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능은 어떤 곳에 도착하든 먼저 항복을 권유했다. 항복하지 않으면 공격했고, 철저하게 짓밟았다.하지만 한 지역을 점령한 뒤에는 백진아가 알려준 방법대로 관리를 배치하고 병력을 주둔시키며 새로운 질서를 세웠다. 동시에 백성을 안정시키고, 세금을 감면하며, 의술을 베풀고 약을 나눠주며 백성을 구제했다. 그렇게 그는 백성의 지지를 얻었다.한 손에는 단호한 통치, 다른 한 손에는 유화 정책. 이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한 덕분에 그가 점령한 영토는 모두 빠르게 안정되었다.연천능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그는 호국공이라고 해서 특별히 대우할 생각은 없었다.“먼저 항복을 권유하는 서신을 써서 관문 안으로 보내거라. 그들의 태도를 시험해 봐야겠구나. 그들을 안정시킬 수 있다면 더없이 좋고.”그때 병사가 들어와 보고했다.“폐하, 명성 정가군에서 사람을 보내 알현을 청하고 있습니다.”연천능은 지도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정가군?”명성은 호로산 뒤쪽에 있는, 호로산의 든든한 뒷배였다. 호로산이 무너지면 두 번째 방어선이 되는 곳이었다.호로산처럼 지형적 우세가 없다 보니 그곳에는 주둔 병력이 몇 배나 더 많았다. 무려 삼만 명이 넘었다.호로산이 함락되더라도 적을 다시 몰아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뒤는 평원이라 천연의 요새나 방벽이 없었다.연천능이 조사한 결과, 명성을 지키는 것은 정가군이었다. 정씨 가문은 명성 지역의 명문가였고, 정가군은 지방 세력에 속했다.정가군은 명성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겉으로는 외지의 강한 세력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 지역을 장악한 토착 세력이었다. 세력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기에 앞으로 처리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터였다.그런데 지금 상대가 먼저 찾아와 알현을 청했다. 대체 무슨 의도일까?연천능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몇 명이 왔느냐?”병사가 대답했다.“한 명뿐입니다. 게다가 무기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그래?”연천능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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