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마음이 뒤숭숭한 것은 진방옥 역시 마찬가지였다.그의 시선은 줄곧 서인경이 앉은 자리로 향해 있었고 두 사람이 서로 잡아당기는 모습, 정확히 말하자면 연기준이 일방적으로 서인경을 붙잡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는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하지만 그 감정은 복잡하기 짝이 없어 스스로도 뭐라 설명하기 힘들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신이 서인경 같은 기혼 여인에게 마음을 두는 일은 결코 없다는 것. 오히려 방금 그녀와 어깨동무를 하던 그 작은 아가씨, 그쪽이 자신의 취향에 훨씬 가까웠다.그도 이미 알아본 바 있었다.들려오는 말로는 맹 가의 큰 아가씨는 대황자와의 혼인을 거부했다가 스스로 궁사점을 떼어내 버렸고 그 탓에 이 생애는 시집갈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궁사점이란 이 시대에서 여인의 정절을 증명하는 표시로 매우 중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진방옥의 눈에는 그게 대체 뭐가 그리 대단한가 싶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쓸데없는 표식일 뿐.그가 여전히 서인경 쪽을 향해 사색에 잠겨 있을 때 즈음 옆에서 누군가 팔꿈치로 그를 툭 건드렸다.“뭘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이냐?”진방옥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본래라면 태황태후 곁에 앉아 있어야 할 진가이가 어느새 그의 곁에 앉아 있었다.“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둘째 누님께서는 왜 여기로 내려오신 겁니까?”진가이가 말했다.“태황태후께서 피곤하시다 하여 유모더러 모시고 가라 하였다. 내가 너에게 부탁했던 일은 어찌 되었느냐?”진방옥은 대놓고 서인경 쪽을 한번 바라보았다.“제가 말했잖습니까. 상왕비께서 허락하지 않습니다.”진가이의 눈매가 살짝 싸늘해졌다.“그까짓 상왕비 따위가 무슨 권리로 청루 여인을 거둬들이는 것이냐? 정말 그녀가 허락하지 않은 게 맞느냐?”진방옥도 확신은 없었다.“분명 상왕비께서 직접 말했습니다. 온조를 의자매로 삼았기에 이제부터는 온조를 여동생처럼 곁에 두겠다고. 상왕비의 뜻이 아니라면 남은 건 상왕뿐인데, 설마 상왕께서 온조를 데려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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