸까?이 자리에서만큼은 절대 밀릴 수 없었기에 박하린은 두 손을 꽉 쥐었다.조금이라도 기가 죽거나 표정이 흐트러지면 여론은 곧 자신을 짓눌러 버릴 것이니 말이다.게다가 이건 원래 그녀가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기에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지금 청운X7을 말한 건가요?”하승현이 물었다.그건 전투기 중에서도 정점에 해당하는 모델이었는데 청운X7 덕분에 국방 기술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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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결국 그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외면한 적이 없었다.주민혁의 얼굴에는 언제나처럼 침착한 미소가 번졌다.“하린이의 실력이야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굳이 제가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그 대답은 절묘했다.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만을 언급했을 뿐, 어느 쪽에도 명확히 서지 않았다.주제를 부드럽게 흘려보내면서도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박하린은 안도감에 마음속으로 크게 숨을 내쉬었다.이런 자리에서 주민혁이 자신을 노골적으로 감싸줄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지금 두 사람의 위치와 입장은 다르니 말이다.언젠가 주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거라 믿었지만 오늘 그가 공개적으로 편을 들어주면 오히려 ‘주민혁이 박하린을 감싸준다’는 말이 나올 것이었다.그러니 이것이 더 공정하고 현명한 대처처럼 보였다.박하린은 입술을 다물었다가 다시 평정심을 되찾은 듯 말했다.“이사님, 더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믿지 못하시겠다면 모든 걸 시간에 맡기죠.시간은 언제나 가장 완벽한 답을 내주니까요. 설령 소피아 본인이 여기 있어도 단번에 표절 여부를 판정하긴 어려울 겁니다.”물론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공교롭네요.”하승현이 부드럽게 말했다.“소피아가 오늘 바로 이 자리에 있거든요.”순간,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박하린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어 귀를 의심했다.“방금 뭐라고 하셨죠?”진승우가 눈을 크게 떴고 남이준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대체 누구지?’곧 하승현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였다.“청운 X7의 수석 엔지니어로서... 수빈 씨는 하린 씨에 어떻게 생각하시죠?”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박하린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최수빈이 소피아라고?’심장이 멈춘 듯 숨이 막히고 손끝이 얼어붙었다.‘대체 무슨 말이야? 최수빈이 소피아일 리 없잖아.’진승우 역시 얼굴이 굳었고 남이준조차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심지어 업계 밖 사람인 진서령과 주나연까지 그 이름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소피아는 청운 X7의 창조자이자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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