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apítulo 1511 - Capítulo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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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1화

백진아는 괜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정기적인 회진 때를 제외하고는 병실에 머무르지 않았다.고지행은 아직 깨어나지 못했고, 공간 밖의 시간으로도 벌써 사흘이 지났다.백진아도 점점 초조해졌다. 그녀는 고지행에게 먹일 위장 영양식에 천 년 묵은 인삼과 옥봉의 꿀을 넣었다. 다만 허약한 몸에 지나친 보양식이 오히려 부담이 될까 봐 아주 적은 양만 넣었다.그녀는 그가 하루빨리 깨어나기를 바랐다. 혼수상태가 길어질수록 뇌가 입는 손상도 커지기 때문이었다.백진아는 이유니에게 주의 사항을 당부한 뒤, 보아와 자현, 평이, 안이, 그리고 낙우진에게 밥을 해 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러 갔다.이유니는 그릇을 들어 인삼탕을 꿀꺽꿀꺽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소매로 입가를 쓱 닦고는 고지행의 침상 앞에 앉았다.‘삑삑’ 소리를 내는 의료기기 화면을 바라보던 이유니의 눈에 쓸쓸한 기색이 스쳤다. 꼿꼿하고 강인하던 등도 조금 굽어 있었다.그녀는 고지행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주물러 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당신도 참, 목숨 걸고 덤비는 것도 정도가 있지. 나를 생각하지 않는 건 그렇다 쳐도, 평이와 안이도 생각하지 않은 겁니까? 아세요? 쌍둥이가 당신이 위험에 처한 걸 느끼기라도 한 것처럼 목이 쉬도록 울었습니다. 계속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보고 싶다고...”평이와 안이의 안쓰러운 모습이 떠오르자, 이유니는 가슴이 아려 왔다.“당신이 생기 하나 없이 누워 있는 걸 보고는, 두 아이가 무서워서 울지도 못하더군요.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면서, 당신이 안아 주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나마 황후께서 아이들을 잘 돌봐 주셔서, 달래 가며 밥도 먹이고 잠도 재워 주셨지요...”백진아를 떠올리자 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이유니는 고지행의 뺨을 꼬집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사람 보는 눈은 있더군요. 마마는 정말 괜찮은 여인입니다. 아름답고, 대범하고, 통이 크고, 정의롭고, 반듯하고... 내가 남자였어도 그분을 좋아해서 부인으로 맞이하고 싶었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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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2화

고지행은 이유니의 눈치 없는 행동에 정말 할 말을 잃었다. 그는 눈짓으로 그녀에게 무언가를 알렸다.그제야 이유니는 고지행의 이불이 아직 걷혀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의 벌거벗은 몸이 훤히 드러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 허허. 당신이 환자에게는 남녀 구분이 없다고 했잖아요?”특별한 경험을 해 온 그녀는 남녀의 몸에 워낙 익숙했다. 그래서 남녀 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고지행에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사람을 불러오겠습니다.”그제야 안심한 고지행은 눈을 감고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백진아가 부름을 받고 달려왔다. 그녀는 작은 손전등으로 고지행의 동공을 살핀 뒤, 심전도 모니터의 수치도 확인했다.이유니가 걱정스레 물었다.“어때요?”백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제 위험한 고비는 넘겼네. 만일을 대비해 이 특수 간호 병실에서 이틀 정도 더 지내게 한 다음, 집으로 옮겨 요양하면 될 것이네.”이유니도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예.”그때 백진아는 공간 밖에서 연천능이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이제 괜찮아졌으니, 자네도 옆 침상에서 좀 쉬게. 난 잠깐 나갔다 올 테니.”이유니가 말했다.“부군이 괜찮아졌으니 공부에 다녀오고 싶습니다. 전선을 더 미룰 수는 없습니다. 지금 량월국은 동부와 남부가 모두 바다에 접해 있으니, 해상 방어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 돼요.”백진아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그가 깨어나면 밖으로 보내 주지. 전투함을 만드는 건 큰일이니, 하루이틀 늦어진다고 달라질 건 없네.”이유니는 역시 일에 진심인 여장부였다.백진아는 의료 빌딩을 나와, 의념으로 연천능을 영수소축 안으로 데려왔다.연천능이 물었다.“고지행은 어떻게 됐느냐?”백진아는 그에게 차를 우려 주며 대답했다.“잠깐 깨어났습니다. 이제 위험한 고비는 넘겼으니, 다시 깨어나면 특수 간호 병실에서 옮겨도 될 것입니다.”연천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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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3화

백진아는 기뻐하며 말했다.“뢰십일이 돌아왔군요! 정말 잘됐습니다. 이번에는 분명 수확이 클 거예요.”연천능은 살짝 질투가 난 듯 말했다.“명주도와 남해도에 있는 여러 나라의 사절단을 데려왔더구나. 서양 몇몇 나라의 사절단과 선단도 함께 왔고. 듣자 하니 그자들은 하나같이 노란 머리에 파란 눈이라더군. 꼭 귀신처럼 생겼다던데.”백진아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런 사람들을 백인이라고 해요. 이번 건국 대전은 그야말로 전례 없이 성대한 행사가 되겠네요.”연천능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만큼 해상 방어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이지. 경제가 발전하는 만큼 위험도 따라올 테니. 듣자 하니... 그들은 약탈이 천성이라고 하더군.”백진아는 서양 열강의 침략을 떠올리고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서양 국가들은 화기의 발전 속도가 아주 빨라요. 그러니 우리도 전투함에 대포를 설치해야 합니다.”연천능은 그녀의 허리를 감싼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그 일은 이미 공부에 지시해 두었다. 다시 바다로 나갈 때는 전조의 암위들을 동행시켜, 그 나라들의 사정을 살펴보게 할 생각이다.”백진아는 그제야 안심했다. 큰 그림을 보고 전체를 조율하는 능력만큼은 자신이 연천능보다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연천능은 백진아를 번쩍 안아 들고 침실로 향했다.“요즘 너무 바빠서 쌍수를 한 지 오래됐구나.”백진아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겨우 며칠 됐을 뿐입니다.”연천능은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부드럽고 애틋한 정이 가득했다.“하루를 못 보면 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데, 당신은 공간에 있으니...”백진아는 할 말을 잃었다.공간의 시간이 훨씬 빠르게 흐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계산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공간 밖의 시간으로 따지면 두 사람은 매일 만났는데 말이다!그녀는 왠지 폭풍 전야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마음 한구석이 이유 없이 불안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러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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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4화

연천능이 피비린내 나는 싸움과 거센 풍파를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백진아는 가슴이 칼로 도려내는 듯 아팠다.연천능은 그녀의 불안을 알아차리고 손을 꽉 맞잡았다.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반드시 몸을 잘 지킬 것이다. 걱정하지 말고, 쓸데없는 생각도 하지 말거라. 되도록 공간에 머물고, 밖으로 나오지도 말고. 내가 마음 놓고 싸울 수 있게 말이다.”백진아는 밖으로 나가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을 지키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을 알기에, 그 뜻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았다.남자, 특히 고대의 남자들은 부인 앞에서 든든하고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했다. 부인에게 모든 걸 기대는 남자로 보이고 싶지는 않은 법이었다.백진아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그의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알았어요. 우리 모자를 위해 든든하게 하늘을 떠받쳐 주느라 고생 많아요.”연천능은 그녀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었다.“아직 부족하다.”백진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난 정말 행복해요.”후궁 하나 두지 않고 오직 한 여인만을 곁에 두는 황제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서로의 심장 소리만 조용히 들려왔다.한참 뒤, 연천능은 다시 그녀 위로 몸을 숙였다. 말은 없었고, 높았다 낮았다 하는 가냘픈 신음만 흘러나왔다. 모든 것은 감각이 이끄는 대로였다.폭풍이 지나가고 비가 그친 뒤, 연천능은 한동안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러고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켜 여유롭게 옷을 입기 시작했다.백진아는 옆으로 누워 한 손으로 머리를 괸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먼저 불에 타지 않는 천잠사 속옷을 입고, 이어 검은 무복을 걸쳤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갑옷을 둘렀다.그 모습을 보자 백진아의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그녀는 연천능을 공간 밖으로 내보낸 뒤, 위엄과 살기가 감도는 그의 넓은 등이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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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5화

등 뒤로는 하늘을 찌를 듯한 불길이 치솟았고, 병사들은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화약 냄새를 머금은 바람에 그의 옷자락이 거세게 펄럭였다. 손에 든 검은 서늘한 빛을 번뜩였고, 검날에 맺힌 핏방울이 뚝뚝 떨어져 발아래 쌓인 시체 위로 흘러내렸다.강산은 피와 살 위에 세워지는 법이었다!연천능이 백진아를 전장에 데려오지 않으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백진아는 공간의 금화를 모아야 했기에, 손에 너무 많은 피를 묻혀서는 안 되었다.피와 목숨, 그리고 온갖 업보는 그 혼자 짊어지면 충분했다.바로 그때, 백진아의 귀에도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녀가 너무나도 잘 아는 소리였다. 수많은 뱀과 벌레, 쥐들이 움직이는 소리!“아! 으악!”공간 밖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백진아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옷을 입으면서 공간 밖의 상황을 살폈다.세상의 종말이라도 닥친 듯, 수많은 시충이 하늘을 뒤덮으며 밀려들고 있었다. 벌레 떼는 순식간에 궁궐 전체를 집어삼킬 기세였다.야간 당직을 서던 환관과 궁녀들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시충에게 물려 죽었다. 바닥에 쓰러진 그들의 몸 위로 벌레 떼가 밀물처럼 휩쓸고 지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백골로 변해 버렸다.백진아는 정신력으로 시충을 공간에 거두어들였다. 하지만 벌레들은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마치 끝이 없는 것 같았다.보아하니 연경곤이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모양이었다!백진아는 보아의 침실로 달려갔다.“앙이야!”보아는 침상에 팔다리를 쭉 뻗은 채 세상모르고 곤히 자고 있었다.보아의 침상 머리맡에는 작은 오두막 모형이 하나 놓여 있었다. 2층짜리라 마침 보아의 침상과 높이가 같았고, 2층은 아늑한 보금자리로 꾸며져 있었다. 앙이는 그 안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백진아의 부름에 앙이는 귀찮다는 듯 눈꺼풀만 살짝 들어 올렸다가, 통통한 몸을 반대쪽으로 돌리고는 다시 잠을 청했다.백진아는 어이가 없었다.“좋아, 감히 내 말을 무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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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6화

“앙! 앙...”앙이의 날카롭고 우렁찬 울음소리가 깊고 어두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울음소리에는 일정한 리듬이 있었고, 무척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마치 고막을 뚫고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듯했다.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시충과 흰개미가 썰물처럼 물러나더니, 서로를 물어뜯으며 싸우기 시작했다.한편,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궁전 지붕은 흰개미들이 빠져나가자 더는 지탱할 힘이 없었다. 속이 텅 빈 지붕은 결국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낮까지만 해도 웅장하고 위엄 넘치던 궁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폐허로 변해 버렸다.백진아는 분노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죽이고 싶었다.그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땅속에서 누군가 솟구쳐 나왔다.온통 흰옷을 차려입은 남자, 바로 연경곤이었다.백진아는 무너진 담벼락 위에 서서 눈을 가늘게 뜨고 연경곤을 향해 독화살을 쏘았다.그러나 검은 옷을 입은 몇 사람이 몸으로 독화살을 막아 냈다. 그들은 아무런 감각도 없는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바로 고인들이었다!뢰십이 병사들을 이끌고 달려들었다. 폐허가 된 궁궐에서는 순식간에 칼과 검이 부딪치며 번뜩였다.“앙...”앙이의 울음소리가 다른 리듬으로 바뀌었다.그러자 고인들의 움직임이 뚝 멈추더니, 전원이 끊긴 로봇처럼 부들부들 경련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들의 눈과 코, 입, 귀에서 검고 흰 고충이 기어 나왔다.고충의 조종을 잃은 고인들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자 땅 위의 시충이 순식간에 그들의 몸을 뒤덮었다. 불과 몇 초 만에 그들은 백골이 되어 버렸다.“악! 으악!”연경곤은 허리를 굽힌 채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진아야! 제발, 어서 저것의 울음을 멈추게 해 다오!”백진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볼 뿐, 앙이를 말리지 않았다.“웩!”연경곤은 피를 두 모금이나 토했다. 토해 낸 핏속에서 붉은 고충이 꿈틀거렸다.그는 반쯤 무너진 담벼락을 붙잡고 몸을 지탱한 채, 고개를 들어 백진아를 바라보았다.“진아야, 어째서 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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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7화

그녀는 화장을 하지 않아도 피부가 옥처럼 희고 투명했으며, 살짝만 건드려도 부서질 듯 고왔다. 살포시 감은 눈에는 차갑고 무정한 빛으로 가득했다.그녀는 연경곤이 숨을 거두기만을 기다렸다. 손을 쓰지 않아도 될 일이라면, 굳이 직접 사람을 죽일 필요는 없었다.백진아가 정말로 구해 줄 생각이 없다는 걸 깨달은 연경곤은 비통한 얼굴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는 자신을 배신한 여인을 보듯 백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진아야, 정말 이렇게까지 매정할 수 있단 말이냐?”백진아는 차갑게 대꾸했다.“이 지경이 됐는데도 아직 연기할 생각이에요?”연경곤은 데려온 사람들이 모두 죽고, 고인들마저 고충의 역습에 백골이 되어 버린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만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채, 마지막 남은 한 가닥 살길에 매달려 있었다.“짐이 여기서 죽으면 백성들은 백리천능을 폭군이라 욕할 것이다! 그가 연씨 황족에게 베푼 은혜도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야!”왕조가 바뀌면 대개 새 황제는 전 왕조의 황제를 후하게 대우했다. 편히 지내도록 보살펴 주거나, 평생 가둬 두거나, 부귀를 누리며 한가로이 살게 해 주기도 했다. 황제의 은혜를 드러내고, 새 황제가 얼마나 어질고 자비로운지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백진아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그런 허울뿐인 칭송에 연연하지 않아요. 게다가 연씨 황족의 손에서 자랐으니, 따지고 보면 연씨 집안사람이나 다름없지요. 연씨 황족과 백성들도 그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백성들을 도탄에서 구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하고 있죠.”연경곤의 눈에 독기 어린 결의가 스쳤다. 그는 눈을 감고 잠시 숨을 골랐다.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에는 살기가 서늘하게 번뜩였고, 손에 쥔 비수가 차가운 빛을 뿜었다. 연경곤은 갑자기 몸을 일으켜 백진아에게 달려들며 비수를 찔렀다.백진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피하지도, 물러서지도 않고 손을 뻗어 연경곤의 손목을 움켜잡았다.그러나 그 순간 연경곤의 눈에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그는 갑자기 손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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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8화

연천능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폐허가 된 황궁을 둘러보더니 냉소했다.“성대하게 장례를 치러 줘? 꿈도 꾸지 마라!”무진은 연천능이 무정한 폭군이라는 오명을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겠습니까?”연천능이 차갑게 말했다.“놈이 황궁과 천단을 모조리 부숴 놓았다. 건국 대전까지 보름도 채 남지 않았는데, 재건에 쓸 목재와 석재를 어디서 구하겠느냐?”궁에 들어갈 목재는 모두 금사남목 같은 최고급이어야 했다. 절대 대충 지을 수는 없었다.각국의 사절단도 이미 도착했고, 건국 대전을 연다는 사실도 천하에 공표한 뒤였다. 이제 와서 행사를 취소했다가는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터였다. 망신이 대서양 너머까지 퍼질 판이었다.무진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그게 연경곤의 장례와 무슨 상관입니까?”백진아는 부군의 의도를 알아차렸다.“연경곤의 황릉에 쓸 목재와 석재를 가져다 쓰려는 거예요?”연천능은 ‘역시 우리는 마음이 잘 통하는군’ 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황제는 즉위하자마자 황릉을 짓기 시작했다. 하물며 연경곤은 몸까지 좋지 않았으니, 황릉 공사가 한창이었을 것이다.황릉은 규모가 워낙 방대해 완공까지 수년이 걸렸다. 죽을 때까지 황릉이 완성되지 않아 주 묘실만 먼저 쓰거나, 서둘러 장례를 치르는 황제도 많았다.그러니 연경곤의 황릉 역시 완공되지는 않았어도 목재와 석재는 마련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 그 자재를 가져다 쓰면 딱 맞았다.백진아가 말했다.“우선 연회를 열 건곤전과 제천 의식을 치를 천단부터 복구하시지요. 목재와 석재가 모자라면 공간에서 가져오면 돼요.”그녀의 약산에는 귀한 목재가 적지 않았고, 약산에서 나는 석재도 품질이 꽤 좋았다.연천능이 말했다.“아마 충분할 것이다.”그는 연경곤의 시신을 바라보며 명령했다.“연경곤을 처단했다고 천하에 공표하라.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시신을 화장하고, 머리는 성경으로 보내라.”무진이 말했다.“적군의 사기가 크게 꺾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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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9화

백성들은 지식이 부족해 줄곧 미신을 믿었다. 집과 나무, 농작물이 모조리 사라지는 것을 두 눈으로 본 터라, 그 소문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앞다투어 달아나 버렸고, 돈을 준다고 해도 무시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 일로 연천능이 곤란해질 리 없었다. 연경곤의 황릉을 짓던 일꾼과 장인들이 있지 않은가? 무려 십수만 명이나 되었다!황릉은 궁전보다도 까다롭고 정교하게 지어야 하는 곳이었다. 그곳에 동원된 명장과 장인, 일꾼들은 하나같이 솜씨가 뛰어났다. 연천능은 그들을 궁전과 천단의 제천 제단을 다시 짓는 데 투입했다.게다가 품삯도 주고, 일이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본래 황릉을 지은 사람들은 공사가 끝나면 모두 순장되는 것이 관례였다. 황릉의 비밀이 밖으로 새어 나가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그런데 목숨을 건질 기회가 생겼으니, 사람들은 의욕에 넘쳐 열심히 일했다.가축은 군마를 쓰면 되었고, 수레는 백진아가 공간에서 직접 만들었다.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공간의 특성 덕분에, 순식간에 천 대가 넘는 수레가 만들어졌다.백진아가 직접 황릉에 가서 자재를 모조리 공간에 넣어 가져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황릉과 황궁, 천단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그런 기이한 일은 아무래도 피하는 편이 나았다.그렇다고 그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황후로서 직접 나서서 불안에 떠는 백성들을 달랬다.물론 물자를 무작정 공짜로 나눠 주지는 않았다. 어려울 때마다 손만 내밀면 거저 얻을 수 있다는 버릇이 들면 좋을 게 없었다.우선 사흘 치 식량을 나눠 주고, 그다음부터는 일을 해서 식량과 품삯을 받게 했다. 일거리는 얼마든지 있었다. 황릉에서 경성까지 이어지는 길을 넓히고 고르는 일, 진주 부두에서 경성까지 이어지는 관도를 정비하는 일, 건축 폐기물을 묻을 깊은 구덩이를 파는 일 등이었다.일은 하지 않고 헛소문만 퍼뜨리는 자들은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황릉에 가서 돌이나 나르라고 했다!앙이는 공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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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0화

고지행은 공간에서 몸을 추스르며 요양하고 있었다. 이유니와 백진아에게서 바깥 소식을 전해 들은 그는 속으로 연천능 걱정에 마음을 졸였다.이유니가 목욕물을 준비하며 말했다.“약욕할 시간입니다.”고지행은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이제 다 나았다. 혼자 할 수 있어.”이유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제 와서 부끄러워하시는 겁니까? 너무 늦었어요. 당신이 시체처럼 누워 있는 동안 몸을 닦아 준 게 누군데요. 안 만져 보고 안 닦아 본 데가 어디 있다고요? 게다가 도뇨관은 뺐어도 아직 거기는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되잖아요. 소변볼 때도 제가 부축해 줘야 하면서.”“당신...”고지행은 귓불까지 새빨개졌다. 그야말로 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 얼굴이었다.환자에게는 자존심도 없단 말인가! 아아...이유니는 키득거리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자, 약욕하러 가시지요. 외상은 나았지만 원기가 크게 상했습니다. 뿌리까지 확실히 치료해야 해요.”고지행은 잔뜩 신이 난 이유니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물었다.“정말 다른 속셈은 없는 것이냐?”이유니가 눈을 흘겼다.“제가 무슨 속셈이 있겠어요?”고지행도 그녀를 흘겨보았다.“당연히 내 미색을 노리는 거지!”이유니의 눈동자에 장난기가 번뜩였다.“미색? 저는 없는 줄 아세요?”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허리를 살짝 내밀었다.이유니는 몸에 꼭 맞고 허리선이 잘록한 석류빛 치마를 입고 있었다. 안에는 흰 자수가 놓인 속옷을 받쳐 입어, 육감적인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붉은 저고리는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한층 돋보이게 했고, 살결은 옥처럼 맑고 희었다.이유니는 본래 타고난 미모가 뛰어났다. 게다가 오랫동안 공간에서 고지행을 돌보며 지낸 덕분에 피부는 뽀얗고 혈색이 돌았으며, 몸도 건강해졌다. 온몸에서 생기와 활력이 넘쳐흘렀다.고지행은 그런 이유니를 보다가 잠시 넋을 잃었다. 그는 눈을 한 번 깜빡이고, 또 한 번 깜빡인 뒤 더듬거리며 물었다.“너, 너... 정말 내 부인이 맞느냐?”어느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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