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1431 - Chapter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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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1화

백진아의 눈동자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으며, 온몸에서 서늘하고 살벌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물었다.“감히 그럴 수 있습니까? 제가 모든 것을 걸고, 죽기 살기로 맞서면 어쩌려고요?”“짐은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안다.”연경곤의 말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짐도 네 체면을 생각해, 네 가족을 해치고 싶지는 않다.”백진아가 차갑게 비웃었다.“그들을 조옥에 가둬놓고, 죄수를 시켜 괴롭히는 게 해치는 게 아니란 말씀입니까?”연경곤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짐도 어쩔 수 없었다. 짐은 살고 싶어.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싶다. 하찮은 미물도 살길을 찾는데, 하물며 짐이야 오죽하겠느냐?”신분이 높고 귀한 사람일수록 죽음을 두려워하는 법이다. 고금의 수많은 황제가 어찌 그토록 집요하게 불로장생의 방법을 찾아 헤맸겠는가?백진아는 속으로 생각했다.‘살고 싶은 건 네 사정이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네가 살고 싶다고 남을 해쳐도 된다는 거야?’하지만 연경곤과는 이성적으로 따져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천천히 협상하시지요. 누구의 목숨이 더 귀한지, 한번 두고 봐야겠네요.”연경곤은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인삼차를 들어 한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백진아 역시 냉담한 얼굴로 그를 마주했다. 지금은 누가 먼저 참지 못하고 조급해하느냐에 따라 협상의 주도권이 결정될 터였다.연경곤은 인삼차를 다 마신 뒤 찻잔을 내려놓았다.“여자들은 한곳에 모아 지내게 하고, 먹고 자는 환경도 개선해 주겠다. 명주 공주에게는 산파도 붙여주지. 짐이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다. 강호에 현상금이 걸린 추살령이 나타났더군. 누군가 짐의 마지막 퇴로마저 끊으려 하고 있다. 그러니 너와 네 가족에게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백진아는 그가 말하는 것이 연청리의 스승에 관한 일임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단은 한 걸음씩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연경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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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2화

연청리는 얼굴이 퉁퉁 부은 모습을 후궁들에는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별채로 가서 약을 연구하기 시작했다.이때 양채접이 높은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왔다. “마마, 마마를 뵈러 왔습니다. 겸사겸사 폐하의 약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알아보려고요.”백진아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귀비마마, 몸 상태가 불안하다면서요? 그런데 어찌 이렇게 빨리 멀쩡해지셨습니까?”양채접은 요염하게 웃었다.“어의원의 약이 워낙 효과가 좋아서요.”그녀는 눈길을 돌려 전각 안의 궁인들을 훑어보더니 말했다.“모두 나가거라. 백 황후와 단둘이 이야기 좀 해야겠으니.”전각 안의 궁인들은 서로 눈치를 주고받다가 차례로 물러났다. 하지만 진주만은 움직이지 않았다.양채접은 진주를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빛은 싸늘했고 은근한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이…”진주는 잠시 망설이다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귀비마마, 저는 지금 폐하의 명을 받들어 백 황후를 곁에서 모시고 있습니다. 자리를 비울 수는… 없습니다.”‘짝!’양채접 곁의 궁녀가 진주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대담하구나! 감히 귀비마마의 명을 거역해?”진주는 뺨을 맞고도 그대로 무릎을 꿇은 채 말했다.“이는 폐하의 성지입니다. 귀비마마께서 기어이 소인을 물러나게 하신다면, 소인은 폐하께 직접 가서 죄를 청하겠습니다!”귀비의 명을 거역했다는 사실을 황제에게 고하겠다는 뜻이었다.궁녀의 안색이 좋지 않게 굳었고, 양채접을 바라보았다.양채접은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여기 있게 두거라.”그녀는 말을 마치고 백진아를 바라보며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마마, 맥 좀 짚어주십시오. 뱃속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봐줄 수 있습니까?”백진아는 몰래 자동 스캔 기능을 작동시켜 양채접을 한 번 훑어본 뒤 비웃듯 말했다.“볼 필요도 없습니다. 임신한 게 아니라, 뱃속에 방귀만 가득 찼거든요.”양채접의 얼굴이 새까맣게 굳었다.“무슨 뜻입니까? 감히 저를 모욕하다니요?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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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3화

백진아는 살짝 미소 지었다.“예. 정말 좋은 친구였지요. 저도 귀비를 친자매처럼 생각했습니다. 귀비가 누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몇 마디만 해도, 달려가서 두들겨 패곤 했지요. 덕분에 임강성에서 싸움으로는 적수가 없게 되었습니다.”양채접의 눈동자가 죄책감이 어린 듯 살짝 흔들렸다.“저도 마마를 지켜줬습니다. 안 그렇습니까?”그 말을 하는 사이, 그녀는 이미 백진아의 맞은편까지 다가와 있었다.“마마, 평생 좋은 자매로 지냅시다. 예?”양채접은 말하며 손을 뻗어 백진아의 손을 잡으려 했다.그런데 백진아의 손에 닿기 직전, 다섯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세우더니 백진아의 심장을 향해 찔러왔다.양채접의 손가락에는 날카로운 호갑이 끼워져 있었다. 유난히 날카롭게 갈아놓은 데다 은은한 푸른빛의 서늘한 광택까지 번뜩였다.독을 바른 흉기였다.백진아는 진작부터 경계하고 있었다. 그녀는 양채접과 맞붙지 않고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현상은 발을 들어 바닥에 무릎 꿇고 있던 진주를 걷어찼다.진주는 무릎을 꿇고 있던 탓에 제대로 피하지 못했고, 그대로 양채접의 다리에 부딪혔다.무공을 모르는 양채접은 그 충격에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나뒹굴었다.그녀의 손이 바닥에 부딪히자,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호갑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양채접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백진아를 죽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분한 듯했다.하지만 곧 표정이 돌변했다. 그녀는 금세 가련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으며 배를 움켜쥐었다.“아! 사람 살려! 여봐라! 황손이… 아이가 위험하다!”문밖에 남아 있던 그녀의 측근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달려오며 외쳤다.“어의! 어서 어의를 불러오거라! 백 황후가 귀비마마를 넘어뜨려 유산하게 했다!”“여봐라! 백 황후께서 귀비마마를 넘어뜨려 유산시켰다!”밖에 매복해 있던 암위들도 일제히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백진아를 포위한 채 사나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언제든 달려들 태세를 갖추었다.연청리도 별채에서 나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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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4화

양채접은 꾀가 많고 영리한 사람이었기에, 몇 마디 말만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만들 줄 알았다.그런데 오늘 일은 허점투성인 것이, 아무리 봐도 그녀답지 않았다.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양채접은 기어가듯 연경곤의 발치까지 다가가 그의 다리를 붙잡고, 세상이 무너진 듯 서럽게 울부짖었다.“폐하, 신첩의 아이를 살려 주세요! 신첩이 잘못했습니다. 폐하께서 어젯밤 이곳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질투에 눈이 멀어, 이곳까지 와서 진아에게 행패를 부렸습니다. 그만큼 폐하를 너무 사랑하고 아껴서... 폐하, 신첩이 아무리 잘못했어도 아이는 죄가 없습니다. 그리고 제발 진아를 탓하지 마십시오. 그, 그녀는 신첩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그녀를 모시는 궁녀도 덩달아 연기에 가세하며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폐하, 귀비마마께서 잠시 이성을 잃으신 것입니다. 백 황후 마마께 교훈을 주고 싶으셨던 것뿐입니다. 백 황후 마마께서 무공을 익히셨고, 자람 공주님의 고독 사건에 대해서도…하지만 정말, 정말 귀비마마께 손을 대지 않으셨습니다. 정말입니다. 진짜로요.”연경곤은 굳은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백진아를 바라보았다.백진아 역시 눈썹을 살짝 치켜올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비취가 밖에서 아뢰었다.“폐하, 어의들이 도착했습니다.”연경곤이 담담하게 말했다.“들라 하라.”곧 어의 여섯 명이 한꺼번에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 약상자를 든 채 연경곤에게 무릎을 꿇어 예를 올렸다.연경곤이 서두르지도, 느긋하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예는 됐다. 먼저 귀비의 맥부터 짚어 보거라.”그러자 양채접은 입술이 창백하게 질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으로, 애처로운 눈빛을 연경곤에게 보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폐하… 흑흑…”어의들은 차례로 앞으로 나와 양채접의 맥을 짚었다.마지막으로 여섯 명의 어의가 내린 결론은 모두 같았다. 양채접은 넘어지면서 유산했고, 아이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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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5화

양채접의 안색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눈빛에는 초조함과 고통으로 가득차 보였다. 얼굴은 눈물범벅이었고, 몸 아래에는 선명한 핏자국까지 번져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도저히 연기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모습이었다.그러자 어의들은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다는 듯, 하나같이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폐하, 저희도 의술이 뛰어나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맥을 짚는 것만큼은 틀릴 리가 없습니다.”어의원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러 단계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했으니, 그들의 의술 또한 분명 상당한 수준이었다.백진아가 담담하게 말했다.“맥이 틀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약으로 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쯤은, 여러분도 모르지 않으실 텐데요?”그녀는 바닥의 벽돌 위로 번진 핏자국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리고 피도 너무 많습니다. 유산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칼에 찔려 피를 많이 흘렸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나올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한겨울이고, 귀비는 솜바지에 솜치마까지 입고 있습니다. 피가 흘러나오더라도 옷을 뚫고 이렇게 강물처럼 쏟아지기는 쉽지 않지요. 게다가 이 피는 검붉은 색입니다. 방금 몸에서 흘러나온 피라면 선홍색이어야 하지요.”말을 마친 백진아는 연경곤을 빤히 바라보며 비웃듯 미소 지었다.그 표정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제가 더 설명해 드려야 하나요?’그러자 양채접의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잿빛으로 변했고, 눈동자에는 순간 공포가 스쳤다. 이내 그녀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울부짖었다.“백진아! 폐하 앞에서 너를 감싸 달라고 했는데, 어찌 끝까지 나를 물고 늘어지는 것이야? 왜!”연경곤이 상 태감에게 눈짓했다.“가서 확인해 보거라.”상 태감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그는 서둘러 말했다.“폐하, 일단 귀비마마를 궁으로 모셔 가 치료하게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큰 황자 전하와 소 황자 전하께서 어머니를 찾지 못하면 걱정하실 것입니다. 게다가 이곳은 기봉궁입니다. 피를 보아 백 황후 마마께 좋지 않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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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6화

후궁의 여인이 질투하기 시작하면 무서운 일이 일어나는 법이었다.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여인이 될 수만 있다면, 심지어 과부가 되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는다.알다시피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여인은 황후가 아니다. 천하의 어머니로서 후궁을 거느리는 황후보다, 인생의 정점에 서 있는 황태후가 훨씬 더 대단한 존재였다.연경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백진아 앞에서 체면을 지키기 위해 애써 태연한 척할 뿐이었다.그는 살짝 눈을 내리깔며 한숨을 내쉬었다.“너를 기봉궁에 머물게 하기 위해... 짐은 조정에서도, 후궁에서도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백진아는 냉랭하게 웃었다.“폐하의 병을 치료하고 우리 가족을 조옥에서 구해낼 수만 있다면, 저는 어디에서 지내든 상관없습니다.”연경곤은 그녀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진아야, 어째서 짐의 진심을 보지 못하는 것이냐? 연천능이 너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짐도 모두 줄 수 있다. 아니, 그보다 더 많고 더 좋은 것도 줄 수 있지. 짐은 줄곧 너를 위해 황후의 자리를 비워 두었다. 이 기봉궁 역시 너를 위해 남겨 둔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냐?”백진아는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연극을 벌이는 광대를 바라보듯, 비웃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제가 원하는 건 한 사람의 마음을 얻어 평생 함께 늙어 가는 것입니다. 그걸 줄 수 있습니까? 후궁을 전부 없애고 저 하나만 남길 수 있겠어요? 그럴 용기가 있습니까?”연경곤의 표정이 굳어졌다.“후궁은 제왕이 권력을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며, 황실의 혈통을 잇기 위한 곳이다. 어떻게 후궁을 오직…”말하던 그는 문득 깨달았다.연천능은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백진아가 굳이 반박하지 않아도, 그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하지만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연천능이 지금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너에게 느끼는 죄책감과 신선함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년만 지나면 그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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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7화

그 자애로운 모습은 마치 보살이 백진아에게 복을 내려주는 듯했다.현상이 앞으로 나와 상자를 받았다. 뚜껑을 열어 확인하는 순간, 온몸에 한기가 퍼졌다.백진아는 짙은 피비린내가 나 고개를 들어 보니 상자 안에는 손 하나가 들어 있었다. 젊은 남자의 손이었다.백진아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졌다.‘좋아. 아주 좋아.’금의위는 오직 폐하에게만 충성을 바친다. 황태후의 명령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연경곤이 황태후를 앞세워 악역을 맡긴 것에 불과했다.그러고는 이 일을 몰랐다는 듯 태연하게 백진아 앞에 나타나, 진심 어린 다정한 황제인 척할 것이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눈을 내리깔았다. 짙고 풍성한 속눈썹이 눈가에 부채꼴 그림자를 드리우자, 오히려 고요하고 평온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무봉은 그녀가 당장 화를 터뜨릴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녀는 너무나 조용했다.참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것일까?“이건 백경송의 왼손입니다. 황태후 마마께서 말씀하시기를, 폐하를 치료하지 못한다면 매일 백씨 가문의 손과 발을 하나씩 마마께 보내겠다고 하셨습니다.”무봉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서늘한 기운이 배어 있었다.백진아는 눈을 들어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무 대인, 수고가 많으시네요.”그녀의 온몸에서 한기가 흘러나왔다. 몰아치는 폭풍 같은 살벌한 냉기가 아닌, 서서히 피부를 파고들어 피를 타고 온몸으로 번져 나가더니, 끝내 골수 깊숙한 곳까지 스며드는 듯한 냉기였다. 수많은 사람을 죽여 온 금의위 지휘사 무봉조차 오싹한 한기를 느꼈고, 하마터면 몸을 떨 뻔했다.그는 무언가 말을 꺼내려 했다.“귀비의 곁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마께서 그녀를 원망해 죽이려 했고, 결국 독을 써서 살해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백진아는 느긋하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담담하게 말했다.“난 그렇게 어리석지 않아요. 정말 귀비를 죽이고 싶었다면,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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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8화

갑옷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한바탕 울리더니, 어림군이 기봉궁을 포위했고, 금의위가 안으로 들이닥쳤다.칼과 검은 일제히 백진아를 겨누었다.연청리가 앞으로 나서서, 백진아를 가로막으며 분노한 목소리로 외쳤다.“너희들 대체 무슨 짓이야? 이분은 폐하의 병을 치료하는 의원이다!”“죄송하지만, 하관은 명을 받들어 일을 처리할 뿐입니다!”온화하고 자애로운 목소리와 함께, 무봉이 궁복을 차려입고 역광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왔다.옷은 새로 지은 것처럼 주름 하나 없이 아주 반듯하게 다려져 있었고, 덕분에 그의 모습이 반짝반짝 빛났고, 무척 말끔해 보였다.연청리가 싸늘하게 말했다.“넌 ‘명을 받들어 일을 처리한다’라는 말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이냐? 개도 아니고.”무봉이 자애롭게 웃었다.“맞습니다. 하관은 개입니다. 폐하의 개지요.”연청리는 할 말을 잃었다.세상에서 가장 뻔뻔한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무봉은 걸음을 멈추고 백진아를 향해 말했다.“백 황후 마마, 폐하와 황태후 마마께서 귀비와 큰 황자를 독살한 범인으로, 마마를 의심하고 계십니다. 조옥으로 가셔서 조사에 협조해 주십시오.”연청리가 깜짝 놀랐다.“큰 황자 전하께서도 돌아가셨다고?”무봉이 말했다.“그렇습니다. 귀비마마와 거의 연달아 숨을 거두셨습니다.”백진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어떻게 된 일이죠? 큰 황자는 제게 온 적도 없습니다. 내가 어찌 그를 독살했다는 거예요?”무봉은 서두르지도, 느긋하지도 않은 목소리로 설명했다.“어의들이 귀비의 옷에서 독 가루를 발견했습니다. 귀비가 궁으로 돌아온 뒤, 큰 황자는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어머니를 보고 겁에 질려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귀비는 큰 황자를 품에 안고 울음을 달랬지요. 아마 그때, 큰 황자가 독 가루를 들이마신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유모가 큰 황자를 안고 자리를 떠났고, 귀비마마에게 독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전각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유모는 겁에 질려 큰 황자를 안은 채 한쪽에 웅크리고 상황을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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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9화

백진아는 조옥에 아주 익숙했기에, 조금도 헤매지 않고 바로 도착할 수 있었다. 조옥의 대문이 그녀를 위해 활짝 열렸다. 그녀는 마치 황제의 명을 받고 시찰 나온 관리라도 된 듯, 고개를 꼿꼿이 든 채 당당하게 조옥 안으로 들어갔다.“쾅!”곧바로 뒤에서 묵직한 철문이 닫혔다. 그 소리는 백진아가 이제 죄수가 되었음을 알리는 것처럼 들렸다.조옥 안은 여전히 깨끗했고, 먼지 한 톨 없이 정갈했다.심지어 은은한 백단향까지 풍겨 마치 불당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악! 으악!”활짝 열린 형실 안에서 비명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백진아는 그 목소리가 백경패의 것임을 알아차렸다.그녀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곧장 형실로 걸음을 옮겼다.백경패와 명주 공주는 ‘대’ 자 모양의 나무 형틀에 묶인 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매를 맞고 있었다.백경송과 백영아는 한쪽 나무 의자에 묶여 있었는데, 두 사람 역시 피 웅덩이에서 막 건져 올린 사람처럼 온몸이 피범벅이었다.형을 집행하는 사람이 이승과 왕락이라는 것을 확인한 백진아는 살짝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연천능의 사람이었기에, 형을 집행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손을 조절해 줄 터였다.백진아가 매섭게 외쳤다.“그만!”이승과 왕락은 손에 들고 있던 채찍을 멈추고, 백진아 뒤에 서 있는 무봉에게 예를 올렸다.“대인!”무봉이 손을 한 번 흔들자, 두 사람은 곧 옆으로 물러섰다.백영아는 기절해 있었던 모양이었다. 백진아의 목소리를 듣고 깨어난 그녀는, 백진아를 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히더니 원망과 독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악을 썼다.“너였어! 다 너 같은 재수 없는 인간 때문이야! 네가 우리를 이렇게 만든 거라고!”백경송은 죽어 가는 듯한 상태에서도 억지로 몸을 일으켜 그녀를 꾸짖었다.“입 다물어라! 큰누님이시다!”백영아는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오라버니! 오라버니의 손도 저 여자 때문에 없어졌잖아요! 이제 오라버니의 앞날도 다 끝났어요! 전부 저 여자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머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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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0화

연경곤은 백경패 일행을 이용해 백진아를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그로 인해 백경패 일행을 조옥에서 풀어 주지 않고, 그들을 다시 감방으로 돌려보냈다.“그들의 상처를 좀 보고 오겠습니다.”백진아는 그렇게 말하며 그들을 따라가려 했다.그 모습은 마치 조옥을 자기 집처럼 여기는 사람 같았다.“서두르지 마십시오!”무봉이 손을 들어 백진아를 막아섰다.백진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왜요? 저한테 밥이라도 사주시게요?”무봉은 다정한 이웃집 오라버니처럼 온화하고 친근하게 웃었다.“백 황후 마마께서는 조옥의 규칙을 잊으신 겁니까?”백진아가 살짝 턱을 치켜들었다.“무슨 규칙입니까?”무봉이 형구가 걸려 있는 선반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피가 묻은 채찍이 걸려 있었다.“조옥에 들어오면... 죄가 있든 없든 일단 한 차례 형벌을 받아야 합니다.”백진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너무 더럽지 않습니까?”‘결벽증과 강박증이 나은 건가?’무봉은 순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확실히 너무 더럽군요. 그럼 채찍은 쓰지 않겠습니다.”그러고는 한쪽에 놓인 목려를 가리켰다.“저 목려를 타시지요.”이거 너무 변태적인 거 아니야?백진아는 속으로 무봉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웠다.하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이건 너무 못생겼고 각도도 안 맞네요. 한눈에 봐도 제대로 쓸 수 없을 것 같으니, 차라리 채찍질을 받겠습니다.”무봉은 할 말을 잃었다.‘역시 이 여자는 몇 년이 지나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 뻔뻔하기로는 나보다 한 수 위네!’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도 더 야한 농담으로 받아칠 수 있었을 텐데, 백진아 앞에서는 도무지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귓불까지 화끈거렸다.그는 손을 내저었다.“됐습니다. 먼저 감방으로 돌아가 계십시오. 사람을 시켜 형실을 깨끗이 청소한 뒤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백진아가 빙긋 웃었다.“고맙네요. 사람을 시켜 약도 보내 주세요. 백경패 일행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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