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간을 거슬러: Bab 641 - Bab 650

722 Bab

제641화

그 말에 예정연은 큰 충격을 받아 한 모금의 어혈이 가슴에 막혀 내려가지 않았다.“혹시 저와 어머니가 죽기를 바라는 겁니까?”하지만 예정훈의 표정은 싸늘했다.“너희가 죽든 말든 나와 무슨 상관인 것이냐!”예정연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이 순간의 예정훈은 음침하고 섬뜩했으며 방금 전 서인경을 대할 때의 온화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예정연은 잠시 겁을 먹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서인경을 한 번 보더니 죽을 용기나 있어야 할 말을 내뱉었다.“설마… 그 상왕비를 좋아하게 된 겁니까?”예정훈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노려보았다.“죽고 싶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성심껏 도와주지!”예정연은 그 눈빛에 질려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예정훈이 단호하게 부정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더욱 확신했다.저 서인경이란 여인은 애까지 낳았으면서 어찌하여 이렇게 많은 사내들의 마음을 홀리는 것일까? 역시 화근이라니까!식사가 절반쯤 지나자 꼬막이도 더는 크게 울지 않았다.열여덟 째 공주가 달려와서 그를 놀려주자 꼬막이는 기분 좋게 깔깔거리며 몇 번 웃어주기까지 했다.그 소리를 들은 태황태후는 여전히 미련이 남은 듯 말했다.“며칠 뒤면 희태비의 생일이지. 애가는 기억하고 있다. 희태비의 궁전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을. 준아, 너는 상왕비와 세자를 데리고 네 어미뻘인 희태비의 궁전에서 며칠 머물러 보거라. 자신이 생전 머물던 곳에 친손자가 있다면 희태비의 영혼도 위로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그 순간, 서인경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만약 태황태후가 희태비를 싫어했고 정말 희태비와 전대 상왕인 연도현이 아슬아슬한 사이였다고 의심했다면 왜 아직까지도 후궁에 그녀의 궁전을 남겨둔 것일까? 선황이라면 분명 그녀의 흔적을 후궁에서 지우고 싶어 했을 텐데.심지어 숙귀비의 궁전조차도 그녀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새로운 사람을 들이지 않았던가?연기준의 표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침착했다.“본왕은 군국의 정무가 많아 신하들과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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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연기준은 꼬막이를 안은 채 서인경의 손을 이끌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차가운 궁벽을 지나 궁문 앞으로 다다른 두 사람은 마차에 오르려 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상왕, 상왕비, 잠시 멈추시지요.”서인경이 돌아보니 예정훈과 예정연이 뒤따라오고 있었다.“상왕과 상왕비께서 귀한 아들을 얻으신 것을 경하드립니다.”말을 마친 예정훈은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변변치 못한 작은 선물입니다. 세자 저하께서 평안하시길 빕니다.”서인경은 스스럼없이 그것을 받았다.“태자, 고맙습니다.”두 사람이 말을 나누는 동안 예정연의 눈은 줄곧 연기준만을 좇았다.그 시선을 느낀 연기준은 새삼 불쾌해진 듯 미간을 찌푸리며 서인경을 재촉했다.“이제 가도 되겠느냐?”서인경은 선물을 넣고 몸을 돌렸다.“갑시다.”두 사람이 막 떠나려는 찰나, 예정연이 입을 열었다.“상왕, 잠시 말 좀 나눌 수 있겠습니까?”서인경이 아직 대답하기도 전에 예정훈이 질색하는 얼굴로 말을 끊었다.“넌 또 뭐 하려는 것이냐?”예정연은 웃으며 말했다.“존경하는 우상에게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안 된단 말입니까?”그러고는 예정훈에게 바싹 다가가 낮게 속삭였다.“둘에게도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지 않습니까?”그 말에 예정훈은 더더욱 불쾌해졌다.연기준은 냉담하게 말했다.“본왕과 공주는 서로 알지도 못합니다. 그러니 할 말이 있을 리가 없지요.”거절당했음에도 예정연은 마음이 상한 기색 하나 없었다. 그녀는 오히려 소매 속에서 둥근 옥패 하나를 꺼내 흔들었다.밤이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 옥패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 서인경은 그 문양이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이걸로 상왕께서 제 말 몇 마디는 들어주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그 순간, 연기준의 몸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그는 꼬막이를 서인경에게 넘겨주며 말했다.“마차에서 기다리거라.”예정연은 앞장서 걸었고 그는 그대로 따라갔다.그 모습에 서인경은 순간 멍해졌다.“태자의 누이는 대체 정체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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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연기준의 머릿속이 웅 하고 울렸다.그의 기억 속에서 자신과 혼약을 맺은 사람은 오직 서인경뿐이었고 예정연이라는 존재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하지만 그녀의 손에 있는 것은 어머니가 갖고 있던 것과 똑같은 옥패였다.그 옥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오직 그만이 알고 있었다.“말하거라.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예정연은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서인경과 화이하고 저를 왕비로 맞으세요. 그 여자가 당신에게 아들을 낳아줬으니 저는 그 여자를 시녀쯤으로 살아갈 수 있게 허락하겠습니다. 당신의 침소를 따뜻하게 해주는 그런 시녀 말입니다.”연기준은 가볍게 비웃었다.“허황된 꿈이지.”그러자 그녀도 즉각 얼굴빛이 굳었다.“그렇다면 당신은 평생 어머니의 비밀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겠지요.”연기준은 잠시 멈췄다가 목소리를 가라앉혔다.“네가 모비와 어떤 관계였든, 무엇을 알고 있든, 본왕의 행복을 빌미로 협박한다면 몸비께서 살아 계셨더라도 절대로 용납하지 않으셨을 것이다.”연기준은 그렇게 말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그러자 예정연은 찬바람 속에서 씩씩대며 외쳤다.“저를 데려가지 않는다면 당신의 어머니께서도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연기준의 걸음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곧장 마차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예정훈은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혼자 돌아오는 연기준을 보고 호기심을 담아 뒤를 흘끗 살폈다.연기준은 얼굴에 그늘을 드리운 채 말했다.“당신의 야랑국 사람들 좀 제대로 단속하세요. 다음엔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그 말은 서인경의 귀에도 들렸다.연기준은 마차에 오르기 전 표정을 가다듬었지만 그녀는 단번에 알아차렸다.그가 화가 났다는 것을.“무슨 일입니까?”연기준은 마차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서인경을 와락 끌어안았다.“아무 일도 아니다. 돌아가자.”가는 길 내내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으니 서인경도 굳이 캐묻지 않았다.마차 안에서는 오직 꼬막이의 옹알거리는 소리만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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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서인경을 만난 뒤 연기준이 가장 많이 한 고민은 살아남는 것이었다.전장에서 살아남고 황제의 의심과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는 것.그에게는 아내가 있고, 아들이 있고, 지켜야 할 집이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그에게 말한다. 그에게는 또 하나의 혼약이 있으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친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게다가 그 친족이라는 자들은 야랑국 출신이었다.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정체 모를 두려움이 순식간에 그를 덮쳐 왔다.죽음은 두렵지 않았다. 그가 진정 두려운 것은 자신도 아직 알지 못하는 과거의 어떤 것들이 아내와 아이에게까지 해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서인경은 방으로 돌아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연기준은 오지 않았다.그녀는 평이에게 꼬막이를 맡기고 혼자 서재로 향했다.등불은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었고 연기준은 책상 앞에 홀로 앉아 머리를 괴고 있었다.서인경이 다가가자 책상 위에 놓인 익숙한 옥패가 눈에 들어왔다.오늘 예정연이 들고 있던 것과 똑같아 보이는 그 옥패.“그녀가 준 것입니까?”연기준은 손을 뻗어 서인경을 품으로 끌어당겼다. 턱을 그녀의 어깨에 얹고 낮게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본왕에게도 한 개 있다. 어머니께서 남겨두신 것이지.”서인경은 곧 이해하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연기준을 보았다.“정혼의 증표입니까?”“아니다. 본왕은 그녀를 모른다.”서인경은 곧장 말을 받았다.“그럼 그건… 희귀비께서 오래전에 정해둔 혼약이라는 거네요?”그는 서인경이 어떻게 이 정도까지 추리했는지 알 수 없었다.“너는 어떻게 그걸 추측한 것이냐?”서인경은 웃으며 말했다.“책을 많이 봤거든요.”예전에 학교 다닐 때 그녀는 아주 많은 소설을 봤었다. 특히 고전풍 로맨스를 말이다.이런 똑같은 옥패 설정이면 형제자매거나 정혼뿐이었다.오늘 예정연이 노골적으로 자신의 남편을 빼앗아 가려는 태도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 둘은 전혀 남매로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혼사를 강요하러 이곳으로 온 것이다.연기준은 어이없다는 듯 서인경의 어깨를 잡아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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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서인경은 그제야 처음으로 당시의 일을 들었다.알고 보니 희태비가 처음 인연을 맺은 사람은 전대의 상왕, 연도현이었다.선제가 연도현과 함께 야랑국으로 사절을 갔을 때였다.야랑국 인근에는 고산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었다. 고산국의 사냥꾼들이 자주 진국 변방의 백성들을 괴롭히자 연도현은 국경에서 잠시 선제와 갈라져 직접 고산국으로 가 교섭을 하게 되었다.그러나 뜻밖에도 고산국의 국토는 진국의 삼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했고 인구도 몹시 적었다. 그럼에도 이 일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지극히 오만했다.그들은 자국의 사냥꾼들을 단속하는 대신 내세운 조건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진국의 변경 산맥과 숲을 내어주어 사냥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사냥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고산국이 너무 작아 진국처럼 자원이 풍부하지 못하여 자국 내에서 사냥할 짐승이 모두 사라졌고 생존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 이유였다.하지만 변경의 산과 숲은 진국의 수십 개 성읍과 연결된 요지였다. 그 조건을 수락한다는 것은 곧 수십 개의 도시를 통째로 넘겨주는 것과 같았다. 게다가 고산국의 사냥은 예부터 절제가 없었으니 한 번 허락한다면 그 이후로는 밥 먹듯 사냥하러 다닐 게 뻔했다.연도현은 그 자리에서 단호히 거절했다. 그리고 그날 밤 군영으로 돌아오자마자 고산국이 진국 영토를 강탈하려 군사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접했다.양국의 전쟁은 그날 밤 그대로 발발했다.그 무렵 진국은 막 내란을 평정한 직후라 국고가 텅 빈 상태였다. 고산국은 진국이 반드시 사태를 무마하고 산 하나쯤은 내어주어 그들의 생존 위기를 덜어줄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연도현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즉각 응전했다. 그는 전면에 나서서 고산국 장수에게 고했다.“원시적 수단으로는 너희 백성을 먹여 살릴 수 없다. 새로운 생계 수단을 개척해야지 남의 나라 자원을 약탈해서는 안 된다. 너희 군주가 새 삶을 열 능력이 없다면 진국에 귀순하거라.”이 말이 있은 뒤 한 달, 연도현은 진국의 군사를 이끌고 고산국을 초토화하여 진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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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그때, 연도현에게는 아직 왕비가 없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연도현이 그 여인을 마음에 두어 후궁에 들이고자 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선제는 희태비를 처음 본 순간, 그 여인을 자기 것으로 삼아 바로 비로 책봉해버린 것이었다.그리고 연도현은 고산국에서 한 해를 더 머물며 진국의 법제를 널리 시행한 뒤에야 비로소 경성으로 돌아왔다.“이 정도 신분이면 깨끗하고 흠 없는 게 아닙니까?”연기준은 고개를 저었다.“열셋 째 황숙께서 조사해 보셨다. 어머니께서는 그 집안에 입양된 여인일 뿐, 그들의 친딸이 아니었지. 어머니의 신분은 양부모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서인경은 그 말속에서 이상한 기류를 느꼈다.“열셋 째 황숙께서 어머님을 조사했다고요? 설마 어머님께 감정이라도 있었던 겁니까?”연기준은 그녀가 눈치챌 거라고 미리 짐작이라도 한 듯 놀란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부황께서 먼저 차지하셨지. 열셋 째 황숙께서 경성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이미 태어났다.”서인경은 한숨을 내쉬었다.“사람들이 왜 그토록 황제가 되고 싶어 하는지 알겠네요. 황제랑 여인을 두고 싸우면 이길 방법이 없으니까요. 그럼 어머님은요? 정말 마음속으로 좋아했던 사람은 누구였습니까?”어머니와 관련된 일이라면 연기준 역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어머니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은 그 남자를 평생 잊지 못했다. 한데 어느 날, 어머니께서는 열셋 째 황숙께서 산적떼를 만나 행방불명되었다는 소식을 몰래 듣게 되셨지. 부황 곁의 누군가가 일부러 그를 해쳤다는 말이었다. 어머니께서 부황에게 접근해 총애를 얻으려 했던 건, 권세를 손에 넣은 뒤 열셋 째 황숙의 원수를 갚으려는 것이었다. 하나 어머니께서 총애를 얻은 바로 다음 날, 열셋 째 황숙은 중상을 입은 채 들것에 실려왔다. 그렇게 두 사람 평생을 어긋나게 된 것이지.”서인경은 말문이 막혔다. 이건 누가 봐도 효장태후와 도르곤(비극적인 연인 서사)의 이야기이지 않은가?억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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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오늘 있었던 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듯 상왕부의 분위기는 따뜻했다.하지만 바깥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밤중에 연기준은 소식 하나를 받았다. 누군가 대황자부에 침입해 진 측비의 뜰에 있는 하인을 찔러 다치게 했고 이에 대황자는 크게 노발대발했다는 것이다.서인경은 짐작했다. 그 하인은 그동안 숨어 지내던 예정임일 터.그녀는 얼굴을 괴고 연기준을 바라보았다.“예정훈이 한 짓입니까?”연기준은 그녀의 팔을 이불 안으로 넣어주며 말했다.“나는 나가 볼 테니 너는 잘 덮고 있거라.”연기준은 꼬막이를 깨울까 염려해 조심스레 일어나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문밖에서 연풍은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며 아뢰었다.“방금, 야랑국 태자께서 사람을 보내왔사옵니다. 왕야께서 굳이 야랑국으로 사람을 보낼 필요는 없다고 하셨고 예정연 모녀의 일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내일 사람을 보내 왕야의 의문을 모두 풀어드리겠다고 하옵니다.”서인경은 뒤따라 나오다 그 말을 듣고는 조금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예정연은 그의 누이이고 그가 직접 데려왔는데 갑자기 우리를 도와주는 이유는 무엇이냐?”“야랑국의 태자께서 말씀하시길 왕야께서 여러 편의를 제공해 준 것에 대한 성의라고 하옵니다. 나중에 왕야께서 야랑국으로 가신다면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했사옵니다.”서인경은 알고 있었다. 순찰하는 어사들은 모두 연기준의 사람들이라는 것을.그의 허락 없이는 그 도둑이 대황자부에 발도 들여놓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나타나자마자 이미 순찰병들에게 발견되었겠지.이 시각의 대황자부는 그야말로 뒤집혀 있었다.늘 총애를 받던 진 측비가 갑자기 대황자의 명으로 참살을 당하게 된 것이다.“창부! 감히 본 황자의 눈앞에서 몰래 사내를 숨겨들이다니! 내가 네 온 집안을 함께 묻어버릴 것이다!”단여월은 드디어 진가이의 약점을 잡았다는 생각에 순식간에 우쭐해졌다.그녀는 대황자 곁에 서서 눈썹을 치켜세우며 기세등등했다.“언니, 저는 남이 타락할 때 돌을 던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희 뜰에는 늘 시녀들만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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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단여월은 크게 놀라며 발을 뺐다.“대황자를 배반한 죄가 있으니 지금 당장 잡아다가 이 두 패륜 남녀를 함께 연못에 처넣어야 합니다! 대황자께서는 절대로 그녀에게 속으시면 안 됩니다!”대황자는 진가이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그는 그녀의 눈에서 확신을 보아냈다. 자신이 결코 그녀를 죽이지 않을 거라는 확신.대황자는 손을 휘저었다.“본황자가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어서 나가거라!”하인들은 즉시 몸을 돌려 방을 나갔고 단여월은 무슨 변고라도 일어날까 봐 떠나기 싫어했다. 그러나 대황자의 압도적인 눈빛에 눌려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나가버렸다.문이 닫히자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던 예정임이 마침내 머리를 들었다. 그의 얼굴엔 시커먼 재가 묻어있었고 진가이가 손수건을 건네주자 그는 얼굴을 닦고 서서히 본래의 용모를 드러냈다.그 순간 대황자는 경악했다.“어찌 그대란 말입니까?”예정임은 간통 현장에서 잡힌 사람이 맞나 싶게 조금도 곤란한 기색 없이 무척 침착한 모습이었다.“제가 대황자와 협력하고 싶어 진 측비와 손을 잡은 겁니다. 어렵게 대황자 저택에 들어와 막 대황자와 대면하려던 참에 갑자기 들이닥친 자객에게 부상을 입었지요. 배후의 주모자가 저와 진 측비를 모함해 이간질하여 대황자와 저의 연합을 막으려 하는 겁니다. 대황자께서는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노리는지 잘 생각해 보셔야 할 테지요.”진가이도 곧장 말을 이었다.“대황자, 신첩은 단 한 번도 대황자께 누가 되는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신첩의 마음은 오로지 대황자뿐이고 동생 진방옥을 설득해 가짜 죽음을 연출하고 도망치게 한 것 역시 훗날 대황자께 도움이 되고자 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도 야랑국 팔황자의 도움 덕분이지요. 팔황자께서 이번에 오신 것도 진방옥의 소식을 대황자께 전하고 대황자께 도움을 주려 한 것인데 뜻밖의 유언비어에 이용되고 말았으니... 이는 신첩의 부주의입니다. 부디 대황자께서 신첩을 벌하시되 팔황자와 대황자의 협력만큼은 망치지 않게 해주십시오.”두 사람의 말은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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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그가 방을 나서자 문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단여월이 보였다.예정임은 입꼬리를 비웃듯이 올리며 말했다.“저희는 동맹 아니었습니까? 월 측비께서는 오늘 본황자를 죽이려던 기세가 참으로 무정해 보이시던데요.”단여월은 깜짝 놀라 연달아 뒤로 물러섰다.“어... 어찌 당신이란 말입니까?”그러자 예정임이 입을 열었다.“제가 무사히 나왔다는 건, 안에 계신 그분이 더 큰 총애를 얻었다는 뜻이겠지요. 월 측비께서는 이제 어떻게 스스로를 지킬지 생각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단여월은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았다.예정임은 나왔지만 대황자와 진가이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여기는 진가이의 침방. 그러니 대황자는 오늘 밤 이곳에서 묵을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원래대로라면 오늘 밤 대황자는 자신의 뜰에서 자기로 되어 있었다.한창 서로의 온기가 절반쯤 오가고 있던 때, 진가이가 몰래 남자를 숨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얘기만 아니었다면 단여월은 절대 대황자를 이곳으로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결국, 그녀의 기대는 이렇게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단여월은 둘이 도대체 어떻게 빠져나간 건지 모르겠지만 진가이가 세력을 얻고 나면 오늘의 뺨을 반드시 되갚아 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러니 서둘러 대비책을 세워야 했다.단여월이 전전긍긍하며 궁리할 때, 예정임은 어깨를 활짝 펴고 유유히 대황자부를 떠났다.서인경 쪽에서는 한밤에 좋은 소식을 들었으나 다음날 아침, 식사하던 중에 들려온 상황은 급변했다.예정임이 당당하게 궁에 입궐해 황제를 알현한 것이다. 게다가 그를 인도한 것은 대황자라고 했다.서인경은 턱이 떨어질 듯 입을 벌렸다.“저 대황자는 이걸 참는단 말이냐?”예정훈 곁의 홍복이 이른 아침에 상왕부로 파견되었다.서인경의 의문을 듣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왕비 마마께서는 염려 마옵소서. 모든 것은 저희 태자 전하의 조종 안에 있습니다.”서인경은 의아한 눈길로 연기준을 바라보았고 그는 그녀에게 소룡포 하나를 올려주었다.“예정임과 진가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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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조정의 문무백관들이 황제한테 상소를 올렸다. 차라리 정연 공주를 시집보내시든지 아니면 차라리 죽여 없애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벼랑 끝으로 몰려서도 덕비는 차라리 정연 공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공주에게 부마를 정해주는 일은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황제는 덕비를 너무 아꼈기에 온 조정의 비난을 감수하고 이 일을 억눌러 두었다.지금 정연 공주는 무사히 열여덟이 되었고 국운 역시 여전히 드높아 당시의 흉흉한 소문을 힘으로 꺾어버렸다. 그리고 그 뒤로는 아무도 그 일을 다시 꺼내지 않았다.이번에 태자가 그녀를 데리고 온 것도 그가 진국으로 간다는 소식을 정연 공주가 우연히 듣고 황제한테 졸랐기 때문이었다. 태자는 차마 황제의 명을 거역할 수 없어 할 수 없이 공주를 데리고 온 것이라 했다.이렇게 긴 이야기를 들은 뒤 서인경의 마음은 희태비와 그 덕비 사이의 독한 맹세에 머물렀다.“도대체 무슨 사이길래 그런 독설 같은 맹세까지 했단 말입니까? 그런 맹세가 있었다면 어릴 적에 어머님은 왜 제가 당신을 좋아하는 걸 단 한 번도 막지 않으신 겁니까? 전 분명 기억합니다. 어머님께서 다른 빈비들 앞에서 저를 며느리로 삼고 싶다고 농담하셨던 걸 말입니다.”어머니가 그녀를 며느릿감으로 마음에 들어 했다는 말을 듣자 연기준은 그때의 장면을 떠올렸다. 그의 입가가 저도 모르게 살짝 올라갔다.그때 연기준은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 서인경이 커서 자신에게 시집올 수 있다며 팔짝팔짝 기뻐 뛰어다니던 모습을 말이다.어머니 역시 진심으로 기뻐하고 그녀를 마음에 들어 했었다.그때 그 자리에는 서인경의 친모이자 이미 세상을 떠난 서 씨 부인 봉예빈도 있었다.생각해 보면 둘은 어려서부터 이미 혼약이 정해진 소꿉친구이자 두 집안 어른들이 지켜보았던 인연이었다. 한 바퀴 크게 돌아왔음에도 지금까지 서로를 놓치지 않은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서인경은 연기준의 애정사에 골몰하고 있었고 연기준의 눈에는 오롯이 그녀만 가득했다. 그가 답이 없자 서인경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당신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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