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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Author: 정대천
신수빈은 그녀의 뒤쪽을 흘끗 훑어보았다.

호위로 데려온 자들은 하나같이 체격이 단단했고 움직임에서 훈련의 흔적이 역력해 보였다. 틀림없이 친정에서 데려온 인물들 같았다.

진 씨의 친정 아버지는 본래 병부의 종이품 중신이었다. 가문이 현달한 만큼 진 씨는 늘 거칠고 오만하게 굴며 평양 후부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

신수빈의 시선이 다시 진 씨의 얼굴로 돌아왔다.

호봉에 쏘여 얼굴이 망가진 채, 아직도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

“요 며칠 황성시가 꽤 바빴던 모양이네요. 둘째 숙모께서 이렇게 멀쩡히 서 계시는 걸 보니 그쪽에서 호봉 사건을 심문할 틈도 없었나 봅니다.”

호봉 이야기를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진 씨의 분노는 더욱 들끓기 시작했다.

“호봉이 왜 그렇게 됐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지 않느냐! 이 간사한 신 씨야. 사람들 앞에서는 온순한 척하더니 뒤에서는 이런 낯짝이었구나. 오늘 내가 편치 못하다면 너희도 다 같이 편히 지낼 생각은 하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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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311화

    윤수혁의 얼굴이 희미하게 굳어졌다. 천 번, 만 번은 들었던 말이었으나 지금, 신수빈 앞에서 그 말들이 피투성이로 도려내지 듯 까발려지자 그는 마치 자신이 한겨울 밤 한복판에서 옷이 모조리 벗겨진 채 서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손가락질과 욕을 고스란히 다 뒤집어쓴 셈이었다.“사생아.”“재앙 같은 자식.”그 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신수빈은 그가 움켜쥔 두 주먹을 보았는데, 손등 위로 불거진 핏줄이 팽팽히 일어나 있었다. 그 모습에 가슴 한구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전생의 윤연우 또한 사람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윤수혁과 자신의 아이가 어떻게 그리도 닮아 있는 것일까?이때 신수빈이 낮고 단호하게 꾸짖었다.“대장부는 출신을 묻지 않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태어나 떳떳하게 행하면 그것으로 군자입니다. 윗세대에 무슨 일이 있었든, 어린아이는 죄가 없습니다. 둘째 숙모께서도 자식이 있는 분이시면서 자식들을 위해 복을 쌓을 생각은 안 하시는 겁니까?”하지만 진 씨는 되레 크게 웃어 보였다.“군자? 저자가 무슨 군자란 말이냐? 세상에 제 아우의 부인을 넘보는 군자가 어디 있단 말이냐!”신수빈의 눈빛이 순간 굳었다. 그때 진 씨가 눈을 가늘게 뜨며 부어오른 얼굴 위로 기묘한 비웃음이 스쳤다.“아, 이제야 알겠구나. 윤서원이 침상에 드러누운 지 오래지. 저 사생아가 혼인도 하지 않는 걸 보니 두 사람이 벌써부터 붙어먹은 게 아니겠느냐? 큰 도련님과 동생 며느리라니, 이 후작부 안에서...”하지만 그녀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눈앞이 번쩍하더니 순간 그녀의 목이 단단히 조여왔다. 윤수혁이 손으로 그녀를 뒤로 밀친 것이었다. 곧이어 둘째 마님의 등은 뒤편의 나무에 세게 부딪혔고 가슴이 요동치며 피비린내가 입안으로 치밀었다.찰싹, 찰싹, 찰싹.연달아 맞은 몇 대의 뺨. 이미 부어 있던 얼굴은 더 참혹해져 있었다.진 씨는 피를 한 모금 토해냈는데, 그 속에는 부러진 이 두 개도 섞여 있었다. 그녀는 그제야 눈앞의 남자를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310화

    신수빈은 그녀의 뒤쪽을 흘끗 훑어보았다.호위로 데려온 자들은 하나같이 체격이 단단했고 움직임에서 훈련의 흔적이 역력해 보였다. 틀림없이 친정에서 데려온 인물들 같았다.진 씨의 친정 아버지는 본래 병부의 종이품 중신이었다. 가문이 현달한 만큼 진 씨는 늘 거칠고 오만하게 굴며 평양 후부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신수빈의 시선이 다시 진 씨의 얼굴로 돌아왔다.호봉에 쏘여 얼굴이 망가진 채, 아직도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요 며칠 황성시가 꽤 바빴던 모양이네요. 둘째 숙모께서 이렇게 멀쩡히 서 계시는 걸 보니 그쪽에서 호봉 사건을 심문할 틈도 없었나 봅니다.”호봉 이야기를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진 씨의 분노는 더욱 들끓기 시작했다. “호봉이 왜 그렇게 됐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지 않느냐! 이 간사한 신 씨야. 사람들 앞에서는 온순한 척하더니 뒤에서는 이런 낯짝이었구나. 오늘 내가 편치 못하다면 너희도 다 같이 편히 지낼 생각은 하지 말거라!”진 씨는 소리치며 뒤의 유모들과 호위들에게 신수빈을 향해 덤비라고 외쳤다.그럼에도 신수빈은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의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이 그들을 스쳤다.“누가 감히!”맑지만 날 선 외침에 모두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이어지는 목소리는 얼음처럼 냉정했다.“평양 후부는 고조께서 친히 내리신 작위가 있는 곳이다. 설령 지금은 쇠락했다 해도 이 안에서 함부로 칼과 몽둥이를 휘두를 자격은 없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자들, 하나도 남김없이 붙잡아 관가로 넘겨라. 지금 경성 안은 도적을 잡느라 비상이다. 당장 황성시로 보내거라!”몽둥이를 든 유모들과 호위들은 겁에 질려 망설였다. 살려 달라 빌어야 할지, 도망쳐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신수빈의 호위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몸싸움을 벌였고, 순식간에 모두를 제압했다.자기 사람이 눌려 쓰러지는 모습을 본 진 씨는 눈이 뒤집혔다. 그녀는 이를 갈며 신수빈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러자 금자와 은보가 즉시 좌우에서 신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309화

    신수빈은 잠시 말을 멈췄다.순간 이도현의 눈빛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위험하고 날카로우며 검게 가라앉은 그의 눈빛 속에는 제멋대로 휘두르려고 하는 압박감이 번뜩였었다. 확실히 그는 결코 속이기 쉬운 인물은 아니었다. 이전의 몇 차례 대치에서도 그는 언제나 미묘한 이상을 짚어냈으니 말이다.신수빈은 다시 한 번 양피 두루마리를 바라본 뒤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내가 그린 이 배치도는 원본과 표기 하나까지도 다르지 않거든. 그가 설마 나를 의심하겠느냐? 이게 원본이 아니라 한들, 누가 도둑이 원본을 훔친 뒤 여러 장을 베껴 퍼뜨리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겠느냐? 게다가 나는 일부러 평소 쓰지 않는 필체로 그렸다. 그러니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은보는 그제야 완전히 깨달았다. 마님의 진짜 목표는 태후 뒤에 선 장 가였다. 그녀는 그저 셋째 도련님의 억울함을 대신 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닌 최 씨 가문과 장 가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겉으로는 두 집안이 여전히 왕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예전과 같은 관계는 아니었다.그녀는 이제 장 가와 서 가의 혼맥마저 끊어내려 하고 있었다. 이 일이 터질 경우, 장 가가 서 씨를 감싸면 필연적으로 수면 위로 끌려 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호하지 않는다면 조정 안팎 모두가 장 가가 얼마나 냉혹한 집안인지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장 가와 혼인으로 얽힌 다른 명문가들 또한 자연스럽게 마음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을 터. 사람의 마음이란 가장 건드리기 쉽지만, 한 번 돌아서면 다시 돌리기 어려웠다.마님의 수는 정확했다.다만 은보는 이도현이 이 의도를 알아차릴까 두려웠다. 그의 성정으로 보아 만약 그 지점까지 이르게 된다면...은보는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부디, 마님이 왕야를 평생 속일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이틀째 성문이 굳게 닫힌 탓에 백성들 사이에서도 불안한 기운이 맴돌았다. 거리의 상점들 역시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308화

    “이 일들은 네 어머니께는 알리지 말거라. 세상 물정을 많이 겪지 않으신 분이니 알아도 걱정만 늘 것이다.”“알겠습니다.”신병문은 고개를 숙여 물러난 뒤, 뒤뜰로 가 가족들의 짐 정리를 거들었다.한편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 되어서도 신수빈은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큰형수와 어머니가 반달 넘게 길 위에서 고생했음을 알기에 더는 붙잡지 않고 푹 쉬시라 인사를 건넨 뒤 먼저 돌아섰다.신 가를 나설 때, 대문 밖에는 갑옷을 갖춘 병사 한 대열이 대기하고 있었다. 다름아닌 도지휘사가 남겨 둔 이들이었다.신수빈은 낮은 목소리로 금자에게 한마디 당부한 뒤,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윤 가로 돌아갔다.그들은 모두 이도현의 친위병이었다. 금자와 은보 또한 예전에 그의 휘하에 있었던 적이 있어 그중 몇 명을 알아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호위병들이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 다만 병부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했고 매우 중요한 물건이 사라졌기에 도둑이 성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전면 통제가 내려졌다는 말뿐이었다. 금자가 왕야가 어디로 향했는지 물어도, 그들 또한 모른다고 답할 뿐이었다.윤 가에 도착한 뒤, 금자가 전해 들은 이야기를 신수빈에게 전하자 그녀는 잠시 미간을 좁히고 깊이 생각에 잠겼다.병부에서 도난이라니...이도현이 그토록 급히 말을 몰아 나간 것을 보면 가벼운 일이 아닐 것이 분명했다.바로 그때, 문득 한 생각이 스쳤다.혹시 군사 배치도가 도난당한 것은 아닐까?이도현이 직접 출성할 만큼의 사건이라면 결코 사소할 리 없었고, 병부와 관련되었다면 더욱 그러했다.신수빈은 도둑 맞은 물건은 서남 방면의 군사 배치도일 것이라고 완전 확신했다. 이도현이 서둘러 떠난 것은 도둑보다 먼저 서남 지역의 방어를 새로 정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훔쳐 간 것은 그저 쓸모없는 종잇조각이 된다.그녀는 예전에 이도현의 서재에서 보았던 대주 왕조의 군사 지도를 떠올렸다. 마음속에서 무엇인가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이도현은 아마도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307화

    신병호는 장남의 말을 듣자마자 그대로 굳어 버렸다. 한동안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게 물었다.“그럼... 빈이의 뱃속 아이가, 바로 섭정왕의 혈육이라는 말이냐?”“그렇습니다.”“그렇다면 우리 신 가가 받은 이 후작 작위도 그가 모자에게 준 보상인 셈인 것이냐?”신병호의 마음은 복잡하게 뒤엉켰다.“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들로서도 섭정왕의 속내를 모두 알지는 못하니까요. 다만 그분은 아직도 빈이 뱃속에 있는 아이가 윤서원의 아이인 줄로 알고 계십니다. 빈이가 그분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은 모르고 계시지요. 다만 이 작위가 빈이 때문에 내려온 것만은 분명합니다.”“섭정왕이 그 사실을 모른다고? 그럼 왜 말하지 않았단 말이냐? 윤 가에서 그런 패륜한 짓을 저질렀다면 화이하고 나오는 게 옳았지 않느냐? 섭정왕과 이미 사사로운 관계가 있다면 화이 후 왕부로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떳떳한 일이다. 이렇게 몰래 관계를 이어 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신병문은 고개를 저었다.“빈이는 이미 계산을 마쳤습니다. 지금 윤서원은 병상에 누워 말조차 하지 못하는 몸이 되었으니, 빈이가 품은 아이는 후부에서 명백한 적장자, 장손가 될 겁니다. 게속 윤 가에 남는다면 당연히 후계자가 되겠지요. 이전에 아무리 왕부로 들어간다 해도 빈이는 첩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섭정왕이 신 가의 위상을 끌어올린 것을 보면 정식으로 혼인하려는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닌 듯합니다. 허나 빈이는 그에게 마음이 없는데다가, 섭정왕비라는 자리가 하늘에서 떨어진 복도 아니잖습니까. 섭정왕은 행보가 워낙 거칠어서 황실이든 조정이든 가리지 않고 원한을 산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그의 곁에서 잠자리를 함께하는 여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험이 따르는지 아버지께서는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사람에게는 백일의 영화가 없고 꽃도 백일 붉지 않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금은 섭정왕이 권세의 정점에 올라 개혁을 밀어붙이며 기세가 등등하지만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306화

    문간은 이야기를 나누기엔 마땅한 곳이 아니었기에 신병문은 가족들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신병호는 마차에서 내린 뒤로 줄곧 말이 없었다. 자식들이 기쁨에 들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그의 마음은 한없이 무거워져 있었다.조금 전 성 밖에서, 장남이 은전을 써서 길을 열어보려 했으나 거절당했고 막내딸의 신분으로 평양 후부의 이름을 내세워도 소용이 없었다. 성 안으로 들어가기는커녕, 수문장의 얼굴에서 미소 한 점조차 얻지 못했다.아이들은 아직 젊고 세상 물정을 다 알지 못하기에, 굳게 닫혀 있던 그 성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넘볼 수 없는 권력이었다. 그리고 이어 섭정왕이 모습을 드러낸 뒤에야 길이 열렸다.그는 처음엔 섭정왕이 신 가의 체면을 봐서 통행을 허락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 장수가 막내딸의 마차 앞을 한 발자국도 떼지 않고 따라붙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이상함을 느꼈다. 그는 섭정왕과 이전에 몇 차례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 인물은 언제나 높고 멀었고 신 가는 그 발치에서 보호를 구하는 상인 집안에 불과했다. 은전과 군량을 바쳤고 난세에 신 가를 보전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그런데 어찌하여 저토록 빈이를 감싼단 말인가?더구나 이 후작 작위 또한 석연치 않았다. 부친은 마음이 맑은 사람이었다. 경성에는 분명 그들이 알지 못하는 변고가 있으리라 짐작했고 이 작위가 복인지 화인지 알 수 없기에 그저 길을 재촉했을 뿐이다.그래서 일단 신병문의 세 명의 적자는 신 가의 큰 어르신과 함께 항주에 남겨 두었다. 그런데 막상 입경하자마자 신병호은 공기부터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잠시 후, 그들은 저택에 들어갔다. 신수빈은 어머니와 큰형수와 함께 후택으로 가 짐을 정리했고 신병문은 따라가 도우려다 부친에게 붙잡혔다. 사람이 모두 물러난 뒤, 신병호은 어려서부터 함께 장사를 다니며 강하게 키운 장남을 향해 입을 열었다.“도대체 무슨 일이냐?”“아버지께서는 무엇을 물으시는지요?”“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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