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간을 거슬러: Bab 631 - Bab 640

722 Bab

제631화

서인경은 꼬막이를 연기준에게 넘겨주고 약을 꺼내 상처에 발랐다.상처는 아주 얕게 벌어진 금 하나였지만 은근히 따끔거렸다.연기준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보통 사람이라면 부인이 일불락 후손이라는 사실에 날뛸 만큼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연기준의 미간은 더 깊게 찌푸려졌다.그는 지금 평범하게 아무 일 없이 살아가길 바랄 뿐이었다. 그의 꿈은 시골에 은거해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꺾고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는 삶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정체성은 이미 그런 소망을 쉽지 않은 일로 만들어버렸다.품에 안긴 꼬막이는 어느새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 아이는 어쩐지 또래보다 훨씬 더 사람 기척을 잘 느끼는 듯했다. 연기준은 이 아이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 또한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서인경이 상처를 잘 감싸고 고개를 들었을 때, 마침 연기준의 깊게 찌푸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웃으며 손을 들어 그의 미간을 쓸어주었다.“걱정 마세요. 이 세상에 못 넘길 일은 없습니다. 당신이 꿈에서처럼만 행동하지 않는다면 저희는 영원히 함께할 수 있어요. 함께라면 아무도 저희를 무너뜨릴 수 없을 겁니다.”서인경이 처음으로 속마음을 드러내자 연기준은 참지 못하고 그녀를 끌어안았다.그 시각, 단은설의 궁전 안.단은설과 단여월은 나란히 앉아 아래에 서 있는 단평안의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들은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이전에 자신들의 말만 따르던 막내동생이라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평안아, 아버지께서 다른 여인을 들이는 게 싫었고 서자에게 재산을 빼기는 것이 두려웠다면 그냥 누이들에게 말하면 되지 않았느냐? 네 누님은 지금 귀비다. 충분히 네 편을 들어줄 수 있단 말이다. 한데 어쩌자고 이렇게 잔인한 방식으로 단 가를 망쳐버린 것이냐? 이전의 네가 보여준 모습들은 다 연기였던 것이냐?”단평안은 고개를 들어 좌상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올려보았다. 한때는 그가 가장 믿었던 누님들이었으나 지금은 그가 가장 깊이 증오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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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이 말을 꺼내자 단평안은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말은 참 번지르르하게 하시네요. 한데 결국 서가군은 우리의 손에 들어오지 못했고 단 가는 남 좋은 일만 시킨 꼴이 되지 않았습니까? 따지고 보면 단 가는 그저 남이 기르는 개 한 마리에 불과할 뿐입니다.”단평안의 말이 떨어지자 단여월과 단은설의 얼굴빛이 완전히 변했다.“헛소리하지 말거라! 도대체 어디서 뭘 들은 것이냐?”두 사람의 반응을 보는 순간, 단평안은 자신의 추측이 사실이라는 걸 거의 확신했다.단 가의 뒤에는 정말 누군가 있었다.“말하기 싫다면 됐습니다. 앞으로 단 가는 제가 맡겠습니다. 두 분 누님께서는 사내한테 기대어 총애 싸움을 하든 권력 다툼을 하든 알아서 하십시오. 저는 단 가의 장사를 키우는 데 힘쓸 겁니다. 길이 다르면 도모할 수 없지요. 이제부터는 서로 간섭하지 말고 각자 살아가는 걸로 합시다.”단여월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넌 요즘 관원 집 자제들이랑 자주 어울린다던데. 그렇다는 건 결국 너도 관직을 노린다는 뜻 아니더냐?”단평안은 정말로 그런 뜻이 없었다. 그저 훗날 자기가 하려는 일을 위해 관원들과 원만히 지내 둘 필요가 있었을 뿐이었다.진보이는 그의 휠체어를 밀어 적막한 궁성의 회랑을 지나갔다.“누이들과 정말 인연을 끊겠다고 마음먹은 것입니까? 그래도 친 누님들이잖아요. 지금은 지위도 권세도 있는데 혹시 나중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단평안의 얼굴에는 피붙이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 따위는 전혀 없었다.“언제든 나를 희생양으로 내던질 누님들이라면 없어도 그만이다.”그는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상왕부로 가자.”한편 서인경 쪽에서는 한 가족이 오붓한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문밖에서 연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왕야, 단평안과 진보이가 밖에서 알현을 청하고 있사옵니다.”서인경은 흠칫 놀라며 의아해했다.“두 사람이… 왜?”연기준은 꼬막이를 작은 침상에 눕히고 봉한설과 평이를 불러 아이를 보라고 일렀다.“가보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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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단평안은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곧장 목적을 털어놓았다.“이제부터 저는 단 가의 가장입니다. 왕야께 충성을 다할 것이니 부디 거두어 주십시오.”서인경은 잠시 눈이 커졌다. 그가 이렇게까지 머리를 숙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하지만 서인경에게 단 가라는 이름은 이미 깊은 상처였다. 그녀는 뱀과 전갈 같은 심성을 가진 무리와 굳이 한패가 되고 싶지 않았다.연기준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명백히 결정권을 서인경에게 넘기고 있는 것이었다.단은설은 언제나 그녀 가슴속의 커다란 가시였다. 연기준을 빼앗길까 무서운 게 아니라 그냥 보기만 해도 속이 뒤틀릴 만큼 싫은 사람이었다, 단평안 역시 그녀에게 원한을 가진 자였고 서풍교는 서 가에서 쫓겨난 수치였다.서인경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이 이야기는 더 이상 논할 가치도 없을 터.연기준이 자신의 의견을 묻고 있음을 깨달은 순간, 서인경은 잠시 마음이 울컥했다.그녀는 단평안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사과는 필요 없다. 돈도, 땅문서도 모두 가져가거라. 앞으로 상왕부와 단 가는 서로 얽히지 않는 게 좋겠다. 그러니 굳이 우리와 왕래할 필요는 없어.”서인경의 거절은 단평안이 이미 예상한 반응이었으나 그는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지난날의 무례는 모두 제 잘못입니다. 지금 저희는 진심으로 귀순하고자 상왕부를 찾아왔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 먼저 궁에 들러 귀비 마마와 대황자 측비와의 관계를 모두 끊어냈습니다. 앞으로의 단 가는 오직 저희뿐이며 상왕부의 명만 따를 것입니다. 그리고 성의를 보이고자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단 가의 뒤에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그는 야랑국에서 온 자이며 단 가가 진국에서 해 온 모든 일은 그의 사주였습니다.”서인경과 연기준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들이 짐작해 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단 가 뒤에 있다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 것이냐?”단평안도 단정할 수는 없었다.“야랑국의 단 가인 것 같습니다. 한데 제가 본 바로는 그 뒤에 있는 자의 수법은 팔황자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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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지금 진가이는 어릴 적부터 억눌리며 자란 후실 딸이었던 때와는 닮은 데가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야랑국 팔황자와도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다. 예전에 연기준이 말하기를, 맹경운이 유아 실종 사건을 조사할 때도 그녀의 자취가 어렴풋이 드러났다고 했다.서인경은 그 여자의 과거가 더욱 궁금해졌다.“진가이가 진 가 후원에서 지낸 것 말고 다른 특별한 일이 있었느냐? 다른 사람과 접촉했다든가, 혹은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든가?”진보이는 고개를 저었다.“없었습니다. 제 어머니께서는 집안 여인들에게 몹시 엄했거든요. 외간 남자를 일절 만나지 못하게 해서 저희의 일상은 늘 후원에 갇혀 지내는 것이 다였습니다.”그러다 진보이는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말을 바꿨다.“아, 생각났습니다. 그 애가 열 살 때 한 번 실종된 적이 있었습니다. 한 달이나 지나서야 혼자 집으로 돌아왔지요. 본인 말로는 인신매매꾼에게 잡혀갔다가 도망쳐 나왔다고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런 소문이 밖으로 퍼지면 명성에 금이 간다며 집안사람들이 그 일을 일절 입에 올리지 못하도록 엄하게 금했습니다. 그래서 외부 사람들은 아무도 모릅니다. 집안 식구들과 몇몇 늙은 종들만 알고 있을 뿐이지요. 십여 년이 지나니 저도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왕비 마마께서 묻지 않으셨다면 아예 기억도 못 했을 것입니다.”서인경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그때… 찾아보긴 한 것이냐?”진보이는 고개를 저었다.“아버지께서는 그때 조정 일로 바빠 후원 일은 모두 어머니에게 맡겼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 아이가 다시는 아버지 눈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랐으니 사라지자마자 입을 다 틀어막아버렸지요. 물론 아버지께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 애가 거지 꼴이 되어 돌아왔을 때에야 아버지께서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그 애는 돌아온 뒤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귀찮아하시니 저도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고요.”열 살. 실종.서인경은 곧바로 작년의 유아 실종 사건을 떠올렸다. 혹시 진가이도 그 당시 실종된 아이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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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진국의 모든 기반을 버리고 멀리 야랑으로 떠나는 일은 단평안에 있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큰 변동이었다. 만약 단평안이 그걸 해낼 수 있다면 연기준이 그를 붙잡아 둘 이유도 충분했다.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바라건대 언젠가 왕야께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단평안이 떠난 뒤 서인경은 연기준을 바라보았다.“당신도 야랑국에 더 큰 비밀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연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단효산이 친아들에게 대체된 후 그의 뒷배는 반드시 새로운 대상을 찾을 것이다. 단평안은 지금 고립무원이고 이번 일도 외부에서는 그저 집안의 재산 분배가 불공평해 마음이 상한 탓이라고만 생각하지. 이때가 바로 배후 세력이 틈을 타기 쉬운 때이다. 단평안이 야랑으로 가기를 원한다면 오히려 우리에게 유용할 수도 있지.”하지만 서인경은 단평안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었다.“자기 친족과의 연도 바로 잘라내는 사람입니다. 우리에게 등을 돌릴 때에도 거리낌이 없을 텐데 정말 쓸 만하다고 보십니까?”“일단 시험해 보자. 안 되면 그뿐이지. 우리도 손해 볼 건 없다.”생각해 보니 연기준의 말이 옳았다.서인경은 지금 태황태후의 회갑연이 지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가 되면 곧장 할아버지와 고모를 찾아 떠날 것이니까.지금 두 사람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서인경은 연기준에게 여러 번 물었다.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그러나 연기준은 아주 안전하다는 말만 할 뿐 구체적인 장소는 절대 밝히지 않았다. 더 캐물으면 침상으로 데려간 후 자신의 미색으로 그녀를 홀려 버렸고 서인경은 매번 그에게 휘말려 원래 물으려던 말을 까먹기 일쑤였다.태황태후의 회갑연. 황제는 일찍이 사람을 보내어 전교를 내렸다.반드시 꼬막이를 데려오라는 명이었다.명목상으로는 태황태후가 연기준을 아끼기에 그의 아이까지 늘 걱정하고 있다나.몇 달이 지났건만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 마음이 쓰인다는 이유였다.전교를 전한 환관이 돌아가자 봉한설은 입이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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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열다섯 째 황자가 품에 안아들었다.“제가 태황태후와 유모가 하는 말을 엿들었습니다. 오늘 밤 유청을 자기 궁에 들여다가 직접 기르겠다고 합니다. 이모, 황숙,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십시오. 절대로 그분 뜻대로 두면 안 됩니다.”서인경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 늙은 것은 역시나 꿍꿍이가 있었던 것이다.아이를 못 낳아본 것도 아닌데 어찌하여 자꾸 남의 아이를 탐낸단 말인가.연기준이 서인경의 손을 감아쥐며 안정시키듯 눈빛을 보냈다.“걱정 말거라. 본왕이 허락하지 않는 한, 누구도 본왕의 아들을 데려갈 수 없다.”서인경은 연기준을 믿었다. 하지만 태황태후가 이런 마음을 먹었다는 건 이미 준비도 끝냈다는 뜻일 터. 그들이 꼬막이를 궁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한들 태황태후라면 어떤 방법을 써서든 꼬막이를 빼앗아 가려 할 것이다.지금은 그저 상황을 보며 대응하는 수밖에 없었다.열다섯 째 황자는 한동안 꼬막이를 안고 있다가 서인경에게 돌려주었다.궁으로 가는 길에, 그들은 맹국공 일가를 만났다. 그렇게 꼬막이는 또다시 맹은영에게 안기게 되었다. 두 사람은 앞서 걸었고 연기준과 열다섯 째 황자는 일부러 발걸음을 늦추어 뒤에서 걸었다.“지난번 본왕이 준 약, 아직 갖고 있느냐?”지난번 열다섯 째 황자는 태황태후의 궁에서 나오기 위해 고육계를 쓰겠다고 했고 연기준은 그에게 겉으로 보기에 아주 처참하지만 죽지 않는 약을 한 봉지 건네주었다.하지만 약이 도착했을 때 즈음, 신비의 부탁으로 황제는 연무성을 그녀의 궁으로 옮겨주었다.그 때문에 약을 쓰지는 못했으나 그는 만약을 대비해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열다섯 째 황자는 연기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삼촌과 조카가 은밀히 모의하는 동안, 맹은영은 서인경이 말하는 걸 듣고는 몰래 태황태후를 향해 욕 한 줄을 뱉어냈다.“늙은 요괴, 갈수록 더 지긋지긋해지는군.”앞서 걷던 맹국공은 조용히 뒤돌아 딸을 흘겨보았다. 맹은영은 더 이상 투덜대진 않았지만 눈빛엔 여전히 반항심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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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모든 사람들이 서인경과 연기준의 아이를 떠받들 듯 칭송하는 모습에 단은설의 마음은 불편해져만 갔다.지금 자신은 후궁의 빈비로서 지위도 높다. 그런데 어찌 친정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서인경에게 질 수 있단 말인가?연기준은 지금 서왕과 열셋 째 황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단은설은 그가 말하는 틈틈이 어김없이 서인경 쪽을 주시하는 것을 지켜보았다.겉으론 평온해 보였으나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증오가 가득했다.자신이 얻지 못한 사람은 서인경도 가져서는 안 된다.잠시 후, 황제와 황후가 태황태후를 부축하며 대전으로 들어서자 황친과 종친들은 무릎을 꿇고 그들을 맞이했다. 모두가 자리에 앉자 태황태후는 곧장 서인경 쪽을 바라보았다.“애가의 손자구나. 어서 애가에게 안겨 오너라.”회갑연에서 이렇게 말하는데 서인경이 어찌 공개적으로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태황태후가 함부로 움직일 리도 없었다.서인경은 꼬막이를 안고는 걸어 내려오는 유모에게 건넸다.그러나 유모의 손에 닿는 순간 꼬막이의 울음소리가 대전을 뒤흔들 만큼 터져 나왔다. 서인경이 재빨리 다시 안아 오자 아이의 울음은 즉시 멎었다.그녀는 속으로 감탄했다.‘역시, 내 새끼.’연기준이 그 모습을 보더니 말했다.“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설산에 있어 몸이 몹시 약하옵니다. 평소에도 상왕비를 좋아해 떨어지려 하지 않지요. 낯선 사람은 싫어하니 태황태후께서 헤아려 주시기를 바라옵니다.”태황태후는 얼굴을 찌푸리며 불쾌해했으나 겉으로는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그러면 상왕비가 고생이 많겠구나.”서인경은 적당한 타이밍에 꼬막이를 다시 품에 안았다.“아니옵니다.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요.”자리에 돌아오자 꼬막이는 그녀를 향해 입꼬리를 쭉 올려 보였다.서인경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연기준을 흘깃 바라보았다.“당신 아들, 진짜 영리하네요.”연기준은 입가를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본왕을 닮았지.”서인경은 시선을 꼬막이에게 고정한 채 연기준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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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예정훈이 진국에 왔다는 것을 폐하께서 이미 알게 되셨는데 궁에도 들르지 않는다면 의심할 게 뻔하다.”서인경은 곧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으나 시선은 예정연에게 머물렀다. 마침 그녀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만 예정연의 시선은 서인경이 아닌 연기준을 향해 있었다. 그 눈빛은 마치 연기준에게 홀려버린 듯했다.서인경은 슬쩍 그의 팔을 쿡 찔렀다.“당신을 보고 있잖아요.”연기준은 서인경의 시선을 따라가 예정연을 보았다.그녀는 연기준이 자신을 본 것을 확인하자 더욱 기뻐하며 그에게 장난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연기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서인경에게 시선을 돌렸다.“누가 네 남편을 보고 있는데 넌 왜 그렇게 들떠 있는 것이냐?”“당신을 믿으니까요. 당신이 아무한테나 쉽게 끌려갈 사람이라면 왕비 자리도 이미 제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연기준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그렇다면 참으로 고마운 신뢰군.”두 사람은 가까이에서 은근하게 속삭였고 예정연은 그제야 서인경을 알아보았다.아이를 품에 안고 연기준에게 바싹 붙어 있는 모습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녀가 바로 죽기 살기로 매달리며 상왕부에 기어이 시집오겠다고 하던 서인경임이 틀림없었다.예정연은 서인경에 대한 인상이 원래도 좋지 않았는데 실제 모습을 보니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절세미인이라도 되는 줄 알았더니, 별것 없네!”예정훈은 그 말을 듣고 경고하듯 그녀에게 말했다.“여기는 너희 나라가 아니다. 아무도 너를 봐주지 않으니 말조심하거라.”예정연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분이 더욱 상해 버렸다.“아버지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저를 잘 돌보라고 말입니다.”예정훈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네가 얌전히 군다면 당연히 돌볼 테지. 한데 네가 죽을 짓을 한다면 나는 굳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예정연은 성질이 급해 불만스럽게 예정훈을 꼬집었다.“오라버니, 그게 무슨 말버릇입니까?”예정훈도 언짢아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너는 날 오라버니라 여기지 않아도 된다. 나도 널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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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서인경은 마음속으로 감탄했다.이 남자는 그녀를 손바닥 안에서 가지고 노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연기준이 아이를 해칠 리는 없을 테니 질문은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했다.그 사이 주변 사람들은 근황을 주고받느라 바빠 보였다. 서인경이 꼬막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조금 힘들어 보이자 연기준은 아주 자연스럽게 아이를 넘겨받았다.그러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인이 즉시 입을 열었다.“상왕께서는 참으로 부인을 아끼시네요! 역시 상왕비의 안목이 좋았던 것입니다. 그 옛날, 온갖 방법을 다해 상왕부에 들어가셨기에 지금 같은 좋은 낭군을 얻으신 거잖아요. 우리 같은 여인들도 상왕비를 좀 따라 배워야겠습니다.”겉으로 듣기엔 좋은 말 같은데 곱씹어 보면 어쩐지 꽤나 불쾌했다.온갖 방법을 다해 상왕부에 들어갔다고? 그 말은 곧 죽어라 달라붙으며 억지 쓰고 난리를 쳤다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서인경은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돌렸다.그 여인은 누구인지 잘 모르겠으나 그 옆의 사내는 알아볼 수 있었다.예부시랑 탁문산.그는 올해 마흔 살이었고 정실부인도 그와 동갑이었다. 그런데 한껏 꾸민 채로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여인은 스무 살 남짓한 꽃 같은 처녀였다.서인경은 며칠 전 맹은영이 떠들던 잡담을 떠올렸다.예부시랑이 첩을 위해 정실을 천대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첩을 시중들게 했다는 이야기.자세히 보니 그 첩이라는 여자는 어디서 본 듯 익숙했다.서인경은 전생을 떠올렸다. 바로 이 여자가 나중에 종종 단은설 곁에서 아양을 떨며 탁문산에게 빛나는 앞길을 선사해 준 인물이었다.그 이후로 탁문산은 그녀를 더욱 총애했다.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떻게 되었더라?서인경은 기억을 더듬었다. 결국 정실은 탁문산에게 내쳐졌고 모욕을 견디지 못해 탁부 대문 앞에서 스스로 목을 매달았다.그저 탁 씨 부인의 성정이 너무 부드럽고 집안을 위해 지나치게 헌신적인 탓이었다. 그녀는 남자 하나를 두고 다른 여자와 다투는 요란함은커녕 싸움 한 번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었다.역시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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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한순간,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신비는 황급히 열여덟 째 공주를 달래며 원옥화를 향해 노발대발했다.“어디서 굴러온 걸레 같은 년이 감히 태황태후의 회갑연에서 설쳐대는 것이냐!”원옥화는 놀라면서도 분노했다.“전 아닙니다. 제가 그런 게 아니에요.”단은설은 일이 자신이 예상한 방향대로 흐르지 않자 즉시 나서서 정리했다.“공개된 자리에서 떠들썩하게 굴다니! 어서 물러나거라!”탁문산은 그 말이 신호인 것을 알아채고 즉시 허리를 굽혔다.“신의 잘못이옵니다. 지금 바로 이 여자를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더 이상 모두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그렇게 말하고 탁문산은 원옥화의 팔을 잡아 일으켜 데리고 나갔다. 태황태후와 황제가 아직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일을 크게 키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들이 이곳에 더 머문다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탁문산과 원옥화가 곧 위기에서 벗아날 듯하자 예정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첩도 감히 궁에 들어와 폐하를 뵐 수 있다니, 정말 별일이 다 있습니다.”이 말이 떨어지자 대전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그저 열여덟 째 공주와 꼬막이의 훌쩍이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릴 뿐이었다.서인경은 꼬막이를 달래며 예정훈이 자신에게 득의양양하게 눈썹을 치켜올린 것을 보았다.이어 그는 황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진국은 예의의 나라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조금은 오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첩이란 그저 장난감일 뿐, 정실을 모욕하고 짓밟아서는 안 되지요. 저희 야랑국에서 이런 일은 절대 허락되지 않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국의 세가에서 태어난 미혼 규수들에게 진심으로 초대합니다. 저희 야랑국으로 오면 마음에 드는 낭군을 고를 수 있습니다. 저희는 정실을 위해 나라의 법이 당당히 버티고 서 있거든요.”그 말 한마디에 황제의 안색이 확 달라졌다. 이 소문이 퍼지면 욕을 먹는 것은 진국이요, 짓밟히는 것은 한 나라 군주인 자신의 체면이었다.황제는 즉시 탁자를 내리쳤다.“여봐라. 그 원 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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