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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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1화

설마 백운 부인이 연천능이 독에 걸리지 않았다는 걸 알고, 하룻밤을 함께하려고 나온 것일까?백진아는 꽃향기로 가득한 공기를 살펴보았지만, 그 안에는 독이 없었다.그렇다면 독은 백운 부인의 몸에 숨겨져 있는 걸까?백운 부인은 불꽃처럼 붉은 비단의 얇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불빛 아래 비친 가느다란 허리는 한 손에 잡힐 듯 얇았고, 느슨하게 풀어진 옷깃 사이로는 새하얀 피부가 드러났다.얼굴에는 정교한 화장이 더해져 있었고, 특히 여우를 닮은 눈매는 더욱 세심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눈빛 하나만으로도 사람의 혼을 빼앗을 만큼 매혹적이었다.이렇게 선녀 같으면서도 요염한 여인을, 과연 어떤 남자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백운 상인 같은 고명한 인물조차 그녀에게 넋을 잃었고, 이건인이 질투에 미쳐 날뛴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백운 부인에게는 분명 남자들을 홀릴 만한 매력이 있었다.그때, 연천능이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왔다.검은 무복 차림의 그는 소매와 옥띠를 단정히 여민 덕분에 탄탄한 체격이 더욱 돋보였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몸에서는 차갑고 오만한 기세가 흘러나왔다.밤바람이 부드럽게 스치는 가운데, 그는 달빛 아래를 천천히 걸어왔다. 흰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옷자락이 나부끼는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 같았다.백운 부인의 거문고 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그녀가 얼마나 들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그녀는 백진아가 청아하고 아름다운 절세미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은 화려하고 요염하게 꾸며 연천능의 마음속에서 백진아의 흔적을 지워 버릴 생각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는 비장의 무기도 있었다. 연천능이라 해도 결코 저항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연천능은 백운 부인을 보자 차갑게 비웃으며 그대로 지나치려 했다.“능아….”백운 부인이 나직하게 불렀다. 애처롭고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간드러진 요염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그 소리를 들은 백진아는 몸서리를 치며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연천능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짐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이는 불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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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화

백진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의념으로 병 속의 고충을 공간으로 옮긴 뒤, 구멍이 뚫린 투명한 배양병 안에 넣었다.벌레는 의외로 귀여웠다. 통통하고 하얀 누에 애벌레처럼 생겼지만, 눈은 커다랗고 머리에는 더듬이 두 개가 달려 있었다.하지만 눈빛은 사납고 음험했으며, 악독함으로 가득했다. 멍청하고 귀여운 생김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백진아가 은침으로 살짝 찔러 보자, 녀석은 재빨리 몸을 피하더니 새까만 작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듯 흉악한 모습이었다.몸은 옥처럼 새하얀데 이빨만 새까맸다. 아마 독을 먹어서 물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몸은 여전히 하얀 것일까?백진아가 통통한 벌레를 자세히 살펴보려던 순간, 백운 부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녀는 연천능을 바라보며 슬픈 눈빛을 지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얼굴로 말했다.“능아,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내 마음을 모르겠니?”그러고는 정자 가장자리에 드리워진 얇은 비단 장막을 걷어 올리고, 허리를 살랑이며 연천능에게 다가갔다.백진아는 속으로 감탄했다. 정말 사람은 뻔뻔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는 법이었다.당장 나가 백운 부인의 뺨을 몇 대 후려치고 싶었지만, 연천능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먼저 손을 썼다.그는 정자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았다. 백운 부인과 네다섯 걸음쯤 떨어진 자리에서 강한 장풍을 날렸다.‘짝!’맑고 날카로운 소리가 멀리까지 울려 퍼졌다.백운 부인은 두 바퀴나 빙글 돌더니 정자 안으로 나가떨어져 거문고를 올려둔 탁자에 부딪혔다. 와르르 요란한 소리가 뒤따랐다.그녀의 얼굴 반쪽은 순식간에 부어올랐고, 입가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너, 너… 나를 때린 것이냐? 나는 네 사모다! 앞으로는 네 장모가 될 사람이야!”연천능은 냉소를 흘렸다.“사모라는 걸 알고는 계셨습니까? 그런 추태를 부리는 모습이 역겹기 짝이 없습니다. 스승님이 아니었다면 진작 죽였을 것입니다!”백운 부인은 부어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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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3화

백진아는 자신의 독이 백운 부인에게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설마 몸속의 고충 때문인 걸까?과거 오약설 역시 온갖 독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백진아는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만약 아직 얼음 두꺼비와 백운 상인을 찾지 못한 상황만 아니었다면, 그리고 남의 몸속 고충을 꺼낼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것만 아니었다면, 당장 이 여자 몸속의 고충을 모조리 빼냈을 것이다.“이미 거래는 성사됐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마십시오. 저를 궁지로 몰아붙이면 그 대가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연천능은 차갑게 말한 뒤 소매를 휘날리며 돌아섰다.백진아는 일부러 냉대받고 버림받은 듯 원망 어린 표정을 지으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백진아!”백운 부인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백진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턱을 치켜든 채 담담하게 말했다.“황후마마라고 부르시죠.”그 오만한 태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연처럼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백운 부인은 속이 뒤집힐 만큼 화가 치밀었다.“여기는 대량의 문선산이다! 네가 여기서 제멋대로 굴 곳이 아니란 말이다!”백진아는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이곳에서는 제멋대로 굴지 않겠습니다. 바로 문선산을 떠나죠.”말을 마치고 돌아서려 하자 백운 부인이 차갑게 외쳤다.“잠깐!”백진아는 경멸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할 말 있으면 빨리 하고, 헛소리할 거면 집어치우세요.”백운 부인은 바닥에 쓰러진 문선산 제자들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해독제를 남겨 두고 가라!”백진아는 그들을 무심히 한 번 훑어본 뒤 대답했다.“해독제는 필요 없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저절로 깨어날 테니까요.”그녀는 그 말만 남기고 그대로 걸어갔다.백운 부인은 그녀의 곧게 뻗은 뒷모습을 바라보며 질투와 원망이 뒤섞인 미소를 지었다.“계속 그렇게 잘난 척해 보렴. 곧 울게 될 테니. 설령 네가 식심고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연천능이 정고에 걸린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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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영아의 몸은 고충을 기르는 그릇이자, 고왕의 집이나 다름없었다. 고왕은 그녀가 자신의 피로 키워낸 존재였기에 서로 마음도 통했다.그래서 그녀는 굳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고왕이 스스로 얌전히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영아는 정자 근처를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고왕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스스로 돌아오지도 않았다. 게다가 주변 어디에 있는지조차 느껴지지 않았다.백운 부인은 그녀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물었다.“어때? 찾았느냐?”영아는 놀람과 의심이 뒤섞인 얼굴로 정자에 앉아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백운 부인은 창백한 얼굴로 애써 자신을 위로하듯 말했다.“어쩌면 고왕이 잠깐 놀러 나간 걸지도 모르지. 실컷 돌아다니다 보면 알아서 돌아올 것이다.”영아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연천능이 데려온 사람들 중에 뛰어난 고사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요림에게 가서 어떻게 고를 놓으려다 도리어 당했는지 물어봐야겠습니다.”그리하여 두 사람은 소요림의 거처로 향했다.소요림은 처음 남녀관계를 가진 뒤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목욕을 마친 뒤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터라, 잠에서 깨자마자 짜증을 냈다.“무슨 일입니까? 사람 잠까지 깨우고!”백운 부인은 침상 곁에 앉아 부드럽게 물었다.“백진아에게 식수고를 걸 때,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었느냐?”소요림은 멍한 눈으로 몇 번 깜빡이더니 한참 생각한 끝에 말했다.“백진아요? 능 오라버니 딸의 생모를 말하는 겁니까?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지 않았나요?”백운 부인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영아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영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내밀어 소요림의 맥을 짚었다.백운 부인이 다시 물었다.“요림아, 네 나이가 몇 살이지? 지금은 몇 월이고?”소요림은 이상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머니, 왜 그러십니까? 저는 올해 열여덟 살이고, 지금은 이월입니다. 곧 제 생일이잖아요.”백운 부인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벌써 일 년도 더 된 일이란다.”영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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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5화

뢰일이 말했다."백운 부인과 영아가 정말 그렇게 말했습니다. 정자 안에서도 한참 동안 사람들을 시켜 찾았고요. 상당히 다급해 보였으니 거짓말 같지는 않았습니다."연천능은 백진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고왕은 모든 고충을 굴복시킨다고 하더군. 다른 고충으로 시험해 보는 건 어떠냐?"백진아는 문득 뢰일과 뢰이의 몸에서 꺼내 두었던 고충 두 마리가 떠올랐다.그녀는 그중 한 마리를 꺼내 고왕이 들어 있는 배양병에 넣었다.원래는 고왕이 연천능처럼 냉담하고 오만한 눈으로 작은 벌레를 내려다보며, 무릎 꿇고 절하기를 기다릴 줄 알았다.그런데 뜻밖에도 통통한 하얀 고왕은 순식간에 달려들더니, 두어 입 만에 작은 고충을 꿀꺽 먹어 치워 버렸다!백진아는 깜짝 놀랐다."이 녀석, 먹보였네!"그녀는 눈빛을 반짝이며 고왕과 식수고에 걸린 토끼를 같은 유리 용기에 넣어 보았다."와! 예쁜 벌레!"보아의 말랑말랑하고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상이 보아를 안고 와 백진아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공주님께서 기분이 안 좋으신지 울면서 폐하와 황후마마를 찾으셨습니다."연천능은 보아를 품에 안고 통통한 볼을 살짝 꼬집으며 다정하게 물었다."왜 기분이 안 좋았느냐?"뒤따라오던 낙우진이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제 잘못입니다. 실수로 보아가 쌓아 놓은 블록을 넘어뜨렸어요."하지만 보아는 새하얗고 통통한 고왕을 보자마자 그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보아는 작은 손가락으로 벌레를 가리키며 외쳤다."우진 오라버니, 보세요! 벌레예요! 예쁜 벌레!"낙우진의 근심도 순식간에 사라졌고, 신이 나서 다가와 구경했다.고왕은 토끼를 물지 않고 더듬이를 흔들며 토끼 주위를 천천히 기어 다녔다.그러다 갑자기 토끼가 비명을 질렀다. 네 발을 버둥거리며 바닥을 뒹구는 모습은 몹시 괴로워 보였다."아! 무서워요!"보아는 두 손으로 눈을 가렸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손가락 사이로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몰래 들여다보았다.연천능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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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6화

보아도 기대와 간절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백진아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눈망울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눈물이 가득 맺혀 있었다.너무 귀여웠다!너무 사랑스러웠다!아이의 부탁을 거절하는 건 죄를 짓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백진아는 단호하게 배양병 뚜껑을 닫으며 냉정하게 말했다."안 돼. 이 벌레는 너무 위험해.""흑!"보아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작은 몸을 돌려 연천능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연천능은 마음 아픈 표정으로 작은 등을 토닥이며 부드럽게 달랬다."어머니 말씀이 맞단다. 저 작은 벌레는 귀엽게 생겼지만 아주 사납단다. 새까만 이빨이 나 있는 것도 보지 않았느냐? 얼마나 위험한데!"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의 눈빛은 원망스럽게 백진아를 향하고 있었다. 고왕의 이빨을 뽑아 버리든, 아니면 작은 병 안에 안전하게 가둬 두든, 무언가 해결책을 찾아주길 바라는 눈빛이었다.사실 예전의 그라면 이렇게까지 보아를 응석받이로 키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 달 안에 필요한 약재를 모두 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고, 보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만약...그는 오늘 아이의 작은 소원 하나조차 들어주지 못한 일을 평생 후회하게 될지도 몰랐다.그 생각이 들자 연천능은 가슴이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고, 눈가까지 붉어졌다.백진아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 역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아이가 고왕에게 다칠까 봐 걱정되는 걸 어쩌겠는가?아이가 한 번 아프면 더 오냐오냐 키우게 된다고 하지 않던가?그때 낙우진이 백진아의 소매를 잡고 애원했다."황후마마, 황후마마!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병뚜껑을 단단히 붙여 버리면 안전하지 않을까요?"그 눈빛은 더 이상 거절했다가는 백진아가 계모라도 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백진아는 힘껏 그의 머리를 헝클어뜨린 뒤 연천능을 흘겨보았다."좋은 일은 다 하고, 나만 계모로 만들려는 것입니까?"연천능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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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7화

백진아는 가느다란 플라스틱 막대 하나를 꺼내 보아에게 건네며 당부했다."이걸로 고왕과 놀아도 되지만, 손으로 구멍을 막으면 안 된다. 이 녀석 이빨에 물리면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보아는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작은 막대를 환기 구멍 사이로 집어넣어 고왕의 꼬리를 콕 찔렀다."앙!"고왕이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얼른 꼬리를 숨기고는, 엄청난 모욕을 당한 사람처럼 보아를 노려보았다.‘감히 본 고왕을 희롱하다니! 죽어 마땅하다!’"까르르!"보아는 배를 잡고 웃더니 이번에는 고왕의 머리를 툭 건드렸다."앙!"고왕은 완전히 폭발했다.‘무엄하다! 정말 무엄해!’낙우진도 웃으며 말했다."벌레한테 이름 하나 지어 주자!"고왕은 어이가 없었다.'네가 작은 벌레다! 네 가족 모두 작은 벌레야! 본왕은 고왕이다! 고왕이라고!'백진아는 보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이제 이 아이는 네 반려동물이니, 네가 이름을 지어 주렴."보아는 커다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한참 고민했다.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가 무슨 근사한 이름을 지을 수 있겠는가?한참 고민한 끝에 말했다."벌레!""앙! 앙!"고왕은 강하게 항의했다.그러자 보아의 눈이 반짝였다."앙이요! 자기가 앙이라고 했어요!"그리하여 위엄 넘치는 고왕은, 앙이라고 불리는 그녀의 반려동물이 되었다.백진아는 아직 앙이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에 보아 혼자 놀게 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곁에서 함께 놀아주다가 아이가 잠들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작은 손에서 병을 꺼냈다.연천능은 웃음을 터뜨렸다."이 녀석, 잠들어서도 좋아하는 장난감을 꼭 쥐고 있네. 다른 집 아이들도 다 이런가?"백진아는 보아의 발그레한 볼에 입을 맞추며 나지막이 말했다."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지요."그녀는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연천능과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얼음 두꺼비를 어디에 숨겨 놓았는지 모르겠네요."연천능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내일이면 아마 소식이 있을 것이다."백진아의 눈에도 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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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8화

연천능은 고개를 저었다.그의 반응에 백진아는 순간 멍해졌다."설마... 못 이긴다는 뜻입니까?"연천능은 고개를 끄덕였다."문선산은 장문인 아래에 아홉 명의 장로가 있다. 그들의 무공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고, 각자 제자를 거느리며 독자적인 세력을 이루고 있지."백진아는 못마땅한 듯 입술을 삐죽 내밀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독을 쓰고, 폭탄을 써서 문선산 자체를 날려 버리면 되잖습니까!"연천능은 웃음을 터뜨렸다."아홉 장로가 모두 백운 부인의 명령을 따르는 건 아니다. 이건인처럼 마음이 삐뚤어진 자들만 그런 여자에게 홀리는 법이지."백진아가 물었다."장문이 실종됐는데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단 말입니까?"연천능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고, 다시 살기가 번뜩였다."스승님은 실종되기 전 산 아래를 다녀오겠다고 말씀하셨고, 문파의 일도 미리 정리해 두셨다. 원래는 대장로가 장문령을 대신 맡아 문파를 관리하기로 되어 있었지. 그런데 결국 백운 부인이 장문령을 들고 나타나, 스승님이 갑자기 하산하시면서 자신에게 맡기고 갔다고 말했다더군."백진아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렇다면 백운 상인의 실종은 분명 백운 부인과 관계가 있겠네요."연천능이 말했다."대장로를 비롯한 사람들도 그녀를 감시하기 위해 사람을 붙였지만, 별다른 단서는 찾지 못했다."백진아의 눈빛이 반짝였다."혹시 그녀의 거처에 비밀 공간 같은 게 있는 건 아닐까요? 내일 작별 인사를 하러 갈 때 한번 살펴보시지요."연천능은 침착하게 말했다."인사를 갈 필요도 없을 것 같구나. 그녀는 이미 목적을 달성했고, 우리 실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내일 직접 인사를 하러 이곳에 올 것이다."백진아는 눈을 깜빡이며 다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번에는 그 여자의 정체를 완전히 까발리기 전까지 절대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신을 모셔 오는 건 쉬워도 내보내기는 어렵다는 걸 제대로 알려줘야지요."연천능의 눈빛 속 살기는 더욱 짙어졌다."내 딸을 건드렸으니 반드시 갈기갈기 찢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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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9화

그런데 뜻밖에도 소요림은 정말로 자기 뺨을 두 번이나 세게 때렸다.‘짝! 짝!’"아파요. 정말 아파요! 꿈이 아니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그녀는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몸을 돌려 달려 나갔다. 문을 막 나서려던 순간 누군가의 품에 부딪혔고, 상대는 재빨리 그녀를 끌어안았다.놀라고 화가 난 소요림이 고개를 들었는데, 어느새 눈앞에는 주일검의 잘생기고 온화한 얼굴이 보였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녀는 심장이 무언가에 세게 부딪힌 듯했다. 설명할 수 없는 두근거림과 함께, 이상하게도 이 품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주일검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은 채 다정하게 물었다."우리 림이, 무슨 일이오? 어찌 이렇게 놀란 것이오?""림이라니요?"소요림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우리... 정말 함께하게 된 것입니까?"주일검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그럼, 당연하지. 어제 우리..."그는 그녀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연인끼리만 나눌 수 있는 은밀한 이야기를 속삭였다.소요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어쩐지 이런 장면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고, 그의 말을 조금씩 믿게 되었다.하지만 그녀는 다시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그렇지만... 저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주일검은 다급하게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걱정하지 말거라. 영아 사저를 찾아가 보자. 그녀라면 너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그 역시 정고에 걸려 있었기에, 이 순간 소요림을 향한 감정은 진심이었다.정고에 걸린 두 사람은 서로에게만 깊이 빠질 뿐, 다른 감정이나 지능에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소요림은 고개를 저었다."안 됩니다. 오라버니와 함께 갈 수 없어요. 어머니는 저를 능 오라버니와 혼인시키려고 하십니다. 우리가 이런 사이라는 걸 알게 되면... 분명 당신을 죽일 거예요."주일검도 백운 부인의 무서운 수단을 떠올리자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얼음 두꺼비가 당신의 기억상실을 치료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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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0화

연천능 역시 주먹을 살며시 움켜쥐었다. 그는 영아가 고왕을 찾아낼까 봐 걱정하는 것이 아닌, 고왕이 주인의 기운을 느끼고 흥분하거나 날뛰는 바람에 보아가 속상해할까 봐 염려됐다.백진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담담하게 말했다."이곳도 괜찮으니 굳이 옮길 필요는 없네."영아는 백진아 가까이에 멈춰 섰다. 그러더니 벽을 바라보며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잠시 후 영아는 고개를 돌려 백진아를 바라보며 억지웃음을 지었다."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영아는 말을 마친 뒤 예를 올리고 몸을 돌려 떠났다.백진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저 사람, 정말 신경질적인 것 같아요. 대체 앙이를 눈치챈 걸까요?"연천능이 담담하게 말했다."고왕은 그녀 몸속의 피로 길러진 존재다. 서로 특별한 방법으로 기운을 느낄 수도 있지. 앙이의 상태를 한번 살펴보거라. 평소와 다르더냐?"사람은 감정을 숨길 수 있어도 벌레 같은 하등 생물은 위장하지 못한다.백진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공간을 살펴보니 보아와 낙우진이 퍼즐 놀이를 하고 있었고, 앙이가 들어 있는 작은 병은 그 옆에 놓여 있었다. 앙이는 유리 너머로 퍼즐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백진아는 미소 지었다."얌전히 있습니다. 아무래도 공간의 결계가 둘 사이의 감응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 같네요."연천능의 눈빛이 반짝였다."네 정신력으로 공간의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지 않으냐? 공간에 있는 사람의 기억도 지울 수 있다면, 앙이가 영아를 잊고 보아를 주인으로 여기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않으냐?"백진아는 순간 멍해졌다가 이마를 '탁' 쳤다."그러네요! 너무 고정관념에 갇혀 있었습니다. 초현실적인 능력이 있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네요."연천능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미 충분히 덤벙거리는데, 더 때리면 바보가 되는 것 아니냐?"백진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제가 바보라고요?"연천능은 재빨리 말을 바꿨다."내가 바보야, 바보."백진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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