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이는 철저히 누군가의 계략에 빠졌다.그 자는 여인의 소중한 정절을 짓밟기 위해 가장 추악한 방법을 쓴 것이다.그리고 그 꾀임에 말려 들어간 여인이 하필 그의 핏줄이었다.진방옥은 마치 벌레라도 삼킨 듯 속이 메스껍고 역겨웠다.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이 더러운 소용돌이 같은 경성에는 오지 않았을 텐데.진보이와 단평안이 끌려갔지만 이 일은 여기서 일단락되지 않았다.이날 밤 벌어진 일은 이미 너무나 많은 이들이 목격했으니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이다.황제는 분노를 터트리며 단 가와 진 가를 호되게 꾸짖었다. 그리고 어명을 내려, 어림군에게 이 일을 철저히 수사하도록 명했다.“궁 안에서 이런 더러운 수작을 벌인 자가 누구인지 알아내거라. 그리고 당장 사형에 처하도록!”폐전을 빠져나온 뒤에도 서인경은 곧장 출궁하지 않았다. 그녀는 숙귀비를 따라 궁으로 향했다. 문이 닫히자마자, 숙귀비는 얼굴을 굳히며 황자에게 쏘아붙였다.“꿇어라!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너 때문에 네 사촌누이가 화를 입을 뻔했다!”열다섯 째 황자는 이미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궁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불안에 떨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다 숙귀비의 호통이 떨어지자 그는 무릎을 꿇으며 끝내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어머니, 누님, 송구하옵니다.”서인경은 그가 겁에 질릴까 염려해 반쯤 무릎을 굽혀 손수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사내대장부는 함부로 눈물을 흘리지 않는 법이다. 무성아, 울지 말거라. 대신 네 누님에게 설명해 주렴. 어찌하여 그리로 달려갔던 것이냐?”황자는 흐느낌 속에서 어렵게 답했다.“깜쟁이를 쫓아가다가 그만...”깜쟁이는 오랫동안 그의 곁을 지켜온 강아지였다. 이유만 놓고 보면 그럴듯했지만 서인경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판 함정임을 직감했다.“유모, 깜쟁이는 찾았느냐?”계 유모가 고개를 끄덕였다.“찾았사옵니다. 지금 마당에 있사옵니다.”“고모, 깜쟁이를 꼭 살펴보게 해주세요.”그 말뜻을 단번에 알아챈 숙귀비는 눈짓을 보냈고 곧 유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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