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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Auteur: 코코넛 서고
전생의 일에는 분명 연기준조차 모르는 내막이 더 있을 것이다. 그는 반드시 모든 진실을 밝혀내어 서인경에게 마음 놓을 답을 주고 싶었다.

갑작스레 끌어안긴 서인경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이 남자, 갑자기 왜 이렇게 감상적이지?

차갑고 오만한 상왕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혹시… 진방옥이 뭐라고 했습니까?”

서인경이 가장 먼저 떠올린 용의자는 역시 진방옥이었다. 이 시대에서 연기준의 사고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사람은 ‘넘어온 자’인 진방옥뿐이니까.

연기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손을 잡고 방 안으로 이끌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의 동향이라 했지? 앞으로는 그를 부에 두어 심심할 때 말동무라도 하게 하거라.”

무심한 어투였다. 마치 애완동물 하나 들이는 듯한 말투.

막 마당을 나서던 진방옥은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누가 욕하네!”

맹경운이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왕비 마마와는 좀 거리를 두세요. 그게 단순히 욕으로 끝나지 않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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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970화

    전생의 일에는 분명 연기준조차 모르는 내막이 더 있을 것이다. 그는 반드시 모든 진실을 밝혀내어 서인경에게 마음 놓을 답을 주고 싶었다.갑작스레 끌어안긴 서인경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이 남자, 갑자기 왜 이렇게 감상적이지?차갑고 오만한 상왕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혹시… 진방옥이 뭐라고 했습니까?”서인경이 가장 먼저 떠올린 용의자는 역시 진방옥이었다. 이 시대에서 연기준의 사고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사람은 ‘넘어온 자’인 진방옥뿐이니까.연기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손을 잡고 방 안으로 이끌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너의 동향이라 했지? 앞으로는 그를 부에 두어 심심할 때 말동무라도 하게 하거라.”무심한 어투였다. 마치 애완동물 하나 들이는 듯한 말투.막 마당을 나서던 진방옥은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누가 욕하네!”맹경운이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왕비 마마와는 좀 거리를 두세요. 그게 단순히 욕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진방옥은 코웃음을 쳤다.“우린 타향에서 만난 동지입니다. 이 시대에서 서로의 유일한 위로라고요. 상왕이 그게 불만이라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미안하지만 참으라고 하세요.”맹경운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언젠가 쓴맛을 보면 알겠지. 연기준 같은 남자의 선이 어디까지인지.주원으로 돌아와, 연기준은 서인경을 식탁 옆에 앉혔다.곧이어 음식이 차려졌다.모두 장군부에서부터 따라온 사람들이었기에 그녀의 입맛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익숙한 반찬들을 보는 순간, 서인경은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자연스레 식욕이 돌았다.“꼬막이 데려오라고 했습니까?”연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사람을 보냈다. 막 성주께서 설산 비밀 통로를 통해 지하흑시까지 데려올 것이다. 그곳에서 암위가 인계받아 부로 데려올 테지. 헌데 설산에서 돌아왔다는 사실은 드러나선 안 된다.”일불락이 부활했다는 비밀은 아직 세상에 드러나선 안 됐다. 연기준의 치밀한 준비에 서인경은 안심했다.

  • 시간을 거슬러   제969화

    이번에는 서인경도 잠시 멍해졌다.‘동북 네 성’이라니. 지금은 분명 세 성뿐 아닌가?“어디라고?”진방옥이 태연하게 답했다.“해남.”서인경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됐다. 다친 사람 상대로 따지긴 뭣하지.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방옥 곁으로 다가가더니 상처를 하나하나 살폈다.“당장은 안 죽어. 하지만 하루만 더 늦게 치료받았으면 저세상 문턱은 밟았을 거야. 당분간은 은영이랑 힘겨루기하지 마. 저 애 손가락 하나에도 네 목숨이 달려 있어.”맹은영이 그 말을 듣자마자 손가락을 쭉 내밀었다.“진짜요? 한 번 해볼까요?”진방옥은 기겁해 서인경 뒤로 숨었다.“저리 가세요!”맹은영은 손가락을 흔들며 위협했다.“그럼 아까 말한 거 설명해 보십시오. 동북 네성이 뭡니까?”그건 서인경과 진방옥 사이의 비밀이었고 연기준조차 모르는 이야기였다.진방옥은 괜히 우쭐해졌다.“벗 사이의 비밀입니다. 애들은 모르는 거지요.”맹은영은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왕야, 들으셨어요? 어떤 뻔뻔한 남자가 왕야 부인과 벗을 하겠다는데요?”서인경과 진방옥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마침 연기준이 마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구경꾼처럼 웃고 있는 맹경운이 서 있었다.“어머님께서 외삼촌 문병 가신다며 널 찾으셨다. 언제까지 여기 있을 것이냐?”맹은영은 벌떡 일어났다.“왕비 마마, 저 먼저 갈게요. 외삼촌께서 요즘 장사 잘된다고 왕비 마마 몫 배당금 많이 모아놨답니다. 가져와서 우리 둘 모두 부자 됩시다!”그녀는 신이 나 달려나갔다.그러자 맹경운도 웃으며 인사했다.“누이를 찾았으니 저도 이만.”그러더니 진방옥의 옷깃을 덥석 잡았다.“호청 의원께서 약 바르라고 하십니다. 갑시다.”“오기 전에 약 발랐...”“아니, 안 발랐습니다.”“잠깐만요! 저 얘기 좀 더...”맹경운은 가볍게 그를 들어 올렸다.“아니, 안 할 겁니다.”절대적인 힘 앞에서 진방옥은 속수무책이었다. 꼬꼬마 병아리처럼 끌려가며 시야에서 사라졌다.서인경은

  • 시간을 거슬러   제968화

    서인경이 곁에 있는데 누가 굳이 말 많은 진방옥을 상대하고 싶겠는가?맹은영은 재빠르게 진방옥 위에서 내려와 곧장 서인경에게 달라붙었다.“왕비 마마, 드디어 깼군요! 진짜 대단합니다. 완전 예언자 같았어요!”눈을 뜨자마자 칭찬을 받으니 서인경은 잠시 어리둥절했다.그녀가 묻기도 전에 맹은영이 먼저 터뜨렸다.“유가영 뱃속 아이, 역시 상왕의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왕비 마마께서 상왕을 믿은 게 맞았다니까요!”진방옥은 낑낑거리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까 맹은영에게 깔렸을 때 진짜로 저세상 갈 뻔했다는 듯 숨을 몰아쉬었다.그가 비웃듯 말했다.“그 아이가 연기준 애라고 믿는 사람이야말로 눈이 삐었지요.”맹은영이 바로 반박했다.“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요! 하늘은 높고 황제는 멀다는데 상왕께서 중간에 세상 남자들이 한 번쯤은 저지르는 실수 안 했다는 보장이 있습니까?”진방옥은 단호했다.“전 믿습니다. 누구든 가능해도, 상왕은...”그는 검지를 흔들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노, 노, 노.”맹은영이 얼굴을 찌푸렸다.“뭔 소리입니까?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세요! 그렇게 믿는 거 보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연기준이 당신 마누라인 줄 알겠습니다.”그 표현에 서인경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그녀도 늘 궁금했다.진방옥은 이미 어린 시절 연기준과 뛰놀던 그 ‘진방옥’이 아니다. 현대에서 넘어온 진방옥인데 어째서 그는 그토록 연기준을 믿는 걸까?야랑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렇게 단단한 신뢰가 생긴 것일까?유가영 이야기는 오늘의 가장 뜨거운 화제였다.맹은영은 후궁에서 들은 소문을 숨 돌릴 틈 없이 쏟아냈다.“그 여자, 진짜 영악합니다! 왕비 마마와 상왕이 손이 비면 분명 자길 찾을 거란 걸 알았겠지요. 그래서 황실 혈통 핑계로 궁에 들어가 태황태후의 보호를 받은 겁니다. 어제 우리 오라버니들을 데리고 갔으면 집 앞에서 막으며 고자질도 못 하게 했을 텐데요!”그러나 서인경은 고개를 저었다.“유가영이 그렇게

  • 시간을 거슬러   제967화

    “천주에 있을 때 말입니다. 거기 처녀들은 다 당신 마수에서 못 벗어났다면서요? 매일 밤마다 불붙은 장작처럼 들끓고 하루만 떨어져도 신혼처럼 달아올랐다던데요?”맹은영의 눈이 반짝였다.진방옥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기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그게 본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하지만 맹은영은 멈출 줄 몰랐다.“자세히 좀 말해보세요.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불타는 겁니까?”진방옥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린 처자가 그런 걸 왜 캐묻는 겁니까?”맹은영은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어린 처자면 어때서요? 세상 구경 좀 하면 안 됩니까?”진방옥은 말문이 막혔다.“이렇게 학구열이 넘치는 거, 맹국공과 국공 부인께서는 아십니까?”맹은영은 당당했다.“알면 어때서요? 어차피 전 평생 시집갈 생각이 없습니다. 돼지고기 못 먹어본다고 해도 돼지가 어떻게 달리는지 정도는 들어볼 수 있지 않습니까?”진방옥은 할 말을 잃었다. 이 시대에 자기보다 더 뻔뻔하고 얼굴 두꺼운 여자가 있을 줄이야. 분명 서인경이랑 오래 붙어 다닌 탓이다. 좋은 건 안 배우고 이런 것만 배운 걸 보면.진방옥은 굳게 닫힌 방문을 향해 눈을 굴렸다.“앞으로 왕비 마마와 좀 떨어져 있으세요.”그 말에 맹은영은 더 발끈했다.“왜 제가 왕비 마마와 떨어져야 합니까? 혹시 여기에 뭐 보물이라도 숨겨놨습니까? 저 떼어놓고 혼자 차지하려고요? 꿈도 꾸지 마세요. 왕비 마마의 보물은 제일 먼저 저한테 올 겁니다. 당신은 순번도 안 돼요.”진방옥은 그녀의 상상력에 감탄했다.“이제 알겠습니다. 왜 왕비 마마가 당신과 친구인지.”맹은영은 속으로 칭찬을 기대했다.‘둘 다 똑똑하고 아름답다’는 말쯤을 준비해두고 있었다.그러나 진방옥이 비죽 웃으며 말했다.“하나는 충분히 똑똑하고, 하나는 충분히 멍청하니까 딱 맞지요. 왕비 마마한테 감사하세요. 당신 머리가 나쁜데도 버리지 않은 걸 말입니다.”맹은영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자신이 욕을 먹었다는 걸 깨달았다.“뭐요? 제가 머리가

  • 시간을 거슬러   제966화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연풍 역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그는 줄곧 믿어왔다. 자신의 왕야가 왕비 마마를 배신할 리 없다고.그러나 진실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태상황이 체면도 없이 직접 나서 왕야의 명성을 더럽히기 위해 그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 황위를 빼앗긴 것이 조금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비열한 짓이었다.연기준은 그 여자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심지어 얼굴조차 가물가물할 정도였다.다만 그 여자의 행동이 지나치게 단호했다. 마치 누군가 뒤에서 조종하는 듯한 기색이 있어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것이다.“사람을 붙여 감시하거라.”연풍이 고개를 갸웃했다.“왕야께서는… 또 무슨 일을 벌일 거라 보십니까?”연기준의 얼굴이 서늘하게 굳었다.“그 여자는 배짱은 있지만 머리가 모자라다. 용기를 쓸 줄을 모르지. 누군가 다시 부추기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연풍은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예.”연기준은 다시 물었다.“후궁 쪽은?”“태황태후께서는 궁으로 돌아오신 뒤 문을 걸어 잠그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계십니다. 유가영의 일도 직접 나서지 않고 유모를 시켜 정리하셨습니다. 후궁 일은 전부 지금의 황태후에게 넘기셨습니다.”황태후. 본래의 황후이자 대황자의 생모였다.연풍이 덧붙였다.“대황자가 황위를 잇지 못하게 된 뒤로, 황태후는 황자를 둔 태비들을 전부 후궁 가장 외진 전각으로 옮겼습니다. 겉으로는 새 황제의 후궁을 위해 자리를 비운다 했지만 실상은 그들을 조정에서 떼어 놓으려는 듯합니다. 혹여라도 야심을 품고 제 자식을 밀어올릴까 염려하는 것이겠지요.”연기준이 냉소했다.“하선준 집안의 뒷배가 사라지니, 모자 둘의 머리도 함께 사라진 모양이군.”연풍도 의미를 알아듣고 낮게 웃었다.“태황태후께서 예전에 철권으로 후궁을 정리했던 것을 흉내 내려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태황태후에게는 선제의 용두 지팡이와 어사패가 있었습니다. 누가 즉위하든 공손할 수밖에 없었지요. 헌데 그녀에겐 무엇이 있습니까? 태상황은 갑작스레 실권했고 아마 마지막 얼굴도

  • 시간을 거슬러   제965화

    서인경은 턱을 괴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차라리 온천수도 끌어오지 말지 그러느냐. 혹시 누가 산 위에서 물에 독이라도 타 놓으면 어쩌려고?”어린 하녀는 잠시 멍해졌다. 왕비 마마가 진심인지 누군가를 빗댄 말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그러나 서인경은 그저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었을 뿐, 연기준을 겨냥한 말은 아니었다. 지금은 조심해서 나쁠 게 없으니.게다가 그녀에겐 다른 길이 있었다. 약왕곡의 온천수는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불러올 수 있었다.연기준이 주원으로 들어섰을 때, 서인경은 이미 온천에 몸을 담근 채 한껏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밖에서 지키던 하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속삭였다.“왕야, 왕비 마마께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아요. 뒷산 온천수는 아직 끌어오지도 못했는데 왕비 마마께서 직접 온천 한 못을 만들어 내셨어요.”연기준은 그 말만 듣고도 물의 출처를 짐작했다.굳이 설명하지 않고 손짓으로 하녀를 물렸다.“밖을 지키거라. 본왕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들이지 말거라.”하녀가 물러났다.서인경은 눈을 감은 채 온천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따뜻한 물결에 은은한 약향이 섞여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잠시 눈을 붙인 덕에 기운도 제법 돌아와 있었다.겉으로는 잠든 듯 고요했지만 그녀의 의식은 이미 약왕곡으로 가 있었다.서인경은 지금 네 마리 악어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그들은 그녀가 어떻게 후궁을 빠져나왔는지 궁금해 어쩔 줄 몰랐다. 백 년 넘게 갇혀 있던 곳을 그녀는 며칠 만에 벗어나지 않았던가.그들에겐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서인경은 그들의 존경 어린 시선을 한껏 즐기며 궁에서의 영웅담을 열정적으로 토하고 있었다.그 순간, 어딘가 이상한 기운이 스쳤다. 곧이어 보이지 않는 힘이 그녀를 약왕곡에서 끌어냈다.눈을 번쩍 뜨자 연기준이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말 한마디 없이 그는 그녀의 입술을 막아버렸다. 조금의 망설임도, 여지도 없었다.익숙한 숨결이 밀려들고 서인경은 온천 가장자리에 눌린 채 온몸이 저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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