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의 모든 챕터: 챕터 411 - 챕터 414

414 챕터

제411화

성 밖에서는 다시 공성이 시작되었다.수비하던 병사들은 불을 끄는 일과 적을 막는 일을 동시에 해내야 했기에, 다들 지친 기색이었다. 어느 한쪽 성벽에서는 적군이 구름 사다리를 타고 기어올라왔다. 성 위에 올라선 그들은 수많은 수비군을 죽이고 있었다.“성 위로 올라가라!”성 안에서 대기하던 병사들이 외쳤다. 막 잠깐 눈을 붙였던 병사들은 그 소리에 번쩍 정신을 차리고는, 무기를 움켜쥔 채 성 위로 몰려 올라갔다.신가 약방의 사람들은 새로 들어온 약재를 내려놓고 있었다. 신병문은 성문 쪽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사람들을 불러 신수빈을 돌려보내려 했다.정양왕이 성문에 도착했을 때, 이미 성 위로 밀려 올라온 적군을 보고 그의 얼굴도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이곳이 무너지면 관리들도, 평범한 백성도 모두 같은 끝을 맞이할 뿐이라는 것을 모두가 짐작할 수 있었다. “죽여라!”정양왕은 검을 뽑아 들고 병사들을 독려하며 다시 앞으로 밀어 올렸다.반나절에 걸친 격전 끝에, 성 남쪽에서 울려 퍼진 우렁찬 나팔 소리가 마침내 한 줄기 빛을 가져왔다.금자가 숨 가쁘게 달려와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외쳤다.“마님! 원군이 도착했습니다! 대산관의 주둔군입니다! 이미 성 남쪽에서 돌파구를 열어 성 안으로 들어왔습니다!”“얼마나 왔는지 아느냐?”“좌시위께서 말씀하시길, 대산관 무 장군의 부장께서 삼만 병력을 이끌고 왔다고 합니다.”신수빈은 문득 이도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는 오래전부터 운사 지역을 노리고 있었기에 대산관에 오만의 병력을 주둔시켜 두었다고 했다.평소에는 운사의 반란을 경계하고, 한가할 때는 군을 훈련시키는 용도였다.지금은 천하가 막 안정된 뒤라 인구는 급격히 줄어든 상태였다. 온 세상에 과부와 어린아이만 넘쳐났고 장정은 턱없이 부족했다.그런 상황에서 대산관이 절반이 넘는 병력을 내어준 것만으로도 이미 쉬운 일이 아니었다.삼만의 병력만으로도 성을 지킬 희망은 한층 더해졌다.금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마님, 또 한 가지 기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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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마님, 의원을 불러 발목을 좀 보는 게 좋겠습니다. 많이 부으셨어요.”“괜찮다. 성 안은 온통 부상자들 뿐이다. 의원들도 이미 밤낮없이 일하고 있으니, 더 번거롭게 할 필요는 없다.”한편 지금은 전생에서 이틀 뒤면 윤연우가 태어났을 시기다.며칠째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마음고생이 심했던 탓에 발목이 붓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막 아침 식사를 마친 참이었다. 그때, 장풍이 허겁지겁 달려왔다.“마님, 어서 저와 함께 궁성으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장안성이 더는 버티기 어렵습니다!”신수빈은 깜짝 놀랐다.“아직 이틀은 더 버틸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대산관의 온 부장이 전사해, 성 안의 수비군은 오래도록 쉬지 못했습니다. 지휘관 하나는 부상을 입었고 하나는 전사했기에 군심이 이미 크게 꺾였습니다. 성이 무너져도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성 안의 백성들은? 궁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느냐?”장풍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입술이 몇 번이나 움직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반면 신수빈은 단번에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이미 관가의 가족들과 사족들로 궁성이 가득 차, 백성들이 들어갈 자리는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성을 지키던 첫날,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고 죽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집안의 부군과 아들들을 모두 성벽 위로 보냈다. 헌데 이제 와서 그들의 부인과 아이들을 버리고 가겠다는 것이냐?”장풍의 얼굴에는 깊은 죄책감이 어렸지만, 궁성의 문은 그가 좌우할 수 없었다. 장풍은 무릎을 꿇었다.“마님, 소인은 무능합니다. 다만 마님께서 속히 궁성으로 들어가시길 청합니다. 소인은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장안의 백성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습니다.”신수빈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조용히 물었다.“지금 성 위의 지휘는 누가 맡고 있느냐?”“장녕입니다.”“금군 통령은?”장풍은 잠시 침묵하다가 답했다.“태후의 교지에 따라 이천의 금군을 이끌고 궁성으로 물러나 최후의 방어를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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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신수빈이 외성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이미 썩은 피 냄새가 짙게 깔려 있었다.성벽 아래에 기대 앉은 병사들. 그들의 얼굴은 온통 피와 먼지로 얼룩져 있었고, 눈빛에는 극도의 피로가 담겨 있었다. 이제는 길가에 널린 부상병들ㅇ르 옮겨줄 사람조차 없어졌다.성 전체가 죽음이 내려앉은 듯, 무겁고 가라앉은 기운에 잠겨 있었다.신수빈은 우뚝 솟은 성벽을 올려다보며 낮게 말했다.“은보야, 나를 위로 올려라.”성 밖에서는 선항군이 마지막 정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음 공격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셀 것임이 분명했다. 그때, 성 위에 한 장의 깃발이 세워졌다.검은 바탕 위에 붉은 글자, 그 중앙에는 단 하나의 글자가 새겨졌다.“현”.눈에 번쩍 띄는 그 깃발이 바람에 휘날렸다.길가에 기대 눈을 감고 있던 병사들이 소리에 눈을 떴다. 그리고 그 깃발을 보는 순간, 이미 무뎌졌던 심장이 다시 한번 움찔 떨렸다.그들은 멍하니 그 깃발이 바람 속에서 펄럭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곧 며칠 전, 죽음을 각오하고 성 위에 섰던 그 윤씨 부인이 다시 성벽 위에 나타났다.그녀의 눈에는 자비가 담겨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흔들림 없는 결의도 서려 있었다.“열흘 전, 제 넷째 오라버니께서 이 성 아래에서 돌파를 맹세했습니다. 그때 많은 분들이 그저 젊은 혈기에 내뱉은 허황된 말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성 밖은 중병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어떻게 그들이 돌파할 수 있겠습니까?”모든 이의 시선이 성 위의 그 한 사람에게로만 쏠렸다.열흘 전, 바로 그 자리에서 맑고 단아한 여인과 성 밖에서 삼군을 압도하던 그 소년이 성 안의 군민을 하나로 묶어 공격을 막아냈었다.“헌데 오라버니께서는 해냈습니다. 포위를 뚫고 나가 원군을 불러왔습니다. 그리고 떠나며 말씀하셨지요. 우리가 반 달만 성을 지켜낸다면 반드시 왕야의 대군을 이끌고 돌아오겠다고. 이제 닷새입니다. 단 닷새만 더 버티면 원군이 도착합니다. 장안성은 살 수 있습니다!”성 위와 성 아래, 기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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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태후는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성을 지켜내지 못하면 전 성의 백성이 죽는다.하지만 지켜낸 뒤, 이도현이 돌아와 그동안 신수빈이 한 일을 알게 된다면, 그의 마음에 앞으로 누가 들어올 수 있겠는가.태후는 오늘 아침, 모든 관가의 가족들이 이미 궁으로 피신해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어, 이내 사람을 보내 평양후부의 셋째 마님을 불러오게 했다.그녀는 이번 포위로 이미 혼이 나갈 지경이었기에, 태후의 부름을 받고 대전으로 들어와 무릎을 꿇고 명을 기다리기로 했다. “윤씨 부인, 내가 기억하기로 네 큰 형수 서 씨는 미쳐버렸고 둘째 형수 진 씨는 쫓겨났지. 지금 윤 가를 실질적으로 맡고 있는 사람은 세자 부인 신 씨가 맞느냐?”셋째 마님은 태후가 왜 이런 말을 꺼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공손히 답했다.“태후 마마, 그렇사옵니다.”“또 들으니 윤서원은 이미 마비되어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더구나. 내 생각에는 평양후의 작위는 쓸모 있는 자에게 내려야지, 침상에 누운 자에게 줄 수는 없다.”셋째 마님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이 시점에서 이런 말을 꺼낸다는 것은...“신첩은 태후 마마의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짐짓 모른 척했다.“내 뜻을 모를 리 없지 않느냐.”태후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여인의 출산이 얼마나 위태로운 일인지 알지 않느냐. 이것은 부자(附子: 약재)다. 옛날 선제의 황후 허 씨가 출산할 때 이것을 복용하고는 순식간에 피를 쏟으며 난산으로 죽었다. 만약 윤서원에게 적자가 없다면 평양후부의 적통은 자연스럽게 네 삼방으로 넘어가겠지. 그걸 아직도 모르겠느냐?”셋째 마님의 심장은 요동쳤다. 그녀라고 이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태후 마마, 신첩의 조카며느리는 먹고 입는 것 하나까지 모두 측근들이 관리합니다. 누구도 틈을 낼 수 없습니다. 전번에 순방영 사람들이 왔을 때도 쫓아냈을 정도입니다. 신첩이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평소라면 그렇겠지.”태후는 손톱을 어루만지며 천천히 말했다.“헌데 지금 성 안이 혼란스러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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