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경은 잠시 말을 멈춘 채, 열다섯 째 황자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아직 몇 달은 더 지나야 겨우 열 살이 되는 아이였다. 그 어린 나이에, 단 하루 사이에 총애받던 황자에서 누구에게나 짓밟히는 존재로, 그리고 친아버지에게 이용당하는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 만인의 사랑을 받던 자리에서 한순간에 아무것도 없는 처지로 되어버린 것이다.서인경은 그의 눈동자 속에서 부서진 무언가를 보았다. 그녀는 열다섯 째 황자를 품에 끌어안아 주었다.“황실은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고 생사여탈을 쥔 자리야. 구오지존이라는 권좌, 그리고 장생불사라는 욕망, 그건 누구나 한 번쯤 품어보는 인간 본성 가장 밑바닥의 욕심이지. 다만 평범한 사람들은 애초에 닿을 수 없는 위치라 그런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 것뿐이야. 황실 사람들은 발끝만 들면 손에 닿을 수 있으니까, 누구나 한 번쯤은 도박을 해보려는 거야. 황실의 감정이 쉽게 무너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이란 존재의 본성 때문이기도 해.”현대에서는 흔히 그 세계는 원래 복잡하다는 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서인경은 늘 생각했다. 문제가 있는 건 세계가 아니라, 사람이라고.지금의 황실도 다르지 않았다. 누구라도 그 자리에 앉게 된다면 결국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열다섯 째 황자는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사촌 누님, 저건 독이잖아요. 저는 죽는 건가요?”서인경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절대 안 죽어. 내가 장담해. 우리는 둘 다 살아.”남매는 서로에게 기댄 채 벽에 남은 마지막 햇빛이 서서히 사라지고 완전히 어둠으로 바뀔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었다.열다섯 째 황자는 말했다. 모후와 외조부가 너무 보고 싶다고, 서 씨 가문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서인경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 세계에 떨어진 순간부터, 서 씨 가문의 운명과 함께 묶인 이후로 그들 모두는 이미 그녀의 피붙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꼬막이도 그리웠다. 채 한 살도 되기 전에 곁을 떠난 아이. 지금쯤 어떻게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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