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빈의 기억 속에서 이도현은 언제나 기력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이처럼 지쳐 보이는 모습은, 실로 처음이었다. 이번에 그가 서남으로 향한 것은 서남 지역의 군사 배치를 위해서였으니, 아마 마음과 몸을 다 쏟아부었을 터였다.어둠 속에서 신수빈은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밖에서는 바람이 매섭게 울부짖으며, 마치 날 선 칼이 뼛속을 긁어내는 듯한 소리를 냈다.그녀는 손을 뻗어 비단 이불을 끌어올렸다. 밖으로 드러난 그의 팔을 덮어준 뒤, 조용히 그의 품에서 몸을 빼내 등을 돌리고 안쪽을 향해 누웠다.한밤중이 지나자 과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청하는 화로에 숯을 더하러 들어왔다가 마님이 겨울을 유난히 타는 걸 떠올렸다. 섭정왕이 곁에 있어도 세심히 챙기지 못할까 염려되었던 그녀는 살며시 장막 안을 들여다보며 혹여 이불을 걷어찬 것은 아닌지 확인했다.희미한 불빛 아래, 신수빈은 어느새 이도현의 품에 깊이 안겨 있었다. 등은 그의 가슴에 기댄 상태였는데 그 모습은 온몸이 그에게 꼭 맞물려 들어간 듯, 마치 그의 몸에 새겨 넣은 한 조각 같았다.청하는 그렇게 아무 말없이 물러났다.동이 틀 무렵, 창밖에서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마른 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신수빈이 눈을 떴다.회임 말기에 접어든 뒤로는 밤잠이 편치 않았다. 한겨울의 차디찬 밤인데도 그녀는 온몸이 달아오른 듯 더웠다.이마와 등에 모두 땀이 맺혀 있었고, 속마저 불편해서 몸을 일으키려 하자 이도현이 다시 그녀를 끌어안았다.“아직 이르다... 조금만 더 자거라.”그는 눈도 뜨지 않은 채, 깊은 피로가 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급해... 요.”그제야 이도현은 팔을 풀었고, 신수빈은 침상에서 내려왔다. 이불 밖으로 나오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그녀가 몸을 떨자, 그 기척에 이도현도 완전히 잠에서 깬 듯했다.“이리 추운데 어찌 시녀에게 요강을 장막 안으로 들이라 하지 않았느냐?”신수빈의 뺨이 붉어졌다. 그와 아무리 가까워졌다 해도 그의 앞에서 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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