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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2 Chapters

제901화

하지만 상왕비를 굳이 가둔 것은 황후로서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황제가 대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그녀조차 갈피가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상왕은 야랑국에서 죽었고 야랑국의 적통인 팔황자는 진국에서 죽었다. 그런데 열셋 째 황자는 느닷없이 호국호민의 영웅이 되어 백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황후는 늘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예감. 이 모든 일은 결코 우연일 리 없었고 마치 누군가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짜 놓은 판처럼 보였다. 만약 정말 그 뒤에 조종자가 있다면 지금은 결코 모습을 드러낼 때가 아니다.황후는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렸다. 잠시 상황을 지켜보자. 산 위에 앉아 호랑이들이 싸우는 것을 관망하는 수밖에.이미 황후는 궁 밖으로 사람을 보내 대황자와 하선준 가문에 전갈을 전해 두었다. 요즘은 괜히 나서지 말고 조용히 지내며 절대 경솔하게 움직이지 말라고 말이다.그런데 뜻밖에도 황제의 한 장 조서가 다시 그녀를 무대 앞으로 끌어냈다.태감이 조서를 읽고 나서 공손히 황후 앞에 섰다.“황후 마마, 폐하께서 말씀하시길 금수 대장공주께서 후궁 생활이 지루하시다 하여 황후 마마더러 직접 모시고 궁 밖으로 나가 바람도 쐬고 겸사겸사 변복하고 민정을 살펴보라 하셨습니다.”황후는 나라의 어머니답게 단정한 자세를 유지한 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알겠다. 물러가거라.”“예.”태감이 물러난 뒤 황후는 고개를 돌려 궁녀에게 물었다.“어젯밤 냉궁에서 있었던 일, 특히 금수 대장공주와 관련된 부분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 보거라.”궁녀는 이유를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했지만 아침에 들은 소문을 신이 나서 풀어놓았다.“냉궁에서 다섯 구의 시신이 나왔습니다. 그중 하나는 어른, 하나는 아이였는데 아이 쪽은 열다섯 째 황자로 확인되었습니다. 몸에서 떨어진 옥패가 증거였고 신비와 금수 대장공주도 직접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폐하께서 열다섯 째 황자를 말리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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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그 무렵,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온 후궁이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황제는 벽돌 하나, 기와 한 장도 그냥 넘기지 않겠다는 듯 후궁을 거의 뒤엎다시피 뒤지고 있었다.그 와중에 서인경은 연기준의 품에 안겨 오랜만에 처음으로 깊은 잠을 잤다.하늘이 환해지고 밖에서 갑옷이 부딪히는 쇳소리가 들려오자 서인경은 화들짝 눈을 떴다.“들킨 겁니까?”연기준은 그녀를 다시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못 들어온다.”후궁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곳은 금기된 땅이라는 것을.태황태후의 명이 없이 감히 발을 들인다면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과연 잠시 뒤, 소리는 점점 멀어졌고 공기는 다시 고요해졌다. 희끗해진 하늘빛을 보던 서인경은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우리는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합니까?”연기준은 그녀의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감아 돌리며 나른하게 웃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둘만의 시간을 좀 더 즐기면 안 되는 것이냐?”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서인경은 지금 상황에서 그가 정말 그런 여유를 부릴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자 연기준이 낮게 웃었다.“오늘 밤에 움직일 것이다. 황제를 끌어내리고 열셋 째 황자를 올리려 하는 데 어떠느냐?”피로 얼룩질 수밖에 없는 왕위 쟁탈전을 그는 마치 산책 이야기처럼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다.서인경은 잠시 생각했다.“대황자가 황제가 된다면 저희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연무성은 너무 어려 황제가 된다고 해도 버티기 힘들겠지요. 그렇다면 열셋 째 황자가 그나마 나은 선택이긴 하지만 그 아이의 성품이 어떤지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연기준은 그녀의 머리끝을 손바닥에 굴리며 말했다.“성품이 어떻든 상관없다. 내가 올릴 수 있으면 다시 끌어내릴 수도 있거든.”그 말에 담긴 자신감은 허세가 아니었다. 서인경 역시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열셋 째 황자가 최선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다만 조정이 뒤집히는 순간마다 피가 강물처럼 흐르고, 시체가 산처럼 쌓여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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