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왕의 명을 전하거라. 모든 무장은 평소처럼 병사를 훈련시키고 군무를 처리한다. 그 누구도 다시는 출병이나 개전 이야기를 꺼내지 말거라. 내가 살아 있는 한, 야랑국과 진국의 국경은 반드시 평안하다. 감히 또다시 전쟁을 입에 올리는 자는 군율로 다스릴 것이다!”아침에 이 명이 연기준의 뜻이라 전해졌을 때만 해도 무장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입으로 직접 들은 이상 더는 의심할 수 없었다.무장들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연기준은 대체 무엇을 믿고 두 나라가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하는가?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의 명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반면, 문관들은 속으로 환호했다. 연기준 앞에서 처음으로 우월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역시 상왕이십니다. 싸움밖에 모르는 무식한 장수들보다 훨씬 현명하시군요!”말을 꺼낸 이는 하선준의 장남, 하문경이었다.대황자가 죽은 뒤, 하선준은 하 가의 영화가 끝났음을 잘 알고 있었다. 누가 새 황제가 되든 한때 대황자를 전폭적으로 보좌했던 자신을 중용할 리 없었다.노년에 초라해지고 싶지 않았던 그는 이미 맹국공과 서왕에게 사직서를 올린 상태였다. 지금 조정에 남아 있는 하 가는 장남 하문경뿐이었다.하지만 하문경은 눈치가 부족했다. 아버지가 물러난 이상, 자신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해 백관을 휘두를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무장들이 기세를 잃은 듯 보이자 그는 의기양양해졌다.“상왕, 그럼 이제 어느 공주를 야랑국에 보내 화친할지 정하면 되겠습니다.”연기준의 시선이 천천히 그를 스쳤다.하문경은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분명 연기준은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 미소는 어쩐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상왕, 제가 무슨 말을 잘못했습니까?”연기준이 낮게 웃었다.“지금 조정의 대국은 맹국공과 서왕께서 맡고 계신다. 화친을 한다 해도 예부에서 처리할 일이지. 헌데 너는 누구냐? 언제부터 본왕에게 일을 가르칠 자격이 생겼느냐?”하문경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상왕, 소인은 하문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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