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apítulo 1331 - Capítulo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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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1화

이유니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사람을 부리는 데 익숙한 모양이었다.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했다. 고난을 겪은 여러 생은 말할 것도 없고, 첫 번째 생에서만 삼백 년이 넘도록 수련하며 살아왔으니 충분히 거들먹거릴 만한 경력이었다.백진아는 이제 주인공 버프마저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거울을 만드는 방법을 대략 설명해 주었다.구체적인 공정까지는 그녀도 알지 못했다. 그저 유리 뒤쪽에 은이나 알루미늄 같은 금속 코팅을 입히면 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수은은 독성이 있으니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게 좋았다.그때, 누군가 와서 아뢰었다.“마마, 폐하께서 노곡주와 고 공자님을 모시고 돌아오셨습니다.”이유니는 손에 들린 찻잔을 흔들더니,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그녀는 수백 번의 생을 거치며 온갖 일을 다 겪었으니, 이제는 마음에 큰 파문 같은 건 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어째서인지 ‘못난 며느리가 시부모를 뵈러 가는’ 듯한 긴장과 초조함이 밀려왔다.백진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마중 나갔다.노곡주는 어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황후의 체통을 내세우며 앉아 있을 수 없었다.이유니도 자리에서 일어나 백진아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스승님, 이 제자가… 왔습니다…”고지행이 건들건들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시선이 백진아의 살짝 불룩해진 아랫배에 닿자, 사악하게 웃던 그의 표정이 굳어졌고 눈동자에는 한 줄기 아픔이 스쳤다.그러더니 그는 이내 미소를 더 크게 지으며 말했다.“스승님, 설마 스승님도 아이를 가진 겁니까? 정말 다행입니다! 몸이 완전히 나은 거군요!”그의 눈가가 약간 붉어졌다. 당시 백진아가 얼마나 처참한 상태였는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때 그녀의 몸속에 천잠고가 있었고, 천잠고가 생명을 모두 소진해 그녀를 지켜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그녀의 무덤 위 풀도 몇 번이나 베어냈을 것이다.고지행은 늘 그녀를 너무 늦게 찾아낸 것을 후회했다. 자신의 의술이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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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2화

백진아는 시선을 돌려 노곡주를 바라보며 웃었다.“곡주님께서 오셨군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서 전각으로 들어오시지요!”신의곡 곡주는 먼 길을 달려온 탓에 몹시 지쳐 보였다. 이유니의 배가 지나치게 큰 것을 보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살짝 고개만 끄덕인 뒤 전각 안으로 들어섰다.그 역시 마음속으로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감정을 숨기는 솜씨는 고지행보다 훨씬 뛰어났기에, 얼굴은 물론 눈빛에도 조금의 기색조차 드러내지 않았다.각자 자리에 앉고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차 한 잔을 마셨다.백진아가 노곡주를 바라보며 웃었다.“곡주님, 아시다시피 제가 맥을 짚는 솜씨가 좋지 않습니다. 어의들도 좋은 소식만 전하고 나쁜 소식은 숨기는 편이라… 번거로우시겠지만 저희의 맥을 좀 봐주시겠어요?”노곡주는 백진아의 뜻을 알아들었기에 사양하지 않았다.“좋지요!”먼저 백진아의 맥을 짚은 노곡주는 담담하게 웃었다.“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합니다. 녀석이 꽤 튼튼하고 장난기도 많으니, 평소에 조금만 조심하면 됩니다.”연천능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냉엄하던 잘생긴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이유니는 그래도 인사치레와 예의는 잘 아는 사람이었다. 삼천 년 넘게 살아온 고인물이라 생각하며 거만하게 굴지도 않았다. 그녀는 먼저 노곡주 앞으로 다가가 예를 갖춰 인사를 올린 뒤, 노곡주에게 맥도 봐 달라고 부탁했다.노곡주는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 조금 피부가 까무잡잡하기는 했지만 이목구비가 못생긴 것은 아니었고, 기품도 좋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어촌 여인처럼 보이지도 않았다.그는 저도 모르게 이유니에 대한 호감이 조금 올라갔다. 애초에 마음속 기대치가 너무 낮았던 탓이었다.노곡주가 손을 뻗어 맥을 짚자, 고지행은 긴장한 얼굴로 노곡주를 바라보았다.그는 이 아이가 자신의 아이였으면 했다. 그는 다른 사람과 혼인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아이가 생긴다면 외할아버지의 소원도 이루어 드릴 수 있었다.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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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3화

노곡주는 그의 속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 역시 오랫동안 품어 온 헛된 소망을 끊어내기 위해서였다.노곡주는 외손자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고 쓰라렸다. 그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고지행을 바라보며 말했다.“폐하, 마마, 혼사를 하사하시지요.”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이유니가 입을 열었다.“이 일은 서두를 필요 없습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고 뜻이 맞는 사람과 혼인해야 하는데, 우리는 맞지 않아요.”백진아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분명 하기로 했잖아? 이유니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거지?’연천능은 일이 틀어질까 염려되어 말했다.“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서로 뜻이 맞는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으니, 아이를 생각하도록 하거라.”고지행의 눈 깊은 곳에서 아픔이 한순간 스쳐 지나갔다. 그와 뜻이 맞는 여인이 있었지만, 그 여자는 결국 그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그 역시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오랫동안 질질 끌어왔다.고지행은 자신이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무엇을 바라고 있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그는 그저 말없이 그녀의 곁을 지키고 싶었고, 그녀의 미소만이라도 받고 싶었다.그런데 그는 하마터면 바다에서 죽을 뻔했고, 외할아버지까지 갑자기 몸져누웠다. 그런 외할아버지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였다. 그가 부인을 맞아 자식을 낳고 후사를 잇는 것.그리고 지금, 이유니가 그의 아이를 가졌다. 이것은 그에게 백진아를 향한 마지막 미련까지 끊어내라고 등을 떠미는 일이기도 했다.고지행은 이유니를 바라보며 말했다.“아이들을 사생아로 만들고 싶으냐? 아이들이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멸시를 받으며 크길 바라는 것이냐? 아니면 다른 사내에게 시집가 아이들에게 새아버지를 만들어 주고 싶으냐? 그러다 그 남자와 아이까지 생기면, 네 아이들은 외면받을 수도 있고 심지어 학대까지 받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아이들에게 책임을 다하는 게 아니야! 책임에 얽매이는 게 싫다면 처음부터 아이를 없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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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4화

바라지만 얻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니, 다른 것은 누구든 상관없었다.누구라도 괜찮았고, 또 누구여도 괜찮지 않았다.앞으로 고지행은 부인에게 존중과 정절,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오직 하나, 사랑만은 줄 수 없었다.백진아는 고지행의 모습을 보고 무척 만족했다. 축하한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도저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알 수 있었다. 고지행은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 속에는 짙은 씁쓸함과 단호한 결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백진아는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랑이라는 것은 결국 두 사람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법이 없는 모양이었다.한 사람을 선택하면, 다른 한 사람을 저버릴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가 미소를 지으며 연천능에게 말했다.“이유니는 배를 만드는 데 이바지했을 뿐만 아니라, 유리 공방까지 세워 유리도 만들어 냈어요. 관직을 올릴 셈입니까? 아니면 작위를 내려 주실 건가요?”연천능이 고지행을 바라보았다.“네 생각은 어떠냐?”고지행은 이유니를 바라보았다.“네 생각은?”이유니는 고지행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말했다.“관직을 내려 주십시오. 저는 공부에 남고 싶습니다. 수리와 건축에도 조예가 있습니다.”그녀는 과거 공부상서를 지낸 적이 있었기에, 공부의 업무가 아주 익숙했다.백진아는 이유니의 본성이 남자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성적인 색채가 강한 일을 선택한 것이라고 여겼다.연천능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너를 정4품 공부시랑에 임명하겠다. 수리 업무를 맡도록 하여라. 성과를 내면 관직을 올리고, 능력이 직급에 미치지 못하면 강등할 것이다. 그리고 이유니와 신의곡 소곡주 고지행의 혼사를 하사하겠다. 좋은 날을 잡아 혼례를 올리도록 하라!”정4품 관리라니? 어떤 관리는 십 년 동안 학문에 매달려 공부하고, 평생 관직에서 온갖 노력을 다해도 그 자리까지 오르지 못한다.그런데 이유니는 어촌 출신의 평범한 여인이었다. 공부에 들어왔을 때 고작 7품 낭중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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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5화

이유니의 할머니는 황후의 말을 황급히 거절했다.“마마,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는 궁에서 먹고 자며 이미 마마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데, 어찌 또 마마의 물건까지 받을 수 있겠습니까? 절대 안 됩니다, 절대 안 돼요!”백진아는 웃으며 말했다.“고지행은 제 제자입니다. 이유니에게 주는 혼수도 결국 제자의 집으로 가는 것이지 않습니까? 좋은 것은 남의 집으로 새어 나가게 하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니 사양하지 마십시오.”이유니가 시원스럽게 말했다.“감사히 받겠습니다, 마마!”할머니는 몰래 이유니의 팔을 꼬집으며 작은 목소리로 나무랐다.“유니야!”이유니가 할머니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저도 열심히 일해서 황후 마마께 보답할 거예요. 제가 능력이 있는 건, 할머니도 아시잖아요.”그제야 이유니의 할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유니를 흘겨보았다.사람들은 다시 혼례와 관련된 세부 사항을 몇 가지 더 의논했다. 중매와 혼수 절차도 진행하고, 혼례복은 내무부의 궁중 자수 장인들이 서둘러 제작하기로 했다. 신혼집 꾸미기는 궁녀들을 보내 돕도록 했다...궁에는 부릴 사람이 워낙 많았기에, 모든 준비는 질서정연하게 진행되었다.어쨌든 경사스러운 일이었다. 다들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얼굴에는 기쁜 빛을 띠고 즐거운 마음으로 흩어졌다.내무부 사람들은 일 처리가 아주 빨랐다. 호위무사들의 도움까지 받아, 저녁 무렵이 되자 광명전의 문과 창에 달린 유리가 모두 교체되었다.뢰십이 기뻐하며 말했다.“유리가 정말 좋습니다! 밝고, 튼튼하고, 안전하기까지 하니, 은침이나 암살용 화살도 걱정할 필요가 없겠습니다.”백진아가 웃으며 바로잡아 주었다.“그래, 유리야.”사람들도 일제히 따라 했다.“유리, 유리.”연천능 역시 유리가 마음에 들었다.“금화전과 어서방, 건곤전에도 모두 유리를 쓰도록 하라. 내무부는 유리 공방에 자금을 보내도록 하고.”유리 공방은 공부와 이유니, 백진아의 지분이 들어가 있었다. 궁궐 내부에서 사용하는 비용은 내무부의 회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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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6화

“그럴 필요 없다!”백진아가 손을 들어 연청리를 제지했다.“넌 연경곤도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더냐? 그것도 쌍둥이 형제지. 그러니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거라. 만약 폐하께서 이 일을 아신다면, 그때는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을 것이다.”연천능은 오래전부터 연청리를 죽이고 싶어 했다. 그는 연청리가 백진아와 보아에게 해를 끼쳤는지 아닌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위험한 인물이니, 싹을 잘라 버리려 했을 뿐이었다.비록 백진아가 정신력을 이용해 연청리의 머릿속에 자신들과 보아에게 충성을 다하라는 생각을 심어 놓긴 했지만, 사람의 생각과 감정은 언제든 변할 수 있었다.특히 이제는 공간의 속박마저 사라졌으니 말이다. 연경곤의 부하들은 끊임없이 연청리를 찾아와 연락하며 그를 세뇌시켰다.게다가 그들은 쌍둥이 형제였다. 언젠가는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보아와 그들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저지를 수도 있었다.그래서 백진아는 연청리에게 떠나라고 했다.궁을 나간 뒤... 연천능이 그를 죽이지 않는다 해도, 백진아는 따로 사람을 시켜 처리할 생각이었다.연청리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는 보아에게 다가갔다.보아는 막 앙이를 유리창에 붙여 놓고, 앙이가 체념한 듯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장난스럽게 깔깔 웃고 있었다.앙이는 필사적으로 짧은 네 다리로 유리를 붙잡으려 했지만, 계속 미끄러져 내려갔다.“앙앙, 앙앙…”‘살려 줘! 앙이가 떨어진다!’“하하하…”보아는 웃으며 앙이를 유리에서 떼어 주었다. 그러다 연청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둘째 스승님, 유리가 정말 재미있어요!”보아는 연청리의 표정이 이상한 것을 보고 웃음을 거두며 물었다.“둘째 스승님, 왜 그러십니까?”연청리는 쪼그려 앉아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공주, 이 스승의 형님이 병이 나서 집에 한 번 다녀와야 한단다.”보아는 작은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그녀는 아쉬웠지만, 형님을 구하러 가야 하는 둘째 스승님을 붙잡을 수도 없었다.그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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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7화

보아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예! 둘째 스승님도, 우진 오라버니도, 외할아버지도, 작은외삼촌도... 모두 각자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보아는 작은 팔로 백진아의 목을 꼭 끌어안고, 어머니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채 낮게 흐느꼈다.어린 보아는 평소 친구들과 함께 놀지 못하는 것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자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보아는 공간에서 지냈던 날들도 떠올렸다. 그때는 정말 무서웠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너무나 보고 싶었다.철이 든 보아를 보니 백진아는 가슴이 미어질 만큼 안쓰러웠다. 그녀는 한참 동안 보아를 달래고 또 달래서야 겨우 보아를 웃게 했다. 그리고 보아는 다시 앙이를 데리고 놀러 갔다.백진아가 서재에 들어가 보니, 연천능이 종이에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글을 쓰는 속도는 무척 빨랐고, 한 줄, 또 한 줄… 빠르게 종이를 채워 나가고 있었다.백진아가 다가가 물었다.“연청리가 떠났습니다. 사람을 보낸 것입니까?”연천능은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음. 궁을 나서는 순간, 바로 그를 처리할 것이다.”연천능은 팔을 들어 먹물을 찍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는 타고난 듯한 우아함과 고귀함이 배어 있었다.백진아는 마음을 놓고 물었다.“일부러 그를 시험하려고, 연경곤의 부하와 만나게 한 것이지요?”연천능이 말했다.“공간의 속박이 없는 이상, 보아의 곁에 위험한 자를 남겨 둘 수는 없다. 시험을 통과했다면 남겨 두었을 테지만, 그는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지.”그가 쓴 글은 단정하고 고왔으며, 남다른 운치가 있었다. 필체 또한 참 힘차고 웅장했다.붓을 거둔 그는, 붓을 옆에 놓인 금사단목 붓걸이에 걸어 두었다. 그리고 종이를 들어 한 번 살펴보았다. 백진아도 그의 글을 보고 있자, 그가 물었다.“어떠냐?”백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뛰어납니다. 고삐 풀린 준마가 허공을 가르며 달려와, 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하는 것 같아요. 용이 하늘을 날며 자유롭게 몸을 틀고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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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8화

옷매무새는 흐트러졌고, 방 안의 온도도 순식간에 치솟았다.두 사람은 처음부터 서재에서 이런 일을 한 것도 아니었다. 둘 다 더는 참지 못한 채, 막 그 달콤한 순간을 다시 만끽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문밖에서 뢰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폐하, 저희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연청리를 놓쳤습니다!”그 말에 두 사람 사이의 뜨거운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순식간에 식어 버렸고, 흥도 완전히 달아났다.연천능은 흐트러진 옷을 정리하며 차갑게 물었다.“어찌 된 일이냐?”뢰일이 대답했다.“궁에서 나가기 전에 손을 쓰려 했는데, 그자가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무술로 진을 펼친 뒤 몸을 숨겨 도망쳤습니다!”연천능이 냉랭하게 말했다.“대랑과 부하들을 데리고 쫓아가라. 따라잡는 즉시 죽여라!”“예!”뢰일은 대답한 뒤 물러나 사람들을 데리고 추격할 준비를 했다.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앙이를 데리고 쫓는 것이지만, 앙이는 보아를 지켜야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아의 안전이었다.백진아는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이해도 연청리처럼 되면 어떡합니까?”연천능이 말했다.“이해를 유혹할 사람은 없다. 게다가 그는 어디를 가든 원수가 많으니, 궁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지. 높은 관직과 녹봉까지 받고 있으니, 그 정도로 멍청하지도 않을 것이고.”부부는 서로의 옷과 머리 장식을 다시 정리해 주고, 밖으로 나가 저녁 식상을 차리라고 명했다.연청리가 떠난 탓에 보아는 기분이 좋지 않았고, 저녁도 얼마 먹지 않았다.백진아는 조금 걱정스러웠다. 보아처럼 정이 많은 아이는 앞으로 사람 때문에 상처받을 일이 많을 것 같았다.연천능은 그녀의 걱정을 알아차리고 얼굴을 매섭게 굳혔다.“누가 보아를 슬프게 만든다면, 그자의 가문을 없애 버리겠다!”백진아는 이런 그의 독재적이고 냉혹하면서도, 제 자식을 끔찍이 아끼는 모습이 좋았다. 그녀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목욕을 마친 뒤에는 가족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세 사람은 한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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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9화

연천능이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런데 어떻게 해야 싸움에서 이기고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보아는 작은 주먹을 불끈 쥐고 단호하게 말했다.“무공을 열심히 연마해야지요!”보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덧붙였다.“그리고 독술과 고술도 잘 배워야 합니다!”연천능이 흡족한 듯 칭찬했다.“그래. 보아는 정말 똑똑하구나! 앞으로 무공 수련할 때 게으름 피우면 안 된다!”보아는 원래 의술과 독술, 고술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무공 수련만큼은 영 소질이 없었다. 그래서 걸핏하면 게으름을 피우고 꾀를 부리곤 했다.그 말에 보아는 바로 풀이 죽었고,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결국 아버지가 파 놓은 함정에 빠진 셈이었다.백진아는 할 말을 잃었다.연천능이 무공을 익히면 좋은 점을 더 설명하려 하자, 보아는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그러더니 연천능의 품으로 파고들어 부드럽게 응석을 부렸다.“아버지, 저와 동생은 이제 이야기를 들을 시간입니다. 너무 졸려요!”보아는 그렇게 말하며 제법 그럴듯하게 크게 하품까지 했다.연천능은 딸의 애교를 견디지 못했다. 그는 향긋하고 말랑말랑한 작은 몸을 품에 꼭 안으며 말했다.“오늘은 너희에게 ‘공융이 배를 양보한 이야기’를 들려주마.”보아는 고개를 저었다.“음… 음… 보아는 손오공이 백골정을 세 번 물리치는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연천능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옛날에…”이 이야기들은 모두 백진아가 보아와 몇 명의 시동을 위해 써 준 것이었다. 이미 초인방 사람들에게 맡겨 책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육아에 열심인 연천능 역시 그 이야기들을 미리 읽어 본 상태였다. 그는 한 손으로 보아의 통통한 작은 발을 주무르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백진아의 배를 간간이 쓰다듬었다. 그리고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천천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묵직하면서도 울림이 있어, 아름다운 첼로의 저음처럼 편안했다.백진아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이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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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0화

백진아는 연경곤이 무슨 수작을 부릴지 걱정하지도 않았고, 연청리의 일 때문에 크게 마음을 쓰지도 않았다.황후가 된 이상,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주변에 적이 넘쳐나는데, 한두 명 더 늘어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다음 날 아침, 연천능은 상쾌한 표정으로 조회에 나갔다. 그러면서 현상 일행에게 백진아가 조금 더 잘 수 있도록 잘 돌보라고 당부했다.하지만 백진아는 생체 시계가 정확해 평소와 같은 시간에 눈을 떴다.백진아는 보아와 함께 아침을 먹은 뒤, 그녀를 금화전으로 보내 세 명의 친구와 놀게 했다.그런 다음 내무부에 사람을 보내 이유니의 혼례복을 만들게 하고, 고지행의 저택에는 사람을 보내 신혼집과 뜰을 꾸미도록 했다.백진아는 현상에게 개인 창고 장부를 가져오게 한 뒤, 그 안에서 물건을 골라 이유니의 혼수로 마련했다.정오가 될 때까지 바쁘게 움직인 끝에야 혼수 목록을 작성할 수 있었다.그녀는 현상에게 오후에 이유니의 할머니와 이유니에게 목록을 보여 주고, 부족한 것이 있으면 더 보태라고 했다.현상은 금세 돌아왔다.“마마, 할머니께서는 글을 모르셔서 계속 ‘좋습니다, 좋습니다’라고만 하시더니, 무릎을 꿇고 마마께 큰절을 올리며 은혜에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백진아는 보아와 함께 침구용 동인에 침을 놓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들어 물었다.“이유니는?”현상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궁녀들의 말로는 유리 공방에 가서 사람들에게 거울을 연구하게 했답니다.”백진아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정말 일에 중독됐구나. 나흘 뒤면 신부가 될 사람인데, 배까지 저렇게 불렀으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이것만 봐도 혼인을 정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사실 백진아는 먼저 관계를 맺고 사이를 정하거나, 혼전 임신 때문에 하는 혼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일이 흔했지만 말이다.개방적인 현대 사회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과 서로 마음이 맞으면 함께 밤을 보내는 것도 특별한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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