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은 이람이 뭐라고 대답할지... 이미 머릿속으로 몇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봤다.하지만 지금처럼 말할 줄은 몰랐다.제헌의 손끝이 잠시 멈췄고, 얼굴이 서서히 굳어졌다.‘예전의 조이람은 나한테 한없이 관대하고 착했지.’예전의 이람은 제헌이 화를 내면, 제일 먼저 사과했다.그래서 제헌은 ‘진짜로 화난 자신’이 어떤 얼굴인지, 한 번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이제야 알 것 같았다.제헌의 가슴속은 이미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불길처럼 치솟는 분노가 온몸을 뒤덮었지만, 표정은 놀라울 만큼 차분했다.마치 커다란 돌멩이가 호수 밑으로 가라앉는 것처럼 겉으로는 잔물결 하나 없이 고요했다.하지만 그 아래 물속에서는 놀란 물고기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점점 소용돌이로 변해갔다.그게 바로 제헌의 분노였다.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모든 걸 집어삼키는 분노.“조이람, 지금 그 입으로 나한테 그렇게 말하면서... 죽고 싶은 거야?”목소리는 낮고 담담했지만, 그 속에 깔린 살기는 차갑게 스며들었다.이람은 그 눈빛을 보며, 한순간 몸이 굳었다.‘이 사람 눈빛... 진짜 무섭다.’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그래봤자 뭐. 겁낸다고 달라질 건 없어.’겁을 먹고 물러서면, 그는 언제나 그걸 알아챘고, 더 짓눌렀다.이람은 입꼬리를 비틀며 냉소했다.“당신이 정말 나 죽일 생각이었으면, 벌써 했겠지.”제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조용히, 그러나 무겁게 그녀를 바라봤다.‘그래, 법치국가니까. 사람 죽이면 감옥 가니까.’이람은 스스로 속삭이듯 생각했다.‘우린 그냥 부부였을 뿐이지. 원수도, 살인자도 아니야.’그의 위협 따윈, 공허한 허세였다.이제 와서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이미 이혼했고, 이 관계는 더 나빠질 수도 없었다.‘그런데 내가 왜 더 참아야 하지?’이람은 단호하게 말했다.“당신 운전기사한테 말해. 차 세워. 강제헌, 나 이제 당신한테 용건 없어.”제헌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눈만 내리깔고, 마치 아무것도 듣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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