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671 - Chapter 680

787 Chapters

제671화

모든 백부 사람이 길에 올랐다. 길게 늘어선 행렬이 산길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졌지만, 대화를 나누는 사람 하나 없이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백근당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는 등을 곧게 펴고 한 걸음 한 걸음, 산 위로 올라갔다.백경유의 반짝이던 커다란 눈은 이미 빛을 잃었다. 우희월과 서로 의지하며 살아와, 정 또한 가장 깊어서 사실 그가 가장 슬픈 사람이었다.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것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지만, 그는 무너지거나 울부짖지 않았다. 오히려 어른처럼 의젓하게 적장자의 책임을 짊어지며, 친어머니의 장례를 준비하는 일까지도 직접 맡았다.백진아는 깨어난 이후로 줄곧 정신이 몽롱해, 마치 모든 일에 흥미를 잃은 듯했다.하지만 이런 건 모두 상처가 치유해주는 법이었다. 묘지의 담장과 대문 양쪽에는 열 채 남짓한 돌로 새로 지어진 방들이 있었다.운청 도사는 소가를 데리고 문 가까운 방에서 나왔다. 그는 부진을 털어내며 도가식 예를 올렸다.“무량천존!”그는 얼굴이 수척했지만, 정신은 괜찮아 보였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어딘가 초연한 느낌이 더해져, 예전보다 더 출가인 같았다. 백진아는 몰래 백근당을 한 번 바라봤는데, 그가 불쾌한 기색이 없는 것을 보고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외간 남자가 우희월의 무덤을 지키는 것은 사실 적절하지 않긴 했지만 말이다. 백근당은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리며 물었다.“운청 도사, 수고가 많으십니다. 요즘 누가 와서 소란을 피운 적은 없습니까?”운청 도사가 답했다.“없었습니다. 백리효천과 월국 태자가 모두 죽었고, 월국도 내란 중이니, 망자를 괴롭힐 사람이 없겠지요. 한 달쯤 더 지나야, 묘지와 묘 안의 기관과 진법을 완전히 설치할 수 있습니다.”백진아는 그녀가 오해했음을 깨닫고 서둘러 예를 올렸다.“수고 많으셨습니다.”다른 사람들도 함께 예를 올렸다.운청 도사는 손을 내저었다.“그저 문외한을 상대하는 정도일 뿐입니다. 이제 제사를 올리러 갑시다.”일행은 계속 산 위로 올라갔고, 이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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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백진아가 말했다.“설도 다 지났는데, 어찌 회춘당에 가지 않는 것이냐?”고지행은 필요 없다는 듯 말했다.“정 의원과 다른 의원이 있잖습니까? 신의곡 소주가 늘 진료실에만 앉아 있을 수 있겠어요?”백경유가 놀리듯 말했다.“마을에서 무료 진료하는 것이, 회춘당에서 진료하는 것보다 더 힘들 걸요.”고지행이 그의 머리를 톡 쳤다.“이 녀석, 내 체면을 구기네!”두 사람이 이렇게 농담을 주고받자, 무거웠던 분위기가 한결 누그러지며 하산하는 발걸음도 조금 가벼워졌다.산장에 돌아오자, 하인이 서둘러 보고를 올렸다.“황태제께서 오셨습니다. 아가씨의 뜰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백진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뜰로 향했다.연경곤은 문을 등지고 있었고, 대나무처럼 곧게 서 있었다. 그는 창가에 서서, 밖에 놓인 두 그루 흰 매화를 바라보고 있었다.석양의 여운 속에서 그의 뒷모습은 어딘가 아득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풍겼다.그는 발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돌려 온화하게 웃었다.“돌아왔구나?”“황태제 전하를 뵙습니다.”백진아가 예를 올리려고 하자, 연경곤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며 말했다.“예는 됐다!”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손목을 놓아 주었다.“어서 앉거라. 안색이 좋지 않구나.”백진아는 자리에 앉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산에 올라 어머니께 제사를 지내다가, 찬바람을 맞아서 그런가 봅니다. 의원인 제가 이렇게 허약해서야...”“마음과 정신이 모두 상처를 입었으니, 잘 조리해야지. 오늘 보양식도 좀 가져왔으니, 꼭 챙겨 먹거라.”백진아가 웃으며 답했다. “고맙습니다.”그녀는 은은한 피 냄새를 맡고 방 안을 훑어보다가, 큰 상자 두 개를 발견하자마자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바로 알아차렸다.이렇게 큰 상자라면 혈액 표본이 지난번보다 열 배는 더 될 것이었다.생각해 보면, 이제 그는 황태자가 되었으니, 피를 조금 내놓으라고 해도, 심지어는 목숨을 내놓으라 해도 사람들은 순순히 따를 것이었다. 연경곤이 미안한 듯 말했다.“놀란 것이냐? 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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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연경곤은 공허한 눈으로 백진아를 바라보았다. “나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나를 깊이 사랑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곁에서 너를 돌볼 수 있게 해 주면 된다. 어떠냐?”백진아가 이내 목을 가다듬으며 답했다.“굳이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이런 거까지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연경곤이 말했다.“나를 향한 정이 옅어도 상관없다. 그저 잔잔히 흐르는 물처럼, 오래도록 이어지면 된다.”잔잔히 흐르는 물처럼, 오래도록이라니… 백진아의 마음이 저릿해졌다. 그녀와 연천능의 사랑도 화려한 불꽃처럼 찬란하고 눈부셨지만, 그 순간 뿐이었다. 어쩌면 평범하고 담담한 사랑이야말로 진짜일지도 모른다.그녀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차피 폐하께서 명하신 혼사도 있으니… 시도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연경곤의 눈빛이 밝아지며, 낮게 웃어 보였다.“좋다. 얼마나 오래 걸리든, 기다리마. 정성이 지극하면 언젠가는 돌도 뚫을 수 있는 날이 오겠지.”비록 그가 평소에도 많이 웃어 보였지만, 백진아는 늘 그의 웃음이 어딘가 허전하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 그의 웃음에는 진심이 우러나고 있었다. 마치 봄바람처럼 따뜻했다.“꼭 너를 평안하고 기쁘게 해주마. 누구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 물론 나도 포함이야! 평생 너를 저버리지 않으마!”백진아의 심장이 살짝 떨렸다.‘평생 너를 저버리지 않겠다.’이 말은 그녀가 연천능에게서도 여러 번 들었던 말이었다.하지만 이렇게 긴 인생에서 다음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백진아는 멍하니 있다가, 얼굴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어 정신을 차리자, 연경곤이 어느새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다.“흠!”바로 그때, 문밖에서 가벼운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연경곤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손을 거두며 문 쪽을 바라보았는데, 백근당이 흰 비단 두루마기를 입은 채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소신, 황태제 전하를 뵙습니다.”연경곤의 얼굴에 붉은 기가 떠올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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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백진아는 지금 기본적인 응급 약품과 기구, 일반 검사실, 한약을 가공하는 약방, 그리고 서적 자료실만 있는 1층만 사용할 수 있었다.그녀가 검사실에서 키웠던 반보 저승과 독전갈 같은 살아 있는 독물이 다행히 아직 남아 있었다. 예전에 태자의 눈을 치료하기 위해 3단계로 올릴 때, 그녀는 이미 반을 팔았었다. 아까웠지만, 살아 있는 독물은 값이 비싸기에 그녀는 이를 악물고 절반 이상을 팔 수밖에 없었다. 그저 종류마다 열 마리씩만 남겨 번식시키기로 했다. 독성은 점점 약해지겠지만, 사람을 겁주는 데는 효과가 좋았다.의료용 냉동고 안에는 가장 값진 천향과가 여덟 개 남아 있어, 그 중 네 개를 바로 팔았다.그렇게 마침내 공간을 2단계로 올릴 금화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비록 마음이 아팠지만, 그녀는 공간을 업그레이드하여 백묘 약 밭을 확장했다.이 백묘 약 밭에는 쟈스민과 금은화, 그리고 귀하고 오래된 약재들이 있어, 아마 4단계가 되어야 볼 수 있을 것이다.시스템은 연달아 레벨업한 그녀에게 선물과 패키지를 지급했다. 그 안에는 상급 보원단 열 알과 상급 세수단 두 알이 들어 있었다.이제 빚은 단 한 자릿수만 남게 되었다. 그녀는 약 밭의 꽃을 수확해 바로 금화로 바꾸어 약품 교환용으로 남겨 두었다.백진아는 피 분석에 필요한 보조 약품을 교환한 뒤, 1층 검사실에서 연경곤이 가져온 피를 하나씩 검사하기 시작했다.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영천수에 몸을 담갔다. 몸 상태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체력 훈련을 서두르지 않고, 내공과 정신력을 수련했다.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지붕 위에서 발소리가 들려와, 백진아는 서둘러 옷을 입고 바로 공간을 나왔다.다행히 몇 차례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조용해졌다.그녀가 밖을 내다봤을 때는 두 개의 검은 그림자가 산 위로 빠르게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산 위에는 어머니의 무덤이 있었다. 설마 상대가 어머니를 노리는 것일까?백진아의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ㅡ녀는 창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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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네 주인의 상처는 내가 계속 방법을 찾아보마. 백진아를 건드리지 말거라! 다시 여기서 네 모습을 보게 된다면, 바로 후회할 것이다!”고지행의 말투는 느긋했지만, 말끝마다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그대로 산장으로 향했다.무진은 이를 악문 채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그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는데, 그의 발걸음은 매우 무거웠고, 뒷모습마저 숙연해 보였다.그들의 모습을 보며 백진아는 서둘러 공간에서 나와 그의 뒤를 따라갔다.단지 그가… 죽었는지, 아닌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래, 그뿐이었다!무진은 산에서 내려가자마자 경공을 펼쳤다.자객과 독충을 대비해서 백진아는 자신의 방 주변에 이미 약 가루를 모두 뿌려 두었다. 경공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지만 후각이 매우 좋았기에, 그녀는 무진 몸에 묻은 약 가루 냄새를 따라서 능왕부 담장 앞에 도착했다.능왕부가 보이자마자 백진아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연천능은 지금 반역자 신분이었고, 능왕부는 이미 봉쇄된 상태인데, 연천능이 여기 숨어 있다니… 가장 위험한 곳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일까?능왕부는 그녀에게 너무도 익숙한 공간이었기에, 그녀는 경비가 허술한 곳을 찾아 담을 넘어서 안으로 들어갔다.한때 화려했던 능왕부는 폐허처럼 어수선하고, 죽은 듯 고요해져 있었다.백진아는 지름길로 이동해 연란거 밖까지 도착했다. 하지만 공간의 자동 스캔 기능이 없어, 어둠 속 암위까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그녀는 경공과 공간을 번갈아 사용하며, 희미한 불빛이 있는 방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그곳은 과거 연천능의 침실이었다.뢰일과 풍일이 바로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백진아는 순식간에 공간으로 들어갔다. 결국 두 사람은 경계하며 주변을 몇 바퀴 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백진아는 깊게 숨을 내쉬고 한참 기다렸다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두 걸음 움직이고 다시 공간으로 들어가고, 문제가 없으면 다시 두 걸음 이동하고 또 공간으로 숨는 식이었다.잠시 후, 그녀는 마침내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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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지금 백진아의 옷은 나뭇가지에 찢겨져 있으며, 신발도 한 짝이 없어졌지만 어머니가 없는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길조차 몰랐다. 백진아는 몸을 비틀거리며 우희월의 무덤 앞까지 달려가서,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그렇게 얼마나 오래 무릎을 꿇고 있었을까? 점점 하늘이 밝아지는 것이 느껴지며, 급히 다가오는 듯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이내 고지행의 체온이 남아 있는 외투가 그녀의 어깨 위에 덮여졌다.그는 무척 화가 난 듯 나무라기 시작했다. “밤에 추운데... 막 나은 몸으로 어찌 이렇게 얇게 입고 나온 겁니까?”그는 그녀 옆에 무릎을 꿇고는, 그녀를 자세히 살폈다.“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어쩌다 이렇게 엉망이 되었습니까?”백진아의 멍한 눈동자가 조금 움직이며, 마른 목을 가다듬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그가… 살아 있다.”고지행은 놀라지 않고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어젯밤… 다 들으셨군요?”백진아가 말했다.“무진을 따라가서 직접 봤다.”고지행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이렇게 된 게 그들과 싸워서 그런 겁니까?”“그들은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백진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말했다. “난… 사실 그를 구하고 싶었다.”그 말에 고지행은 놀라 입을 크게 벌렸지만,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백진아는 자조적으로 웃었다.“그가 어머니를 죽인 원수인데도, 내가 그를 죽일 뻔했는데도… 그래도 구하고 싶었다. 내가 참 못나지 않았느냐?”고지행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아닙니다. 그건 선하기 때문입니다.”백진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정말 내가 그를 구하고 싶다고 믿는 것이냐? 죽이고 싶은 게 아니라?”고지행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제 스승님이시니 어떤 결정을 하든 지지할 겁니다.”백진아는 조금 마음이 움직였다.“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 연천능에게도... 그들이 내가 어머니를 죽인 원수를 구했다는 걸 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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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고지행은 난처했지만, 사실대로 말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데 또 거짓말을 하자니… 어떤 상황이어야 백진아가 이렇게 될 수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백진아는 백근당이 당장 사람을 죽이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고 급히 말했다.“아버지, 제가 철이 없었습니다. 한밤중에 어머니 곁에 가고 싶었는데, 밤이라 잘 보이지 않아 진법 안에서 길을 잃고 만 겁니다. 산에서 헤매고 있었는데, 그가 도와주었습니다.”고지행도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아침에 산에서 수련하다가, 스승님을 발견했습니다. 발을 다치셔서 제가 안고 내려온 겁니다.”백근당은 이내 검 자루에서 손을 떼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 화가 난 상태 같았다. “사람을 불러 내려오면 됐을 일인데… 이렇게 경솔하게 행동하면 진아의 명성이 나빠질 수 밖에 없다.”“스승님께서 발이 아프다고 안아 달라고 하셨습니다. 스승님을 위해서라면, 제 명성쯤은 기꺼이 희생할 수 있습니다!”목을 꼿꼿이 세우며 마치 결연한 의사처럼 말하는 고지행의 태도에 백진아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이건 스승을 팔아 넘기는 거 아닌가? 역시 나쁜 제자군!’그녀는 티 나지 않게 고지행의 옆구리를 세게 비틀었다.백근당은 백진아를 꾸짖지는 못하겠는 듯, 이내 고지행을 노려보며 명령했다.“빨리 안고 돌아가서 상처부터 처리하거라!”“예!”‘연기 실력도 정말 뛰어나군.’백근당이 옆에서 도둑 보듯 노려보고 있어, 고지행은 더 이상 장난스럽게 굴 수 없었다.하지만 다행히 백진아도 의원이기에 하녀의 도움을 받으면 상처를 치료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그녀의 오른발은 이미 피와 살이 뒤섞여 모래와 작은 돌, 가시까지 박혀 있었다...알코올로 씻어내자, 백진아의 온몸이 떨려오며, 고통에 식은땀까지 흘렀다.통증 덕분에 정신이 또렷해지긴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상처를 입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전보다 회복 속도가 훨씬 느려졌다. 그래도 다행히 가벼운 상처들은 이미 거의 아문 상태였다.“설마…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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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백진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아버지께서는 동의하신 거냐?”백경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밖에 나가 견문을 넓히라고 하셨고, 저도 바깥세상을 보고 싶습니다.”“아직 어린데…”백진아는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그를 떠나 보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남자아이를 계속 집 안에만 가둬 둘 수도 없었다.백경유는 어릴 때부터 병상에 누워 지냈기에, 경성을 벗어나기는 커녕, 대문 밖도 몇 번 나가보지 못했다. 그런 아이가 갑자기 집을 오래 떠나 각지를 떠돈다고 하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백경유가 다시금 위로하듯 말했다.“저 혼자 가는 것도 아닌데요, 뭐. 외삼촌이나 마궁 사람도 있고, 그림자 아저씨들도 있잖아요.”백진아는 여전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어머니께 너를 돌보겠다고 약속했는데. 차라리 내 발이 낫는 대로, 같이 가는 건 어떠냐?”백경유의 눈가가 붉어졌다.“평생 누이와 아버지의 보호 아래에서만 살 수는 없잖습니까? 저도 스스로 날아오르고 싶습니다.”“경유 말이 맞다.”백근당이 이내 조심스럽게 약 위의 거품을 불어낸 뒤, 백진아에게 건넸다.“고지행이 달여준 약이다.”백진아는 자신이 밤새 추운 곳에 있었다고 거짓말한 걸 잊고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약그릇을 받자마자 단숨에 들이켰다.백근당은 쟁반 위에서 설탕에 절인 과일 하나를 꺼내서 백진아 입에 넣어주었다.그리고 그녀가 먹는 걸 보고 다정하게 웃어 보였다.“어릴 때 병이 났을 때는 이렇게 쉽게 약을 먹지 않았지. 아버지가 다과와 함께 달래가며 한 숟갈씩 먹여 주었다.”백진아는 그의 잘생긴 얼굴을 보자, 머릿속에 원래 백진아의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른 듯, 못내 마음이 따뜻해졌다.백경유는 조금 질투가 난 듯 입술을 굳게 다물었지만, 표정에는 살짝 씁쓸함이 묻어났다.아버지의 사랑 없이 자란 어린 시절은 늘 쓸쓸한 법이었다.백근당은 그의 머리를 큰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아버지도 네가 나가는 게 걱정되긴 하지만, 사내대장부는 늘 도전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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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다음 날 아침 일찍, 백경유는 백진아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다.백진아는 비밀번호 자물쇠가 달린 약상자를 꺼냈다.“안에 자주 쓰는 약들을 넣어놨다. 사용 방법과 용량은 약병에 다 붙여놨어.”그러고는 이내 약상자를 열어서 3단 구성을 보여주었다. 약품, 솜, 알코올, 은침, 수술 도구까지 없는 게 없었다. 비록 상자 안이 가득 차 있었지만, 흔들려도 서로 부딪히지 않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백진아는 약을 도자기 병에 넣는 대신, 원래 플라스틱병을 그대로 사용해서 라벨을 떼고 직접 적은 설명을 붙였다.“이건 고뿔에 먹는 약, 이건 설사를 막는 약, 그리고 보원단, 지혈산, 생혈단… 여기 있는 건 비타민이고, 이건 에너지 환이다.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을 때 이 두 가지 약이 힘을 보충해 줄 것이다.”백진아는 하나하나 설명하며 세심하게 당부했다.백경유는 그녀의 차분하고 아름다운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그러자 백진아가 그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약병과 약상자가 워낙 튼튼하니,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을 것이다.”백경유는 약병 하나를 꺼내 들며 물었다.“이건 어떻게 꺼내는 것입니까?”“이렇게 돌려서 열면 된다.”백진아가 시범을 보였다.백경유는 신기한 듯, 어린 아이처럼 몇 번이고 열었다가 닫기를 반복했다.백진아는 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자, 이번엔 이 비밀번호 자물쇠를 쓰는 법을 가르쳐주마.”“비밀번호요?”백경유의 눈이 반짝였다. 전에 암호 책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유용한 방법을 배운 적이 있었기에,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백진아가 자물쇠를 여는 방법을 몇 번 시연하자, 백경유는 단번에 배울 수 있었다.“고마워요, 큰누이! 이렇게까지 자세히 신경 써 주다니… 누이가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백진아는 웃으며 말했다.“이 정도로 무슨. 저리 보거라.”백경유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는데, 바닥에는 말 양쪽에 묶을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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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백근당은 아마도 그녀가 원래의 백진아가 아니라는 걸 이미 짐작했을 것이다. 그녀가 한 달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그는 걱정으로 머리까지 하얗게 세어버렸으니 말이다. 만약 그가 사랑하고 아끼던 원래의 백진아가 이미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백근당은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는 감정이 북받친 상태로 말했다.“어느 생의 너든, 넌 내 자식이다.”‘어?’백진아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그녀는 예전에 백경유에게 만약 자신이 여러 생을 거쳐 다시 돌아온 영혼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은 적이 있었다.보아하니, 그들이 이미 이 문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 모양이었다.백진아는 환생과 전생에 인연이 있다고 믿었기에, 어쩌면 그녀가 추측한 이유가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그리고 이런 설명이 오히려 그들에게 마음의 위로가 될지도 몰랐다.백진아는 홀가분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말씀이 맞아요.”“출발하지!”밖에서 우원새가 계속 재촉하자, 백경유는 서둘러 사람을 불러서 짐을 밖으로 옮기게 했다.“평소 쓸 수 있는 물건을 많이 준비했다. 일행에게 하나씩 나눠줄 만큼은 아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백진아의 충고에 백경유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러자 백근당이 문득 생각난 것이 있는 듯 말했다.“외삼촌에게 후사를 남기도록 설득해 보거라. 그건 네 어머니의 소원이다.”어머니의 유언이라는 말에, 백경유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러자 밖에서 그 말을 들은 우원새가 재촉하기 시작했다.“가자, 가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뭘 안다고.”백경유는 얼굴을 굳히고 진지하게 말했다.“저는 어린애가 아닙니다!”백진아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래, 이제는 꼬마 사내대장부지! 밖에서 꼭 조심하고, 몸 잘 챙기거라. 안전이 제일이다!”우원새가 또 밖에서 재촉했다.“아이고, 잔소리가 끝이 없네.”백진아는 문밖을 향해 눈을 흘기고, 백경유의 여윈 어깨를 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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