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Chapter 421 - Chapter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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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화

신수빈은 몸을 간신히 일으켜 침상에서 내려왔다.하녀들이 붙잡으려 했지만 도무지 막을 수 없었다.며칠째 그녀가 깨어나지 않자 이도현은 차마 왕부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경성의 정사는 예왕과 두 명의 대신이 처리하고 있었고 그들은 매일 정리한 상소문을 섭정왕부로 보내와 직접 보고했다.이도현이 막 전원 서재에서 예왕과 대신들을 만나고 있을 때, 후원에서 급히 보고를 올렸다.관사는 외부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자세히 말하진 않고 짧게만 전했다.“왕야, 마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앞이 번쩍인 듯 하더니 어느새 섭정왕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왕부 후원에서 일하는 하녀와 유모들 중 누가 감히 신수빈을 막을 수 있겠는가.그녀는 내실을 뛰쳐나와 왕부의 늙은 유모를 붙잡고 물었다.“아이는 어디에 있느냐? 이도현이 내 아이를 어디로 데려갔느냐!”하녀들은 겁에 질려 일제히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 빌었다.신수빈도 알고 있었다.이도현의 일방적인 명일뿐, 이들은 깊숙한 내막까지는 알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곧장 밖으로 향했다. 이도현을 찾아야 했다. 직접 그의 입으로 자신의 아이를 어떻게 하려는지 들어야 했다.이 넓은 왕부 안에서 그가 아이를 대체 어디에 숨겨둔 것인지 의문이었다. *이도현이 후원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얇은 옷차림으로 뛰쳐나온 그녀의 모습이었다.그는 미간을 깊이 찌푸리며 그녀에게 다가가 이름을 불렀다.“빈아!”그의 목소리를 듣고 신수빈은 돌아섰다.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그를 향해 다가왔다.“제 아이를 어디로 보냈습니까! 제 아이를 돌려주십시오!”그녀는 달려들 듯 그의 품에 부딪히며 옷자락을 꽉 붙잡았다.공포와 혼란으로 가득 찬 그 눈을 마주한 순간, 이도현의 가슴이 찢어지듯 아려왔다.그녀는 본래 얼마나 침착하고 단단한 사람이었던가. 어의의 말에 따르면, 출산 중에도 모든 일은 그녀 스스로 차분히 정리했다고 했다.그랬던 그녀가 지금은 이토록 무너져 있었다.머리는 흐트러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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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윤연우는 몸이 몹시 약해 마치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나온 아이처럼 보였다.이도현은 본래 의심이 많은 성정이었으니 지금 무슨 말을 한들 믿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가 윤연우를 해치지만 않는다면 믿든 말든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이윽고 유모가 아이를 안은 채로 들어왔다.신수빈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이도현은 낮음 목소리로 그녀의 어깨를 눌렀다.“누워 있어라. 움직이지 마.”그는 직접 나서서 유모에게서 아이를 받으려고 했다.하지만 손길이 꽤나 거칠자, 신수빈이 급히 손을 내밀어 대신 받아 들었고, 작은 이불을 걷어내자 그 앳된 얼굴을 드러냈다.그 순간, 참아오던 눈물이 끝내 쏟아져 내리며, 손끝마저 떨려오기 시작했다. 이도현은 기쁨에 겨워 우는 그녀를 보며 얼굴을 굳혔다. 그의 미간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한 방울이라도 더 눈물을 흘린다면 지금 당장 저것을 내다 버릴 것이다.”그의 말이 떨어지자, 신수빈은 급히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냈다.고개를 숙인 채, 품 안의 아기만 바라볼 뿐, 그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신수빈은 아이를 바라보며 모든 것이 꿈처럼 아득했다.그간의 고통과 시련이 이 작은 존재 하나로 모두 보상받은 듯했다.작디작은 아기가 무슨 꿈을 꾸는지 입가를 올리며 웃어 보이자, 신수빈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이내 자신의 뺨을 가까이 대자 찢겨 있던 마음이 조금씩 메워지는 듯했다.이도현은 그 모습을 보며 몇 번이나 등을 돌리고 싶은 충동을 눌렀다. 턱선이 굳어지고 이를 악물며 겨우 참고 있었다.그녀는 아이의 아비를 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놓지 못하는 것뿐이다.언젠가는 자신과의 아이도 낳게 될 것이다. 그때도 저렇게 사랑하게 될 테지.신수빈은 이번 난산으로 기운을 크게 소진한 상태였다.막 깨어난 것도 오직 아이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낸 것이었다. 이제 아이가 곁에 있으니 그녀의 기력은 급속히 떨어졌고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사람들 불러서 아이를 데려가고 마님을 쉬게 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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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외서방에 모여있던 예왕과 몇몇 대신들은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지만, 섭정왕이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점점 마음이 조급해졌다.“예왕 전하, 이 섭정왕부 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조정의 일보다 더 중하단 말입니까?”예왕 또한 답하지 못하고 있자 다른 대신 하나가 입을 열었다.“이보시오, 소식이 너무 늦은 거 아니오? 아직도 모르겠소? 섭정왕께서 성으로 돌아온 그날, 왕부에 어린 공자가 태어났소. 그날 성 안 백성들마저 모두 보았지. 붉은 빛 속에 해가 솟아오르는 것은, 하늘이 내린 길한 징조라고도 하지 않소.”그 말을 들은 예왕은 미묘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허나 본왕이 알기로는, 섭정왕 숙부의 왕부에는 측비가 궁에서 태후를 모시고 있을 뿐, 다른 왕비나 첩실은 없다고 했다.”“예왕 전하, 섭정왕은 인중의 용봉 같은 인물이라 여색에 빠지진 않으나, 통방 몇은 두었을 터입니다. 성 안 사람들 모두 왕부에 자식이 생긴 일을 알고 있지요.”예왕은 아무 말없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날이 완전히 저물 무렵이 되어서야, 섭정왕은 마치 그제야 앞마당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린 듯, 관사를 시켜 손님들을 모두 돌려보내게 했다. 내일 다시 논의하자는 뜻이었다.여럿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말했다.“왕야께서 처음으로 아비가 되셨으니 기쁨에 잠시 정사를 잊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그렇게 말하며 모두 흩어졌다.예왕은 왕부를 나선 뒤 곧장 신 가로 향했다. 명목상으로는 신병문의 상처를 문안하는 것이었으나 실상은 신수빈의 일을 묻기 위함이었다.“본왕이 듣기로는 윤씨 부인이 성이 무너지던 날 놀라 조산했다 하던데, 지금은 어떠느냐?”이도현의 명을 받기도 한 데다가, 여동생의 명예가 걸린 일이었기에 신가 사람들 모두 입을 굳게 다물었다.“아이고, 소인이 말씀드리기 참으로 송구하오나, 수빈이는 난산을 겪었고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났습니다. 다행히 하늘이 도왔기에 수빈은 무사합니다만 산후가 약해 집에서 몸을 추스르고 있습니다. 제 부인이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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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그렇게 요양한지도 어느덧 섣달에 접어들었고, 머지않아 설이 다가올 예정이었다. 신수빈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왕야, 이제 몸도 많이 나아지셨으니… 이대로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도리가 아닙니다. 곧 설이기도 하니, 집에는 돌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막 손을 씻은 이도현은 수건을 옆에 서 있던 청하에게 건네며 옷자락을 걷어 올리고 침상 곁에 앉았다.“무슨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냐? 앞으로 이곳이 곧 네 집이다.”그 말은 너무도 태연하고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왔다.신수빈은 가슴이 막힌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아직 윤 가의 사람입니다.”“곧 아니게 된다.”담담한 어조였으나 거부를 허락하지 않는 듯한 단단한 기세도 담겨 있었다.신수빈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이도현 역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그는 잠시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요 며칠 사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 갓 태어났을 때와는 또렷이 달라져 있었다.하얗고 부드러운 얼굴, 반짝이는 눈동자가 마치 신수빈이의 모두 모습을 옮겨 놓은 듯했다.“왕야…”신수빈이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이도현의 시선이 아이에게서 그녀의 얼굴로 옮겨왔다.“빈아, 네가 전에 본왕에게 무엇을 약속했는지 잊지 말거라.”신수빈은 잠시 말을 잃었다. 청하에게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왕야께서 신 가에 아이가 죽었다고 전하라 하셨다는데… 저희가 처음 이야기한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그는 분명 아이를 잘 키워서 평양후부를 잇게 하겠다고 했었다.이도현은 그녀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 속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흐릿하게 스쳐 지나간 것 같았다.“이 아이를 돌려보낸다면 너는 삼 년이고 오 년이고 본왕에게 시집올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는 자조가 스며 있었다.마음 한켠이 시렸지만 요 며칠 그녀가 아이를 바라보는 눈을 보며 그는 이미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그렇다면 이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이도현은 고개를 내려, 침상 곁에 조용히 누워 있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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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이것이 바로 그의 위력이었다.그는 어떤 수단이든 가리지 않고 상대를 압박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이루려고 했다. 그녀에게 생명과도 같은 아이를 두고서도 그는 아무렇지 않게 그들을 분리하겠다는 말을 입에 올려 협박할 수 있었다.이도현은 그녀가 고개를 숙인 채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없이 있는 것을 보며, 그저 조용히 기다렸다.이 일이 비열하다는 것은 그 역시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성격 상, 계속 재가의 명성이 나쁘다는 핑계로 윤 가에 매달릴 것인데, 그럼 그는 평생 담을 넘어다녀야 되지 않겠는가?설령 그녀가 마음속에 원망을 품는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게 될 것이다.“응?”마음이 조급해진 그는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그러자 신수빈이 갑자기 그의 가슴을 탁 치면서 다소 원망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왕야께서는 늘 이런 식으로 사람을 곤란하게 하십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이도현의 가슴에는 환희가 터져 올랐다.이 말투라면 이미 답은 분명해진 것이었다.“빈아, 응한 것이냐? 정말 응한 것이냐?”그는 그녀의 옥 같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눈빛에 드러난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신수빈은 그의 환한 표정을 바라보다가, 품에 기대며 여전히 살짝 투정을 섞어 말했다.“제가… 뭐,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이도현의 가슴속에는 기쁨이 밀려 넘쳤다.그는 두 팔로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고 품 안에 가두듯 안으며 말했다.“당연히 안되지!”말을 마치고도 넘치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그는 바깥에 대기 중이던 시종을 불렀다.“여봐라! 관가를 불러오거라. 장부에서 은자를 풀어, 전 왕부에 상을 내리도록 하거라!”시종이 돌아서 나가려 하자 이도현은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또한, 산파와 여의에게는 황금 백 냥을 내려 보내라!”신수빈은 그의 품에 기대어 한동안 말없이 있었다.그의 가슴에서 울리는 힘찬 심장 박동이 한 번 또 한 번… 그녀의 귀에 닿았다.시종이 물러난 뒤에도 이도현의 기쁨은 여전해 몇 번이나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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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윤서원이 쓰러진 이후로 윤 가에서 저에게 특별히 잘못한 일은 없습니다. 부군이 첩을 들여 방탕하게 굴었을 뿐인데, 그 첩도 이미 죽었지요. 겉으로 보기에는 부군이 중병에 걸린 상태인데, 제가 이때 화이을 하고 왕야께 시집을 갔다면, 아마 평생 사람들한테 손가락질을 받았을 겁니다.”“그건 간단하다. 본왕이 반드시 잘 처리해주겠다.”신수빈은 이때 몸을 곧게 세우고 앉아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왕야, 화이 문제에는 부디 관여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제 나름의 방도가 있습니다. 이미 왕야께 응한 이상 결코 약속을 어기지 않겠습니다.”이도현은 이미 그녀의 답을 들었기에 단 한 순간도 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심지어 그녀를 왕부 밖으로 내보내고 싶지도 않았다.이 며칠 동안 그녀가 후원에서 산후조리를 하며 몸을 추스르는 동안,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매일 이곳에 들러 신수빈을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이미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머무를 곳을 찾은 듯한 기분이었다.“윤 가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삼 년 오 년은 끌게 되는 것 아니냐?”이도현의 얼굴에는 분명 짜증과 답답함이 스며 있었다.신수빈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왕야와 저의 관계는 밖에 알려지면 간부 라는 말로 끝나도 다행일 겁니다. 왕야께서는 신하의 부인을 강탈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두렵지 않으시겠지만 저는 조변석개에 방탕하다는 욕을 듣는 것이 더 두렵습니다. 앞으로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면 괜찮겠지만, 훗날 이 왕부에 시집오게 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되겠습니까. 그 현숙하고 단정한 척쯤은 저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이도현은 윤 가 일로 답답해하던 중이었으나, 그녀의 뒷말을 듣고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그는 다시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아무리 아껴도 모자란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이런 네가, 본왕은 몹시 마음에 든다.”말을 마친 뒤, 이도현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다. 네 뜻을 따르겠다. 화이가 끝난 뒤에 신 가에 정식으로 혼인을 청하러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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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아이의 거취를 두고 이도현은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아이는 왕부에 남게 되었다.신수빈은 어쩔 수 없이 이도현에게 청하와 자신의 유모만이라도 왕부로 들여 아이를 돌보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이에게는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 없기도 했고, 자신도 매일 아이를 보고 싶었다. 다행히 이도현은 그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사실 이것이 그가 바라던 바였다. 그녀가 아이를 보고 싶다면 결국 왕부로 올 수밖에 없을 테니까…이도현이 떠나려 할 때, 아이가 깨어났다.이십여 일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약해 보였다. 지금 아이의 작은 몸은 신수빈의 품에 고스란히 안겨 있었다.그녀가 손가락으로 아이의 볼을 살짝 건드리자, 아이는 작은 손으로 그녀의 손끝을 꼭 잡고, 까맣고 또렷한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그 순간, 그녀의 눈매에는 빛이 번져났다. 마치 별무리를 부수어 흩뿌린 듯, 찬란하고도 부드러운 빛이었다.조금 전까지 마음속에 차올랐던 기쁨은 이도현에게서 어느새 씁쓸한 여운으로 바뀌어 있었다.그는 아이를 한 번 힐끗 바라본 뒤, 아무 말없이 돌아섰다.한편 편청에서는 어의가 며칠간의 약선과 처방을 적고 시중드는 하녀들에게 주의할 점을 일러주고 있었다.이도현이 손짓하자 하녀들은 곧바로 물러났다.이내 이도현이 잠시 머뭇거리며 어떻게 물어야 할지 고민하는 듯하자, 어의가 먼저 입을 열었다.“왕야, 혹시 마님의 몸에 이상이 있으십니까?”“부인은 괜찮다. 본왕이 묻고 싶은 것은… 그 아이가 유달리 몸이 약한 게 태중에서 기운이 부족했던 탓이냐, 아니면 기간이 다 차지 못해서 그런 것이냐?”그가 말을 꺼낸 순간, 소매 속의 두 손이 미묘하게 주먹을 쥐고 있었다.만약 아이가 만삭으로 태어난 것이라면, 그 아이가 자신의 핏줄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어의는 왕야가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는 줄로만 알고 공손히 답했다.“신은 두 달여 전부터 마님의 맥을 짚어왔습니다. 맥안이 여기 있으니, 왕야께서 직접 보시옵소서.”이도현이 맥안을 펼쳐 보자, 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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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신수빈은 그것이 장춘도장의 계략이라는 사실과, 배후에 태후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장춘도장이 혼란을 틈타 도망친 상황이었다. 누가 그가 태후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겠는가.“그렇다 해도 왕야께서는 진 사정을 그냥 두지 않고 통적반국의 죄를 씌우셨습니다.”신수빈은 미묘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그 죄목은 단순히 백성을 해친 것보다 훨씬 무거운 것이었다.“진 가는 삼족이 멸문당했습니다. 성년 남자는 모두 참수되었고, 여인들은 관노로 끌려가 삼천 리 밖으로 유배되었습니다.”그 말을 듣고 신수빈은 다시금 권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실감했다.진 가는 바로 윤 가 둘째 마님의 친가였다.한때 그녀가 자랑으로 삼던 부모는 각각 종이품의 대신과 종이품 작위를 받은 부인이었고 오라버니들 또한 조정에서 중용되던 인물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이도현의 한 마디에 한 집안이 통째로 무너져 내린 것이다.비록 아예 죄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 광경은 신수빈으로 하여금 전생에 몰락했던 신 가를 떠올리게 했다. 그녀의 가슴 한켠이 저릿하게 아파왔다.“장 가는?”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듣지 않고서는 마음을 접을 수 없었다.“정양왕께서 흠천감의 요설을 믿고 민심과 군심을 어지럽혔으니, 법에 따르면 군법으로 처단해야 합니다. 다만 이번 선항족과의 전투에서 중상을 입었고, 장 가 자제들 또한 성을 지키다 많은 사상자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조정의 여러 인척과 구신들이 나서서 탄원했습니다. 뭐... 결국에는 공으로 과를 덮는 것으로 처리되었지요.”신수빈은 낮게 비웃듯 웃었다. 역시나 그녀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흠천감의 행위가 장 가와 연결되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그들을 마음대로 처벌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거기에 이도현이 어느 정도 감싸고자 했다면 결국 이 정도 선에서 끝나는 수밖에.결국 희생된 것은 진 가 하나뿐이었다.곁에 있던 은보는 조심스럽게 마님을 바라보았다.예전에 근정전에서 왕야와 태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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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이도현은 그 순간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그 당시 그는 그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였기에, 그저 빼어난 용모만 보고 기껏해야 침상 위의 아름다운 존재쯤으로 여겼다. 심지어 함부로 대하는 등, 가볍게 여긴 적도 많았다.그 생각이 스치자 마음 한켠에 묘한 미안함이 일었다.“감사를 전하려 해도 되려 남처럼 느껴지고... 가끔은 본왕이 떠날 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세상 모든 일이 내 손 안에 있는 듯 자신했으면서도 정작 너를 이런 위험에 빠지게 했으니... 부끄러워 마음이 편치 않다. 지금은 그저 이 세상 가장 좋은 것들을 네 앞에 가져다 두어 보상하고 싶을 뿐이다.”신수빈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다시 눈을 들었을 때, 그의 얼굴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한 억울함이 서려 있었다.그녀는 손을 그의 어깨에 올리고는 목에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아이를 낳던 날, 자객이 검을 들고 달려들었을 때 말입니다. 저는 왕야께서 돌아오시기 전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다시는 왕야를 뵙지 못할까 봐…”이도현은 그녀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그 자리에 없었지만 그날의 위태로움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그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그는 이미 몇 차례나 경고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계속해서 신수빈을 해하려 들었다.모친과의 옛 정을 핑계 삼아 참고 또 참았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다 닳아버린 것 같았다.더 이상 태후의 자리에 있고 싶지 않다면 그 자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방법쯤은 얼마든지 있었다.이도현은 그녀를 품에 더 끌어안으며 낮게 말했다.“본왕은 네가 억울한 일을 겪은 것을 안다. 장 가는 이미 세습 왕작을 박탈당했다. 앞으로는 감히 너를 해칠 자도 없을 것이다.”신수빈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아주 옅은 기대가 담겨 있었다.“장 가뿐입니까? 왕야께서는 장춘도장이 성 안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해친 것이 누가 사주한 것인지 정말 짐작하지 못하시겠습니까?”이도현은 그녀가 무엇을 묻는지 알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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