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seite / 사극 로맨스 / 시간을 거슬러 / Kapitel 1011 – Kapitel 1020

Alle Kapitel von 시간을 거슬러: Kapitel 1011 – Kapitel 1020

1115 Kapitel

제1011화

태자는 이해하지 못한 듯 미간을 좁혔다.“누님, 어찌하여 그들을 후궁에 그대로 두십니까? 결국 화근이 될 자들입니다. 미리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서인경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후궁에 두지 않아도 화근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태황태후나 태후가 이용하는 건 걱정하지 않아. 내가 우려하는 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세력이 그들을 이용하는 경우지. 단은설의 피도, 유가영의 뱃속 아이도,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쓸 만한 도구가 될 수 있어.”그녀가 태자에게 이런 권모의 이야기를 꺼낸 건 처음이었다.“세상일이란, 누군가를 죽인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단은설과 유가영이 연기준을 탐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 그렇기에 이용하기 가장 좋은 말이야. 우리가 그들을 제거해버리면 배후에 있는 자가 다음엔 누구를 이용할지 알 수 없게 돼. 차라리 남겨두고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편이 낫지.”정작 진짜로 끌어내고 싶은 인물에 대해서는 서인경은 끝내 말하지 않았다. 태자는 아직 어렸고 받아들여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자신의 출생에 얽힌 비밀 또한 지금은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태자는 반쯤은 이해하고 반쯤은 모르는 얼굴로 고개를 기울여 연기준을 바라보았다.“누님의 판단을… 폐하께서도 반대하지 않으십니까?”연기준은 새로 올라온 상소 더미를 태자 앞으로 밀어주었다.“네가 할 일은 조정의 일을 익히고 하루라도 빨리 감국을 맡을 수 있을 만큼 자라는 것이다. 다른 일은 신경 쓰지 말거라. 오늘 밤 잠들기 전까지 이것을 모두 결재하고 치국책 한 편을 더 쓰거라. 내일 조회 전에 반드시 짐 앞에 올려야 한다.”높이 쌓인 상소와 무거운 과제를 마주하고도 태자의 얼굴에는 조금의 불만도 떠오르지 않았다.“명 받들겠습니다!”과제는 많았다. 그러나 이것은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끝까지 가야 했다.연기준이 엄하게 대하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두려운 건 엄하게 대하지 않는 것이었다.아직 연기준이 황좌에서 그를 떠받치고 있다는 실만으로도 그는 이미 충분히 만족하고 있
Mehr lesen

제1012화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저 멀리서 태황태후를 지근에서 모시는 유모가 다가왔다.연기준의 허락이 떨어지고서야 육승이 길을 열어주었다. 유모는 두 사람 앞에 이르러 공손히 절을 올렸다.“폐하, 황후 마마를 뵙습니다. 태황태후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며 황후 마마를 한 번 뵙고자 하십니다.”서인경을 찾는다는 말을 듣자마자 연기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황후는 바쁘다. 태황태후께 가서 전하거라. 궁중의 예우는 이전과 다르지 않으나 예전처럼 조용히 불전에 마음을 두고 세사에 관여하지 않길 바란다고. 그것이 어려우시다면 짐 또한 예전의 정을 봐주지 않을 것이다.”유모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폐하,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태황태후께서 황후 마마를 곤란케 하실 뜻은 아니십니다. 다만 설태비께서 궁으로 돌아오셨으니 예전 태상황의 총애를 받던 분이 궁 밖에서 고생하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시어 곁에 두고자 하십니다. 벗을 삼으려는 뜻이기도 하지요. 이 일은 후궁의 일이라 지금은 황후 마마께서 주관하셔야 할 사안이기에 상의드리고자 하신 것이옵니다.”태황태후가 과연 그리도 서인경의 뜻을 존중할 인물이던가? 대답은 뻔했다.그저 구실을 만들어 연기준과 서인경을 불러내려는 속셈일 터였다.연기준이 다시 거절하려는 순간, 서인경이 그의 손을 붙잡았다.“태황태후께서 나를 황후로 여기신다니 드문 일이구나. 안내하거라.”연기준이 낮게 물었다.“가고 싶은 것이냐?”“네. 어떤 새 수를 준비하셨는지 한 번 들어보고 싶네요.”연기준이 꼬막이를 봉한설에게 넘기자 봉한설이 서둘러 아이를 받아 안았다.“좋다. 짐이 함께 가겠다. 너희는 대황자를 모시고 먼저 돌아가거라.”두 사람은 유모를 따라 태황태후의 침전으로 향했다.한때 화려하던 봉조궁은 이제 예전처럼 환히 밝혀져 있지 않았다. 문 앞에는 수위가 서 있었으나 안에는 등불조차 켜지지 않았다.어둠 속을 지나 궁 안으로 들어서자 겨우 한 줄기 빛이 흔들리고 있었다.희미한 불빛 아래, 단은설은 뼈만 남은 듯 야위어 있
Mehr lesen

제1013화

서인경은 연기준의 손을 힘주어 맞잡은 채 태황태후를 곧게 바라보았다.“그럴듯하게 포장하지 마십시오. 태황태후께서는 자신의 손으로 그의 모비를 죽이셨습니다. 이제 와 이런 말씀을 하신다고 해서 그가 용서하리라 생각하십니까? 그가 지금까지 이 자리에 모시고 태황태후의 존호를 그대로 유지하게 한 것만으로도 이미 할 도리는 다한 셈입니다.”태황태후의 눈빛이 번뜩였다. 당장이라도 사람을 베어낼 듯 살기가 서렸다.“그럼 네 말은 내가 두 눈 뜨고 그들이 후궁을 더럽히는 것을 보고만 있으란 말이냐?”“후궁을 더럽혔다니요?”서인경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무슨 확실한 증거로 그런 죄를 단정하셨습니까?”태황태후는 순간 말을 잇지 못하여 입술만 달싹이다가 끝내 침묵했다.“결국 증거는 없었다는 뜻이군요. 아무 증거도 없이 처형하신 겁니다. 열셋 째 왕야의 위협을 없애고 연기준을 궁으로 데려와 손수 기르기 위한 구실이 필요하셨던 것 아닙니까? 정말로 조손의 정 때문이었다고, 감히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태황태후가 반박했다.“그는 내 손자다. 모비를 잃고 외롭게 자랄 아이를 차마 두고 볼 수 없어 거둔 것이다. 그게 조손의 정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서인경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그만하시죠. 당신은 자신의 세력을 키우고 싶었을 뿐입니다. 연기준을 손에 쥔 칼로 만들려 하셨지요. 다만 그가 당신이 그어놓은 길을 따르지 않았을 뿐입니다. 당신이 정해준 혼인을 거부했고요. 오늘 그가 황위에 오르지 못했다면 과연 이렇게 낮은 자세로 말씀하셨을까요?”태황태후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준아, 넌 어찌 저 여인이 내 앞에서 이토록 방자하게 구는 것을 보고만 있단 말이냐? 나는 네 황조모다!”연기준의 얼굴은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그녀의 말이 사실입니다.”태황태후는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은 듯,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그리고 끝내 탁자 곁에 주저앉았다.“좋다… 좋구나. 연 씨 황실은 대대로 정에 얽매이는 자를 하나씩은 두는 모양이구나. 성조선제는 그 민간
Mehr lesen

제1014화

진국 황제를 이용해 제 뜻을 이루는 일에 있어서만큼 그 두 여인은 이미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서인경과 연기준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말은 없었지만 생각은 같았다.두 사람이 한동안 침묵하자 태황태후의 목소리가 한결 누그러졌다.“알고 있다. 그녀는 네 모비였고 나로 인해 죽었다는 것을. 용서를 바라지는 않겠다. 네가 나를 이곳에 가둔 것 또한 받아들이겠다. 어차피 늙은 몸이다. 바깥일은 너희 젊은이들에게 맡기마. 진국의 강산만 대대로 이어진다면 나는 더는 나서지 않겠다. 다만 한 가지…”태황태후는 손을 뻗어 줄곧 말없이 서 있던 단은설의 손을 잡았다.“나는 설태비와 말이 통한다. 그녀를 후궁에 두어 곁에 두고 싶다. 지금 후궁을 다스리는 이는 황후다. 그래서 한 번 불러 알리는 것이다. 앞으로 내 궁의 월례는 태비의 기준으로 한몫 더 얹어라. 나는 조금 궁색해도 상관없다. 이미 늙었으니. 허나 설태비는 아직 젊다. 나와 함께 고생할 이유는 없지 않겠느냐?”태황태후가 일부러 가련한 척을 하는 것을 들으며 서인경은 속으로 웃었다.한때 그토록 군림하던 사람이 갑자기 몸을 낮추다니. 진심으로 뉘우쳤거나, 아니면 더 큰 수를 준비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겠지.서인경은 후자에 무게를 두었다.어차피 단은설의 입궁 또한 자신의 계산 안에 있었다. 그러니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태황태후께서 원하신다면 두십시오. 다만 미리 말씀드리죠. 지금 후궁은 제가 맡고 있습니다. 제 눈에는 모래 한 톨도, 더러운 것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으면 합니다.”“설태비는 분수를 지키고 태황태후 곁에서 조용히 불전에 뜻을 두며 지난 죄를 씻기를 바란다.”단은설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황후 마마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두 사람이 태연히 서 있는 모습이 못마땅했는지 태황태후는 손을 내저었다.“피곤하다. 물러가거라.”연기준과 서인경은 손을 맞잡은 채 예를 갖추고 물러났다.문을 나서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단은설은 그제야 곁눈질로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Mehr lesen

제1015화

편전을 벗어난 단은설의 눈에는 더 이상 조금 전의 비굴함도, 아첨도 남아 있지 않았다.태황태후의 침전에서 나온 연기준과 서인경이 막 돌아서려는 순간, 한 궁녀가 허겁지겁 달려왔다.“폐하, 황후 마마를 뵙습니다! 저희 두 마마께서 예전에 황후 마마를 도와주신 적이 있사오니 그 정을 생각하시어 어서 와주십시오. 두 분 모두 넘어지셔서 조산할 것 같습니다!”서인경은 그 얼굴을 알아보았다. 지금 흔귀인 곁에서 시중드는 궁녀였다.“흔태비와 안태비가 조산이라니?”그 말을 듣자마자 서인경의 얼굴이 굳었다.“태의는 불렀느냐?”궁녀는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저었다.“태후께서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밤중에 어디서 태의를 부르냐 하시며, 내일 아침까지 버티라 하셨습니다. 헌데 아이 낳는 일을 어찌 시간을 가릴 수 있겠습니까? 두 분 모두 숨이 넘어갈 지경입니다. 제발, 황후 마마… 살려주십시오.”서인경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태후의 노골적인 보복이었다. 자신에게 불만이 있으니 과거 자신을 도왔던 이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이었다.그녀는 즉시 연기준을 바라보았다.“지금 당장 태의를 부르세요. 태의원 사람들 전부 다요. 그리고 폐하께서는 먼저 돌아가세요. 저는 가서 상황을 보겠습니다.”남자인 연기준이 직접 들어가기는 어려웠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봉한설과 평이를 보내고 안포와 육승은 밖을 지키게 하겠다. 무슨 일 있으면 즉시 명하거라.”“알겠습니다.”연기준이 지시를 마치자 서인경은 궁녀의 손을 잡고 달렸다.“길을 안내하거라.”두 사람은 숨 가쁘게 두 태비의 전각으로 향했다.달리는 동안 궁녀가 상황을 설명했다.“오늘도 두 분 마마께서 예전처럼 뜰에서 산책을 하시던 중이었습니다. 헌데 어디선가 갑자기 큰 새 한 마리가 날아들어 흔귀인을 향해 곧장 달려들었습니다. 마마께서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지셨고 곁에 있던 안태비 마마께서 부축하려다 중심을 잃고 함께 쓰러지셨습니다.”서인경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큰 새라니? 잡았느냐?”“아닙니다.
Mehr lesen

제1016화

배를 연다니?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그런 광경은 본 적이 없었기에 모두가 넋을 잃고 서 있었다.콩이 역시 당황했다.며칠 전 호청을 따라가 다른 산모의 출산을 도운 적은 있었지만 배를 가르는 수술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심장이 요동치고 손바닥엔 식은땀이 맺히는가 싶더니 급기야 온몸이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콩이가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자 서인경이 고개를 들었다.“배울 기회는 단 한 번이다. 네가 못 하겠다면 다른 이로 바꾸겠다.”그 말에 콩이의 눈이 번쩍 뜨였다. 호기심이 아닌 배움에 대한 갈망이 순식간에 불붙었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곧장 몸을 바로 세웠다. 빠르게 걸어가 안태비 곁에 섰다.“배우겠습니다.”잠시 후, 콩이는 스스로를 다잡았다. 서인경의 손놀림을 하나하나 따라 하며 산모의 배를 가르는 수술을 시작했다.어린아이에 불과한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일을 하고 있었다.그저, 연기준이 한때 했던 말 때문이었다. 진짜 실력이 있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그는 서인경 곁에 남고 싶었다. 그녀가 자랑스러워할 사람이 되고 싶었다.마음은 여전히 불안했지만 두 개의 생명이 자신의 손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더욱 집중해서 배워 나갔다.서인경은 수술을 이어가며 짧고 또렷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콩이는 숨조차 아껴가며 듣고 그대로 따라 했다. 단 한 치의 실수도 허락되지 않았다.조금 늦게 도착한 태의들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눈앞의 광경을 보고는 모두가 얼어붙었다.“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사람 잡을 일입니다! 당장 멈추십시오!”문 앞을 지키고 있던 봉한설과 평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도 서인경을 믿고 있었다.태의들이 막아서려 하자 두 사람은 곧장 그들을 문 밖으로 밀어냈다.“황후 마마께서 사람을 살리고 계십니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습니다.”태의원 원수는 바닥에 고인 선혈을 보고 발을 동동 굴렀다.“안 됩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아이를 낳는데 배를 가른다니요? 아이는 살
Mehr lesen

제1017화

궁녀가 능숙하게 아기를 받아 안았다.서인경은 손수 안태비의 상처를 꿰매기 시작했다. 시선은 한순간도 산모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목소리는 낮고 안정되어 있었다.“그토록 마음이 너그러우니 본궁도 감복한다. 헌데 오늘과 같은 상황에서 너는 다른 방법이 있었느냐?”태의원 원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흔태비의 상처는 이미 봉합을 마친 상태였다. 그는 손을 뻗어 흔귀인의 맥을 짚었다. 산모의 상태가 어떠한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동시에 서인경을 바라보는 눈빛에 미묘한 변화가 스쳤다.모자는 한 몸과 같아 어미가 기력이 없으면 아이가 세상으로 나오기 어렵다. 그는 지금껏 의식을 잃은 산모가 무사히 아이를 낳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결국 사실대로 말했다.“흔태비께서는 강한 충격으로 태위가 크게 어긋났고 대량 출혈로 기력이 쇠해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저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서인경은 마지막 매듭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헌데 나는 할 수 있다.”원수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그는 다시 안태비의 맥을 짚었다. 흔태비와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그는 충격에 고개를 들었다.“감히 여쭙겠습니다. 황후 마마께서는 이 같은 분만법을 어디서 익히셨습니까?”서인경은 두 산모의 생명이 더 이상 위태롭지 않음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숨을 길게 내쉬었다.긴장이 풀리자 다리에 힘이 빠져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때, 봉한설과 평이가 놀라 달려왔다.“마마!”서인경은 두 사람에게 몸을 기댄 채 힘없이 손을 저었다.“괜찮다. 걱정하지 말거라.”예전에는 외과 수술을 서너 차례 연달아 해도 끄떡없었지만 이곳은 고대였다. 여건은 열악했고 소모되는 심력은 훨씬 컸다.서인경은 고개를 들어 원수의 질문에 답했다.“내가 스스로 연구한 방법이다. 위험이 따르지만, 위급한 순간에는 목숨을 건질 수 있지. 다만 이 술법은 고도의 기술과 경험을 요구한다. 조금만 어긋나도 산모와 아이 모두를 잃을 수 있지. 너는 부디 이를 함부로 퍼뜨리지 말거라. 공을 탐해 섣
Mehr lesen

제1018화

연기준은 시종일관 당당했다. 서인경을 안은 채 용연 위에 앉아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곤녕궁까지 돌아왔다.길을 가는 동안, 서인경은 조금 전의 일을 곱씹다 육승을 불렀다.“오늘 안태비와 흔태비의 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거라. 그 큰 새는 어디서 날아든 것인지도 빠짐없이 밝히고.”서인경은 오늘의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다.안태비와 흔태비는 워낙 외진 곳에 거처하며 사람을 피해 지내는 이들이었다. 누군가 그들을 직접 노렸을 가능성은 낮았다. 그러니 진짜 표적은 어쩌면 서인경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그들이 한때 자신을 도왔다는 이유로 원한을 산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오늘의 일은 반드시 끝까지 파헤쳐야 했다.육승은 명을 받고 즉시 움직였다.연기준은 서인경이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은인을 해치려는 자가 있다면 결코 가만있지 않을 터였다.그는 조용히 말했다.“걱정 말거라. 앞으로 후궁은 네 뜻대로 다스리면 된다. 네 눈앞에서 이런 일을 벌였으니 반드시 진상을 밝히고 엄하게 처벌하거라. 이번 기회에 위엄을 세워 새 황후가 만만치 않다는 걸 모두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서인경은 웃으며 되물었다.“그 자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사람들인데요. 제가 일을 크게 벌여 전조에 영향을 미치면 어쩌시려고요?”연기준은 그녀의 어깨를 끌어당겼다.“마음껏 해라. 짐이 다 받아내겠다.”그 말에 서인경의 눈이 가늘게 휘었다.그녀는 다시 자세를 바로 했다.“그 말씀 한마디면 충분합니다.”연기준이 태자와 함께 전조를 다스린다면 후궁은 그녀의 몫이었다.원하던 이들이 하나둘 스스로 궁에 들어왔으니 이제는 문을 닫고 개를 잡을 때였다. 차례차례, 하나씩 정리할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곤녕궁 앞, 꼬막이는 담장 아래 기대 앉아 풀공을 굴리며 놀고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더니 용연 위의 두 사람을 보고는 환하게 외쳤다.“아버지! 어머니!”아이가 용연 앞에서 멈추자 서인경이 서둘러 다가갔
Mehr lesen

제1019화

꼬막이의 침실은 서인경의 침궁 바로 옆에 있었다.두 방을 가르는 벽에는 작은 문이 하나가 나 있어 서인경이 언제든 아들을 보러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연기준은 서인경이 어렵게 되찾은 아들을 그녀가 직접 곁에 두고 돌보고 싶어 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이곳은 이제 그들의 새 집이었다.서인경은 꼬막이의 손을 잡고 방을 하나하나 돌아보았다. 꼬막이는 가는 곳마다 손을 뻗어 이것저것 만져보았다. 눈빛은 반짝이고 표정은 더없이 신기해 보였다. 그 모습이 꼭, 새로운 곳에 도착할 때마다 영역을 표시하듯 이리저리 둘러보는 작은 강아지 같았다.서인경은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연기준은 뒤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들은 만지고 어미는 웃고. 그는 입가를 살짝 올렸다.이 순간의 행복이 앞으로도 매일 이어지기를 바랐다.진국에서 세 식구가 화목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야랑국의 조정은 들끓고 있었다.팔황자 예정임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시신은커녕, 한 줌의 재조차 가져오지 못했다.야랑국 황제는 비통함에 잠겨 무장을 소집해 진국에 출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그 가운데 가장 격앙된 이는 대장군 단진혁이었다.“진국이 우리를 우롱했습니다! 저는 반드시 팔황자의 억울함을 씻어주겠습니다!”한 장수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한 달 전이었다면, 우리가 진국에 군을 일으켰을 때 저들이 겁을 먹었을 것입니다. 헌데 지금 진국의 황제는 옛 상왕이 아닙니까.”그 말에 단진혁의 눈매가 사납게 치켜올랐다.“입 다물거라! 남의 기세만 북돋우고 우리 사기는 꺾으려는 것이냐? 우리 조정의 팔황자를 죽인 자가 바로 그 진국의 상왕이다! 이번에 참고 넘어가면 온 천하에 야랑국이 다른 나라의 모욕을 감내하는 나라라 알리는 셈이 되지 않겠느냐!”그의 말에 야랑국 황제 또한 노기가 어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단 장군의 말이 옳다. 진국의 황제가 누구든 상관없다. 이 전쟁은 반드시 치러야 한다! 황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야랑국이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천하에 보여
Mehr lesen

제1020화

“우리 야랑국의 팔황자가 진국에서 목숨을 잃었다. 조정의 대신들 모두 분을 삼키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복수하자고 외치고 있는 것, 나도 안다. 헌데 그대들은 알고 있느냐? 팔황자가 진국에서 무슨 일을 벌였는지.”예정훈은 대신들을 향해 섰다. 표정은 엄중했고 그 눈빛에 조정이 술렁였다.팔황자 예정임이… 무언가 떳떳하지 못한 일을 저지른 것인가?단진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금약으로 몇 명의 사병을 길러낸 것뿐입니다. 그게 무슨 대수입니까? 팔황자께서는 야랑국의 천추만대를 위한 일을 한 겁니다. 그런 사병이 있어야 열국이 감히 우리를 넘보지 못할 거 아닙니까? 그리고 어차피 우리 백성을 쓴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그 말에 예정훈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는 단진혁을 노려보며 낮게, 그러나 날 선 목소리로 물었다.“단 장군의 말은 자국 백성만 아니면 금약을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뜻이냐?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냐?”단진혁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강자가 위에 서고 천하를 통일하려면 어느 정도의 희생은 따르기 마련입니다. 야랑국이 열국의 으뜸이 되고 사방 오랑캐가 머리를 조아리며 만국이 조공을 바치는 나라가 되려면 이런 수단 말고 무엇으로 가능하단 말입니까? 태자의 어리석은 자비심으로 그런 대업을 이룰 수 있다고 보십니까?”예정훈의 가슴 속에서 불길이 일었다.단진혁이 이런 야심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았다.사방이 복종하고 만국이 조공을 바친다? 수백 년이 흐르도록 그런 나라는 나타난 적이 없다.진국이 가장 번성했던 시절, 서가군과 연기준이 손을 맞잡고 침략자를 몰아내며 태평성대를 이뤘을 때조차 진심으로 복종한 나라는 몇몇 인접 소국에 불과했다.지금의 야랑국은 그 시절의 진국보다도 국력이 약했고 연기준과 서가군 같은 강대한 군세도 없다. 그런데도 단진혁은 이런 꿈을 꾸다니.대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것일까?단진혁의 호언장담은 대신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지만 야랑국 황제의 눈은 오히려 번뜩였다.사
Mehr lesen
ZURÜCK
1
...
100101102103104
...
112
CODE SCANNEN, UM IN DER APP ZU LESE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