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와.]제헌의 목소리가 차갑게 떨어지자, 이람은 바로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침대에서 내려왔다.급히 걸어가 통창 옆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당신 지금 A시에 온 거야?”제헌은 비웃듯 말했다.[그래. 결혼기념일인데, 내 아내랑 같이 있어야지.]“아, 오늘이 우리가 결혼한 날이었지? 당신이 그걸 다 기억하고 있었네?”이람의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조소가 묻어 있었다.제헌의 심장 한가운데서 화가 들끓었다.[당신은 기억도 안 나? 그날만 기다린다고 했던 사람이 누구였는데...]“응. 딱 4주 지났더라.”순간 제헌은 이해하지 못했다.[무슨 4주?]바로 그때, 이람은 지난 한 달 동안 제헌이 왜 단 한 번도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았는지 깨달았다.‘이 사람, 이혼 얘기는 처음부터 마음에 담지도 않았네.’‘또 예전처럼 내가 알아서 달래고 참을 줄 알았던 거고.’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이람은 이를 악물었다.“28일 지났어. 남은 이틀까지 합치면 다음 주 월요일이 딱 4주.”제헌은 그 말을 따라가다가, 순식간에 그 ‘4주’의 의미를 깨달았다.핸드폰을 쥔 손이 ‘철컥’ 소리가 날 만큼 세게 굳어졌다.제헌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자, 로비에 있던 사람들도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었다.“가정법원 가자. 마지막 절차 밟아.”이람은 차갑게, 또박또박 말했다.“그날... 당신 꼭 와.”전화를 끊는 소리가 날카롭게 방 안에 울렸다....새벽부터 찾아와 기분을 망친 제헌의 전화 때문에 이람은 헛웃음이 나올 만큼 화가 치밀었다.잠시 자리에 멈춰 서서 마음을 다잡은 뒤 씻고 옷을 갈아입고, 호텔에 조식을 부탁했다.잠시 후, 초인종이 울리고 문이 열렸는데, 들어온 건 호텔 직원이 아니라 제헌이었다.제헌은 편한 옷차림이었지만, 제대로 쉬지 못한 티가 얼굴에 드러났다.창백한 얼굴, 눈 밑의 푸른 그늘.그리고 한층 더 깊어진 음울함과 살기.그건 곧 위험을 의미했다.그는 방문을 뒤로 잡아당겨 ‘쾅’ 하고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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