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171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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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매니저는 하준을 보자마자 순간 얼어붙었다.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하준의 외모에 압도되고 기세에 눌린 듯 표정이 굳어버렸다. 매니저는 허둥지둥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하준은 길고 곧은 손가락으로 얇은 명함을 집어 들더니, 흥미도 없다는 듯 쓰레기통에 툭 던져 넣었다.이람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하준은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아까부터 계속 눈을 감고 있었고... 매니저 목소리도 작았는데...’‘어떻게 다 알고 있는 거지? 이게 진짜로 잠든 건지, 아닌 건지...’이람이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비행기가 갑자기 심하게 흔들렸다.승무원이 강한 난기류를 만났으니 놀라지 말라고 안내했지만, 비행기는 계속 흔들렸고 승객들 사이에선 불안한 기색이 빠르게 번졌다. 누군가는 짧게 비명을 질렀고, 승무원들은 끊임없이 진정시키고 있었다.이람은 의자 팔걸이를 꽉 잡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온갖 끔찍한 상상을 억누르려 애썼다.그때, 누군가가 이람의 손등을 덮었다.이람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고개를 급히 돌리자, 하준의 담담한 눈빛이 마주했다.“무서워하지 마요.”말을 마친 남자의 손이, 이람의 손등을 조금 더 확실하게 감쌌다.그 터치 덕분인지 불안이 조금 가라앉았지만, 또 한 번 강하게 흔들리자 이람은 온몸을 굳힌 채 움직이지도 못했다. 목소리마저 떨렸다.“서... 서 대표님, 저 진짜 좀 무서워요... 혹시... 혹시라도...”하준은 그녀의 손을 더 세게 잡으며, 차갑게 단언했다.“아니에요.”“정... 정말 아니에요...?”공포는 이미 이람의 이성을 잠식했다. 하준의 위로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출장이라 회사에서 조 비서 보험 들어놨잖아요. 만약 죽어도, 조 비서는 보상금 많이 받아요.”이람은 숨이 멎는 줄 알았다.“대표님, 위로 못 하시면 그냥 말을 말아 주세요.”극도로 겁먹은 상태라서, 이람은 이런 말까지 할 수 있었다.하준은 불쾌해하지도, 따지지도 않았다.“아직 나 있잖아요.”“대표님이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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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다행히 공항 픽업부터 호텔 체크인까지 전부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이람은 울렁거리는 속을 억지로 달래가며 호텔에 도착했다.이람의 방은 하준 바로 옆, 로열 스위트룸이었다.로열 스위트룸은 애초에 이람이 감히 묵을 급이 아니었다. 회사에서도 당연히 일반 객실만 비용 처리가 된다.이건 분명 하준이 챙겨준 숙소였다.‘서 대표 진짜... 너무 대단하다. 멋있고, 다정하고, 배포도 크고...’감사하다는 말을 건넨 뒤, 이람은 얼른 자기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욕실로 뛰어가 그대로 속에 있는 것들을 토해냈다.다 토하고 나서야, 속을 짓누르던 메스꺼움이 겨우 가라앉았다.오늘 밤엔 일정이 아무것도 없는 자유시간이었다.A시는 유명한 관광 도시라, 조금만 힘을 내서 밖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몸이 축 늘어져 손가락 하나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옆방.하준이 방에 막 앉았을 때, A시 장씨 가문의 황태자, 장성모가 들이닥쳤다.그야말로 성대한 환영을 한다며 찾아온 모양이었다.“오랜만이다, 하준아.”장씨 가문은 정계와 재계를 오가는 거물 중의 거물, 소문난 정계의 거물과 손잡은 사업가이자 권력가 집안이다.다만 성모의 아버지는 여자를 밝히기로 유명했고, 집안에 이복형제 자매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성모가 가장 출중하여 후계자로 낙점되어 있었다.“네가 멀리서 왔다고 해서 이 몸이 직접 널 접대하러 왔다니까?”성모 뒤에는 175cm쯤 되는 모델 오나솔이 따라오고 있었다. 옷차림은 대놓고 시선을 끌 만큼 대담했다.하준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말했다.“옆에 계신 분 나가시게 해.”“이렇게까지 싫어하나? 예전엔 모임 다닐 때 여자 없는 적도 없었잖아?”성모는 아직도 M국에서의 비치 파티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해변에는 비키니보다 더 과감한 차림의 사람들이 널려 있었고, 아예 아무것도 안 입고 벌거벗은 채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그때도 하준은 아무 말 없었는데, 왜 지금은 저 난리인지 납득이 안 됐다.“처음부터 나솔 씨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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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그 사람 아니야.”하준이 낮게 잘라 말했다.“나... 결벽증 심해서 다른 사람과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는 거 싫어.”성모는 잠시 멍하더니, 전혀 믿지 않는 얼굴이었다.“어...”하준은 바로 백화점에 들러 새 옷 한 벌 사서 갈아입었다.조금 전까지 입고 있던 명품 셔츠와 자켓은 단 한 번 입었지만,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다.저녁을 먹은 뒤, 하준은 성모를 방 밖으로 쫓아내듯 내보냈다.원래는 약국에 들러 이람 약을 살 생각이었지만...‘저 여자... 그렇게 뛰어갈 정도면 멀쩡한 거겠지.’그런 생각이 들어 그냥 발걸음을 돌렸다.하지만 호텔로 돌아온 하준은 예상치 못한 장면을 마주했다.이람이 로비에서 딱 하준과 마주친 것이다.둘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이람은 아까 본 그 광경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선명했다.본인이 아는 하준과 너무 달라서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유재원 대표님 마음을 이제야 알겠네...’하준은 외모나 분위기 자체가 가까이하기 어렵고,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사람 같았다.세속적인 감정과는 거리가 먼 사람.그런 사람이 엮이는 사소한 스캔들조차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사실 평소엔 이람이 하준 관련 소문 1순위였는데, 오늘부로 그 자리는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셈이었다.물론, 이람이 이걸 유재원처럼 여기저기 떠들고 다닐 리는 없다.하준은 이람의 표정을 보자마자, 이람이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상상을 하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입술을 꾹 다물고, 설명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하지만 이람과 자기 사이에 따로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그저 옆에 늘어뜨린 손만 주먹이 되었다가 풀렸다가, 다시 움켜쥐었다.이람은 슬쩍 옆눈으로 하준을 훑어보았는데, 남자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설마... 나까지 유재원 대표님처럼 입이 가볍다고 생각하는 건가?’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둘은 각자의 방 쪽으로 걸어갔다.그리고 방 앞에 도착했을 때, 이람은 결국 용기를 내어 이 난감한 주제를 꺼냈다.“대표님.”하준이 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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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성모에게는 친누나가 하나 있다. 성모는 집안에서 둘째였고, 그 위로 유일한 동복 누나가 있었다.누나는 오랫동안 집안의 실권을 두고 다투었지만, 시댁 쪽 배경이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해 결국 이복형제간의 경쟁에서 밀려났다.장씨 가문은 아직 성모의 아버지가 공식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아니지만, 다음 후계자는 누가 봐도 성모였다.하준과 성모는 해외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비즈니스적인 관계를 빼고도, 둘은 꽤 서로 의리가 깊었다.하준은 차가워 보이지만 친구가 많았고, 결정적으로 누가 봐도 성모가 먼저 다가간 케이스였다.서하준이란 사람은 어디서든 누구든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이람이 그런 생각을 하던 순간, 성모가 나타났다.이람은 고개를 돌리다가 그대로 멈춰 섰다.A시에 도착한 첫날, 하준 방에서 나왔던 그 예쁜 여자.그 여자가 오늘은 성모 옆에서 함께 입장했다.행동도 자연스럽고, 거리도 가까워 누가 봐도 연인 사이 같았다.이람은 많이 당황스러웠다.세진은 이람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지는 걸 보고, 시선을 따라갔다.“왜요? 장성모 대표님하고 무슨 일 있으세요?”성모는 사람하고 크게 부딪힐 성격도 아니고, 괜히 시비를 거는 타입도 아니었다.게다가 하준이 있는 자리였다.하준이 이람에게 딱히 마음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 사람이라는 의식은 분명하다.성모일지라도 함부로 건드릴 리 없었다.그때 이람은 살짝 고개를 돌려 하준을 봤다.하준은 성모 옆의 여자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표정도 변함없는 무심함이었다.역시... 이람이 완전히 오해한 거였다.그 여자, 하준과 아예 상관없는 사람이었다.이람이 생각해 보면 그날 서둘러 충성을 표했을 때도 하준 표정은 더 나빠졌고, 결국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다.‘서 대표가 화 났던 이유는 딱 하나였지. 바로 내가 오해하고 실례를 했던 거지.’세진이 물었다.“도움 필요하셔서요? 서 대표님께 부탁하려고요?”이람은 당황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제가 감히 장성모 대표님 때문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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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하준은 원래 차갑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호의? 배려? 그런 건 기대도 할 수 없고, 누구에게나 차가운 얼굴만 내미는 타입이었다.이런 하준이 남을 신경 쓴다고?그건 정말...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었다.그래서 나솔 얘기를 먼저 꺼냈을 때, 성모는 꽤 의아했다.하지만 성모가 이람을 보자마자 모든 퍼즐이 맞아떨어졌다.며칠 전 이람은 나솔이 하준에게 달라붙는 걸 목격했고, 하준은 굳이 그런 사소한 걸 해명하긴 싫으니 성모에게 데리고 오라고 한 것.빙 돌아가는 방식... 하준이라면 충분히 할 만한 짓이다.그러나 성모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좋아하면 그냥 들이대면 되지, 뭐가 이렇게 복잡해?’‘비서라며? 더 쉬운 거 아니야?’‘대체 왜 어린 남자애처럼 우물쭈물해?’성모의 생각은 이미 엉뚱한 방향으로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그 와중에 이람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제가 서 대표님이 오늘 A시를 떠나는 걸로 착각해서요. 더 머무신다는 걸 몰랐습니다.”이람도 성모가 어떤 오해를 하고 있는지 바로 알아차렸다.그래서 장난칠 기회를 줘선 안 된다고 판단해, 표정 하나 안 바뀌고 거짓말을 던졌다.하준은 바로 그 얼굴을 보며 조용히 시선을 내렸다.성모는 말문이 막혔다. ‘이 이유로?’‘내가 너무 앞서갔네?’이미 이람을 본 적 있는 성모는, 이람이 꽤 마음에 들었다.성모는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했다.이람의 섬세한 이목구비, 차가운 분위기, 173cm의 늘씬한 라인... 마치 신비로운 그림 같아 첫눈에 인상 깊었다.하준이 워낙 잘생기다 보니, 옆에 붙는 사람이 어울리지 않으면 오히려 분위기를 깰 수 있는데, 이람은 그런 걱정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오히려 하준을 더 빛나게 해주는 조합.‘그래도... 표정만 보면 거짓말 같진 않은데.’성모는 더 묻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그날 이람 씨도 같이 와요.”“네.”성모는 오나솔을 데리고 다른 자리로 갔다.이 타이밍에 이람이 와서 사과하는 걸 세진이 알아차렸기 때문에 일부러 다가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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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네.”이람은 주세부의 안내를 따라 휴식을 위한 자리로 걸어갔다.전면에는 통유리창이, 뒤로는 시끌벅적한 연회장이 이어져 있어 비교적 안전한 자리였다.저기라면 괜찮다.안전하지 않았다면 이람은 절대 따라오지 않았을 것이다.“감독님, 조 비서님 오셨습니다.”진차용이 고개를 들었다.“안녕하세요, 조 비서님.”오십대 중반, 전에 비해 체구가 불었고 머리카락도 희끗희끗했다.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보면 흔하디흔한 중년 남성일 뿐이었다.“안녕하세요, 감독님.”이람은 예의를 갖춰 인사하고, 주세부는 한 발 뒤로 물러서 두 사람 뒤에 섰다.그때 진차용이 슬쩍 상의 밑단을 들춰 보였다.순간, 진차용을 보던 이람의 표정이 굳어졌다.“전 조 비서님 같은 스타일이 참 마음에 들어요. 오늘 밤 나랑... 같이 놀아볼 생각 없어요?”말을 마치자 그는 다시 옷자락을 내리며 방금 드러냈던 더러운 의도를 가렸다.‘역겨워.’이람은 단단히 움켜쥐었던 주먹을 풀었다가 다시 힘을 주며, 싸늘하게 웃었다.“진 감독님, 쉰 살 넘게 사셨으면... 적어도 상대가 뭐라 말했는지 기억은 하시겠죠? 감독님의 ‘그 물건’이... 이쑤시개 정도라는 말, 혹시 들은 적 있어요?”진차용은 태연했다.“조 비서님, 성격이 아주 마음에 드네. 나랑 일하면 한 달에 10억. 어때?”“고작 10억이요? 감독님이 10조를 주신다면... 그러면 1~2초 정도는 고민해 보고 거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서하준 대표가 조 비서님한테 더 챙겨줬다는 소리군.”“서하준 대표님을... 감독님 같은 비뚤어진 사람과 비교하지 마세요. 정말 실례니까요.”말을 끝내자마자 이람은 매서운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주세부는 난처한 표정으로 진차용을 살피며 말했다.“감독님... 이번 일은 여기서 멈추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조이람 씨는 우리 쪽 사람이 아니고, 성격도 얌전한 타입이 아니라... 그리고 서하준 대표님도 J시에서는 건드리기 어렵습니다.”그러나 진차용은 코웃음을 치며 주세부를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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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이람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벌써 눈치챈 건가?’‘아닌데... 이분도 그렇게까지 손이 빠른 사람은 아닌데.’그러나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하준의 뒤를 따라 걸었다.엘리베이터에 도착했을 때 이람이 조심스레 물었다.“대표님, 어디로 가는 건가요?”“성모가 요트 파티를 미리 잡아놨더라. 마주친 김에 같이 가자.”이람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하준은 모르고 있었다.두 사람은 내일이나 모레면 A시를 떠날 예정이었다.그러면 이 일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일도 없을 것이다....성모의 크루즈는 거대하고 화려했다.그의 넓은 인맥답게 정·재계, 연예계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최고급 술과 음식, 꾸며진 미녀들, 번쩍거리는 조명 아래 파티는 이미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고, 음악과 환호가 이어지자 크루즈는 서서히 공해로 나아갔다.지독히도 사치스럽고 현란한 밤.하준은 검은색 캐주얼 정장을 입고 있었다.하얀 피부가 더 도드라져 보였다.이람도 마침 올블랙으로 맞춰 입어 둘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분위기가 비슷했다.크루즈에 올라서자마자 들려오는 건 온갖 수군거림이었다.대부분의 중심은 당연히 진차용이었다.“그 역겨운 늙은이, 예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그간 얼마나 많은 여자를 망쳐놨는데. 이번엔 완전 폭망이지? 속이 다 시원하다!”“근데 누가 한 걸까? 진짜 용감하네.”“이 정도 여론 조작이면 대단한 사람 건드린 모양이지.”“인터넷을 이렇게 흔들어버리는 건 거의 신급인데? 나도 저런 사람 좀 섭외하고 싶다. 요즘 악플 때문에 미치겠어.”“...”그러다 누군가 하준과 이람을 보고 눈을 크게 뜨며 속삭였다.“저 사람 서하준 대표님 아냐? 와... 장난 아니다, 진짜 잘생겼다.”“그러니까. 저 체격이면... 밤을 새도 끄떡없어 보이는데?”“...”이람이 할 말을 잃었다.‘문화 차이가 이 정도라고?’이 동네 사람들은 대놓고 수위 높은 말도 아무렇지 않게 했다.이람은 슬쩍 하준을 바라봤는데,하준은 여전히 아무 표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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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성모는 오히려 이람을 다시 한번 새롭게 보게 되었다.‘역시... 서하준 옆에 붙어 다니는 사람치고 멍청한 인간이 없지.’“그래요. 이람 씨, 제가 너무 나갔네요.”성모는 더 캐물을 구멍을 찾지 못하자 결국 고개를 돌렸다.“자, 한잔하자.”잔을 부딪치려던 그때였다.바다 위에서 모터 소리가 크게 들렸다.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쾌속정이 크루즈 옆에 붙었고, 곧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뛰어 올라왔다.그 뒤를 이어 진차용이 보였다.진차용의 눈은 광기와 분노로 뒤섞여 있었다.그는 군중 속에서 이람을 발견하자마자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저년 잡아! 당장 데려와!”순간 성모의 얼굴에서 온기가 싹 사라졌다.손짓 한 번.성모의 경호원들이 재빨리 앞으로 나서서 길을 막았다.“장 대표님!”진차용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장 대표님 자리 망치러 온 게 아닙니다. 그냥 저 여자 하나만 데려가면 돼요! 여기서 물러나시면, 저도 바로 나갑니다! 근데 장 대표님이 막으시면... 저하고 한씨 가문, 진짜로 가만 안 있습니다.”성모의 웃음은 서늘했다.“진 감독님이 사람 끌고 와서 난리 치는 순간, 이미 내가 마련한 자리를 박살냈습니다. 그러고도 진 감독님이 나한테 협박해요?”그는 음산한 비웃음을 흘렸다.“우리 ‘이쑤시개 감독님’, 혹시 대가리도 이쑤시개 두께라 판단력이 없습니까? 제가 진 감독님을 보고만 있을 것 같아요?”진차용의 몸이 분노로 떨렸다. 아까 뉴스가 터졌을 때, 그는 차 안에서 난동을 부렸고 즉시 기사를 내리라고 지시했다.평소 같으면 몇 분이면 해결될 일.“시스템이 잠겼습니다. 최소 30분입니다.”그 말을 들은 순간 진차용은 미쳐버릴 뻔했다.진차용은 평생 온갖 더러운 일을 해왔지만, 이런 굴욕은 처음이었다.그래서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이람이었다.하지만 이람이 혼자서 이런 일을 할 능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분명히 이람 뒤의 서하준이 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차용은 서하준을 건드릴 수 없다.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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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진차용의 얼굴 근육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하준이 이람을 지키기 위해 총을 쏜 순간, 진차용은 A시 언론에 터진 기사 역시 하준의 짓임을 확신했다.원래는 이람을 끌고 가 일단 손가락 하나만 부러뜨리고, 그 다음엔 천천히 고통을 맛보게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하준의 미래 아내가 될 여자에게 손대는 건 불가능했다.즉, 진차용은 이날의 더러운 기분을 어디에도 풀 수 없게 된 것이다.오랫동안 이 바닥에서 날고뛰던 그였다.그런데 오늘 진차용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건 고작 A시도 아닌 타지에서 온 젊은 여자.그 사실이 진차용을 미치게 했다.피라도 토할 지경이었다.그때 하준이 싸늘한 표정으로 성모를 향해 턱을 들었다.손에 든 총을 던지듯 넘기며 말했다.“네가 알아서 처리해.”성모는 총을 받아 들고 잠시 입술을 굳혔다.기분이 끔찍하게 나빠 보였다.하준은 오늘 성모가 직접 초대한 귀한 손님.성모는 하준이 머무는 동안, 하준과 이람을 완벽하게 보호하는 것이 예의이자 의무였다.그런데 그 자리에서 하준과 이람에게로 총구가 향했다.하준이 지금은 아무 말 없었지만, 얼굴이 그렇게 어두운 걸로 봐선 이 일을 여기서 끝낼 수 없다는 건 명백했다.총 두 발 맞는 걸로 끝날 일도 아니고, 완전히 밟아야 정리가 될 문제.A시는 성모의 구역.해결하는 건 성모의 몫이었다.성모가 장씨 가문의 후계자로 인정받는 이유는 단순한 머리 때문이 아니다.하준은 성모에게 가장 큰 지원군이었고, 그렇지 않다면 성모는 자신보다 더 잔인한 누나를 절대 이길 수 없었다.그러니 진차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다.성모는 차갑게 웃었다.“이쑤시개 감독님, 감독님이 내 기분 다 망쳐놨네. 기다리세요.”그는 손을 대충 털듯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전부 묶어서 끌어내.”장씨 가문 경호원들이 움직였다.진차용과 그의 일행은 꼼짝없이 제압됐다.곧바로 쾌속정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졌다.그리고 성모는 다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파티는 계속해. 방금 있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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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알겠습니다.”이람이 조용히 말했다.“앉아요.”하준이 다시 한번 말하자, 그제야 이람은 맞은편 소파에 조심스럽게 앉았다.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들었다.“대표님, 만약 장성모 대표님이 오늘 요트 파티를 안 열었다면... 그래도 장성모 대표님을 찾아가셨을 겁니까?”하준은 이람을 짧게 바라보고 단호하게 말했다.“그랬겠죠.”‘진짜 장 대표를 아주 대놓고 도구로 쓰네.’이람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대표님 때문에 장성모 대표님이 곤란해지셨는데... 혹시 나중에 대표님과 사이가 틀어지진 않을까요?”하준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니요. 안 틀어져요.”이람은 그것을 두 사람의 관계가 그만큼 견고하다는 뜻으로 이해했다.그리고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배는 공해로 나간 뒤로 계속 잔잔하게 흔들렸다.새벽이 가까워지고, 방금 전의 총성과 소동은 이미 파티장 밖에서 잊힌 분위기였다.밖은 여전히 음악과 사람들의 소음으로 어수선한데, 휴게실 내부는 과하게 고요했다.하준은 나갈 기미가 없었고, 이람도 그 옆에서 조용히 시간을 견뎠다.그리고 조금 전까지 파도처럼 밀려오던 생각들을 정리하며 문득 자신이 간과했던 사실을 떠올렸다.하준이 진차용에게 말한 ‘안 될 것도 없다’는 그 말. 그 말은 그건 ‘적어도 아내는 되어야 한다’라는 진차용의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그 대답은 이람이 생각해도 너무 흔한 말투가 아니었다.‘서 대표가 나를 너무 지켜.’‘그냥 비서를 보호하는 것 치곤, 조금 과한데...’이람이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하준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리고 그녀가 깨달았을 때는 이미 손목이 강하게 하준에게 잡혀 있었다.“대표님...?”이람이 놀라 고개를 들자,하준이 갑작스럽게 몸을 기울여 압박해 들어왔다.등 뒤에 소파가 없었다면 이람이 그대로 넘어가고 말았을 것이다.두 사람의 거리... 한 뼘도 채 안 되는 가까움.당황에 가까운 숨이 튀어나왔다.“대표님,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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