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01 - チャプター 210

498 チャプター

제201화

제헌은 시선을 거두고 앞만 바라본 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이람이 액셀을 깊게 밟자, 차가 다시 앞으로 훅 치고 나갔다.제헌은 예전에 이람이 운전하는 차를 몇 번 타 본 적이 있었다.이람의 운전은 늘 안정적이었다. 조수석에 타고 있으면 묘하게 마음이 놓이고, ‘저 사람이 사고 낼 일은 없겠다’ 싶은 믿음까지 생기는 그런 운전이었다.그런데 오늘 이람의 운전은 달랐다. 빠르고, 급하고, 앞에 틈만 보이면 그대로 파고들며 치고 나갔다.제헌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좀 천천히 가!”하지만 이람은 제헌의 말 따윈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제헌의 시선이 이람의 옆얼굴에 박혔다.하지만 곧 이람이 핸들을 다루는 능숙한 손놀림에 다시 눈을 빼앗겼다.공항에서 차를 강제로 세웠던 그때도 그랬다.이람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수준의 컨트롤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이람이 차를 이렇게 몰 수 있는 성격이라면...‘부드럽기는커녕, 완전히 반대일 수도 있겠네.’제헌은 잠깐 멍해졌다.하필 이혼하는 날, 이런 순간에 이람의 진짜 면을 깨닫게 될 줄이야...이람의 성격은 사실 단단하고 날카로운 사람인데, 제헌 앞에서만 부드러웠을 뿐이다.“운전은 언제 배운 거야?”이람이 짧게 대답했다.“성인 되고.”“운전 잘하네. 왜 나한텐 말 안 했어?”그 말에 이람은 헛웃음만 올라오는 듯했다.심지어 고개까지 돌려 제헌을 보는 얼굴엔,‘대체 그런 질문을 왜 하나’ 싶은 냉담한 비웃음이 그대로 서려 있었다.그래도 속도를 조금씩 줄였다.창밖의 풍경도 다시 예전처럼 차분히 흘러갔다.이람은 다시 평소대로 급하지 않게 속도를 조절한 뒤, 제헌에게 말했다.“당신이 그걸 물을 자격이 있어? 당신도 알잖아, 내가 당신한테 어떻게 했는지. 당신이 나한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으면, 내가 운전은 배웠는지, 운전을 어떻게 하는지... 내가 말 안 했을 것 같아?”제헌은 이람 말 속에 담긴 앙금과 서늘한 감정을 바로 알아챘다.그 말을 들은 제헌은 할 말이 없었다.그렇다.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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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제헌은 긴 회상에서 겨우 빠져나오듯 정신을 차렸다.이람이 그날 일을 꺼내지 않았다면, 제헌은 정말로 잊고 살았을 것이다.정확히 말하면, 전혀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그날 제헌의 기분은 이미 바닥이었다.정확히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어차피 제헌에게 기분 좋은 날은 드물었고, 그에게는 그저 쇠털같이 많은 날 중 하루였을 뿐이다.그래서 크루즈를 몰고 바다로 나갔다. 바람이라도 쐬어야 할 것 같았다.초반엔 시원한 바람 맞으며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그때 물속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보였다.제헌이 기억하기로, 이람은 하얀 옷을 입고 있었고, 물속에서 필사적으로 팔을 저어 허우적대고 있었다.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지만, 이미 팔다리에 힘이 풀려 절망에 가까운 몸짓이었다.제헌은 생각할 틈도 없이 그대로 바다에 뛰어들었다.이람을 끌어올렸을 땐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제헌은 곧장 응급처치했다.여자가 눈을 뜨는 순간, 차갑고 투명한 눈이 제헌을 바라봤다. 얼음같이 차갑던 그 시선이 곧 서서히 녹아들었다.그때 제헌은 생각했다.‘내가 건져 올린 이 여자의 눈 속에... 달이 있는 것 같아.’한 줄기 달빛이 바람을 몰고 와, 제헌의 그늘진 마음을 훅 날려버린 것만 같았다.그 후 제헌은 이람을 병원까지 데려갔다.사람의 생명을 구한 날이었으니, 그날은 드물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그럼 뭐 어떡하겠어. 내가 그런 쓰레기는 아니거든. 죽어가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제헌은 비웃듯 말했다.“당신, 그거 하나 때문에 나를 좋아하게 된 거야?”이람은 제헌이 자신의 감정을 얼마나 깔보는지 알고 있었다.그래도 부정하지 않았다.“응. 난 당신한테 첫눈에 반했어.”제헌은 대답을 잃었다.“전에 말한 적도 있었는데? 당신 또 잊었지?”이람의 입에서 실소가 나왔다.제헌은 이람이 했던 말들을 단 한 번도 마음에 담아둔 적이 없었다.그러나 어차피 옛날이야기까지 꺼낸 김에, 제헌도 이상하게 태도를 흐리지 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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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그때 이람은 차 밖에 서서 싸늘한 얼굴로 제헌을 바라보고 있었다.제헌의 기억 속 이람의 눈에는 언제나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눈물이 맺혀 있었다.차에서 내린 뒤에도 이람은 끝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조이람... 보통내기가 아니었구나.’이람은 바로 공항으로 돌아가는 택시를 막아 세웠다.등을 돌리는 순간, 눈물 한 방울이 이람의 볼에서 흘러내려, 바닥에 조용히 떨어졌을 것이다.제헌은 어쩌다 보니 그 모습을 떠올렸다.그리고 갑자기 입을 열었다.“당신... 나 때문에 울어본 적 있어?”그 말과 함께 이순심이 이람을 붙잡고 흐느끼던 모습이 같이 떠올랐다.이람은 왜 제헌이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던지는지 알 수 없었다.‘울었냐고?’당연히 울었다.수없이 울었다.하지만 그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가 이람은 싸늘하게 비웃었다.“없어.”제헌의 가슴에서 불꽃이 확 튀었다.평소처럼 눌러보려 했지만, 이번에는 전혀 눌러지지 않았다.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올라왔고, 제헌은 이람을 노려봤다.“당신 나 사랑한다며. 근데 울기라도 했어? 오늘 이혼하러 와서도 눈 하나 안 빨개지더라. 그게 사랑이야?”대기석에는 이혼을 기다리는 다른 부부들도 있었다.여자들은 울고, 남자들은 여자들의 눈물을 애써 외면하고, 뒤엉킨 감정이 가득한 곳.그런데 이람만은 당장이라도 떨어져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이람도 결국 폭발했다.“내가 왜 당신 때문에 울어야 해? 내가 울면 당신이 아주 속이 시원해? 내가 당신 없이 못 살 거 같으면 좋아? 내가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이람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강제헌, 당신 지난 3년 동안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생각은 해봤어? 하유리 돌아온 뒤엔 또 어떻게 굴었는지도 생각해.”“내가 당신 코앞에서 당신한테 가스라이팅한다고 소리치지도 않았고, 자기 여자를 지킬 줄도 모르는 남자라고 욕도 안 했어. 그 정도로 체면 지켜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줄 알아야지.”“그런데 지금 와서 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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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직원은 제헌과 이람 사이에 감정 따윈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몇 초 지나지도 않아 이렇게 살벌하게 맞붙을 줄은 몰랐다.둘의 기세는 주변까지 압도했고, 뒤에서 줄 서 있던 사람들조차 무의식적으로 한 발씩 물러섰다.직원은 혹시나 해 서둘러 서류 작업에 속도를 높였다.조금이라도 늦으면, 이혼신청 확인창구에서 진짜 몸싸움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그러나 이혼확인서를 건네는 순간, 제헌과 이람은 이제 더 이상 부부가 아니었다.법적 관계가 단 한 줄로 끊어졌다.직원은 이 ‘악연 커플’을 즉시 내보내고 싶어 목소리를 크게 냈다.“다음 분 들어오세요.”하지만 제헌도, 이람도 자리를 비키지 않았다.직원의 심장이 갑자기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또 싸우는 건 아니겠지? 아니면 진짜 서로 몸싸움이라도 하는 거야?’직원의 몸은 본능적으로 긴장했다.수많은 이혼 부부를 봐 왔지만, 별의별 극단적인 사례도 있었다.절차 도중에 아내를 찌른 사건도 있었고, 서류창구에서 고함치고 난투극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제헌과 이람은 외모나 분위기만 봐도 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분명 사회적으로 상당한 위치에 있을 것이고, 이미지에 조금만 흠이 나도 치러야 할 대가가 큰 사람들처럼 보였다.‘그러니 극단적인 행동은 안 하겠지.’‘아니야, 돈 많고 잘난 사람 중에 이상한 사람도 많으니... 혹시 모르지.’직원들의 긴장감은 최고로 올라갔다.둘 중 하나라도 팔이 움직이면 즉각 대응하려는 순간, 결국 직원이 생각한 것보다 조용히 흘러갔다.제헌과 이람은 더 싸우지 않았다.소리치지도 않았다.제헌은 이혼확인서를 집어 들었다. 금방까지 서려 있던 잔혹한 기운은 사라졌고, 표정은 다시 냉정하고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이람을 한 번 바라봤다. 서릿발 같은 기세가 살짝 꺾였다.이람도 자기 몫의 이혼확인서를 챙겼다.그리고 제헌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이런 상황에서도 제헌의 미모는 여전했다.그 얼굴에 ‘나쁜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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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이람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제헌은 거침없이 다가와 이람의 손목을 잡아챘다.그리고 거의 포효하듯 날을 세워 소리쳤다.“조이람, 내가 당신 장난감이야? 당신이 좋아하면 결혼하고, 당신이 싫어지면 이제 와서 걷어차? 누가 당신한테 그런 권한을 줬는데, 어떻게 감히 나한테 이따위로 굴어!”이람의 머릿속이 순간 ‘웅’ 하고 울렸다.제헌의 반응에 놀라 정신이 하얘졌고,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들리지 않았다.제헌은 이를 악물고 이람에게 계속 쏟아부었다.얼굴은 얼음처럼 굳었고 눈빛은 칼날처럼 차갑게 흔들렸다.“내가 묻고 있잖아, 조이람. 당신 뭐 하는 거야? 나를 뭐로 보고 이러는 건데!”이람은 텅 비어버린 머릿속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하자, 그 자리에서 거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러나 소리치지 않고, 대신 제헌의 눈을 깊게 들여다봤다.‘후회? 미안함?’‘그런 감정... 단 1%라도 남았을까?’‘없지... 하나도 없어.’‘그렇다면 강제헌의 이 광기 어린 ‘추궁’은 대체 무슨 의미야?’이람은 이해할 수 없어서 묻었다.“강제헌, 당신 나 사랑해?”제헌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쏘아붙였다.“사랑하지 않아!”이람은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그래? 사랑하지도 않는데 지금 여기서 왜 이러는데?”제헌의 얼굴은 잿빛으로 질렸다.“조이람, 당신부터 대답...”“내가 물었지.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왜 이러냐고?”이람의 시선은 칼처럼 날카로웠다.“당신 스스로 잘 봐. 당신이 원하는 게 뭔데? 당신이 나 사랑했으면 지난 3년 동안 그렇게 하지도 않았겠지.”“단 한 번도 날 사랑하지 않았으면서, 결혼이라는 건 당신한테는 그냥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거 아니야?”“그런데 당신이 나랑 이혼하면 당신이 잃는 게 뭔데? 당신한테 딱 맞는 결말 아니야? 그래서 지금 당신이 이렇게 난리 칠 이유가 뭐냐고!”제헌의 얼굴은 분노로 죽은 사람처럼 하얘졌다.이람의 말에 그는 단 한 마디도 대답할 수 없었다.왜 이런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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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제헌은 오래전부터 하준을 제대로 한 방 먹이고 싶었다.하지만 제헌에게는 그럴 기회도 없었고, 이유 없이 먼저 달려가 주먹을 날릴 성격도 아니었다.그런데 하준이 느닷없이 이람과 제헌 사이에 끼어들어 참견하자, 제헌은 그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제헌의 눈빛은 금세 어두워졌다. 증오와 냉기가 뒤섞여 번뜩였고, 곧이어 하준의 복부에 세게 주먹으로 가격했다.이어서 하준의 턱을 향해 또 한 번 주먹을 날렸다.하준은 제헌이 이렇게 돌진해 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준은 복부에 순식간에 큰 충격을 받았고, 제헌이 힘을 끝까지 실어 내리꽂은 주먹이라 근육이 순간적으로 아프게 뒤틀렸고,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하지만 하준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얼굴에는 서늘한 서리가 내려앉은 듯했고, 눈빛은 사람이 낼 수 없는 차가움을 띠고 있었다.두 번째 날린 주먹에 대한 반응 속도는 훨씬 빨랐다. 하준은 제헌이 날린 두 번째 턱 공격을 비켜내고, 그대로 제헌의 아랫배에 강하게 카운터를 꽂았다.그 한 방 역시 힘이 실려 있어, 제헌도 충격을 피할 수 없었다.둘은 나이도 비슷하고 체격도 비슷했다. 탄탄하게 단련된 근육은 한 번 움직이기만 하면 위험했고, 제대로 붙기 시작하면 어느 쪽도 쉽게 끝나지 않을 게 뻔했다.단 몇 번 오간 주먹에서도 날 선 살기가 느껴졌다. 서로의 눈빛에는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물어뜯을 기세의 증오가 번쩍였고, 둘을 둘러싼 공기는 함부로 끼어들면 큰일 날 듯한 살벌한 긴장감으로 짓눌려 있었다.이람은 두 사람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를 듣고 진짜로 겁이 났다.본능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저 주먹이 아무렇게나 내 머리에 꽂히면 바로 뇌진탕이겠지.’그 생각이 스치자 온몸이 굳었다.그런데 하준과 제헌은 서로 그런 주먹을 버티고 있었다!제헌은 이미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다 잊고 하준에게 계속 주먹을 던졌다.그리고 하준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 빠르고 잔혹하게 받아쳤다.둘은 오로지 서로에게만 집중했다. 그 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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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제헌의 일그러진 분노와 달리, 하준은 얼굴에 피가 몰려 약간 붉어진 것 외에는 아무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아무것도 마음에 두지 않는 사람처럼 무심하고 차갑기만 했다.하준은 제헌이 끼어들 틈조차 주지 않는 말투로 한 가지 사실을 말했다.“너희 이혼했잖아.”그 한마디가 제헌의 급소를 찔렀다.제헌의 얼굴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증오가 짙게 깔려 있었다.“이날만 기다린 거냐?”제헌은 어릴 때부터 하준을 미워했다.하준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제헌의 어머니는 늘 표정이 좋지 않았고, 제헌을 숨 막히게 밀어붙였다.제헌은 매 순간 하준을 이겨야만 했다.넘어서야만 했다.그래야 겨우 인정받을 수 있었다.그래서 제헌의 어린 시절엔 ‘행복’한 기억이 단 한 조각도 남지 않았다.강수철 회장은 분명 제헌의 친할아버지였다.그런데 그는 늘 ‘신분도 명확하지 않은 손자’인 하준 곁에 있었다.그 사실도 제헌을 질리게 했다.그리고 제헌은 아버지를 더 미워했다.아버지는 본처에게 상처를 주고도 죄책감이라곤 없었고, 오히려 하준을 더 아꼈다.그래서 제헌은 늘 스스로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내가 뭘 잘못했지?’제헌은 뭐든 잘했다. 누구보다 뛰어났고, 마땅히 먼저 인정받아야 할 사람이었다.그런데 하준이 있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제헌은 평생 첫 번째가 될 수 없었다.평생 부모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하준은 제헌 인생의 흐름을 교란한 존재였고, 존재하면 안될 변수였다.그래서 제헌은 하준을 진심으로 뿌리부터 미워했다.하준의 존재만으로 제헌의 삶은 늘 고통스러웠다.그러니 제헌은 이람과 하준이 함께 있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솔직히 제헌은 이제 이람도 미웠다.제헌은 이람이 자기를 갖고 논 거라고 느꼈다.이혼하더라도, 그 결정권은 제헌에게 있어야 했다.이람에게 먼저 등을 돌리고 떠날 자격 따위 없었다.‘조이람이 뭔데 과거를 다 버리고, 그렇게 쉽게 떠나?’‘안 돼. 절대 안 돼.’제헌은 이제야 깨달았다.이람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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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하준은 그 말을 내뱉고 나서 제헌의 얼굴이 얼마나 일그러지는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냥 제헌을 거칠게 떼어냈다.그리고 한 걸음 물러서더니, 손가락으로 입가의 피를 훑어 멎지 않은 피 맛을 확인했다.아까 제헌의 주먹이 턱에 꽂히면서 그 충격에 이가 입안을 긁었다. 그 바람에 생긴 상처에서 흐르는 그 새빨간 철 맛이 혀끝에 짙게 퍼져 있었다.하준은 오랜만에 이렇게까지 험한 꼴이 되었다. 그런데도 기분은 이상하리만큼 나쁘지 않고, 오히려 묘하게 괜찮았다.처음 하준이 여기에 온 목적은 하나였다. 제헌이 이람에게 순순히 협조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그런데 둘의 이혼은 뜻밖에 너무나 순조로웠다.하지만 이후, 제헌이 이람에게 화를 내는 걸 본 순간, 하준은 제헌을 산산조각 내고 싶을 만큼 분노가 솟구쳤다.하준의 내면 깊은 곳에는 다년간 스스로 억누르며 길들여온 흉기가 있었다.하준은 그걸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가슴속에 잠들어 있는 야수를 붙잡아 둘 수 있는 사람이다.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통제에서 벗어날 때가 있다.방금처럼.하준 역시 제헌을 실컷 두들겨 패고 싶었다.아주 오래전부터.그리고 제헌은 하준을 극도로 하찮게 여기고 극도로 멸시했다.제헌은 남들을 내려다보며 무시했지만, 이 세상에서 제헌에게 그런 시선을 되돌려주는 사람은 하준뿐이었다.제헌도 지금 당장 하준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더 이상 싸울 생각은 없었다.전혀 다른 충격이 밀려왔기 때문이다.하준 같은 놈이 어떤 여자에게 ‘마음’을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그리고 그 여자가... 하필이면 제헌의 아내였다는 게...그 순간, 제헌은 깨달았다.서하준이라는 인간은 태생부터 제헌을 역겹게 하려고 존재하는 사생아 그뿐이었다.제헌은 얼음처럼 차갑고 비웃는 눈으로 하준을 노려봤다.“서하준, 당신은 어릴 때부터 내 거 뺏는 게 취미였지. 할아버지의 관심도, 우리 아버지의 시선도 전부 당신이 가져갔어.”“그 바람에 내 어머니는 내가 뭘 해도 당신이랑 비교만 했지. 이제는 내 여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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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하준이 이람에게 품은 의도, 그 사실을 제일 먼저 알아버린 사람은 제헌이었다.하지만 하준은 알고 있었다.제헌은 절대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제헌은 언제나 하준과 비교당하며 살아왔고, 하준에게 밀리는 것은 도저히 못 견디는 사람이었다.그렇기에 이건 절대로 입 밖에 낼 수 없는 약점이었다.그래서 하준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제헌에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알려주는 게, 모르게 두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었다.하준이 제헌에게 말하고 싶은 건 단 하나였다.이람은 하준이 지킬 사람이라는 것.말은 거기서 끝이었다.하준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제헌은 하준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저절로 냉소가 흘러나왔다.‘서하준이 저렇게 번지르르하게 떠드는 건... 한 번도 원하는 걸 가져본 적 없어서 그렇지.’‘못 가져본 놈의 신세타령이야.’이혼할 때, 제헌은 이람이 조금도 슬퍼하지 않는 걸 보았다.하지만 싸울 때 이람이 쏟아냈던 말들...그건 이람이 제헌을 ‘아꼈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었다.‘조이람이 나를 신경 쓰는 한... 서하준은 영원히 나를 이길 수 없어.’‘그리고 저렇게 완전히 돌아선 것처럼 보여도... 후회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지.’제헌은 사람을 못 알아보는 인간이 아니었다.이람은 고집 세고, 한 번 정한 일에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다.사랑할 때 보여주었던 이람의 끈기와 감정의 깊이... 그건 진짜였다.그리고 그런 사람은 한 번 사랑에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설령 하준이 그 틈을 타고 들어간다고 해도, 이람의 마음은 그걸 허락할 리 없다고 제헌은 확신했다.제헌의 생각은 아직도 변함없었다.굳이 이람에게 잘해줄 필요도 없고, 매달릴 필요도 없다.언젠가는 이람이 제 발로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그리고 그 과정을 하준은 그저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제헌은 욱신거리는 턱을 문질렀다. 씹는 듯한 통증이 올라왔고, 제헌은 혀로 입안 상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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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이람은 하준의 벤틀리가 익숙했다.운전기사는 늘 대기하고 있었고, 이람이 차에 타자마자 운전기사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비웠다.이람은 굳이 묻지 않았다.그저 하준이 강제헌과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오길 기다릴 뿐이었다.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생각이 따라가지 않자 이람은 손에 들고 있던 이혼확인서를 펼쳤다.잠시 들여다보다가 다시 덮고, 또다시 열어보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 가슴 깊이 뒤섞였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오랫동안 몸을 옥죄고 있던 보이지 않는 족쇄가 끊어져 나갔다는 것.그 족쇄의 한쪽 끝에는 강제헌이 있었다.이제야 제헌과의 혼인 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이제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그래서 복잡한 감정 사이에서도 남은 건 자유롭고 들뜬 기분이었다.하지만 그 들뜬 감정이 지나가면 도파민이 빠지고 무겁게 가라앉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무너지는 순간은 분명 올 것이다.그렇다 해도 지금 이람은 분명 ‘행복하다’라고 느끼고 있었다.10분 정도 지났을까?아니면 20분이 지났을까?멀리서 하준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이람은 그쪽을 바라보았다.이람이 보는 하준의 이미지는... 늘 절제되어 있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냉정하고 고귀한 사람이었다. 싸움이라든지 난폭한 장면과는 전혀 연결되지 않는 남자였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하준과 강제헌의 싸움은 상황이 전혀 맞지 않지만... 묘하게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위압적이면서도 정교했다.두 사람 모두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잘생긴 데다, 키도 훤칠해 동작 하나하나가 눈을 사로잡았다.이람은 오늘 처음으로 하준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았다.바람결에 구김이 간 트렌치코트, 입가의 멍, 이마에 흘러내린 몇 가닥의 머리카락.남자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평소엔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그의 기품이... 오늘은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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