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유니는 예법만 익힌 명문가 규수와는 달랐다. 그녀의 뼛속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질이 배어 있었다. 자신감, 강인함, 총명함, 담담함….여러 방면에서 백진아와 무척이나 닮았지만, 백진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냉담했으며 속을 헤아리기도 어려운 사람이었다.생각해 보면 이것이 고지행이 그녀에게 입을 맞출 수 있었던 이유인지도 몰랐다. 어쩌면 고지행 자신도 그 이유를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신혼부부는 궁으로 들어가 황제와 황후에게 문안 인사를 올렸다.광명전에 도착하니 연천능과 백진아가 모두 와 있었고, 백경유, 수영광, 수명우, 낙장풍, 이월, 송자안, 어성, 뢰십일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두 사람이 알현하러 왔다는 말을 듣자 모두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다.백진아가 웃으며 말했다.“오늘의 주인공들이 왔구나.”그녀의 안색은 발그레했고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다. 기쁨이 가득한 표정에는 고지행이 다른 사람과 혼인한 것에 대한 서운함이나 슬픔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고지행은 예쁜 눈을 가늘게 좁혔고, 가슴 한구석이 콕 아려 왔다.‘그녀의 마음속에서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 건가? 우리가 함께했던 그 즐거운 시간들이… 정말 그녀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 하나로도 남지 않은 걸까?아, 정말 좌절스럽네. 너무… 슬프다!’연천능의 봉황 같은 눈이 날카롭게 가늘어지며 고지행에게 경고하듯 시선을 보냈다.그리고 백진아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녀가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확인한 연천능은 고지행에게 의기양양한 승자의 눈빛을 보냈다.고지행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흥!’그때 고지행은 이유니를 부축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조심하거라. 네 배 속에는 지금 아기가 둘이나 있으니. 둘이나.”그러면서 연천능을 흘끗 바라보았다. 가라앉은 연천능의 눈빛을 확인한 고지행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헤헤! 나도 연천능을 압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연천능은 속으로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유치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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