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apítulo 1421 - Capítulo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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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1화

소비가 다급히 말했다.“신첩, 명심하겠습니다. 오늘부터 문을 걸어 잠그고 궁 밖으로 나가지 않으며, 궁 안에서 몸조리르 잘해 무사히 황자를 낳겠습니다. 하지만…”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연경곤의 표정을 슬쩍 살피더니, 입술을 삐죽 내밀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다들 폐하께서 백진아를 황후로 책봉하실 거라고 하니, 신첩은 마음이 너무 괴롭습니다.”연경곤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에게 약간의 잔꾀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금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곧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혔다.“짐의 일을 네가 왈가왈부할 수 있느냐?”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나갔다.소비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떠올랐던 억울함과 분한 기색이 서서히 사라지더니, 입가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번졌다.후궁의 수많은 여인은 하나같이 속내가 깊었고, 총애를 다투는 수법도 저마다 달랐다. 현숙하고 인품이 좋은 여인인 척하는 자, 가녀리고 연약한 여인인 척하는 자, 우울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품은 척하는 자, 고결하고 티 하나 없는 여인인 척하는 자, 부드럽고 요염하게 남자를 유혹하는 여인까지….그런데 멍청한 척하거나 눈치 없는 척하는 여자는 아무도 없었다.그녀가 어리석은 척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황제의 특별한 관심을 받을 수 있겠는가?수단을 쓰든 말든, 사람을 속일 줄도 모르고 연기할 줄도 모르는 여인은 궁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연경곤은 전각을 나서며 입가에 비웃음 어린 미소를 띠었다.그는 무려 이십여 년 동안 마음을 숨기며 살아왔다. 연기나 남을 속이는 솜씨로 따진다면 누가 그를 따라올 수 있겠는가?후궁의 여인이 총애를 다투기 위해 부리는 수법 따위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가 어느 여인을 총애하는 것이 그들의 수법에 따라 결정된단 말인가?그에게는 판단 기준이 있었다. 그는 누군가의 수단이 뛰어나서 어느 후궁을 총애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연경곤은 가마에 올라탔다. 햇빛이 조금 눈부셨는지 머리가 어지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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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2화

연경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신의 몸이었다. 만약 죽기라도 한다면… 황자가 아직 어리기도 하고, 수년간 기울인 노력 또한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 터였다.백진아가 담담하게 말했다.“원래는 조금 가닥이 잡혔었는데, 여인들이 한바탕 난리를 치는 바람에 머리가 다시 복잡해졌어요.”연경곤은 기분 좋게 웃었다.“짐은 어찌 뾰로통한 기색이 느껴지는구나. 설마 질투하는 것이냐?”‘웩! 퉤!’백진아는 속으로 연경곤의 얼굴에 영천수를 한 바가지 뿜어버리고, 거기에 진한 가래까지 한 번 뱉어주었다.그녀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자기애가 과한 것도 병이니 치료가 필요합니다. 약이 있는데, 드시려나요?”연경곤은 당황하지도, 화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속 시원하게 하하하 웃어댔다.백진아는 할 말을 잃었다.‘미친놈.’황제가 되려면 다른 능력은 둘째 치고, 일단 얼굴이 두꺼워야 하는 모양이었다.연천능도 낯짝이 꽤 두꺼운 편이다.연천능을 떠올리자 그녀의 눈빛에 걱정이 어렸다.‘그가 밖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은 순조로울까? 위험한 일을 당한 건 아닐까?’밤이 되자 백진아는 침상에 누웠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아 눈을 감은 채 연천능을 생각하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아래쪽에서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희미했지만 일정한 규칙이 있는 소리였다.자세히 들어보니 연천능과 그녀가 약속해 둔 신호였다.백진아는 서둘러 공간에서 시험관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는 분홍색 액체가 들어 있었다.그녀가 마개를 열자 곧바로 무색무취의 기체가 퍼져 나왔다.잠든 상태에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던 비취와 진주는 점점 몸에 힘이 빠졌고, 호흡도 점점 길고 느려졌다.백진아는 침상 가림막을 걷어 올리고 비취와 진주를 가리켰다.현상은 이미 해독제를 복용한 상태였다. 백진아의 동작을 본 그녀는 곧바로 그 뜻을 알아차렸다.현상은 쉬고 있던 평상에서 일어나 비취와 진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은침을 꺼내 두 사람의 정수리에 있는 혈자리를 찔렀다.이곳은 사혈이었다. 만약 두 사람이 기절한 척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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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3화

보아는 기쁜 마음으로 상자를 받아 곧장 열어보았다.연천능은 그런 보아가 너무 사랑스러워, 허리를 굽혀 보아의 보드라운 뺨에 입을 맞추려 했지만 보아는 몸을 피하며 질색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얼굴에 흙이 너무 많아요.”연천능의 얼굴이 새까맣게 굳었다. 그는 서둘러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보아는 이미 상자를 열어보고 있었다. 안에는 보라색 수정으로 장식된 비녀 한 쌍이 들어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데다 예쁘기까지 해서, 이 나이의 아이에게 아주 잘 어울렸다.여자란 나이를 불문하고 반짝이는 보석의 유혹을 이겨내기 어려운 법이었다.백진아는 보아의 동그랗게 묶은 머리에 비녀를 꽂아주며 감탄했다.“정말 예쁘구나! 내가 어쩌다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낳았을까?”어머니의 칭찬을 들은 보아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녀는 신이 나서 말했다.“거울 보러 가야겠습니다!”앙증맞고 앳된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보아는 이미 저 멀리 달려가 버렸다.백진아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웃고는 빈 상자를 들고 자현을 보러 갔다.자현은 무책임한 부모가 자주 자리를 비우는 데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작은 발을 끌어안고 아주 맛있게 빨아대며 옹알옹알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백진아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자현아!”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은 꼬마는 발가락을 빨던 것을 멈추고 홱 고개를 돌려 백진아를 바라보았다.무책임한 어머니라는 것을 확인하자, 자현은 곧바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동그랗고 까만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차오르더니,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백진아는 마음이 너무 아파 얼른 아이를 안고 부드럽게 달랬다.현빙은 젖은 수건을 가져와 백진아가 아이의 ‘식량 창고’를 닦을 수 있도록 기다리고 있었다.백진아는 옷깃을 풀고 수건을 받아 닦으며 말했다.“바느질 솜씨가 좋은 궁녀 몇 명을 찾아오너라.”“예!”현설은 명을 받고 사람을 찾으러 나갔다.백진아는 가슴으로 자현의 입을 막은 채 탁자 앞에 앉아 도안을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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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4화

연천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보아가 새끼 고양이처럼 작게 태어나 건강하고 튼튼한 아이로 자라기까지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이었는지를.한때 그도 이 아이를 못 지켜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수많은 잠 못 이루는 밤, 그는 작디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 가슴 아파하며 밤을 지새웠다.백진아 역시 눈시울을 붉히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아이고! 어디에서 이런 작은 선녀가 나타난 것이냐?”궁녀들과 병사들은 손뼉을 치며 입을 모아 외쳤다.“자람 공주님, 생일 축하합니다! 자람 공주님, 생신 축하합니다!…”보아는 꽃의 요정처럼 해맑게 부모의 품으로 달려들었다.“아버지, 어머니, 너무 기뻐요!”보아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도 있고 어머니도 있고, 예쁜 옷과 장신구도 있고, 맛있는 음식도 있었다…보아는 아버지의 뺨에 입을 맞추고, 어머니의 뺨에도 입을 맞춘 다음, 마지막으로 동생의 만두처럼 통통한 뺨에도 쪽 하고 입을 맞췄다.그러고는 연천능과 백진아 앞에 무릎을 꿇고 세 번 절했다.“고마워요, 아버지. 고마워요, 어머니! 보아에게 생명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보아를 낳아주셔서 고마워요.”“보아야…”백진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대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연천능의 눈가도 촉촉해졌다. 그는 보아를 안고 몇 번이고 입을 맞추며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착한 우리 딸, 아직 이렇게 어린데도 부모의 은혜를 아는구나. 아버지는 정말 기쁘고 흐뭇하단다.”보아는 그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어머니가 동생을 낳을 때, 전 들었습니다. 어머니가 정말, 정말 아픈 것을 알았습니다.”그때 보아는 무서워서 몰래 울었다. 하지만 아버지 역시 초조해하는 것을 보고는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연천능과 백진아는 보아가 공간에서 지낸 시간이 길어 또래 아이들보다 성숙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토록 철이 들고 부모의 마음까지 헤아릴 줄은 몰랐다.두 사람의 마음은 완전히 녹아내렸다.침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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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5화

백가의 묘지라… 백진아는 그제야 당시 백근당의 병사들도 그곳에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녀는 갑자기 눈빛을 날카롭게 빛내며 물었다.“연경곤이 어머니 묘를 건드리지는 않았습니까?”연천능이 말했다.“아니. 하지만 암위들이 지켜보고 있더군. 백경패와 백경송도 장모님 기일 며칠 전에 몰래 돌아와 성묘하고 제사를 지내다가 잡혔어.”백진아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백경패는 그래도 양심이 있는 편이었다. 비록 이름만 올린 적출이었지만 우희월에게는 제법 효성스러웠다.정작 그녀는 친어머니의 묘에 찾아가 성묘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그녀가 원래의 백진아가 아니니 혈연으로 이어진 감정이 조금 옅었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그녀는 현대인이어서 성묘나 제사 같은 일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연천능은 그녀의 옷깃을 풀더니 손을 아래로 가져갔다.“이런 생각은 그만하지. 몸과 마음이 즐거워지는 일을 좀 하자고.”백진아가 그의 손을 한 번 찰싹 때렸다.“피곤하지 않으세요? 어서 눈 감고 자세요!”그는 무의식적으로 순순히 눈을 감았다. 길고 짙은 속눈썹은 풍성하게 드리워져 있었고, 살짝 말린 끝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눈 밑에는 선명하고 푸르스름한 피로가 배어 있었다. 요 며칠 그 역시 편하지 않았던 모양이다.백진아는 정치도 모르고, 병력을 어떻게 배치하고 진을 치는지도 모르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하는 일도 알지 못했다. 그저 할 수 있는 만큼 지원해 주고, 그가 충분히 쉴 수 있도록 건강을 챙겨주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그의 붉고 얇은 입술이 살짝 앞으로 내밀어졌고, 말없이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오며 입맞춤을 청했다.백진아는 숨이 멎을 듯했다. 황제가 이런 수법을 쓰는데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게다가 그는 이불 속에서도 손을 가만두지 않고 있었다.“폐하…”그녀는 애교 섞인 요염한 목소리로 나직하게 불렀다. 마치 노래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였다.흠! 양채접에게서 배운 것이다.연천능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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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6화

잠깐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난 부부는 신혼부부 못지않게 애틋한 법이라더니…. 그날 밤, 두 사람 모두 멈출 줄 몰라했다.그렇게 결국 그들은 지쳐 씻을 겨를도 없이 서로를 끌어안은 채, 흐릿한 의식 속에서 잠에 들었다. 백진아는 기봉궁 뜰에서 하인들과 궁인들이 일어나 조심조심 일을 시작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화들짝 눈을 떴다.눈을 뜨니 연천능이 침상 머리맡에 비스듬히 기대어 턱을 괴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검고 맑은 눈동자에는 은은한 만족감과 따스함이 배어 있었다.“밖은 지금 몇 시진입니까? 또 나가야 합니까?”백진아는 몸을 일으켰다.비단 이불이 미끄러져 내려가며 몸에 남은 붉고 푸른 흔적이 드러났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그녀는 황급히 손으로 이불을 끌어올리고 연천능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연천능은 눈을 살짝 피하며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나가야 한다. 하지만 당신이 깊이 잠든 모습을 보니 차마 깨울 수가 없었다.”백진아가 눈을 흘겼다.“이제야 내가 안쓰러운 것입니까? 어젯밤 그렇게 죽어라 괴롭힐 때는 무슨 생각을 했나요?”연천능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는 능글맞게 말했다.“그래. 다음부터는 당신이 살려달라고 하면 바로 그만두마. 그만큼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랬어. 게다가 당신도 아주 잘한다고, 천하제일이라고 신나게 외치지 않았는가?”백진아는 얼굴이 새빨개졌고, 그의 허리를 꼬집으며 화를 냈다.“그만하세요! 정말 낯짝도 두껍네요!”부부가 한창 뜨거울 때 했던 말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단 말인가?그녀는 그를 확 밀어내며 말했다.“어서 목욕하고 옷 갈아입으세요. 아침 드시면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조금 있으면 비취와 진주에게 먹인 약효도 사라질 터였다.“같이 가자꾸나!”연천능은 그녀를 단숨에 안아 들고 함께 병풍 뒤로 갔다.공간에 수만 명의 병사가 들어와 살게 된 뒤로는 더 이상 마음껏 영천수에서 목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영수소축의 침실 안에 욕조를 하나 마련해 두었다.목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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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7화

백진아는 침상 위에 놓여 있던 옥여의를 집어 그대로 던져 버렸다.“물러가거라!”비취 역시 암위 출신이라 무공이 뛰어났다. 하지만 무릎을 꿇고 있던 데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몸을 피하긴 했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옥여의가 그녀의 이마에 그대로 부딪혔고, 순식간에 피가 흘러내렸다. 비취는 눈앞이 핑 도는 것을 느끼며 반쯤 누운 자세로 바닥에 쓰러졌다.다행히 몸을 피하면서 충격 대부분을 흘려보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머리가 깨졌을 것이다.백진아가 정말 죽일 생각으로 손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백진아는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썩 물러가거라.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다시 한번 눈앞에 띄면, 볼 때마다 한 번씩 때릴 것이다!”“예!”비취는 눈에서 불이 날 듯 분노했지만,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그녀가 어쩔 수 있겠는가?그녀가 모시는 주인의 목숨이 아직 백진아의 치료에 달려 있었다. 그녀 역시 참을 수밖에 없었다.백진아는 비취의 기분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한 번 더 손을 써서 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자비를 베푼 셈이었다.하지만 이렇게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나니 백진아도 더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씻고 단장했다.황태후도 문전박대를 당했으니 돌아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밖으로 나가보니 뜻밖에도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황태후의 머리는 이미 새하얗게 세어 있었고, 몸도 꽤 야위어 있었다. 태비였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근심을 안고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럼에도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 있어 무척 친근하고 자애로운 인상이었다.백진아에게 체면을 구겼는데도 조금도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연경곤이 저토록 잘 참고 속내를 감추는 것도 다 이런 어머니에게서 배운 모양이군.’황태후 역시 백진아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치료 방법을 연구해야 했기에 백진아는 거추장스러운 넓은 소매 옷 대신 연보라색 좁은 소매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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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8화

후궁의 여인들이 가장 잘하는 것은 웃음 속에 칼을 숨기는 일이었다. 빙빙 돌려가며 음험한 수법으로 상대를 해치고, 속으로는 상대를 씹어 먹고 싶을 만큼 미워하면서도 겉으로는 한없이 화목한 척했다.이렇게 대놓고 협상하는 것은 황태후도 영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황태후는 백진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무엇을 원하느냐? 원하는 게 있다면 말해보거라.”백진아는 담담하게 말했다.“백경패 일행을 조옥에서 풀어주세요.”“그건 불가능하다.”황태후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거절했다. 백경패 일행을 풀어준다면, 이 황궁은 더 이상 백진아를 붙잡아둘 수 없을 터였다.백진아는 어깨를 으쓱했다.“그럼 폐하에게 기다리라고 하세요. 전 급할 것 없습니다. 하지만 폐하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치료를 하루 미룰 때마다 위험도 하루씩 커질 테니….”황태후는 찻잔을 들어 올린 뒤 눈을 내리깔았다. 태연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였다.“다른 조건을 말해보거라. 그 조건은 들어줄 수 없다.”그녀는 연경곤의 병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태도였다.하지만 백진아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다만 한발 물러서며 말했다.“그럼 여인들만이라도 풀어주세요. 큰언니는 곧 아이를 낳을 때가 됐습니다. 동생들도 흉악한 죄수들에게 시달려 정신이 이상해질 지경이고요.”백진아가 남자들까지 풀어달라고 했다면 황태후는 틀림없이 반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들만 풀어주는 것이라면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아들보다 딸을 가볍게 여겼다. 백근당 역시 자손을 무척 중시하는 사람이었고, 어떻게든 백가를 크게 번성시키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지 않은가?황태후 역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한 인물이었기에 곧바로 승낙하지는 않았다.“이 일은 황제와 상의해 보겠다.”백진아가 싸늘하게 말했다.“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마십시오. 제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전 의원이라, 환자 몸에 무슨 짓을 하려고 마음먹으면 신선도 막을 수 없습니다.”황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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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9화

백진아는 등골로 서늘한 한기가 스치는 것을 느꼈다.“황태후가 폐하를 강시로 만들겠다고? 그게 가능한 것이었냐?”연청리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하지만 제 스승님이라면 가능합니다. 어쩌면 고충으로 황형의 목숨을 유지할 수도 있을 테지요. 지금 이쪽으로 오고 계십니다.”백진아는 눈빛을 살짝 가라앉혔다. 그 사람이 오면 그녀의 가치는 크게 떨어질 터였다. 게다가 황태후가 무슨 정변이라도 일으킨다면, 백경패 일행도 위험해질 수밖에 없었다.“네 황형은 황태후의 결정을 알고 있느냐? 알고 있으면서 나를 억지로 불러들인 거라면, 다른 속셈이 있다는 말이냐?”연청리가 말했다.“누가 건강하게 살고 싶지 않겠습니까? 황형은 몸속에 벌레가 가득한 것보다는 마마의 의술을 더 믿습니다. 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황형도 아마 태후의 의견을 받아들일 것입니다.”백진아는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그녀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연청리와 함께 치료 방법을 계속 논의했다. 덕분에 고충에 관한 지식도 상당히 많이 알게 되었다.연청리가 떠난 뒤, 꽃분이가 몰래 모습을 드러냈다. 연천능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하는 쪽지를 물고 온 것이었다.백진아는 꽃분이에게 고충과 독약을 섞어 만든 약 하나를 상으로 주고, 쪽지를 써서 연천능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연청리의 스승은 절대 경성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됐다.백가 묘지 뒤편 산에 머물고 있던 연천능은 쪽지를 받아 들고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혔다.운청 도사가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연천능은 내공으로 쪽지를 태워 없애며 말했다.“연청리의 스승이 경성으로 온답니다.”그 말을 들은 운청 도사의 표정도 엄숙해졌다.“듣기로는 무족에서 쫓겨난 무술사라고 하더군요. 실력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그자가 고충으로 난리를 일으킨다면, 경성을 함락시킨다고 해도 역병이 퍼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백경유가 말했다.“하지만 저희는 부하가 한정되어 있어 많은 고수를 따로 보내 암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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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0화

연경곤에게도 무공은 있었다. 비록 고수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운을을 숨기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무거운 전각문을 살며시 밀자 ‘끼익’ 하는 소리가 났다.그는 한 걸음씩 내전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앞에는 머리에 붕대를 감은 비취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백진아는 비취에게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전각 안으로 들어가 시중을 들 수도 없었고, 입구에 앉아 밤을 지키고 있었다.비취는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자 화들짝 잠에서 깨어났다. 곧바로 허리춤의 비수를 뽑아 경계했지만, 상대가 연경곤이라는 것을 알아보고는 뜻밖이라는 듯 잠시 굳었다.연경곤은 손을 들어 그녀가 예를 올리는 것을 막고 내전 안으로 들어갔다.그러다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방 한구석 높은 탁자 위에 놓인 작은 야명주 하나가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침소 안은 어둡고도 포근했다.문 가까이에 놓인 평상에서는 진주가 잠들어 있었고, 침상 가까이에 놓인 평상에서는 현상이 잠들어 있었다.어렴풋이 비치는 침상 장막 너머로는 가녀리고 아름다운 여인의 실루엣이 보였다.연경곤은 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 침상으로 걸어갔다.침상 앞에 멈춰 선 그는 손을 뻗어 장막을 걷으려 했다.그런데 손이 막 장막에 닿으려는 순간, 안쪽에서 백진아의 차갑고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량 황제가 한밤중에 여인의 침실에 몰래 들어오시다니, 정말 예법을 중시하시네요!”연경곤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 동시에 등 뒤로 차가운 비수 끝이 닿았다.“움직이지 마십시오! 손을 잘못 움직였다가 찌를 수도 있습니다!”현상이 비수를 앞으로 살짝 밀어붙였다.진주도 잠에서 깨어났고, 비취와 함께 달려왔다. 두 사람이 손에 든 비수는 모두 현상을 향하고 있었다.연경곤은 온화하면서도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짐은 그저 한번 보러 온 것뿐이다.”백진아는 몸을 돌려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냉담하고 거리를 둔 태도로 말했다.“외전에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옷을 갈아입고 나서 이야기하시지요.”사실 그녀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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