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빨리 물러나거라!”장군은 어쩔 수 없이 퇴각 명령을 내렸다.불길에 휩싸인 병사들은 구르듯, 기어 내려오듯 산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이게 뭐야? 꺼지질 않아, 불이 꺼지질 않는다고!”“귀화다! 이건 귀화야! 우리 어머니가 그랬어, 귀화만이 꺼지지 않는 불이라고!”“세상에, 산 위에 귀신이 있다! 우리가 감히 귀신을 건드린 거야. 이건 금기라고! 귀신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횡설수설하는 추측과, 불길을 뒤집어쓴 채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대부대의 광경이모두 산 위에 서 있던 서인경의 눈에 들어왔다.그 모습을 본 이들은 크게 고무되어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통쾌하다! 정말 통쾌해!”“이 불은 대체 무엇인가? 왜 돌 위에서 저렇게 타면서 꺼지지도 않는 거지?”이번 공의 주역인 진방옥은 흙더미 위에 느긋하게 걸터앉아 있었다. 손에는 끈적이는 동유가 묻어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기색이었다.그 옆에는 맹은영이 도와주듯 붙어 있었는데, 지금 그의 눈빛은 마치 열렬한 팬이 우상을 바라보는 것과도 같았다.이 장면을 맹경운이 봤다면, 틀림없이 못마땅해하며 진방옥을 한 번 더 두들겨 패고도 남았을 것이다.서인경은 시선을 돌렸다. 차마 더는 볼 수가 없었다.“저 위에는 동유를 발라 둔 것이다. 뒷산에 있는 오동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천연 식물성 기름인데, 산화되면서 열을 내고 불을 만나면 바로 붙거든. 돌 위에 한 겹 바르면, 너희가 본 것처럼 불타는 돌이 되는 거지. 동유뿐만 아니라, 나중에 소나무에서 흐르는 송진이나 다른 식물에서 나온 기름도 같은 방식으로 쓸 수 있다. 효과는 비슷해.”병사들은 그 설명을 듣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나무에서 기름이 흐르는 건 익숙하게 봐온 일이었지만 그걸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오늘은 제대로 눈을 뜬 날이었다.하지만 산허리에서는 여전히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고, 몇몇 장수들이 걱정스레 입을 열었다.“이 불이 위로 번지는 건 아니겠지요? 그러면 저희가 물러날 시간도 없을 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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