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준은 꼬막이를 안은 채 서인경의 손을 이끌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차가운 궁벽을 지나 궁문 앞으로 다다른 두 사람은 마차에 오르려 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상왕, 상왕비, 잠시 멈추시지요.”서인경이 돌아보니 예정훈과 예정연이 뒤따라오고 있었다.“상왕과 상왕비께서 귀한 아들을 얻으신 것을 경하드립니다.”말을 마친 예정훈은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변변치 못한 작은 선물입니다. 세자 저하께서 평안하시길 빕니다.”서인경은 스스럼없이 그것을 받았다.“태자, 고맙습니다.”두 사람이 말을 나누는 동안 예정연의 눈은 줄곧 연기준만을 좇았다.그 시선을 느낀 연기준은 새삼 불쾌해진 듯 미간을 찌푸리며 서인경을 재촉했다.“이제 가도 되겠느냐?”서인경은 선물을 넣고 몸을 돌렸다.“갑시다.”두 사람이 막 떠나려는 찰나, 예정연이 입을 열었다.“상왕, 잠시 말 좀 나눌 수 있겠습니까?”서인경이 아직 대답하기도 전에 예정훈이 질색하는 얼굴로 말을 끊었다.“넌 또 뭐 하려는 것이냐?”예정연은 웃으며 말했다.“존경하는 우상에게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안 된단 말입니까?”그러고는 예정훈에게 바싹 다가가 낮게 속삭였다.“둘에게도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지 않습니까?”그 말에 예정훈은 더더욱 불쾌해졌다.연기준은 냉담하게 말했다.“본왕과 공주는 서로 알지도 못합니다. 그러니 할 말이 있을 리가 없지요.”거절당했음에도 예정연은 마음이 상한 기색 하나 없었다. 그녀는 오히려 소매 속에서 둥근 옥패 하나를 꺼내 흔들었다.밤이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 옥패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 서인경은 그 문양이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이걸로 상왕께서 제 말 몇 마디는 들어주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그 순간, 연기준의 몸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그는 꼬막이를 서인경에게 넘겨주며 말했다.“마차에서 기다리거라.”예정연은 앞장서 걸었고 그는 그대로 따라갔다.그 모습에 서인경은 순간 멍해졌다.“태자의 누이는 대체 정체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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