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Kabanata 301 - Kabanata 310

420 Kabanata

제301화

신수빈은 그가 청운서원에서 가르치고 있다는 말에 조금 놀랐다. 이토록 묘하게도 인연이 겹치다니. 그녀는 나중에 날을 잡아 큰 오라버니에게 그 소경이라는 사람에 대해 물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인품이 단정하고 이미 부인이 없는 몸이며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이 맞는다면 그야말로 더없이 좋은 혼사가 아니겠는가?“나중에 내가 큰 오라버니에게 그 사람을 알아보도록 하마. 괜찮은 사람이라면 이제 네 혼수부터 준비해야겠다.”청하는 그 말을 듣자 얼굴이 확 달아올라 차마 고개도 들지 못했다.“마님! 저 아직 시집간다고 한 적 없어요!”신수빈은 일부러 그녀의 손에 들린 식함을 힐끗 바라보며 웃었다.“그럼 이건 마음 따뜻해지라고 가져다주는 거니?”청하는 놀림을 못 견디겠다는 듯 발을 동동 굴렀고 얼굴을 붉힌 채 휙 돌아서 달아났다.신수빈은 웃음을 머금은 채 저녁상을 차리게 했다. 하루 종일 이어진 일들로 몸도 마음도 지친 터라 이제야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녁을 마치고 나자 소문을 쫓아다니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금자가 들이닥쳤다.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웃으며 말했다.“마님, 이방 쪽에서 난리가 났대요. 이혼하겠다며 소동을 벌여서, 평양후까지 그쪽으로 가셨습니다.”신수빈은 입가에 옅은 웃음을 걸었다. 윤 씨 집안 남자들은 하나같이 다를 바 없었다.“그리고 윤 씨 집안의 족로들도 다 모였다네요. 큰 도련님께서 관아에 고발하고 정원을 지키던 하인들을 넘겼는데 매 몇 대 맞자마자 다 불었대요. 둘째 마님이 벌집을 가져다 놓으라 시켰다고요. 이제 최 가 쪽까지 엮였고 왕야께서도 이 일을 아신 모양이에요. 황성시에서 사건을 넘겨받았고 이미 관아 쪽에서는 소문이 퍼졌답니다. 최 가의 적녀가 왕야의 후원에서 총애받는 진하빈을 질투해 평양 후부 둘째 마님과 손잡고 그 진하빈을 망가뜨리려 했다고요. 헌데 일이 꼬여서 결국 화를 입은 건 최명주와 둘째 마님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진하빈이 수완이 좋아 남의 힘을 빌려 되치기를 했다며 이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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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은보는 이마를 짚으며 그녀를 힐끗 곁눈질했다.‘제발 부탁이야... 앞으로 사자성어는 쓰지 말아줘.’신수빈은 그 말에 웃음을 머금고 두 자매 같은 아이들과 함께 정원을 두어 바퀴 거닐다가 이내 돌아가 쉬었다.그날 밤 신수빈은 깊이 잠에 들었다. 가을밤에 우는 벌레 소리조차 그녀의 잠을 깨우지 못했다.한편 은보는 야간 당직을 서던 중, 창이 살짝 열리는 소리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곧장 몸을 일으켜 안채로 들어가 희미한 빛에 의지해 보니, 침상 곁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그를 확인한 은보는 말없이 조용히 물러났다. 참으로 지독히도 고집이 센 사내였다.이도현은 깊이 잠든 신수빈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요하고 온화한 잠든 그녀의 얼굴은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그런 얼굴의 그녀가 이렇게 결단이 빠르고, 수단이 강경한 성격이라는 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본래 그는 그런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날이 갈수록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계산에 밝지만 먼저 남을 해친 적은 없었고 그녀가 내딛는 걸음마다 모욕을 견뎌낸 뒤의 반격일 뿐이었다. 이토록 분명하고 단호한 사랑과 미움. 그 명확함이 오히려 그의 마음을 깊이 사로잡았다.그는 종실의 왕야로서 그녀를 부인으로 맞기 위해 이미 많은 것을 고려하고 양보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끝내 혼인을 거절했다. 그 사실이 그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분노가 가라앉자 마음은 더욱 놓아주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오늘 그는 이 일을 핑계 삼아 그녀를 꾸짖을 생각으로 찾아왔다. 하지만 이렇게 곤히 잠든 모습을 보자 차마 깨울 수가 없었다.밖은 소란으로 뒤집혀 있었으나 그녀는 그 모든 일을 마음에 두지 않은 듯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둥글게 부푼 배로 옮겨 갔다. 그녀의 마음속에 이 아이 말고, 애틋하게 품는 존재가 없는 걸까?얼마나 그렇게 서 있었을까? 마침내 한 생각이 그의 마음속에서 또렷이 자리 잡았다. 그는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팔을 괴고 위에서 내려다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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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신수빈은 그쪽으로 걸어갔는데, 형수는 이미 마차에서 내려와 있었다. 신수빈은 마치 아이처럼 그녀를 끌어안은 채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형수는 처음엔 그저 시집온 뒤 몇 달 동안 떨어져 지내며 그리웠던 탓이려니 생각해,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낮은 목소리로 달래주었다.그러나 울음이 좀처럼 그치지 않자, 점점 마음이 다급해졌다.혹시... 수빈이가 그동안 힘들게 지낸 건 아닐까?정 씨는 고개를 들어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신병문은 아내의 눈빛에 담긴 의문을 알아차리고는, 신수빈에게 낮게 말했다.“수빈아, 이제 그만 울어라. 앞으로는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도 곧 나오실 텐데 네가 이렇게 울고 있으면 괴롭힘당한 줄 알겠다.”신수빈은 울음을 삼키며 몸을 일으켜 고개를 숙여 눈물을 훔쳤다.“그냥... 형수를 보니까 너무 좋아서요.”정 씨는 다정하게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나도 매일 네 생각을 했단다. 네가 장안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낯설어 힘들지는 않은지 늘 걱정했어. 네가 굳이 장안으로 시집만 오지 않았어도 항주에서 혼처를 정해 평생 네 오빠랑 가까이서 살았을 텐데.”신수빈의 눈에 다시금 눈물이 고였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기색이었다.신병문은 누이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의 부인은 알지 못했지만 방금 한 말이 그녀의 마음을 건드렸을 것이다.“그만하자. 바람도 센데 어서 아버지, 어머니를 뵙고 마차에 오르자. 집에 가서 천천히 이야기하자.”“아버지, 어머니는 지금 막 잠드셨어요. 먼저 돌아가세요.”정 씨가 답하자 신수빈은 형수의 마차에 올랐다.마차 안에는 갓 백 일을 넘긴 조카딸이 있었다. 살결은 눈처럼 희고 인형처럼 단정한 얼굴이었다. 이렇게 예쁠 줄은 미처 몰랐다.“오라버니는 형수가 딸을 낳았다고만 했지 이렇게 예쁜 아기라는 말은 안 했어요. 정말 한 번 보면 마음 깊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아이네요.”신수빈이 아이를 안으려 손을 내밀자 정 씨는 그녀가 회임 중인 것을 염려해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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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신병문이 마차 밖을 향해 묻자 마부가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사유는 알 수 없으나 정오 무렵부터 갑자기 성문을 닫고 출입을 금했습니다.”신수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오늘 무슨 큰일이 있을 리가 있나?신수빈은 자신의 마부를 보내 평양후의 명호를 밝히게 했다. 그러자 성루 위에서 귀찮다는 듯한 고함이 떨어졌다.“상부의 명령 없이는 출입 금지라 했다! 말을 못 알아듣는 건가?”그때, 성문을 지키던 노병 하나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예전에 사가에서 신 씨 가문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자였다. 그는 신 씨 쪽에서 건넨 은전을 받아 쥐고는 목소리를 낮춰 귀띔했다.“사대부님, 오늘 성 안에서 사건 수사가 있어 오늘은 누구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당분간은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해 지기 전이니 성 밖 별장에서 며칠 머무르시지요. 삼오일 안에는 성문이 다시 열릴 겁니다.”신병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신 씨 집안의 위상이 아직은 미미한 이상 성문을 지키는 장수가 사정을 봐줄 리 없었다. 성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관의 일을 그가 좌우할 수는 없는 노릇.“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마침 경교에 신 씨 가문의 별장이 있었기에 일행은 우선 그곳으로 몸을 피하려고 했다. 가족을 맞이하는 기쁜 길이 이렇게 막힐 줄은 몰랐지만 조정의 일 앞에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들이 방향을 돌리려는 순간, 성루 위에서 갑작스러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성문을 열어라! 어서 열어라!”주홍빛 동못이 박힌 거대한 성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자 성 안에서 차가운 철갑을 두른 기병 한 기가 번개처럼 튀어나왔다.길 양옆에 서 있던 군졸들이 성문 앞에 몰려 있던 백성들을 급히 몰아냈고 신 씨 가문의 마차들 역시 한쪽으로 밀려났다.말발굽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했다. 먼지가 가라앉기도 전에 체구가 크고 갑주가 서늘한 철기병들이 호랑이 울음 같은 기세로 성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 선두에서 달리던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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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장군께 여쭙겠습니다. 성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부장은 공손하게 답했다.“말단 장수로서는 알지 못합니다.”이처럼 살벌한 기운이 도는 걸 보아 분명 작은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여기서 더 묻는 것도 무의미하리라.신수빈은 조용히 차렴을 내리고는 고개를 돌려 정 씨가 보내는 탐색 어린 시선과 마주했다.“윤 가와 섭정왕의 교분이 그리 깊은 것입니까? 그분의 부하가 수빈에게 저렇게까지 예를 갖추다니요.”신수빈은 순간 미묘하게 굳어졌다.신병문 역시 미간을 좁힌 채, 부인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정 씨는 눈치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시누이와 남편의 표정만 보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음을 금세 알아차리고는 곧 화제를 아이 쪽으로 돌렸다.“수빈아, 지금 몇 개월이 되었느냐?”“곧 여덟 달이에요.”그러자 정 씨는 후의 몸조리와 주의할 점들을 차근차근 일러주었다. 아이를 넷이나 낳은 사람답게 첫아이가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신수빈은 미소를 지은 채 그 말을 듣고 있었지만 문득 정신이 멀어지며 다른 생각에 잠겼다.신병문은 본래 가족들을 천일각으로 모시려 했으나 며칠 전 섭정왕이 하사한 저택 하나가 있었고 공부에서 손을 대어 새로 단장까지 마친 터였다. 이미 신 씨 가문이 입경한다는 사실을 그가 알고 있다면 굳이 그곳을 피하는 것도 도리어 모양이 좋지 않았다.신병문은 미리 호원과 하인들을 배치해 두었기에 항주에서 데려온 사람들까지 더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부모님이 마차에서 내리며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신수빈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로 인해 신병문과 정 씨는 한참동안 그녀를 달래주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그때, 누군가가 신수빈의 어깨를 툭 치는 바람에 그녀는 흠칫 놀랐고 흐느끼던 숨도 멎었다.“네 눈에는 부모님이랑 큰형님만 보이고 넷째 오라버니는 전혀 안 보이나 보구나. 이렇게까지 마음에 없을 줄 몰랐네.” 신수빈은 그제야 돌아서서 신태안을 보았다. 전생의 단편적인 기억 속에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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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문간은 이야기를 나누기엔 마땅한 곳이 아니었기에 신병문은 가족들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신병호는 마차에서 내린 뒤로 줄곧 말이 없었다. 자식들이 기쁨에 들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그의 마음은 한없이 무거워져 있었다.조금 전 성 밖에서, 장남이 은전을 써서 길을 열어보려 했으나 거절당했고 막내딸의 신분으로 평양 후부의 이름을 내세워도 소용이 없었다. 성 안으로 들어가기는커녕, 수문장의 얼굴에서 미소 한 점조차 얻지 못했다.아이들은 아직 젊고 세상 물정을 다 알지 못하기에, 굳게 닫혀 있던 그 성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넘볼 수 없는 권력이었다. 그리고 이어 섭정왕이 모습을 드러낸 뒤에야 길이 열렸다.그는 처음엔 섭정왕이 신 가의 체면을 봐서 통행을 허락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 장수가 막내딸의 마차 앞을 한 발자국도 떼지 않고 따라붙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이상함을 느꼈다. 그는 섭정왕과 이전에 몇 차례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 인물은 언제나 높고 멀었고 신 가는 그 발치에서 보호를 구하는 상인 집안에 불과했다. 은전과 군량을 바쳤고 난세에 신 가를 보전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그런데 어찌하여 저토록 빈이를 감싼단 말인가?더구나 이 후작 작위 또한 석연치 않았다. 부친은 마음이 맑은 사람이었다. 경성에는 분명 그들이 알지 못하는 변고가 있으리라 짐작했고 이 작위가 복인지 화인지 알 수 없기에 그저 길을 재촉했을 뿐이다.그래서 일단 신병문의 세 명의 적자는 신 가의 큰 어르신과 함께 항주에 남겨 두었다. 그런데 막상 입경하자마자 신병호은 공기부터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잠시 후, 그들은 저택에 들어갔다. 신수빈은 어머니와 큰형수와 함께 후택으로 가 짐을 정리했고 신병문은 따라가 도우려다 부친에게 붙잡혔다. 사람이 모두 물러난 뒤, 신병호은 어려서부터 함께 장사를 다니며 강하게 키운 장남을 향해 입을 열었다.“도대체 무슨 일이냐?”“아버지께서는 무엇을 물으시는지요?”“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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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신병호는 장남의 말을 듣자마자 그대로 굳어 버렸다. 한동안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게 물었다.“그럼... 빈이의 뱃속 아이가, 바로 섭정왕의 혈육이라는 말이냐?”“그렇습니다.”“그렇다면 우리 신 가가 받은 이 후작 작위도 그가 모자에게 준 보상인 셈인 것이냐?”신병호의 마음은 복잡하게 뒤엉켰다.“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들로서도 섭정왕의 속내를 모두 알지는 못하니까요. 다만 그분은 아직도 빈이 뱃속에 있는 아이가 윤서원의 아이인 줄로 알고 계십니다. 빈이가 그분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은 모르고 계시지요. 다만 이 작위가 빈이 때문에 내려온 것만은 분명합니다.”“섭정왕이 그 사실을 모른다고? 그럼 왜 말하지 않았단 말이냐? 윤 가에서 그런 패륜한 짓을 저질렀다면 화이하고 나오는 게 옳았지 않느냐? 섭정왕과 이미 사사로운 관계가 있다면 화이 후 왕부로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떳떳한 일이다. 이렇게 몰래 관계를 이어 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신병문은 고개를 저었다.“빈이는 이미 계산을 마쳤습니다. 지금 윤서원은 병상에 누워 말조차 하지 못하는 몸이 되었으니, 빈이가 품은 아이는 후부에서 명백한 적장자, 장손가 될 겁니다. 게속 윤 가에 남는다면 당연히 후계자가 되겠지요. 이전에 아무리 왕부로 들어간다 해도 빈이는 첩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섭정왕이 신 가의 위상을 끌어올린 것을 보면 정식으로 혼인하려는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닌 듯합니다. 허나 빈이는 그에게 마음이 없는데다가, 섭정왕비라는 자리가 하늘에서 떨어진 복도 아니잖습니까. 섭정왕은 행보가 워낙 거칠어서 황실이든 조정이든 가리지 않고 원한을 산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그의 곁에서 잠자리를 함께하는 여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험이 따르는지 아버지께서는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사람에게는 백일의 영화가 없고 꽃도 백일 붉지 않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금은 섭정왕이 권세의 정점에 올라 개혁을 밀어붙이며 기세가 등등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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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이 일들은 네 어머니께는 알리지 말거라. 세상 물정을 많이 겪지 않으신 분이니 알아도 걱정만 늘 것이다.”“알겠습니다.”신병문은 고개를 숙여 물러난 뒤, 뒤뜰로 가 가족들의 짐 정리를 거들었다.한편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 되어서도 신수빈은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큰형수와 어머니가 반달 넘게 길 위에서 고생했음을 알기에 더는 붙잡지 않고 푹 쉬시라 인사를 건넨 뒤 먼저 돌아섰다.신 가를 나설 때, 대문 밖에는 갑옷을 갖춘 병사 한 대열이 대기하고 있었다. 다름아닌 도지휘사가 남겨 둔 이들이었다.신수빈은 낮은 목소리로 금자에게 한마디 당부한 뒤,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윤 가로 돌아갔다.그들은 모두 이도현의 친위병이었다. 금자와 은보 또한 예전에 그의 휘하에 있었던 적이 있어 그중 몇 명을 알아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호위병들이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 다만 병부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했고 매우 중요한 물건이 사라졌기에 도둑이 성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전면 통제가 내려졌다는 말뿐이었다. 금자가 왕야가 어디로 향했는지 물어도, 그들 또한 모른다고 답할 뿐이었다.윤 가에 도착한 뒤, 금자가 전해 들은 이야기를 신수빈에게 전하자 그녀는 잠시 미간을 좁히고 깊이 생각에 잠겼다.병부에서 도난이라니...이도현이 그토록 급히 말을 몰아 나간 것을 보면 가벼운 일이 아닐 것이 분명했다.바로 그때, 문득 한 생각이 스쳤다.혹시 군사 배치도가 도난당한 것은 아닐까?이도현이 직접 출성할 만큼의 사건이라면 결코 사소할 리 없었고, 병부와 관련되었다면 더욱 그러했다.신수빈은 도둑 맞은 물건은 서남 방면의 군사 배치도일 것이라고 완전 확신했다. 이도현이 서둘러 떠난 것은 도둑보다 먼저 서남 지역의 방어를 새로 정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훔쳐 간 것은 그저 쓸모없는 종잇조각이 된다.그녀는 예전에 이도현의 서재에서 보았던 대주 왕조의 군사 지도를 떠올렸다. 마음속에서 무엇인가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이도현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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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신수빈은 잠시 말을 멈췄다.순간 이도현의 눈빛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위험하고 날카로우며 검게 가라앉은 그의 눈빛 속에는 제멋대로 휘두르려고 하는 압박감이 번뜩였었다. 확실히 그는 결코 속이기 쉬운 인물은 아니었다. 이전의 몇 차례 대치에서도 그는 언제나 미묘한 이상을 짚어냈으니 말이다.신수빈은 다시 한 번 양피 두루마리를 바라본 뒤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내가 그린 이 배치도는 원본과 표기 하나까지도 다르지 않거든. 그가 설마 나를 의심하겠느냐? 이게 원본이 아니라 한들, 누가 도둑이 원본을 훔친 뒤 여러 장을 베껴 퍼뜨리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겠느냐? 게다가 나는 일부러 평소 쓰지 않는 필체로 그렸다. 그러니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은보는 그제야 완전히 깨달았다. 마님의 진짜 목표는 태후 뒤에 선 장 가였다. 그녀는 그저 셋째 도련님의 억울함을 대신 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닌 최 씨 가문과 장 가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겉으로는 두 집안이 여전히 왕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예전과 같은 관계는 아니었다.그녀는 이제 장 가와 서 가의 혼맥마저 끊어내려 하고 있었다. 이 일이 터질 경우, 장 가가 서 씨를 감싸면 필연적으로 수면 위로 끌려 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호하지 않는다면 조정 안팎 모두가 장 가가 얼마나 냉혹한 집안인지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장 가와 혼인으로 얽힌 다른 명문가들 또한 자연스럽게 마음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을 터. 사람의 마음이란 가장 건드리기 쉽지만, 한 번 돌아서면 다시 돌리기 어려웠다.마님의 수는 정확했다.다만 은보는 이도현이 이 의도를 알아차릴까 두려웠다. 그의 성정으로 보아 만약 그 지점까지 이르게 된다면...은보는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부디, 마님이 왕야를 평생 속일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이틀째 성문이 굳게 닫힌 탓에 백성들 사이에서도 불안한 기운이 맴돌았다. 거리의 상점들 역시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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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신수빈은 그녀의 뒤쪽을 흘끗 훑어보았다.호위로 데려온 자들은 하나같이 체격이 단단했고 움직임에서 훈련의 흔적이 역력해 보였다. 틀림없이 친정에서 데려온 인물들 같았다.진 씨의 친정 아버지는 본래 병부의 종이품 중신이었다. 가문이 현달한 만큼 진 씨는 늘 거칠고 오만하게 굴며 평양 후부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신수빈의 시선이 다시 진 씨의 얼굴로 돌아왔다.호봉에 쏘여 얼굴이 망가진 채, 아직도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요 며칠 황성시가 꽤 바빴던 모양이네요. 둘째 숙모께서 이렇게 멀쩡히 서 계시는 걸 보니 그쪽에서 호봉 사건을 심문할 틈도 없었나 봅니다.”호봉 이야기를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진 씨의 분노는 더욱 들끓기 시작했다. “호봉이 왜 그렇게 됐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지 않느냐! 이 간사한 신 씨야. 사람들 앞에서는 온순한 척하더니 뒤에서는 이런 낯짝이었구나. 오늘 내가 편치 못하다면 너희도 다 같이 편히 지낼 생각은 하지 말거라!”진 씨는 소리치며 뒤의 유모들과 호위들에게 신수빈을 향해 덤비라고 외쳤다.그럼에도 신수빈은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의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이 그들을 스쳤다.“누가 감히!”맑지만 날 선 외침에 모두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이어지는 목소리는 얼음처럼 냉정했다.“평양 후부는 고조께서 친히 내리신 작위가 있는 곳이다. 설령 지금은 쇠락했다 해도 이 안에서 함부로 칼과 몽둥이를 휘두를 자격은 없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자들, 하나도 남김없이 붙잡아 관가로 넘겨라. 지금 경성 안은 도적을 잡느라 비상이다. 당장 황성시로 보내거라!”몽둥이를 든 유모들과 호위들은 겁에 질려 망설였다. 살려 달라 빌어야 할지, 도망쳐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신수빈의 호위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몸싸움을 벌였고, 순식간에 모두를 제압했다.자기 사람이 눌려 쓰러지는 모습을 본 진 씨는 눈이 뒤집혔다. 그녀는 이를 갈며 신수빈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러자 금자와 은보가 즉시 좌우에서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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