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Kabanata 431 - Kabanata 440

604 Kabanata

제431화

그녀는 차분한 눈빛으로 박하린을 한 번 바라보았다.“하린 씨는 지금 여론들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야.”송미연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본인이 정말 떳떳하다면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박하린이 저렇게까지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굴며 두려움에 떠는 것은 그만큼 마음에 켕기는 게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주민혁이 다시 너한테 갔잖아.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 눈에 하린 씨는 그냥 상간녀일 수밖에 없지. 뭐가 문제야?”송미연이 말을 이었다.“설마 그런 책임까지 너한테 물을 거래?”그러자 최수빈이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그건 민혁 씨가 알아서 하겠지.”그녀도 굳이 이런 일에 자기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한바탕의 소동이 지나간 후에도 박하린은 여전히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등 뒤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만 꽂히는 것 같은 기분에 그녀는 종일 좌불안석이었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들이 자기를 둘러싸고 비웃는 것만 같았다.주민혁은 고개를 돌려 박하린을 바라보았다.눈치가 빨랐던 그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박하린의 마음을 눈치챘다.“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주민혁이 나지막이 말했다.차분한 그의 목소리는 듣기만 해도 묘하게 위로받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주민혁도 다른 말을 더 꺼내지 않았지만 박하린의 마음은 왜인지 모르게 조금 전보다 훨씬 편해졌다.그가 자신의 기분을 신경 써준다는 사실을 느낀 덕분이었다. 주민혁의 그 한마디는 박하린이 지나친 긴장감 때문에 괜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는 않을까 걱정 중이라는 증거였다.박하린은 가볍게 숨을 한번 내쉬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항공우주 연구원의 하승현 이사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그의 뒤로는 정부 관계자 일행이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최수빈은 현장에 등장한 하승현을 발견하고는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박하린의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하승현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그녀에게도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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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여러분, 다 확인하셨나요?”하승현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최근에 막 발표된 논문이 하나 더 있는데요. 학술적인 연구 가치가 꽤 높으니 여기 계신 분들도 한 번씩 읽어보시길 바랍니다.”그들의 앞에는 컴퓨터가 한 대씩 놓여 있었고 모든 회의 자료는 컴퓨터 화면으로 제공되었다.하승현은 조금 전에 언급했던 논문도 대형 스크린에 띄워 주었다.“소피아의 논문을 제외하고도.”하승현이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이 논문 역시 언급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박하린은 논문의 목차를 빠르게 훑어보았다.생각보다 대단한 내용이 담겨 있는 논문에 박하린은 깜짝 놀랐다.논문에서 주장 중인 모든 견해들이 정확하게 핵심을 찌르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담겨 있었다.그녀는 곧장 논문 저자가 적혀 있는 부분으로 시선을 옮겼다.논문 저자 리스트의 첫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름은 다름 아닌 최수빈이었다.박하린은 눈을 크게 뜨고 최수빈이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내 논문은 심사 통과를 못 해서 1급 저널에 실리지도 못했는데, 그걸 최수빈이 해냈다고?’‘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박하린의 손이 미세하게 떨려왔다.“현재 우리 업계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전투 인원의 사망과 부상 문제인데요. 이 논문에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버렸습니다. 어떻게 장거리에서 정밀 제어가 가능하게 할 수 있느냐에 대해 얘기한 논문이거든요.”하승현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이는 우리가 현재 보유 중인 기술에 대한 엄청난 혁신입니다.”그는 단상 위에서 새로운 지표와 방향성을 제시했다.이때 주민혁의 시선이 은근슬쩍 없는 듯 최수빈을 훑었다.송미연은 양손으로 턱을 괴고 박하린 일행의 놀란 표정을 보며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이제 속이 좀 뻥 뚫리는 것 같네.”송미연은 최수빈을 보며 말했다.“이번에야말로 진짜 ‘얼굴마담’ 짓만 하는 사람이 누군지 한번 두고 보자고.”“아니지, 박하린 얼굴로는 ‘얼굴마담’이라는 말도 아까워.”최수빈은 어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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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권리 주장이라니?’사람들의 눈빛에는 순식간에 당혹감이 가득 찼다.박하린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기분을 느꼈다.그녀는 최수빈의 말을 터무니없다고만 생각했다.박하린의 기술 개발은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갑자기 최수빈이 지식재산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겠다고 드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말에는 의도가 다분했다. 하승현과 정부가 넥스트 테크 프로젝트의 아이디어에 주목하기 시작하니 은근슬쩍 숟가락을 얹어보려는 속셈이 분명했다.예상치 못한 그녀의 말에 송미연도 약간 놀랐다.박하린의 기술 도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송미연은 권성우 변호사의 업무 능력이 생각해 보며 벌써 고소까지 진행된 건가 싶은 의문이 들었다.진승우도 귀를 의심하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최수빈을 바라보았다.“정말 미쳐도 단단히 미쳤네요. 자기가 능력이 안 돼서 못 만드니까 이제는 남의 창작물을 자기 거라고 우기는 거예요? 강도짓을 해도 이렇게 뻔뻔하게 할 수가 있죠? 고작 수빈 씨 일방적인 주장으로 하린 씨의 성과를 가로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진승우는 최수빈이 분명 단순한 여자일 것이라고 넘겨짚었다. 오늘처럼 이렇게 큰 자리에서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못한다면 이 업계에서 매장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터였다.박하린의 표정은 침착하고 담담했다.“수빈 씨가 뭔가 오해한 부분이 있는 것 같네요. 정확히 말해 주면 다들 모여 있는 이 자리에서 직접 수빈 씨의 오해와 의혹을 풀어줄 수도 있어요.”주민혁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가만히 최수빈을 바라보기만 할 뿐,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그는 이 사건에서 철저한 방관자로 있었다.어차피 지금 당장은 박하린의 명성이나 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니 최수빈이 정말로 증거를 제시한다면 그때 박하린을 돕기 위해 나설 생각이었다.“이사님, 잠시 스크린 좀 빌려 쓸 수 있을까요?”하승현은 편하게 쓰라는 듯한 손짓을 했다.박하린은 자신감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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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박하린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수빈 씨가 이 데이터를 어디서 가져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기술은 제가 팀원들과 함께 완성한 거고요. 절대 도용한 게 아닙니다.”“이건 모함이에요.”진승우 역시 마음속으로 충격을 받았다.최수빈이 내놓은 증거들이 전혀 가짜 같지 않았다.이 데이터들은 511 연구원과 천공에서 오래전부터 비밀리에 보유 중이었던 기술로서 511 연구소와 천공 본부, 그리고 최수빈의 컴퓨터에만 있어야 하는 거들이었다.“넥스트 테크는 지금 아주 잘 나가고 있죠.”최수빈은 고개를 숙여 단상 아래에 있는 박하린을 내려다보았다.“만약 이게 정말 박 대표가 직접 개발한 거라면 나도 축하해 주겠지만 차마 박 대표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표절하고 영광을 누리는 걸 용납할 수 없네요. 이는 지식재산권 문제잖아요.”이윽고 최수빈은 법원 소환장을 대형 스크린에 띄웠다.“만약 박 대표가 내 증거에 의혹을 품고 있다면 여기서 더 다투지 말고 법정에서 만나죠.”법원은 이미 사건을 접수하고 재판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리고 최수빈은 이미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박하린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가 다시 창백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좋아요. 그럼 법정에서 보죠. 수빈 씨가 저를 모함한 것에 대해서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오늘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인물들이었다.설령 박하린이 정말로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게 아니라고 해도 최수빈의 이러한 지적과 법원 소환장의 등장은 넥스트 테크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지식재산권 문제가 있는 회사와 협력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었고 법적 분쟁이 있는 거래는 언제나 위험을 동반하기 마련이었다.이까짓 돈을 못 번다고 해도 굳이 나서서 손해를 감수하려 드는 사람은 몇 없었다.사람들의 선망 어린 눈길은 순식간에 흥미롭다는 듯한 눈빛으로 바뀌었다.진승우 역시 최수빈의 수법에 치를 떨었다.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이 자리에 참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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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최수빈은 주민혁을 찬찬히 훑어보았다.아직 그녀가 실질적인 피해를 준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박하린을 위해 나서주고 있었다.하지만 일이 터져 버린 이상, 넥스트 테크의 파산은 시간문제였다.최수빈은 비웃듯 입술을 비틀었다.“이거 경고예요, 아니면 협박이에요?”주민혁은 짙은 눈빛으로 최수빈의 작은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언제쯤이면 함부로 허세 부렸다간 큰코다친다는 도리를 깨우칠까.”남자가 목울대를 한 번 움직였다.“손에 쥔 게 있으면 그걸 이용할 줄 알아야지.”이때, 통화를 마친 박하린이 전화를 끊고 돌아왔다.주민혁은 곧장 걸음을 옮겨 박하린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최수빈은 눈살을 찌푸렸다.정말이지 지나치게 애매했던 주민혁의 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진승우는 지나가면서 일부러 최수빈 쪽으로 고개를 돌려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봐요. 자꾸 나대다가 진짜 큰일 나는 수가 있어요. 조심해요.”진승우는 최수빈이 지금 이렇게까지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이유가 두 사람이 이혼한 후에도 주민혁이 해줄 만한 건 다 해준 탓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정말 자신의 매력이 대단하다고 착각하며 시시때때로 박하린 앞에서 등장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머리 위까지 밟고 올라서려 하고 있었다.‘상황이 이렇게까지 됐는데 주민혁이 널 정말 가만둘 것 같아?’최수빈의 행동은 정말이지 너무나 어리석었다.주민혁이 존재하는 한 넥스트 테크가 아무리 큰 타격을 입는다고 해도 파산하는 일은 절대 없을 터였다.최수빈이 박하린과 맺은 계약에서 최종 승리를 거머쥘 사람은 오직 박하린뿐이었다.진승우는 그 말만 남기고 몸을 돌려 회의실을 걸어 나갔다.최수빈은 그 뒷모습을 보며 냉소를 흘렸다.화장실에서 돌아오던 송미연은 박하린 무리가 회의실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뭐야? 또 와서 시비 걸고 갔어?”최수빈은 태연하게 대답했다.“저렇게 잘난 척하는 것도 오래는 못 갈 거야.”-최수빈은 회의를 마친 후,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곧장 병원으로 가서 외삼촌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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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최수빈은 고개를 숙여 끊긴 전화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새까만 눈동자에는 약간의 냉기가 서려 있었다.이렇게까지 시달리다 보니 그녀도 어떤 조치라도 취해야 했다.원금영의 의심 역시 그녀가 흘린 정보는 아니었다.-박하린 쪽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갑작스러운 최수빈의 고소 때문에 회사 프로젝트가 정체되어 버리고 말았다.이 사실을 알게 된 조윤미는 더더욱 냉정함을 유지하며 침착하게 행동했다.인정하기 싫었지만 최수빈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지 잘 아는 여자였다.“민혁이는 뭐라고 했는데?”박하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민혁 오빠는 당연히 저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고 있어요. 그냥 최수빈 때문에 프로젝트 진도가 이렇게까지 늦춰지는 게 너무 분하고 짜증 나요.”하지만 일은 벌어졌으니 박하린은 최수빈과 함께 감정 소모가 엄청난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조윤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너무 당황해할 필요 없어. 민혁이가 네 편에 서 있는 한, 무서워할 건 아무것도 없어. 최수빈이 아무리 발악해 봤자 너한테 큰 피해를 주지는 못할 거야.”“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최수빈이 정말 너를 모함하는 거야, 아니면 네가 가진 그 자료들이 다른 사람 걸 도용한 거야?”조윤미가 물었다.박하린은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지금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중요한 것은 이 아이디어를 누가 제안했고 추진하려 했는지였다.-최수빈은 권성우 변호사를 찾아가 박하린과의 소송 건에 대해 논의했다.“주민혁 씨가 박하린을 위해 전문 변호인단을 고용했어요. 은산시의 에이스로만 팀을 짰던데... 아무래도 기어코 박하린을 지켜내려는 모양이에요.”최수빈은 차갑게 웃었다.모든 것이 그녀의 예상대로였다. 박하린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주민혁은 모든 것을 총동원해 그녀를 도울 것이다.“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기껏해야 박하린한테 적용될 형량을 조금이라도 참작해서 줄여주는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죠. 이미 뻔히 있는 사실을 없는 일로 만들지는 못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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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최수빈은 결국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주민혁이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했으니 이번에 만나주지 않으면 다음번에 또 찾아올 게 뻔했다.단지 입구로 내려간 최수빈은 멀리 길가에 주차된 랜드로버 한 대를 발견했다. 남자는 팔을 창틀에 나른하게 걸치고 있었고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는 창문 밖으로 끊임없이 연기를 뿜고 있었다.주민혁이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최수빈의 기억 속에 있는 주민혁은 담배를 즐겨 피우는 사람이 아니었다.몇 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같은 지붕 아래에 살면서 그에게서 담배 냄새를 맡은 적은 거의 없었다.최수빈은 차창 밖에 서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주민혁은 느긋하게 손에 들고 있던 비벼 껐다.“차에 타서 얘기해.”최수빈은 뒷좌석 문을 열 준비를 했다.그러자 주민혁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조수석에 타.”최수빈은 조수석 앞에 붙어 있는 문구를 보았다: [우리 아기 전용 좌석, 다른 여자는 뒷좌석으로 가주세요.]-그 눈꼴 사나운 문구가 대놓고 심기를 거슬렀다.누가 붙였는지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주민혁의 마이바흐가 절벽에서 추락한 후, 그는 박하린의 취향에 맞춰 랜드로버로 차를 새로 뽑았다.주민혁은 조수석 앞의 문구를 흘끗 보고는 최수빈을 올려다보며 얇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아직도 이런 거 신경 써?”최수빈은 아무렇지도 않게 조수석 문을 열고 앉았다.주민혁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을 그녀가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박하린이 소란을 피우면 그녀를 달래는 사람도 결국에는 주민혁이었다.그녀는 차분하고 냉랭한 표정으로 조수석 문을 닫았다.“용건만 간단히 말해요.”주민혁의 손은 핸들 위에 나른하게 올려져 있었다. 그는 백미러에 시선을 고정한 채, 뒤쪽 도로 상황을 살폈다.“개학하면 예린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지?”주민혁이 말했다.“아직도 이사할 생각은 없는 거야?”“나한테 이 얘기 하려고 일부러 찾아온 거예요?”최수빈이 주민혁을 흘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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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사랑이 너무 깊으면 그 감정 역시 절절한 법이었다.그렇게나 사랑하고 그렇게까지 원한다면 죽어주는 게 최수빈이 원하는 바였다.그녀가 주민혁에게 고작 목숨 하나 바칠 것을 요구하긴 했지만 절대 지나친 요구는 아니었다.주민혁은 그윽한 눈빛으로 최수빈을 가만히 응시했다.최수빈은 미동도 없이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랫동안 대화를 나눈 적은 드물었다.이전에는 몇 마디 더 나누기도 전에 주민혁에게 갑자기 바쁜 일이 생기거나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자리를 떴었다.차 안의 고요하던 분위기는 최수빈의 한마디 때문에 미묘해졌다.오랜 시간이 흐른 후, 주민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그렇게 싫은가 보네.”최수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사랑에 끝이 없듯 증오에도 끝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어떤 감정이든 존재하는 한, 두 사람은 서로 얽힐 수밖에 없다.하지만 최수빈은 더 이상 주민혁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최수빈은 지극히 평온한 시선으로 주민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주 말도 하지 않고 오직 대답만을 기다렸다.주민혁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더니 무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지금은 안 돼.”‘지금은 안 된다니.’나중에도 안 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그러니 주민혁은 진심으로 박하린을 사랑하고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마다하지 않고 순순히 내어줄 만큼 끔찍이도 아꼈다. 박하린만 무사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좋다는 뜻이었다.최수빈은 주민혁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모두 자신과 같은 언어를 쓰고 있긴 했는데 주민혁의 입을 거칠 때마다 수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았다.“나 지금 민혁 씨랑 농담 따먹기 할 시간 없어요.”최수빈은 주민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참을성 없는 목소리와 표정으로 말했다.“나 바쁜 사람이에요. 이렇게 같이 노닥거려줄 시간 없다고요.”주민혁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최수빈에게서 시선을 돌렸다.“다른 거 얘기해 봐.”최수빈은 헛웃음을 지으며 차에서 내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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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주민혁은 그저 최수빈을 바라보며 무덤덤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너는 하린이를 감옥에 넣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나 봐”“네가 하린이를 싫어하는 것도 다 나 때문이잖아.”주민혁이 말했다.“나를 증오해?”최수빈은 주민혁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는 계속해서 느릿하게 말을 이어 나가며 뜻을 명확히 했다.“하린이를 감옥에 보내서 네 분이 풀린다면 나는 어떤 결말을 맞이해야 네 마음속의 화가 풀릴까.”“정말 내가 죽어야겠어, 응?”그 말에 최수빈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주민혁의 말투에서 어떠한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최수빈은 지금 주민혁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 것도 너무 싫고 짜증이 났다.마치 그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협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정말 주민혁이 죽는다면 자신의 말 한마디 때문이라고 여겨질까 봐 두려웠다.만약 최수빈의 말 한마디가 정말 그토록 큰 힘을 지녔다면 그녀가 지난 몇 년 동안 그토록 고통스럽게 살았을 리 없었다.최수빈은 차가운 비웃음을 흘렸다.“그럼 죽어줘요.”‘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주민혁의 생사는 최수빈과 아무 관계가 없었다.그녀가 말은 단지 둘 사이에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하지만 주민혁 같은 협상 전문가는 억지로 최수빈을 이곳에 붙잡아 두며 같은 대화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최수빈은 그에게 말려들어 오늘 안으로 박하린을 풀어주기 위해 자기가 원하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정확히 얘기해야만 할 것 같았다.그리고 주민혁이 제시한 조건은 겉으로는 무엇이든 들어줄 것 같았지만 그녀의 한계가 무엇인지 시험하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그 문제에 대해서는 방금 대답했어요.”주민혁이 최수빈을 바라보았다.“신세계 그룹이면 충분해? 내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네가 내 자리를 물려받는다면 분이 풀릴까?”최수빈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이런 주제는 근본적으로 논의할 가치가 없었다.하지만 주민혁의 이 한마디가 최수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신세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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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나는 그냥 민혁 씨한테서 괜히 연락 폭격이나 괴롭힘을 당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최수빈은 입술을 비틀었다.“정말 급한 일이 있는 거라면 민혁 씨는 당연히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날 찾아내겠죠.”“이 일이 지나고 1년 후에 계약 기간까지 끝나면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어떠한 대화도 없을 거예요.”그때가 되면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갈 것이고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주민혁은 더 이상 이 대화 주제를 이어 나가지 않았다.“입학 축하연에 예린이 데리고 오는 거 잊지 마.”최수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입학 축하연은 할머니인 원금영이 직접 주관하는 일이었다.주예린이 참석하고 동의했으니 최수빈은 딸을 데리고 축하연에 참석할 예정이었다.-집으로 돌아온 최수빈은 주민혁과 차 안에서 나눴던 대화를 곱씹어 보았다.신세계 그룹 같은 엄청난 카드를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최수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육민성에게 연락했다.육민성은 한 달간의 환경 조사를 마치고 은산시로 돌아왔다.최수빈과 송미연은 함께 그를 마중 나갔다. 그들은 겸사겸사 주민혁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볼 생각이었다.사막의 환경은 아주 혹독했다.육민성이 금방 공항에서 나왔을 때는 최수빈과 송미연 모두 하마터면 그를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한 달 만에 육민성의 피부는 새까맣게 타 있었다.“누가 보면 아프리카로 유배라도 갔다 온 줄 알겠어요.”송미연은 육민성을 바라보며 말했다.“출장 한 번 갔다 왔는데 인종이 바뀌어서 오면 어떡해요. 안 그래도 나오는 사람 많은데. 하마터면 못 알아보고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인 줄 알고 그냥 지나칠 뻔했잖아요.”육민성은 입술을 비틀며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너는 여전히 변함이 없네. 난 이 피부색이 엄청 마음에 드는데. 더 남자다워 보이지 않아?”“...”그들은 한 레스토랑의 예약된 룸 안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육민성은 사막의 혹독한 환경에 시달리다가 돌아왔다.먹고 싶었던 것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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