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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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이순심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뒤적이던 손이 멈추는 순간, 두 번째 기척이 또 들렸고, 그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갑자기 나타난 이람을 보자마자,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놀란 비명과 함께, 이순심은 뒤로 확 넘어졌다.이람은 곧바로 이순심의 손목을 붙잡아 그녀를 다시 끌어당겼다. 그러고 나서 옷장을 한 번 훑었다. 가득 걸려 있던 옷들... 그중 삼분의 일쯤이 사라진 듯했다.이람은 원래 옷에 별 관심이 없었다. 대신 제헌이 집안 모임에서 체면을 구기지 않게 하려고, 본인이 자주 입는 브랜드의 여성복 라인을 일상용으로 한꺼번에 보내곤 했다. 그래서 옷장은 늘 꽉 차 있었다.이람의 시선이 옷에서 천천히 돌아와, 이순심을 향했다.“이모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오랫동안 이람을 보지 못했던 이순심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하필 이런 현장을 들키다니,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민망했다.“사모님... 너무 오래 안 오셔서요. 방에 먼지가 쌓여서... 제가 좀 청소를...”이람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화장대 앞에 섰다. 손끝으로 상판을 가볍게 쓸자, 손가락에 잿빛 먼지가 가득 묻어났다.이람이 무표정하게 고개를 들었다.이순심의 얼굴은 점점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숨 막히도록 부끄럽고 수치심이 밀려왔다.“나가세요.”차가운 한마디.이순심은 순간 가슴을 쓸어내렸다.‘이 사모님은 원래 성격이 부드러우니까 내가 정말 무언가를 훔쳤더라도 크게 따져 묻지 않을 거야.’‘사모님 마음은 온통 강 대표님한테 가 있어서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겠지.’그렇다 해도, 이 상황은 너무 창피했다. 이순심은 허둥지둥 방을 빠져나갔다.이람은 옷장 문을 전부 열어젖히고, 곧 구석에 숨긴 듯 놓여 있는 작은 상자를 발견했다.진민서가 보낸 게 맞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이람은 상자를 집어 들고 곧장 방을 나섰다. 길게 머무를 필요 따윈 없으니까.현관 쪽에서 제헌에게 전화하려던 이순심과 마주쳤다.이순심은 황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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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이순심의 얼굴이 또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사모님...”이람은 이순심의 말에도 멈추지 않고, 곧장 현관을 지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잠시 후, 이순심은 차 시동이 걸리는 소리를 듣고, 놀란 마음에 서둘러 정원을 향해 달려갔다.그곳에서 이람이 낯선 랜드로버를 몰고 빠르게 나가버리는 모습을 보았다.‘강 대표님 차고엔 저런 싼 차는 없는데... 사모님이 타고 간 건 도대체 누구 차지?’아까 그 말들이 아니었다면, 이람이 일부러 도발하는 건 아닌지 의심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사모님... 정말 이혼하실 생각인가 보다.’‘진짜로 강 대표님을 떠나려는 건가?’‘사모님이 그렇게 대표님을 사랑했는데... 대체 어떤 마음으로 결심하신 거지?’‘아니, 대표님 같은 사람이 어딨다고... 저걸 놓아준다고?’도저히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얽히는 와중에,이순심의 마음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뒤섞였다.이람은 평소에 차갑긴 해도, 단 한 번도 자신을 어렵게 하거나 괴롭게 한 적이 없었다.‘사모님은 정말 살림 잘하고 정이 많은 분이었는데...’‘강 대표님한테 그렇게 세심하게 잘해주는 사람, 세상 어디에도 없을 텐데...’이 집에서 함께 지낸 3년, 정든 사람이 떠난다는 현실이 생각보다 더 쓰라렸다.이런저런 감정이 북받치자, 이순심은 결국 제헌에게 전화를 걸었다.예상과 달리 제헌은 금방 전화받았다.“대표님, 사모님이 방금 집에...”제헌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바로 끊어왔다.[조이람, 집에 잡아두세요.]“그게... 사모님이 벌써...”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통화는 일방적으로 끊겼다.이순심은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이번엔 전화 연결이 되지도 않았다.그제야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내가... 내가 아까 대표님께 말하지 말아야 했는데...’정말이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람은 물건을 챙기자마자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과거에 남아있던 유일한 좋은 기억마저 산산이 부서져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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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이순심은 정말로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겁이 났다.“사모님... 사모님이... 다시는 안 돌아오신다고 하셨어요...”제헌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졌다.한순간에 공기가 싸늘하게 식으며, 이순심은 생전 처음 보는 제헌의 모습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사모님 말투가... 정말 진심 같았습니다.”고개를 숙인 채, 이순심은 두려움을 꾹 참고 말했다.“저도... 사모님이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제헌의 손이 천천히, 그러나 잔혹하게 힘을 모아 주먹으로 변했다.사실, 그도 몰랐다.조이람이 대체 왜 이렇게 달라졌는지.과거에 이람이 한 번 집을 나가면, 딱 하루, 길어야 이틀...그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히 돌아왔다.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그런데 이번엔... 아무도 예상 못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제헌이 이람을 특별히 아꼈기 때문은 아니었다.차 안에서 갑자기 모든 걸 던지듯 자신에게 달려들어 뺨을 때리던 그 표정.그게 제헌의 심기를 건드렸다.‘저게... 조이람의 진심인가?’생전 처음으로 조이람이라는 사람의 속마음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하지만 이람은 그대로 차에서 내려버렸다.그리고 핸드브레이크를 걸고, 핸들을 잡는 그 단호한 손끝이 연결된 흐름처럼 자연스럽고 정확했다.최소한 운전에 관해서만큼은 완전히 숙련된 사람의 동작이었다.그제야 제헌은 3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던 사실을 떠올렸다.‘조이람... 운전 잘했지. 아주 잘했어.’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모든 것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만 생각했으니까.갑자기 수십 가지 의문이 한꺼번에 제헌의 머릿속에 밀려왔다.침묵이 너무 길어지자 이순심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이람이 떠난 터라 괜히 서글픈 감정까지 올라왔고, 그 용기에 이순심은 경계선을 넘어버렸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정말 대표님과... 이혼하시려는 겁니까?”“이혼...”제헌은 그 두 글자를 듣는 순간, 마치 꽉 막혀 있던 무언가가 갑자기 터지듯 머릿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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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제은은 이람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더 기세등등해졌다.“대답이 없네? 혹시... 겁먹었어?”그때 마침 영미가 복도를 건너오다가 둘을 발견했다.“이람 언니?”제은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잘못한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바로 사과해. 아!”이람의 손바닥이 제은의 뺨을 정면으로 후려쳤다.소리가 복도에 울릴 정도로 아주 세게.제은은 그 충격에 휘청거리며 벽에 부딪힐 뻔했고, 얼굴을 감싼 손끝까지 얼얼해졌고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다.영미도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와...씨...”입만 떡 벌어지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제은은 충격이 너무 커서 화를 내는 감정조차 따라오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이람을 바라볼 뿐이었다.‘이게... 뭐지?’눈동자에는 혼란만 가득했다.짝!두 번째 손바닥이 제은의 반대쪽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몸이 또 한 번 휘청했다.영미가 먼저 정신을 차려 뛰어들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이람이 제은의 멱살을 잡아 벽으로 내리꽂듯 밀어붙였기 때문이다.이람은 제은보다 몇 센티 더 컸다.게다가 차갑고 명확한 이목구비가 내려다보는 시선에는 묘하게 서늘한 위압감이 있었다.지금 이람의 표정은 높은 왕좌에서 누군가를 내려다보는 여왕 같았다.냉담하고, 거만했다.제은은 머릿속이 ‘웅’ 하고 울렸고, 뺨은 불에 댄 듯 뜨겁고, 목이 조여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그제야 몸이 보내는 고통 신호가 한꺼번에 밀려왔다.그리고 동시에 여러 상황이 머릿속에서 퍼즐처럼 맞춰졌다.이람이 두 대를 연달아 갈겼고, 지금은 멱살까지 잡고 벽에 밀쳐버렸다.제은의 눈이 점점 커졌다.‘와... 씨... 아아아... 진짜 미쳤어!’‘FUCK! FUCK! FUCK!’평생 처음 느껴보는 격렬한 분노가 전신을 타올랐다.제은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조...이람, 너...”끄읏-이람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제은은 말을 끝까지 잇지도 못했다.목에서 거친 숨만 새어 나왔다.제은의 눈은 피가 맺힐 듯 붉어졌다. 더욱 거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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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제은의 손끝이 이람의 어깨를 움켜쥐려던 순간, 그 손이 허공에서 얼어붙었다.딱... 굳어 버린 채.2초,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침묵이 흘렀고, 제은의 손이 ‘할퀴는 날카로운 손’에서 슬금슬금 ‘평평하게 쓰다듬는 손’으로 바뀌더니...가볍게 톡톡...마치 먼지라도 털어주는 것처럼 이람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그리고 제은은 억지로 얼굴 근육을 끌어올려 눈웃음까지 지으며 말했다.“언니... 왜 이렇게 빨리 가요? 여기 어깨에 먼지가 묻어서 제가 좀 털어드렸어요.”이람은 진짜 미친 사람을 보는 눈으로 제은을 바라봤다.영미는 더 했다.평소 제은의 온갖 날뛰는 꼴을 가장 많이 봐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기어들어 가는 태도는 차라리 눈을 가리고 싶을 정도였다.더 웃긴 건... 제은이 계속 이람에게 미친 듯 눈짓을 보내며 ‘살려달라’라고 신호를 보낸다는 것.‘제발 분위기 맞춰 줘’라는 표정이었다.제은이 이렇게까지 비굴해진 이유는 둘.하나는 이람이 하준의 비서라는 점.둘째는, 제은이 일주일 동안 스스로 머리를 쥐어짜며 내린 결론이었다.하준은 ‘좋은 사람’이라서 못된 짓을 보면 못 참는 타입.지난번 루미에르 팰리스 자선 만찬 때, 제은이 먼저 이람에게 와인을 끼얹었으니 하준이 제은에게 20억 기부 벌칙을 준 건, 완전히 ‘정당한’ 큰오빠 모드였다는 거다.그래서 지금 제은은 다시는 하준 앞에서 이람에게 까불었다간 진짜 죽는다는 공포가 있었다.‘근데... 잠깐만!’제은의 표정이 갑자기 바뀌었다.공포에서 황급한 깨달음으로.그리고 분노로.손을 홱 거두며 얼굴이 일그러졌고, 곧장 하준에게 손가락을 들이대며 고자질했다.“큰오빠! 저... 저 새언니한테 맞았어요!”‘오늘 나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내가 왜 쫄아야 되는데?’‘내가 서하준을 너무 무서워해서 반사적으로 기어들어간 거지.’‘내 잘못은 아니잖아!’이람은 하준을 한 번 바라봤다.전화에서 하준이 ‘술 마셨다’라고 해서 차 갖고 오라길래... 진짜 취해 있는 줄 알았는데, 하준의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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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이람은 완전히 얼어붙은 강제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돌려줄게.”“조... 아니, 언니...”제은은 분노로 온몸이 떨려,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서... 큰오빠가 이미 언니 편인데, 언니가 왜 저한테 물을 끼얹어요?”“서 대표님은 철없는 동생을 혼내신 거고, 난 나 때문에 끼얹은 거야. 서 대표님과는 상관없는 이유지.”제은은 더 이상 한마디도 잇지 못했다.이람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고, 하준까지 바로 옆에 버티고 있으니, 제은은 뭘 하고 싶어도 감히 움직일 수 없었다.오늘 하루, 제은은 철저히 당했다.사실 이람은 그동안 제은을 감정적인 사람이라고만 생각해 굳이 상대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런 무시는 오히려 제은을 더 기고만장하게 만들었고, 이람은 더 이상 제은의 체면을 세워줄 이유가 없었다.이람은 속이 한결 시원해져, 아까 그 잔 술값을 계산한 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하준을 바라봤다.하준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룸 안으로 돌아섰고, 이람도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이람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서하준은 강제헌이랑 얽힌 건 역겹게 생각하더라도...’‘강제은은 자기 여동생이니까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지.’‘내가 제은이한테 손을 댄 건 사실인데... 혹시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룸에 들어서자, 하준은 가죽 소파에 앉았고, 이람은 문을 닫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대표님, 만약 제가 좀 지나쳤다고 생각하신다면...”하지만 하준의 탐색하는 듯한 시선이 이람 얼굴 위로 한 바퀴 돌더니, 말을 끊었다.“조 비서는 오늘 아주 기분 좋았나 보네요?”이람은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았어요.”정말 오랜만에, 어쩌면 가장 기쁜 하루였다.이람은 강제헌과의 감정적 미련을 완전히 끊었고, 거기에 제은이 제 발로 찾아와 속을 다 풀어줬으니.그러나 하준의 표정은 오히려 어두워졌다.“조 비서, 강제헌이랑 화해라도 했어요?”이람은 눈이 동그래졌다.“말도 안 돼요!”“그럼 뭐가 그렇게 신나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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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이람은 순간적으로 하준의 눈빛에 덜컥 겁이 났다.하지만 하준은 곧바로 손을 놓았다.그리고 낮게 말했다.“조 비서, 운전해야 하잖아요. 술 마시면 안 돼요.”이람의 표정이 살짝 처졌다.하준이 그걸 놓칠 리 없었다.“왜, 못 마시니까 속상해요?”하준이 물었다.“아뇨... 그냥 좀 마시고 싶긴 했어요.”이람이 솔직하게 말했다.“오늘 기분이 아주 좋아서요. 누군가랑 같이 축하하고 싶었는데, 마침 대표님이 전화하셔서... 딱 타이밍이 맞았달까. 뭐, 안 마셔도 상관은 없어요. 기분은 여전히 그대로 좋으니까요.”하준은 자신이 이람에게 너무 빨리 말려든 것 같아 잠시 후회가 밀려왔다.“대표님은 드세요. 돌아가실 때 말씀만 해주세요.”이람은 왜 하준이 혼자 술을 마시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이상할 것도 없었다.사람은 누구나 그렇다. 북적한 자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홀로 있는 걸 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으니까.하준은 빈 잔을 다시 채워 절반 정도 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자.”하준이 느끼던 불편함은 술로 눌러질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오히려 이람의 ‘설명’ 때문이었다.술은 마시나 마나, 아무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이람은 주말에도 기꺼이 상사 모셔다드리는 착실한 운전기사가 되었다.이람은 정말로 신났다.하준이 제은에게 한 이람의 행동을 굳이 들여다보지도 않았다는 사실에... 괜히 마음이 놓였다....제은은 오늘 이람에게 제대로 당했다.거기에 하준까지 나타나 자기편에서 도와줄 사람 하나 없었으니, 더더욱 억울했다.결국 새 옷을 사서 갈아입고, 영미와 함께 다른 술집으로 옮겼다.끝도 없이 분통을 터뜨렸다.“제은아, 너 나한테 한 번도 말 안 했잖아. 조이람 언니가 그런 성격이라고.”영미는 제은의 말만 듣고 그림을 그려왔는데, 막상 눈으로 본 건 완전히 딴판이었다.제은은 이제야 좀 진정이 된 상태였다.화가... 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일이었다.하지만 무작정 성질부터 내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 제은도 그 정도는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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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이람 언니, 진짜 존경스러워!’‘그게 누구인데...강제헌이잖아!’영미는 제헌을 몇 번 본 적 있다. 제헌은 하준과 비슷한 타입이었다.둘 다 기가 세고, 차갑고, 마치 대학에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젊고 권위 있는 교수 같은 느낌. 가까이하기는 힘들고, 괜히 잘못 건드렸다간 바로 퇴출당할 것 같은 사람.학생 관점에서 생각하면, 그런 사람한테 손바닥으로 따귀를 친다?영미는 상상만 해도 등골이 서늘했다.그런데 이람은 감히 제헌의 뺨을 날렸다.이건 그냥... 미쳤다. 레전드다.제은도 똑같이 입이 떡 벌어졌다.오빠가 아무리 자신을 예뻐한다고 해도, 그 특유의 위압감은 여전했고, 게다가 KU그룹의 후계자다.제은은 감히 제헌에게 손을 댈 생각조차 못 한다.더군다나 이람은 제은보다 겨우 세 살 많을 뿐이다.‘나이도 어리고, 평소엔 오빠 앞에서 작아져서 말도 제대로 못 하던 애가... 어떻게 감히 때릴 생각을 했지?’“영미야, 어떡하냐... 조이람, 이제 우리 오빠도 안 무서워하는데, 내가 무섭겠어? 하준 오빠까지 뒤에 있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하겠냐고!”영미는 말문이 막혔다. “어... 그러게. 이람 언니가 미쳤거나, 아니면 그냥 완전히 포기하고 막 나가는 거거나.”그녀는 둘 중 하나라고 결론을 내렸다.진짜 무서운 건 잃을 게 없어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약점이 없으니 건드릴 틈도 없다.제은은 독하게 술을 한 모금 털어 입에 넣었다.“나 진짜... 이대로는 못 넘어가!”‘그냥 이번엔 제은이 손해 봤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영미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제은이 맞은 것도 모자라 두 번이나 뺨을 맞고, 술까지 뒤집어쓴 상황에서 제은의 성격상 절대 가만있을 리 없었다.‘근데... 제은이가 이람 언니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영미는 직감했다.‘못 이긴다에 한 표. 절대.’...카페.지후가 들어왔을 때, 제헌은 막 제은과의 통화를 끝낸 참이었다.그리고 제헌의 머릿속엔, 제은이 마지막에 던진 말만 메아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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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수범이 대놓고 눈을 부라렸다.“야, 그냥 인정 좀 해. 죽어도 누나 인정 안 하네, 너.”이건은 코웃음부터 쳤다.“하, 조이람이 먼저 전화해서 밥 사준다고 했다니까? 내가 먼저 연락한 것도 아니고. 마침 나 오늘 투자자 만나는 날이라니까, 그냥 같이 오라 한 거고. 그게 뭐 어때서.”수범은 더 이상 말싸움할 의지도 없었다.예전엔 회사 일로 뭐가 생겨도 이건은 절대 이람에게 상의하는 법이 없었다.같이 외부 미팅 나간다?그건 상상도 못 할 일.근데 요즘 이건의 행동은 딱 봐도 슬금슬금 이람에게 접근하는 중이었다.그리고 그날.이건이 하유민을 잡으러 갔던 날.이람이 말려서 이건은 입으로만 하유민을 죽였다가 살렸다.“비켜! 확 날려버린다!”이렇게 호기롭게 떠들었지만, 결국 이람 옷깃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이건이는 진짜 말만 하지, 자기 실속은 못 챙기는 타입이라니까.’수범은 유민이 술병으로 이람 머리를 내려치려던 순간을 떠올렸다.그때 이건은 고민도 안 하고 이람을 확 끌어당기고, 자기 팔로 그대로 맞았다.며칠 전에도 수범이 실수로 이건의 다친 팔을 툭 건드렸는데, 이건은 얼굴이 굳을 만큼 아파하면서도 단 한 번도 티를 낸 적이 없었다.다친 얘기도, 생색도 없음.그냥 묵묵히 버티는 스타일.그리고 이번에 이람이 회사에 엄청난 공을 세워놓고도 보상도 안 받겠다 했는데, 이건은 끝까지 자기 돈으로 챙겨주려 하고 있었다.말만 번지르르한 남자들 많은데, 이건은 그 반대였다.말은 거칠고 시큰둥해도 도리어 행동은 지나치게 성실한 남자.이건이 이를 갈며 말했다.“뭐, 너 나를 못 믿는다는 거야?”수범은 잠시 뒤에 있을 지후와의 미팅을 떠올렸다.지후가 등장하면 이건이랑 부딪칠 가능성이 높았다.그래서 일단 부드럽게 달랬다.“내가 너를 본 세월이 얼만데. 당연히 믿지, 인마.”그러고는 슬쩍 덧붙였다.“근데... 이람 누나 알게 되면 좀 속상해하겠다.”이건은 바로 비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왜 조이람 감정까지 신경 써야 하는데?’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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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이런 생각이 들자, 이건의 태도가 더 부드러워졌다.반면 이람은 순간 멈칫했다.‘스퀘어인베스트...? GJ그룹 계열 벤처캐피털 아니야?’‘고지후 집안 회사잖아. 이렇게 우연일 수 있나...?’상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이람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임한규와 악수했다.네 사람은 자리에 앉아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임한규는 강한 투자 의지를 바로 드러냈다.“전통문화 요소를 접목한 게임들은 많습니다만, 귀사 자료처럼 완성도가 높고 감각적인 경우는 드뭅니다. 영상도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수범과 이건은 놀라 서로를 바라봤다.두 사람 눈에 동시에 번뜩이는 기쁨이 스쳤다.이전까지 만났던 투자자들은 게임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깎아내리기 일쑤였고, 젊은 창업가라는 이유로 하대하기도 했다.그런데 이렇게 진심으로 인정받는 건... 두 사람에게 생각보다 큰 감동이었다.게임 얘기가 나오자 이건은 눈에 띄게 말이 많아졌다.기획 단계부터 기술적인 구현까지 말 그대로 전문가다운 어조였다.이람은 그런 이건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입만 살아 보이던 평소와는 다른, 차분하고 성숙한 모습.‘역시 일에 몰두하는 남자가 제일 매력 있어.’‘이건이 하는 말이 이렇게 잘 전달될 줄이야.’그러면서도 이람은 임한규를 계속 관찰했다.게임 관련 용어부터 시장 규모, 기술 트렌드까지 정확히 짚고 들어가는 걸 보면, 임한규는 분명 사전에 깊이 있는 리서치를 해온 사람이었다.‘진짜로 이건 회사 게임에 관심이 있어서 온 건가?’‘지후는 투자 결정을 하지만...’‘지후가 직접 이런 프로젝트 하나하나 챙길 리는 없고...’이람에게는 이미 진민서에게 받은 3,000억 원이 있었다.원하면 언제든 이건의 회사에 추가 투자하는 것도 가능했다.하지만 이건 회사가 외부의 큰 투자자의 관심을 받는 것이... 훨씬 더 좋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수범과 이건은 태어나 처음으로 투자자와 이렇게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둘 다 마음속에서 외쳤다.‘이번엔 진짜 큰 물고기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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