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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Author: 보라돌이
연천능은 책임지겠다고만 했을 뿐, 그녀를 부인으로 맞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혼인하겠다며 정확하게 약속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그녀도 덜컥 임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백진아는 온천물에 몸을 담근 채 한참을 문지르다 일어났다. 온몸이 쑤시던 통증은 사라졌고, 무릎의 상처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백진아는 동굴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괜히 불편해져서, 아예 의식적으로도 그 일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단정히 빗었다. 숯 필 심과 접착제는 이미 꽤 많이 생산되어 있었다.

그녀는 공간에서 나와 숯 필 심과 접착제를 소자묵 일행에게 넘겨준 뒤, 백우씨가 준비해 준 물건을 정리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나 백우씨는 아주 철저하게 준비해 주었다. 남장 의복, 마른 식량과 간식, 육포, 약은 물론이고, 심지어 생리를 위한 천까지… 생각할 수 있는 건 전부 들어 있었고, 두 대의 마차에 다 실리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백진아는 마음이 따뜻해졌고, 대부분의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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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386화

    연천능이 말했다.“이름은 백리명엽이라 지었습니다. 해와 달의 밝음을 뜻하는 ‘명’ 자에, 불꽃처럼 빛난다는 뜻의 ‘엽’ 자를 썼지요. 자는 자현이며, 천지현황의 ‘현’ 자를 썼습니다. 녀석이 어미 뱃속에 있을 때부터 어찌나 부산스럽게 굴던지… 그래서 장난꾸러기라고 불렀는데, 어느새 입에 붙어 버렸네요.”“명엽, 자현… 좋군요!”백근당은 장난꾸러기의 이름을 듣자마자 연천능이 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알아차렸다.“이제부터는 장난꾸러기라고 부르지 말고 이름으로 부르십시오. 엄연히 황태자 전하인데, 위엄에 손상이 가지 않겠습니까?”연천능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자현아, 자현아!”백경유는 자현의 작은 손을 흔들어 주며 계속 아이를 놀렸다.그때 연천능이 말했다.“진아와 의논했는데, 열흘 뒤 대량의 수도 천무성으로 출발할 예정입니다.”그 말을 듣자 백근당과 백경유의 표정이 동시에 진지해졌다.백근당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이 못난 장수의 자식이 변변치 못해 폐하와 마마께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백경유도 나섰다.“저 역시 정예병 만 명을 이끌고 함께 가겠습니다.”연천능은 고개를 저었다.“연경곤은 우리가 그만한 병력을 대놓고 대량으로 데려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백경유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괜찮습니다. 몇 달 전부터 이미 사람들을 여러 무리로 나누어 대량에 몰래 잠입시켜 두었습니다. 지금은 삼만 명에 달합니다.”백근당도 자현을 품에 안은 채 살살 흔들어 주며 말했다.“은밀히 숨겨 둔 사람들을 연경곤이 전부 알아차린 것은 아닙니다. 그중 이만 명은 경패 일행조차 모르는 자들입니다.”그러면서 품에서 영패 하나를 꺼내 연천능에게 건넸다.“필요할 때 이들을 동원하십시오.”연천능은 영패를 받아 들며 말했다.“고맙습니다.”얼핏 계산해 보니 벌써 오만 명이었다. 여기에 백진아의 공간에 오만 명을 더 숨겨 데려가고, 고지행이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385화

    백진아는 현상과 현빙에게 분유를 타서 평이와 안이에게 먹이라 명하고는, 장난꾸러기에게는 자신이 직접 젖을 물렸다.안이와 장난꾸러기는 먹을 것이 생기자 금세 울음을 그쳤다. 하지만 평이만은 여전히 먹지 않고 울며 보챘다.백진아는 다시 공간에서 기른 젖소의 우유를 먹여 보았지만, 평이는 끝내 입도 대지 않았다.잠시 생각하던 백진아는 젖꼭지를 하나 바꿔 끼워 주었다. 그러자 평이는 젖꼭지를 쪽쪽 빨며 금세 신이 났고, 울음도 뚝 그쳤다.백진아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이 녀석, 내가 못 당해낼 줄 알아?”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보아는 괜히 배가 고파졌다. 이내 우유가 담긴 젖병을 집어 들어 꿀꺽꿀꺽 맛있게 마시기 시작했다.백진아는 돼지 새끼처럼 먹어대는 꼬맹이들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이야말로 희망이었다.그때 이유니가 돌아와 이 광경을 보고는 역시 웃음을 터뜨렸다.그날 이후 낮의 광명전은 더욱 시끌벅적해졌다.꼬맹이들이 잠들면 백진아는 아이들을 데리고 공간으로 들어가 함께 쉬었다. 덕분에 휴식을 방해받을 일도 없었다.하지만 연천능의 표정은 갈수록 싸늘해졌다. 낮에는 바쁘게 정사를 처리하고, 밤이 되면 백진아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건만, 열 번 중 여덟 번은 장난꾸러기에게 방해를 받았다.이 녀석이 아직 너무 어리지만 않았다면, 정말 한 번쯤 혼쭐을 내주고 싶을 정도였다. 눈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연천능은 속으로 몰래 결심했다. 장난꾸러기가 네댓 살쯤 되면 곧바로 암위영으로 보내 버리겠다고. 괜히 부부 사이에 끼어들어 방해하지 못하도록 말이다.아기의 울음소리와 연천능의 원망 속에서 세월은 빠르게 흘러갔다.눈 깜짝할 사이, 장난꾸러기의 만월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고지행도 미리 돌아왔다. 그는 젖꼭지와 젖병, 그리고 커다란 분유 한 상자를 받아 갔다. 그 뒤로는 평이와 안이도 더 이상 궁에 오지 않았다.백진아는 틈만 나면 공간에 들어가 운동했다. 덕분에 임신으로 불룩해지고 둔해졌던 몸매도 많이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384화

    백진아가 절을 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고, 이유니도 아이를 안고 있어 불편했기에 큰절은 올리지 않았다.그래도 예의상 몸을 살짝 숙여 인사했다.“황후 마마를 뵙습니다.”백진아는 품에 안고 있던 장난꾸러기를 살짝 고쳐 안으며 말했다.“아이를 내려놓고 이야기하자꾸나.”이유니는 평이와 안이를 침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고지행은 볼일이 있어 나갔습니다. 저는 공부 관아에 나가려고요. 아이들을 집에 두고 가자니 마음이 놓이지 않아… 저와 할머니가 예전에 살던 집에 맡겨 두려고 합니다. 중간에 들러 젖을 먹이고, 고부로 돌아갈 때 다시 데려가려고요.”백진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다.“이제 막 산후조리를 끝내지 않았느냐? 아이들도 이렇게 어린데, 어찌 벌써 집을 비우려는 것이냐?”이유니는 백진아가 사정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웃으며 말했다.“밖에 일이 많잖아요. 외조부님도 몸이 좋지 않으신데, 그 연세에 여기저기 뛰어다니시게 할 수는 없지요. 외조부님은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하십니다. 어차피 시녀와 유모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평이 이 녀석이 제 젖만 먹으려고 하더군요. 저도 저택에만 갇혀 지내고 싶지는 않아 아이들을 궁으로 데리고 왔습니다.”직원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출근하려 하는데, 사장님인 백진아가 어찌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백진아는 시원하게 말했다.“예전 집에 데려다 놓을 것 없이 광명전에 두렴. 조정과도 가까우니 네가 오가며 젖 먹이기도 편하지 않으냐? 게다가 여기는 분유도 있고 우유도 있으니 아이들 먹이기도 편하고.”그러면서 나란히 누워 있는 세 꼬맹이를 바라보았다.그런데 뜻밖에도 세 아이는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채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아… 야… 이야…”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아기들만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데, 어찌나 신이 난 듯 재잘거리는지 꽤 볼만했다.백진아는 신기해서 웃음을 터뜨렸다.“고작 마흔 날 된 아이 둘과 엿새밖에 안 된 아이가 대체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을까?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383화

    “나는 혜비의 친아들이 아니다. 너도 혜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그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이용해 형식적인 어머니 노릇만 했을 뿐, 뒤에서는 온갖 구박을 다 했을 것이 분명하다.”백진아는 자신이 그의 아픈 기억을 건드렸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얼른 농담을 던졌다.“그래도 유모나 하인이 있었으니, 혜비가 직접 돌볼 필요는 없어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당신은 다른 여인의 젖을 먹어본 적이 있으니, 그것도 나름 좋은 경험 아닌가요?”연천능의 얼굴이 시커멓게 굳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잘도 놀리는구나, 백진아. 산후조리만 끝나 봐라. 그때는 반드시 혼내주겠다!”그는 맛있게 젖을 먹고 있는 장난꾸러기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부인의 가슴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연천능은 괜히 제 발등을 찍은 기분이 들었다.애초에 이 녀석을 만든 것부터가 부인을 빼앗길 화근을 만든 셈이었다. 틈만 나면 그의 좋은 일을 방해했다. 어젯밤에도 부인이 마침내 그의 욕구를 들어주기로 했는데, 이 녀석이 곧바로 울고 보채기 시작했었다.백진아는 웃음을 터뜨렸다.“산후조리가 끝나고 나서 이야기하시지요.”산후조리가 끝난다는 말을 하자, 그녀는 문득 중요한 일이 떠올랐다.“연경곤 쪽에서는 소식이 왔습니까? 다들 괜찮아요?”백진아는 연천능이 조옥에 사람을 심어두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연천능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괜찮을 리야 없지. 그래도 목숨은 붙어 있다더군.”백진아의 얼굴이 굳었고, 두 눈에 한 줄기 살기가 스쳤다.“연경곤, 이번에는 반드시 네 목숨을 거둘 것이다!”연천능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떠보듯 물었다.“이번 기회에 그의 자식들까지 모조리 죽여버린다면, 나를 잔혹하고 무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느냐?”백진아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눈동자에는 안타까운 기색이 스쳤지만, 곧 보아가 겪었던 고통을 떠올리며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혔다.“그자가 예전에 보아에게 고독을 쓸 때는 자비를 베풀었습니까? 뿌리를 뽑지 않고 싹을 남겨두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382화

    연천능은 모유 맛이 궁금하긴 했지만, 두 아이가 보는 앞에서 맛볼 용기는 없었다.하지만 보아는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았다. 장난꾸러기가 새끼 돼지처럼 쩝쩝거리며 맛있게 젖을 빠는 모습을 보자, 보아는 자꾸만 침을 꿀꺽 삼켰다.백진아에게 기대어 앉아 있던 보아가 작은 얼굴을 치켜들었다. 커다란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동생아, 어머니 젖은 무슨 맛이냐?”말을 하면서도 작은 입술을 핥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이렇게 말할 것 같았다.‘나도 먹어보게 해줘! 빨리, 나도 먹어보게 해줘!’백진아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보아도 한번 먹어보고 싶으냐?”보아의 커다란 눈이 순식간에 몇 배는 더 반짝였다. 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예!”백진아는 어이없으면서도 귀여워 웃으며 옷깃을 조금 더 벌렸다.“각자 하나씩 먹으면 딱 맞겠구나.”보아는 새하얀 젖가슴을 바라보다가 눈을 깜빡였다. 작은 얼굴이 발그레하게 물들었고, 조금 쑥스러운 듯 머뭇거리다가 살며시 다가가 한 모금 맛보았다.그리고 커다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맛을 음미하더니, 실망한 듯 말했다.“맛이 좀 이상합니다. 우유가 더 맛있어요.”평소 보아가 마시는 우유에는 공간의 옥봉이 만든 꿀이 들어갔다. 그러니 담백하다 못해 밋밋한 모유보다 당연히 훨씬 맛있을 수밖에 없었다.백진아는 애틋한 눈빛으로 보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보아가 태어났을 때를 떠올리자 한 모금의 젖도 먹이지 못했다는 사실이 생각났고, 가슴이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다.연천능은 백진아의 눈에 스친 아픔을 알아차리고 얼른 웃으며 분위기를 돌렸다.“이제 보아도 동생 먹을 것 탐내지 않겠지?”보아는 작은 머리를 끄덕이며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도 한번 먹어봐요. 맛이 좀 이상합니다.”연천능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맑고 순진한 보아의 커다란 눈과 앙증맞은 작은 얼굴을 바라보았다.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세 살도 안 된 아이가 무슨 나쁜 마음을 품을 수 있겠는가?그런데 정말… 그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381화

    사실 고지행 역시 권력 같은 것은 원하지 않았다. 조정에서 얼마나 큰 영예를 내려주든, 그만큼 큰 대가를 치러야했기 때문이다. 그는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좋아했기에, 조정의 규율과 책임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차를 홀짝이며 넌지시 일러주었다.“아들 녀석이 신의곡의 후계자라는 것도 잊지 말거라. 신의곡은 의술계의 태산북두라서, 강호는 물론 백성들 사이에서도 그 지위가 공작에 못지않다.”이유니는 아이의 작은 옷가지를 개며 말했다.“큰아들이 신의곡을 물려받는다면 둘째 아들은요? 작위라도 하나 있으면 형제끼리 다툴 일도 없잖습니까?”“컥! 콜록콜록…”고지행은 하마터면 차에 사레가 들 뻔했다. 입에 머금고 있던 차가 그대로 이유니 쪽으로 튀었다.둘째 아들?또 낳겠다고?그는…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이유니는 옷에 튄 찻물을 내려다보다가 화가 난 듯 가슴께의 물기를 닦으며 쏘아붙였다.“부부의 도리를 다할 생각이 없는 것입니까? 당신이 부인으로서의 체면을 세워 주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설마 이제 와서 약속을 어길 셈입니까?”“아니… 너… 나는…”고지행의 시선이 물기에 젖은 그곳으로 떨어졌다. 젖은 옷감 아래로 도드라진 윤곽에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귓가에서는 웅웅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온몸의 피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했다.“이 일은… 나중에 이야기하자!”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달려 나갔다. 마치 뒤에서 귀신이라도 쫓아오는 것처럼.뒤에서는 이유니의 웃음소리가 크게 터져 나왔고, 마치 마귀의 주문처럼 귓전을 울렸다.고지행은 이를 악물었다.“어처구니가 없군! 이 못된 여자! 두고 봐라, 언젠가는…”언젠가는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그는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머릿속에 떠오른 위험천만한 생각을 서둘러 떨쳐 냈다.한편.황궁, 광명전.백진아가 잠에서 깨어나자, 현상이 커다란 그릇에 담긴 생선탕을 가져왔다.“마마, 이 생선탕은 마마께서 주신 재료로 끓였습니다. 꼬박 두 시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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