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왕비는 말을 여기까지 하고는 담담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지금의 서왕은 권력도, 세력도 없지만 대신 한 몸 편히 사는 삶을 얻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가 원하던 삶이지만 마마께서는 아마 이해하지 못하실 겁니다. 아까 마마께서 제게 물으셨지요. 도대체 무엇을 아직 붙들고 계시느냐고. 마마의 집착이 무엇인지는, 사실 저는 궁금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한마디만 드리고 싶습니다. 사람은 인생 반쯤 살고 나면 자기 것이 아닌 것 때문에 마음을 소모해서는 안 됩니다. 두 나라가 수십 년 동안 평화를 유지하고 백성들이 전쟁을 겪지 않고 살아온 데에는 분명 마마의 공로도 큽니다. 헌데 더 큰 이유는 진국이 점점 강성해졌기 때문입니다. 반면 요동은 최근 삼 대에 걸쳐 현명한 군주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마마께서 시집가지 않았다면 요동은 진작 열강에게 갈기갈기 나뉘었을 겁니다. 스스로를 지키기도 버거운데 어찌 남을 침략할 여력이 있었겠습니까? 진국의 황제는 본래 확장 욕심이 없는 분이고 늘 남이 나를 범하지 않으면 나도 남을 범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요. 요동은 그저 운이 좋았던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마마께서는 굳이 시집갈 필요도 없었을 거예요. 예전의 열셋 째 왕야든, 이후의 상왕이든, 요동을 평정하는 일쯤은 어렵지도 않았을 테니까요.”금수 대장공주는 스스로를 여중호걸이라 여겼고 야심과 책략에서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지금, 눈앞의 이 여자에게서 처음으로 자신에 버금가는 기세를 느꼈다.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또 한 번 누군가에게 밀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한 번 졌던 사람이었으니까.금수 대장공주가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서왕비, 그 말이 무슨 뜻이냐? 지금 네 말, 요동과 진국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서왕비는 고개를 저었다.“저는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마마께서 제게 씌우신 이 죄목, 저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저 마마께 신중히 생각해 보시라는 말씀을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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