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 앉아 있는 단평안의 얼굴에는 한 치의 동요도 없었다. 오직 차분하고 냉정한 빛만이 깃들어 마치 아버지 단효산의 노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그 담담한 눈빛에 단효산은 순간 숨이 막혔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여색에 빠져 집안을 들썩이게 하던 그 한심한 자식과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그의 시선을 읽은 듯, 단평안은 입꼬리를 비틀며 끌어올렸다.“아버지께서는 지금 의아하실 겁니다. 제가 언제 이렇게 변했는지 모르실 거예요.”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들춰낸 말에 단효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단평안은 비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에는 오만과 냉소 그리고 깊은 원망이 뒤섞여 있었다.“아버지께서 두 딸을 싸고돌며 저를 총알받이로 세웠을 때부터, 첩과 낳은 아들을 집안에 들이고 저 대신 앉히려고 했을 때부터, 그리고 저를 후원에 내팽개치고 살든 죽든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을 때부터 저는 변했습니다.”그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어떻습니까, 아버지. 이제야 배신당한 기분이 어떤지 아시겠습니까?”단효산은 숨이 가빠 올랐고 목덜미의 핏줄이 불거졌다.“너… 너 이놈이…!”하지만 단평안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저는 이제부터 예전의 단평안이 아닙니다. 제겐 화약을 손에 넣을 능력도 있고 아버지 눈앞에서 아버지께서 가장 아끼는 사람을 죽일 능력도 있습니다. 앞으로 단 가가 이 경성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저 하나만 믿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도 더 이상의 자비는 베풀지 않을 겁니다.”단효산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켰으나 목에서 막혀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그때 문밖에서 누군가 들어왔다.서풍교였다.그녀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도 단효산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오히려 기쁜 듯 곧바로 단평안 앞으로 다가갔다.“아가, 드디어 방에서 나왔구나. 다리는 좀 어떠느냐? 괜찮아졌느냐?”예전엔 눈만 뜨면 단효산을 찾던 여자였는데 지금은 그의 존재 따윈 없는 듯했다.단평안은 그 눈빛을 보고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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