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멈춰 섰다. 마차 밖에서는 연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왕야, 왕비 마마, 열셋 째 황자께서 뒤쫓아오셨사옵니다.”서인경은 곧바로 연기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온 것입니까?”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마차 밖에서 열셋 째 황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황숙모께 문안드립니다. 저는 어젯밤에야 돌아왔기에 유청 아우에게 선물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방금 사람을 시켜 옷 한 벌 마련해 왔습니다. 아홉 째 황숙, 황숙모, 귀한 아드님을 얻으신 것을 축하드리며 유청 아우가 평안하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원드립니다.”연기준은 손끝으로 마차 창의 발을 들어 올렸다. 그곳에는 열셋 째 황자가 공손히 붉은색 작은 옷 한 벌과 정교하게 만든 호두(虎头) 신발 한 켤레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었다.“정성스러운 마음이구나. 연풍, 받거라.”연풍은 곧바로 선물을 받아 마차 안에 넣었다.열셋 째 황자는 여전히 예를 갖춘 자세를 유지한 채 말했다.“황숙, 황숙모를 댁까지 모시겠습니다.”차발이 내려지고 마차는 다시 앞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서인경은 옷과 호두 신발을 펴서 보았다. 천이 아주 고급진 걸 보니 누군가가 정성껏 고른 것이 분명했다.“열셋 째 황자는 매사에 열심히고 하는 일마다 흠잡을 데가 없는데… 왠지 모르게 이상합니다.”연기준은 여전히 꼬막이를 품에 안은 채 그 옷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는 황릉에 있을 때 매달 폐하께 참회문을 올렸다. 삼 년 동안 고생을 많이 했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기에 폐하께서는 오늘 새벽, 그의 황자 신분을 회복시켜 주셨지. 그러니 내일부터는 백관들과 함께 조참에 들 수도 있다.”“반면, 대황자는 황후의 후원 덕에 이미 경성 내에서 뿌리가 단단하다. 하 씨가 사라진 지금 폐하는 오히려 대황자를 더 신임하지. 한데 열셋 째 황자는 조정 내 세력이 깨끗하지 않느냐.”서인경은 자신이 미리 가졌던 불안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역시 세상에 이유 없는 호의란 없었다. 황실 사람들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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