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경이 사방을 둘러보자 화련이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저는 조금도 힘들지 않습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 이곳을 지킬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가장 큰 복입니다. 평소에는 할 일도 없으니 이렇게 곳곳을 깨끗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희태비께선 깔끔한 걸 좋아하셨으니 언젠가 영혼이 돌아오신다면 이 모든 것을 보고 흡족해하셨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희태비가 세상을 떠난 후, 이곳의 궁인들은 떠날 사람은 떠나고 죽을 사람은 죽어 화련 하나만이 충심으로 남아 있었다.서인경은 그 말에 마음이 따뜻해져 미소 지었다.“어머님께서는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어머님이라는 호칭을 듣는 순간, 화련은 더 이상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정말 좋습니다. 희태비께서 이런 호칭을 들으셨다면 분명 크게 기뻐하셨을 겁니다. 왕비 마마, 이리로 모시겠습니다.”화련은 눈물을 닦고 서인경을 데리고 정전으로 향했다.정전은 사람이 살지 않아 지금은 불당처럼 되어 있었고 중앙에는 희태비의 신위가 모셔져 있었다. 향불은 은은하게 피어올랐고 바닥의 목어에는 깊게 패인 자국이 남아있었다. 화련이 날마다 이곳을 지키며 공양해온 흔적이었다.서인경의 가슴은 묵직하게 차올랐다.“화 상궁, 고맙습니다. 연기준을 대신해 감사드리지요.”이 지극한 정성은 정작 연기준조차 매일 실천하지 못한 일이었다.화련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왕야께서는 온 나라를 위해 마음을 다하시니 수시로 공양하지 못하시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 저는 희태비께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런 사소한 일조차 못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희태비께 죄를 짓는 게 아니겠습니까?”화련은 향 두 개를 밝혀 서인경과 봉한설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자, 희태비께 예를 올리시지요. 생전에 희태비께서 가장 바라신 것은 왕비 마마께서 왕야와 혼인하여 자신의 며느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이 말을 듣고 서인경은 연기준과 예정연의 혼약에 대해 더욱 의문이 들었다.희태비는 결코 약속을 저버리는 사람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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