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181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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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하준의 표정이 눈에 띄게 차갑게 식어 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옅게 상기되어 있던 얼굴이... 눈에 스친 냉기가 드러나는 순간 완전히 평소의 빛을 되찾았다.하지만 이람이 이해 못 하는 무언가... 냉정함 이외의, 복잡하고 심지어 위험해 보일 정도의 감정이... 하준의 눈 속에서 뒤엉켜 있었다.이람은 울리는 벨 소리를 끄려고 했지만, 하준은 허락하지 않았다.벨 소리는 계속 울려 대며 이람과 제헌의 과거를 들춰내고 있었다.그와 동시에 하준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손에 잡히지 않고, 실체도 모호하며, 확신도 없는 미래를.그런데도 하준은 말했다.“나는... 조 비서가 이혼할 때까지 기다릴 겁니다.”...세진은 하준에게서 연락받고 쾌속정을 몰아 이람과 하준을 데리러 왔다.크루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세진은 이미 전부 알고 있었다.호텔로 돌아온 뒤, 세진은 하준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이람을 찾아왔다.이람은 뭔가 말을 하러 온 줄 알았지만, 세진은 그냥 떠들러 왔을 뿐이었다.“이람 씨도 느꼈죠? 우리 서 대표님... 진짜 사람 챙기는 데는 도가 텄어요.”“네, 알겠더라고요.”세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유재원 대표님이 여기 있었으면, 서 대표님이 이람 씨 데려가서 결혼하겠다고 했을걸요.”이람도 어이없어졌다.“유 대표님이라면 그럴 만하죠.”세진은 잠깐 이람을 보더니 못 참고 말했다.“이람 씨도 은근히 대단해요. 저 같으면요, 만약 어떤 여자가 나한테 그렇게까지 잘해 준다?그러면 감동해서 괜히 마음 설레고, 별생각 다 하고, 정신 못 차렸을 텐데...”“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서 대표님은 여자한테 관심이 없어요.”하준이 이람을 감싸며 했던 말은 확실히 좀... 묘했다.하지만 그때는 진차용이 노골적으로 자극하던 상황이었고, 하준이 말이 이어지도록 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휴게실에서 했던 말 역시 하준은 약에 취해 머리가 평소만큼 냉정하지 않았던 상태였다.‘이혼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라는 말도 제헌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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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내려와.]제헌의 목소리가 차갑게 떨어지자, 이람은 바로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침대에서 내려왔다.급히 걸어가 통창 옆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당신 지금 A시에 온 거야?”제헌은 비웃듯 말했다.[그래. 결혼기념일인데, 내 아내랑 같이 있어야지.]“아, 오늘이 우리가 결혼한 날이었지? 당신이 그걸 다 기억하고 있었네?”이람의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조소가 묻어 있었다.제헌의 심장 한가운데서 화가 들끓었다.[당신은 기억도 안 나? 그날만 기다린다고 했던 사람이 누구였는데...]“응. 딱 4주 지났더라.”순간 제헌은 이해하지 못했다.[무슨 4주?]바로 그때, 이람은 지난 한 달 동안 제헌이 왜 단 한 번도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았는지 깨달았다.‘이 사람, 이혼 얘기는 처음부터 마음에 담지도 않았네.’‘또 예전처럼 내가 알아서 달래고 참을 줄 알았던 거고.’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이람은 이를 악물었다.“28일 지났어. 남은 이틀까지 합치면 다음 주 월요일이 딱 4주.”제헌은 그 말을 따라가다가, 순식간에 그 ‘4주’의 의미를 깨달았다.핸드폰을 쥔 손이 ‘철컥’ 소리가 날 만큼 세게 굳어졌다.제헌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자, 로비에 있던 사람들도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었다.“가정법원 가자. 마지막 절차 밟아.”이람은 차갑게, 또박또박 말했다.“그날... 당신 꼭 와.”전화를 끊는 소리가 날카롭게 방 안에 울렸다....새벽부터 찾아와 기분을 망친 제헌의 전화 때문에 이람은 헛웃음이 나올 만큼 화가 치밀었다.잠시 자리에 멈춰 서서 마음을 다잡은 뒤 씻고 옷을 갈아입고, 호텔에 조식을 부탁했다.잠시 후, 초인종이 울리고 문이 열렸는데, 들어온 건 호텔 직원이 아니라 제헌이었다.제헌은 편한 옷차림이었지만, 제대로 쉬지 못한 티가 얼굴에 드러났다.창백한 얼굴, 눈 밑의 푸른 그늘.그리고 한층 더 깊어진 음울함과 살기.그건 곧 위험을 의미했다.그는 방문을 뒤로 잡아당겨 ‘쾅’ 하고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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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제헌은 바보가 아니었다.이람이 내뱉는 말 한 줄 한 줄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다만 과거의 제헌은 이람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래서 기억하지 못했다.이람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어쩌면 제헌은 들은 적도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관심이 없으니 마음에 남았을 리 없었다.듣고 흘려보내면, 그걸로 끝이었다.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똑같이 무시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그게 안 된다.이람이 완전히, 철저하게... 제헌을 분노의 바닥까지 끌고 갔기 때문이었다.‘이 감정... 도저히 피할 수가 없어.’‘이건 진짜다.’극한까지 몰릴 때, 제헌의 분노는 오히려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들끓는 마음과 달리 겉으로는 감정 한 올 내보이지 않았다.그 상태로 이람의 싸늘한 시선을 받은 채 천천히 다이닝룸 쪽으로 걸어가 의자를 당겨 앉았다.이람은 제헌이 미쳤다고 느꼈다.“나가.”제헌은 손을 식탁 위에 올린 채, 눈빛만으로 공간을 얼릴 듯 음울했다.이람이 아무리 분명하게 말해도 제헌은 모든 원인을 하준에게 끌어다 붙이고 있었다.“어젯밤 일... 다 알았어.”“그래서?”제헌은 코웃음을 쳤다.“그래서 당신은 서하준 좋아하지? 그 사람이 당신 구했잖아. 안 설레?”이람은 그 눈빛에서 집착을 봤다.제헌은 다시 물었다.한쪽 눈썹을 치켜올린 채로.“당신, 서하준 침대 위로 기어들어 가고 싶어서 안달 난 거 아냐?”그러더니 방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로열 스위트룸이네. 당신 같은 사람, 서하준의 일개 비서 주제에 출장을 와서 이런 데 묵을 자격 있어?”이람은 그 질문을 그대로 들으며 제헌의 눈 속에 서린 멸시까지 보면서 문득 너무 어이가 없었다.피식 웃음이 나왔다.“강제헌, 당신 지금... 그렇게까지 내가 당신처럼 바람이라도 피우길 바라는 거야? 남자들이란 다 이런 식이야? 다들 혹시... ‘그런 취향’ 있는 거야?”제헌의 얼굴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진짜 원하면 해줄 수도 있어. 그러니까... 당신,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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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만약 한 달 전이었다면, 지금 제헌이 내뱉는 이 절연 같은 말들에 이람은 분명 크게 상처받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이람은 그때와는 전혀 달랐다.이람의 머릿속에는 지난 3년 동안 자신을 잠식했던 정신적 폭력, 습관처럼 던져진 무시와 냉담, 자기 생각조차 고려하지 않던 태도, 그리고 마치 투명 인간 취급했던 그 무관심이 차갑게 떠올랐다.‘이 사람은 원래 이런 인간이었지.’‘내가 사랑했기 때문에 봐주고 견뎠던 거고.’이제 사랑하지 않으니 제헌의 말은 효과를 잃었다.그저 똑같이 한 인간의 민낯이 드러났을 뿐이다.그래서 이람의 눈빛은 제헌보다 더 냉정하고, 더 절연에 가까웠다.“입으로는 나 사랑하지 않는다며. 근데 난 당신이랑 이혼해서 완전히 선 긋겠다는데, 결혼기념일은 꼭 같이 보내자고? 강제헌, 당신... 정신분열 아니야?”제헌은 그 눈을 다시 보았다.한때 자신을 바라보며 가득 담아냈던 사랑의 잔재가 지금은 어디에도 없었다.그 차가움이 이람의 본래 성향이라는 걸... 제헌은 그제야 깨달았다.이람은 원래 차갑고 담담한 사람이었다.그런 사람이 자신에게만은 드물게 마음을 내어준 것이었다.하지만 그 단 한 번의 기적 같은 감정이 사라지자, 지금 보이는 이람의 모습은 처음부터 ‘있는 그대로의 이람’이었다.그리고 이 낯섦은 단순히 공격적인 태도 때문이 아니었다.이 순간의 이람은 분노나 소란이 아닌, 진짜 순수한 혐오로 제헌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래서 더욱 낯설었다.처음 보는 사람 같았다.제헌은 처음으로 이람의 눈에서 자신을 향한 역겨움과 단절의 감정을 명확하게 읽었다.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제헌의 시선은 이람의 얼굴, 몸, 다시 눈으로 옮겨갔다.그리고 입을 열었다.“당신이 결혼기념일을 너무 미화하는 거야. 기념일이라고 꼭 좋은 날이어야 한다는 규칙은 없잖아.”“오히려 딱 반대로 우리가 지난 3년 동안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그걸 기념하면서 끝내는 날로 만들 수도 있지... 완전히 정리하고, 헤어지는 날.”이람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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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공항에서 돌아온 그날 이후, 이람의 마음은 완전히 달라졌다.그전까지만 해도 제헌 앞에 서기만 하면 몸이 굳어버리고, 숨이 턱 막혀 오고, ‘이 사람을 나 혼자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계속 따라붙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마음속 깊이 알 수 없는 단단한 힘이 차올랐다.‘이 사람 앞에서도 난 무너지지 않아.’그 확신이 자리잡자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제헌이 아무리 소리치고, 억지를 부리고, 쓸데없는 위협을 늘어놔도, 그건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다.오히려 우스웠다.겉만 번지르르한 종이호랑이.비록 제헌에게는 감히 넘볼 수 없는 힘이 있었다.돈도, 인맥도, 사회적 지위도.하지만 이람의 마음이 단단해지고 나니 그 힘도 전처럼 그렇게 무섭게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주도권을 먼저 손에 쥘 수 있었다.그래서 이람은 무심하게 비웃었다.“강제헌, 진짜로 이혼할지 말지 결정권이 당신한테 있다고 생각해?”제헌의 눈썹이 꿈틀했다.“뭔 소리야?”“말 그대로야. 당신의 협박은 나한테 아무 의미 없어. 난 이제 당신 안 무서워.”이람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가라앉았다.“그리고 당신이 새벽부터 비행기 타고 A시까지 와서 굳이 결혼기념일을 같이 보내자고 했지? 그거... 당신이 원한다면 해 줄게.”제헌의 눈이 좁아졌다.“그렇다면 나랑 지금...”“하지만 결혼기념일을 어떻게 보낼지, 그건 당신이 아니라 내가 결정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고, 당신은 그걸 맞춰 주는 역할만 하면 돼.”그건 지난 3년 동안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말이었다.바랐던 적은 있어도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말.이제야 할 수 있게 된 말.자신을 먼저 챙길 수 있게 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제헌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져 갔다.“만약 그게 싫으면 선택지는 하나야. 지금 여기서 나가.”이람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예리했다.“우리 결혼은 이미 끝났어. 이제 나는 당신한테 맞춰야 할 의무도 없고, 내 결정을 당신이 함부로 뒤집을 권리도 없어.”그리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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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이람은 성모를 천천히 살폈다.성모는 겉으로 보기엔 가벼운 농담을 던진 것 같지만, 실은 하준에게 힘을 실어주는 말이었다.그 이유는 단 하나... 제헌 때문이었다.성모 눈에는 이람이 하준의 비서이자 하준이 유별나게 챙기는 사람으로 보였다.그러니 자연스레 두 사람 사이를 다르게 보게 되었고, 그런 상황에서 제헌이 옆에 서 있는 걸... 좋게 볼 이유가 없었다.더구나 성모는 제헌의 바닥까지 알고 있는 사람이었으니, 친구인 하준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이람 편에 섰다.이람은 그런 성모의 행동을 싫어한다고도, 좋다고도 할 수 없었다.그저... 거리감이 느껴질 뿐이었다.그때, 차갑게 가라앉은 제헌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여보, 어젯밤에 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야?”“당신이 알 필요 없어.”성모가 부드럽게 나섰다.“이람 씨가 말하기 싫다는데, 저도 굳이 말씀드릴 생각은 없어요. 강 대표님, 이람 씨 곤란하게 하지 마세요. 그러다 이람 씨 상사의 기분이 좋지는 않을 테니까요.”제헌은 싸늘한 시선으로 성모를 쳐다봤다.“괜히 끼어들지 마십시오.”“이람 씨는 제게 아주 귀한 손님이에요. 이건 끼어드는 게 아니라 당연한 말이죠.”성모는 상냥하게 웃었지만, 그 속뜻은 명확했다.이람은 그 순간 직감했다.제헌이 ‘부부’라는 말을 꺼낼 것이라는 걸.그렇다면 차라리 본인이 먼저 정리하는 게 낫다.“장 대표님, 강제헌 씨는 제 전남편이에요.”제헌이 하려던 말은 목구멍에서 걸려 나올 수 없었다.그저 음울하게 이람만 바라볼 뿐이었다.‘전남편...’그 세 글자가 제헌의 고막을 깊게 긁어냈다.성모는 잠시 멍해졌다.옆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나솔이 입을 틀어막으며 소리쳤다.“헉... 조 비서님, 이렇게 젊으신데 결혼까지 하셨었어요?”“어릴 때 철이 없어서요.”나솔은 제헌을 한 번 훑어보았다.잘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외모, 분위기, 입고 있는 맞춤 정장까지... 아무리 봐도 평범한 남자가 아니었다.‘저런 사람한테 마음 줬다가 다친 거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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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만약 제헌이 이걸 눈치챘다면, 일부러 더 가까이 다가와 이람을 자극했을 것이다.예전의 그 버릇대로 상대방이 싫다는 걸 알면 더 덤벼드는 식으로.하지만 지금의 제헌은 이미 이람의 인생에서 완전히 넘어간 한 페이지였다.있든 없든... 더는 마음을 흔들 수 없는 존재.진짜 ‘무관심’이란 그 사람의 그림자조차 감정 하나 건드리지 못할 때를 말한다.“당신 정말로 나랑 하루 종일 있을 거야?”이람은 차갑게 물었다.“기념일은... 하루 종일이잖아.”이람은 헛웃음을 흘렸다.“뭘 기념하자고?”제헌도 비슷한 웃음을 지었다.목소리는 비아냥으로 가득했다.“과거에...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아, 그래서 결국 떠올리고 싶은 건 내 좋은 점이었네?”이람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강제헌, 그럼 나는 기념해야겠다. 당신이 그동안 얼마나 뻔뻔하고, 얼마나 잔인하고, 얼마나 사람 마음을 좀먹었는지...”“그래서 앞으로 내 인생에서 당신을 떠올릴 때, 역겨움밖에 남지 않게 한 당신 그 모습을.”제헌은 이람을 사랑한 적이 없었다.그래서 이람이 이혼을 선언한다 한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하지만 이람의 이런 말투, 이런 냉담함, 이런 무시... 그건 듣고 싶지 않았다.“조이람, 말 가려서 해.”이람은 두 팔을 가슴 앞에서 엇갈리게 하여 아예 장벽을 만들어버렸다.“당신한테 가달라고 했잖아? 당신이 내 말 무시하고 따라붙는 거고. 결혼기념일이니 뭐니... 그딴 소리 하고 싶은 건 당신이지 나는 아니거든?”“지금도 똑같아. 당신이 내 상태를 못 받아들이겠으면 나가. 그리고 기억해. 이제 당신은 나한테 아무것도 바꿔놓을 수 없어.”이람의 시선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그리고, 당신이 예전에 나한테 했던 냉정한 짓들 생각하면... 지금 내가 하는 말은 말도 안 되게 부드러운 편이야. 이 정도도 못 견디겠으면... 그냥 죽어.”말끝이 떨어지자 공기마저 얼어붙었다.“당신에게는 선택지가 있어. 계속 이렇게 스스로 비참한 길을 택할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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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하준은 이람의 눈을 잠시 바라보았다.그러나 대답 대신, 시선을 이람의 어깨너머에 멀찍이 앉아 있는 제헌을 보았다.그 한 번의 시선... 서늘하다는 말로는 모자랐다.마치 자기 영역을 침범한 포식자를 경계하는 짐승이 ‘건드리면 죽는다’라는 본능적인 경고였다.단 2초 남짓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살기가 뼛속 깊이 스며들었다.그리고 곧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표정을 정리한 하준이 다시 이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눈빛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하준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요하고, 차갑고, 단정했다.“H시로 돌아가려고요.”이람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잠시 고민했지만, 이제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하준은 로비의 소파에 앉아 이람이 짐을 챙길 때까지 묵묵히 기다렸다.아까 그 단 한 번의 ‘그 눈빛’을 제외하면, 제헌에게는 단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제헌 역시 자리에서 떠나지 않았다.그저 식당 자리에 그대로 앉아 얼음보다 더 차갑게 식어버린 얼굴로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하준과 제헌.두 사람 주위로는 호텔 투숙객들이 알아서 멀찍이 돌아서 갔다.그 근처 공기가 팽팽하게 긴장됐다.성모는 하준을 보고, 제헌을 보고, 다시 하준을 보고... 한참을 왔다 갔다 하며 눈치를 봤다.‘아오... 미친, 분위기 왜 이렇게 살벌해...’성모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하준에게 가까이 가서 괜히 묻는 순간, 진짜로 큰일 난다.결국 성모는 슬쩍 세진 쪽으로 피해 왔고, 목소리를 최대한 낮춰서 속삭였다.“저 둘... 원래 이렇게 붙으면 살벌해?”세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그럼 왜 저래?”“두 분이 자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습니다.”“그럼 오늘 이 난리는... 설마 이람 씨 때문?”“그건 아닙니다.”세진은 침착하게 이어 말했다.“대표님은 조 비서님께 감정 같은 건 없습니다. 그냥... 강제헌 씨가 혹시라도 조 비서님께 무슨 해를 입힐까 봐 그러시는 겁니다.”“조 비서님은 SY그룹 직원이고, 대표님은 원래 자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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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성모가 세진과 얘기를 마치고 고개를 들었을 때, 하준이 성모 쪽을 스치듯 한 번 봤다.그 짧은 눈빛이 차갑다 못해 서늘해서 성모는 등골이 오싹해졌다.‘설마 내 말을 들은 건 아니겠지?’‘아니, 이람 씨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좀 들으면 어때.’‘하준이는 그냥 소유욕이 더럽게 강한 거지.’‘예쁜 비서도 남이 넘보는 꼴은 못 보나.’시간이 흐르고, 이람이 짐을 끌고 로비로 내려왔다.멀리서 제헌을 한 번 바라본다.딱 그 순간, 마치 눈길을 느낀 듯 제헌도 고개를 들어 냉랭하게 시선을 마주했다.그렇게 둘의 결혼 3주년 기념일은 끝났다.이람은 차가운 눈빛을 바로 거두고, 하준에게로 걸음을 옮겼다.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가볍게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A시에서 H시로 돌아가는 길, 당연히 하준의 전용기였다.제헌은 이람과 하준의 뒷모습이 멀어지는 걸 지켜보며 턱선을 잔뜩 강하게 조였다.그리고 눈빛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조금 전까지 제헌은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방금 하준이 자신에게 보낸 그 눈빛의 의미.하준은 어릴 때부터 강씨 가문의 사람들을 사람 취급도 안 했다.강씨 가문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만으로 자기를 포함한 모두를 무시했다.어린 시절, 제헌은 만나기만 하면 하준에게 ‘강씨 가문의 사생아’라며 독설을 퍼부었다.근데 하준은 단 한 번도 그 일을 고자질하지 않았다.그 ‘개성’ 탓에 더 미웠다.무엇보다 하준은 늘 무관심했다.제헌이 아무리 악의적으로 욕을 해도 하준은 단 한 번도 ‘정면으로’ 제헌을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아까 하준이 처음으로 자신을 보고, 그렇게 싸늘하게 노려봤다.그 눈빛 하나로 제헌은 전부 깨달았다.하준은 무관심한 게 아니었다.같은 방식으로 제헌을 악의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던 것뿐이었다.그리고 이람의 모든 변화가 더 명확하게 설명되기 시작했다.이람은 제헌의 아내였고, 동시에 하준의 비서.하준이 이걸 이용해 제헌을 조롱하고, 이람을 쥐락펴락했을 가능성.그게 제헌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하나의 ‘진실’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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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하준이 다시 물었다.“둘이... 같이 얘기해서 정한 거예요?”이람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아니에요? 그런데 같이 아침 먹었죠. 조 비서, 정말 아니에요?”이람은 하준이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걸 단번에 느꼈다.“저, 강제헌이랑 월요일에 가정법원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날부턴 공식적으로 이혼할 수 있어요. 그래서... 월요일에 휴가 좀 써야 합니다.”하준의 표정이 아주 조금 풀렸다.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어둡고 무거웠다.그 눈빛에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이람은 급히 말을 이었다.“대표님께 약속드립니다. 저... 다시는 돌아가지 않아요. 평생이요!”스스로도 왜 또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는 이람도 알 수 없었다. 이미 여러 번 말한 건데... 지금 이자리에서 또다시 다짐하게 되는 건, 아마도 지금 하준이 풍기는 그 압박감 때문일 것이다.‘A시에서 그렇게 챙겨준 사람에게... 내가 굳이 또 오해를 살 이유가 없지.’하준이 제헌 때문에 화가 난 거라면, 오해를 풀어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였다.“대표님, 혹시 강제헌 때문에 기분 안 좋으신 겁니까? 그 사람이 대표님 얘긴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저는 두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요. 말해주실 수 있습니까? 왜 그렇게 싫어하시는 건지...”하준의 표정에 잠깐 스친 과거의 그림자.그는 입술이 천천히 굳어졌다.“강제헌을 싫어하는 데... 이유가 필요해요?”“아... 그러니까 대표님은 그냥, 강제헌만 보면 기분이 나빠지시는 거군요.”‘그 이유가 나만 아니면 돼!’하준은 대답하지 않았다.“저도 대표님이랑 똑같아요. 그 인간만 보면 숨 막히고 역겨워요. 호텔에서도 한바탕 퍼부었어요.”하준의 눈썹이 미묘하게 꿈틀했다.“쫓아내지도 않고? 조 비서는 그놈 앞에서 화낼 여유가 있었어요?”이람의 어깨가 순간 움찔했다.“화를 내야 속이 풀리더라고요.”“그럼 예전엔 그놈한테 화도 못 냈어요?”그 말에 이람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하준의 얼굴빛은 더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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