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Bab 431 - Bab 440

458 Bab

제431화

이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제헌은 주먹을 꽉 쥔 채 이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냉소 섞인 목소리로 내뱉었다.“내가 쓰레기라며. 그런데도 넌 나를 3년이나 사랑했잖아?”이람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고, 다시 문을 닫았다.문이 닫히는 소리는 마치 뺨을 세게 후려치는 소리처럼, 제헌의 얼굴에 그대로 꽂혔다.어릴 때부터 제헌의 머릿속에는 늘 딱 한 가지만 있었다.어떻게 더 잘될 것인가, 어떻게 서하준보다 우위에 설 것인가?그 외의 것들은 담을 자리가 없었다.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인 적도 없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이람에게 쏟았는데... 돌아오는 게 이런 태도라고?제헌은 이를 악물었다.‘조이람. 나... 너 줄 선물도 준비했어.’‘하유리한테 준 것보다 훨씬 신경 써서, 직접 경매까지 가서 산 거야. 집에 놔뒀어.’‘오늘 만나서, 네가 다시 같이 살겠다고 하면, 집에 돌아가서 너한테 주려고 했어.’‘그런데 이렇게 가버린다고? 나를 여기 혼자 버려 두고?’제헌의 얼굴은 분노로 새파랗게 굳었다.하지만 그는 이람에게 그 사실을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예전에도 설명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먼저 식사를 제안하고, 고개를 숙인 것만으로도 제헌에게는 이미 자존심이 크게 깎인 일이었다.거기에 그 선물까지 꺼내는 건...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는 일이었다.제헌은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부르곤, 혼자 전통찻집으로 향했다.기분이 어지러울 때면, 제헌은 늘 혼자 조용히 있는 걸 택했다.어릴 때부터 몸에 밴 습관이었다.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을 때마다 억울해도 누구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삼키며 버텼다.지금도 마찬가지였다.이 장소를 아는 사람은 고지후뿐이었다.지후에게서 전화가 왔지만, 제헌은 받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지후가 직접 찾아왔다.지후는 맞은편에 앉아 제헌을 잠시 살폈다.“형, 좋은 소식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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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이람은 화면 속에서 하준이 카메라를 옮기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었다.어깨가 넓은 편이라 그런지, 카메라를 조금 멀리 당겼는데도 그의 어깨가 화면 안에 온전히 다 들어오지는 않았다.하지만 그 뒤쪽으로 보이는 좌석들 덕분에 이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하준은 지금 공항에 있었다.그제야 이람은 조금 전에 하준이 했던 말을 제대로 인식했다.심장이 순간적으로 크게 뛰었다.‘서하준의 어머니가... 드디어 오시는구나.’이람은 예전에 하준에게 서주연의 사진을 보여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 하준의 휴대폰에는 어머니 사진이 없었다.서주연은 한때 H시에 미리 와서 하준과 잠시 함께 지내며 모자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그러나 하준은 그 제안을 거의 생각할 틈도 없이 거절했다.여자친구 집에서 지내고 있다며 선을 그었고, 결국 서주연은 그때 오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강수철 회장의 생일을 앞둔 시점이 되자 비로소 H시로 오게 된 것이다.이람은 이 일련의 흐름을 보며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하준과 서주연의 모자 관계는 아주 가깝다고 하긴 어려워 보였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끊어진 사이도 아니었다.하준이 직접 공항에 나가 마중을 나왔다는 것만 봐도, 그는 어머니를 가볍게 대하지 않았다.적어도 기본적인 존중과 책임은 분명히 지키고 있었다.그래서 더 어려웠다.서주연 앞에서 ‘연인 역할’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할지, 이람은 감이 잘 오지 않았다.“그럼... 제가 공항으로 갈까요?”말을 꺼내고 나서야, 이람은 자신이 조금 긴장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하준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지금은 괜찮아요.][제가 먼저 어머니께 상황을 설명드릴게요. 어머니가 이람 씨를 직접 보고 싶어 하시면, 그때 이람 씨 일정도 보고 결정하면 되고요. 절대 무리하게 부탁하거나, 이람 씨에게 부담 주는 일은 없을 거예요.]하준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마치 어떤 비교 대상이 떠오른 듯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저는 이람 씨를 제 여자친구라고 생각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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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알겠어요.”이람은 하준이 그렇게 말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그 뒤로 하준의 추가적인 말이나 당부가 이어지지 않았다. 잠시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고 이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럼... 끊을까요?”그때, 하준이 불쑥 말을 이었다.[강제헌이 이람 씨를 왜 찾은 거예요?]이람은 순간 멈칫했다.예전 같았으면, 하준이 제헌을 경계하는 걸 단순히 두 사람 사이의 오래된 앙금 때문이라고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람은 하준의 질문에 담긴 의도를 다시 생각했다.‘서하준... 혹시 질투하는 건가?’그동안 이람은 하준과 지내면서 경계가 명확하다고 느꼈다. 제헌의 일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었고, 굳이 하준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일부러 짐처럼 얹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하준은 분명히 한 발 더 깊이 들어왔다.이람은 그 ‘의미 있는 관심’을 느꼈다.그리고 그걸 애매하게 넘기면, 하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이람은 진심으로, 하준이 불편해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강제헌이요? 강수철 회장님 생신 참석 관련해서 얘기하자고 했어요. 지난번처럼 난리 치지도 않았고요. 큰 문제는 없어서 굳이 하준 씨에게 말하지는 않았어요.”이람은 제헌이 재결합을 언급했다는 사실만은 말하지 않았다.사흘 뒤, 이람은 강수철 회장 앞에서 제헌의 부모와 여동생, 그리고 강씨 집안의 친지들까지 모두 모인 자리에서 두 사람이 이미 이혼했다는 사실을 직접 밝힐 생각이었다.차라리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관계를 정리하는 게 가장 깔끔했다.제헌은 체면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사람이었다.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혼 사실이 공개된 뒤에도 다시 붙잡겠다고 나서는 건, 곧 자신이 후회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제헌의 자존심이 그걸 허락할 리 없었다.이번에 제헌이 고개를 숙일 수 있었던 건... 이람 단 한 사람 앞이었기 때문이다.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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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그때, 서주연은 바쁜 일정 중 잠시 시간을 내, 어린 하준을 보러 왔다.어린 하준은 ‘엄마’라는 사람이 자신을 만나러 온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또래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하준이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엄마’라는 존재는, 온전히 의지해도 되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그래서 기대도 컸고 동시에 긴장도 많이 했다.실제로 서주연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어린 하준은 먼저 압도당했다.‘엄마’라는 사람은 지나치게 아름다웠고, 화려하기까지 했다.다른 아이들의 엄마들과는 전혀 달랐다. 더 예쁘고, 더 크고, 더 멀리 있는 것 같았다.하준은 겁이 나서 말을 잃었다.조심조심 서주연 앞에 다가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누구예요...?”그때 서주연은 무릎을 굽혀 하준과 눈높이를 맞췄다.잠시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이었지만, 세 살짜리 하준에게는 너무나 무서운 눈빛이었다.어린 하준은 본능적으로 도망치고 싶었다.하지만 그 순간, 서주연의 손이 하준의 볼을 세게 잡아당겼다.“이게 내 아들이야? 왜 이렇게 멍청해 보여? 엄마라는 말도 못 해?”놀람과 노골적인 불만이 섞인 목소리였다.그 한마디는 어린 하준을 바닥으로 푹 꺼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서주연은 그날 저녁에도 일정이 있다며 오래 머물지 않았다.모자는 그렇게,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첫 만남을 끝냈다.그 후로도 좋지 않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다.그리고 하준이 일곱 살이 되어 서주연을 따라 J시로 가게 되면서,그곳에서 하준은 차마 사람이라 부르기 힘든 이들을 여럿 보게 되었다.그쪽 친구들과 비교해 보니, 제헌의 어린 시절 사소한 신경전들은 오히려 귀엽게 느껴질 정도였다.J시에서의 성장 과정은, 하준의 세계를 빠르게 넓혀 주었다.그와 동시에 하준은 분명히 깨달았다.서주연은 아들을 돌볼 줄 모르는 여자였고, 어떻게 엄마가 되어야 하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그래서 모자의 관계는 늘 팽팽하게 굳어 있었다.그러다 하준은 성장했고, 혹은 서주연이 나이를 먹었고...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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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서주연은 숨길 생각도 없이 불쾌함을 드러내며 하준을 쳐다봤다. 만난 지 채 1분도 되지 않았는데, 이미 눈빛에 불만이 가득했다.“나는?”하준은 서주연을 잠시 바라봤다.이 상황에서 ‘엄마’라고 부르지 않으면, 서주연이 바로 여기서 난리를 칠 게 뻔했다. 결국 그는 한 발 물러섰다.“엄마.”목소리는 딱딱했고 감정은 실리지 않았다.곧바로 덧붙였다.“가시죠.”하준은 어릴 때부터 그래 왔다. 그는 서주연과 마주할 때마다 겉으로는 성의 있는 척하지만 속은 철저히 빈 태도. 진지해 보이지만 사실상 속 빈 강정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그 한마디에 서주연은 금세 웃음을 지었다.하준의 미묘한 거부감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아들의 팔을 자연스럽게 끼고 함께 밖으로 걸어 나갔다.하준은 자신의 팔을 내려다봤다.몇 번이나 참다가 결국 팔을 빼냈다. 이런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그는 불편했고, 전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아들이 자신을 밀어낸다는 걸 서주연도 느꼈다.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분위기가 싸늘해지자 하진희가 얼른 나섰다.“회장님, 비행하느라 피곤하셨죠.”서주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냥 넘기기로 했다.어차피 하준이 부른 ‘엄마’라는 호칭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직접 마중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사실 서주연의 관심사는 따로 있었다.아들이 사귀고 있다는 여자였다.“네 여자친구 데려와.”서주연은 하준이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몹시 궁금했다.한때는 이 아들이 평생 독신으로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연애를 한다니, 솔직히 기쁘기까지 했다. 여자를 아예 안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는 뜻이니까. 한 번이면 두 번도 있고, 그러면 결혼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 제일 걱정이었던 건, 아예 시작조차 안 하려는 태도였으니까.하지만 하준의 반응은 단호했다.“지금은 안 됩니다.”“왜?”“제 여자친구가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하는지부터 물어봐야죠.”서주연은 뜻밖이라는 듯 눈썹을 올렸다.“꽤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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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하준은 서주연에게 애초에 자신이 동행할 필요조차 없다는 말을 하려다, 끝내 삼켰다.[어머니께서 일이 있으셔서요.]이람은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렇군요.]이람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그럼 오후 6시에 데리러 와 주세요.][그래요.]이람과 몇 마디 짧게 대화를 나누고 나자, 하준의 기분은 눈에 띄게 나아졌다.그는 두 사람이 함께 영화를 보러 갔을 때 찍은 사진을 다시 열어 확인했다. 자세히 보고 난 뒤에야 핸드폰을 껐다.차창 밖 풍경은 별로 볼 것이 없었다.마치 과거의 기억들처럼.좋은 기억은 거의 없었지만, 하준은 그 모든 것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하준은 다음 해에 다시 서주연을 만났을 때를 기억했다.그때부터 서주연은 노골적인 혐오를 숨기지 않았다. 당시 하준은 겨우 네 살이었고, 서주연은 아들의 공책을 몇 장 넘겨보다가 이내 얼굴을 찌푸렸다.‘차마 못 보겠다’라는 표정이었다.J시로 돌아온 뒤, 서주연은 하준에게 더 높은 기준을 요구했다.아들을 향한 그녀의 불만과 혐오는 십 몇 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이어졌다.하준은 제헌의 어머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다만 제헌과 하준의 유일한 차이라면, 하준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을 증명하고 싶지 않았다는 점이었다.서주연이 자신을 싫어하든 말든, 하준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그러나 아직 어렸던 소년이 권력과 재력을 모두 쥔 친모를 이길 수는 없었다.거기에 타고난 혈연의 압박까지 더해지니, 하준은 순순히 말을 잘 듣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날개가 충분히 자라면, 그때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하준의 계획 속에서, 모자는 언젠가 각자의 삶을 살게 될 예정이었다.서로를 없는 사람처럼 여기고, 상관없이 지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다.수십 년이 흐른 뒤 서주연이 세상을 떠나면, 하준은 어머니를 장례시장에 모시면 그걸로 끝.그 정도면 충분했다.그런데 예상치 못하게도... 어느 날 서주연이 이상 행동을 보였다.그렇게 강압적이고 독단적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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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괜찮아요.”이람은 그저 가볍게 흘러나온 하준의 한마디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렇게 담담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하준은 그런 이람의 표정을 보고, 갑자기 웃음이 터질 뻔했다.다행히 참고 넘겼고, 대신 목소리는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궁금한 거 있으면 그냥 물어봐요.”이람은 하준과 서주연 사이의 구체적인 사정을 알지 못했다.자칫 아무 질문이나 던졌다가, 모자간의 민감한 영역을 건드릴까 봐 조심스러웠다.그래서 화제를 자신과 직접 관련된, 비교적 안전한 쪽으로 돌렸다.“어머니께서...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하셨어요?”“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제가 안 된다고 했고요, 그러고는 그냥 가셨어요.”하준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람을 바라보며 덧붙였다.“내일 보고 싶다고 하시는데요. 이람 씨, 갈 거예요?”이람은 자신의 신분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만난다’는 말만으로도 적지 않은 부담이 느껴졌다.하지만 서주연 쪽에서 먼저 보자고 한 이상, 같은 H시에 있는 동안 언젠가는 마주치게 될 일이었다.피할수록 더 커질 문제라면, 차라리 일찌감치 정면으로 마주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이람이 물었다.“하준 씨 어머니는... 대하기 쉬운 분이에요?”하준은 서주연에게 단 한 치의 체면도 남겨 두지 않았다.“쉽지 않아요.”“어느 정도로요?”“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저는 이람 씨를 혼자 보내지는 않을 거예요. 간다면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조용히 앉아만 있으면 돼요.”하준은 이람이 이런 일로 마음 쓰게 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말에... 이람은 오히려 더 놀랐다.걱정이 커지는 동시에 묘한 호기심도 생겼다.하지만 모든 걸 혼자 감당하려는 하준의 태도는 마치 단단한 버팀목 같았다.‘이 사람은 믿어도 된다’는 감각.의지할 수 있는 ‘산’이 주는 안정감에 이람은 어느새 아무 두려움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알겠어요. 그럼 가요.”그런데 하준은 오히려 미간을 찌푸렸다.“정말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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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하준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다.마치 그가 진결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처럼.하준은 자신과 서주연의 관계에 대해, 본질적으로는 무관심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좋든 나쁘든,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준은 이람의 행동에 마음이 움직였다.이람은 아주 섬세하게 하준의 감정을 알아챘고, 그가 없는 사이에 녹두빙수를 만들어 두었다.그저 작은 행동 하나였지만, 그 안에 담긴 하준을 향한 배려가 분명히 느껴졌다.그 마음 씀씀이 하나만으로도, 하준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신경 쓰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리고 그 감각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기분이 너무 좋은 하준은 이람에 대한 감정을 억제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이미 일방적으로 마음이 기울어 버렸고,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그 마음은 더 깊어지는 것 같았다.하준은 이람을 안고 싶었다.눈으로 가늠해 보니, 한 손이면 충분히 감싸질 만큼 가는 허리였다.그 허리를 끌어당겨 품에 가두고, 그다음엔... ‘하지 말아야 할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이람은 지금 이 순간의 하준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 이 남자의 생각이 얼마나 불순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이 모든 것은, 이람의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가 불러낸 것이었다.하준은 통제의 경계선까지 밀려 있었다.참는 것은 몹시 힘들었다.차라리 이람이 자신에게 차갑게 굴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다.그렇지만, 이람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 시선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하준은 무의식적으로 컵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어떻게 알았어요?”하준은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웬만해서는 티를 내지 않았다.“딱히 본 건 없어요. 그냥... 오늘 좀 평소랑 달라 보였어요. 어머니 얘기 나올 때, 조금 예민해진 것 같기도 했고요. 약간... 피하려는 느낌도 있었고요.”하준의 눈빛이 더 깊어졌다.“그 정도로요?”이람이 조심스럽게 되물었다.“제가 틀렸어요?”하준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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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하준은 입술을 굳게 다물더니, 망설임 없이 축하 카드를 찢어 버렸다.이람이 뭐라고 말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잘게 찢긴 카드 조각들을 전부 쓰레기통으로 던졌다.“이런 건... 굳이 남겨 둘 필요 없어요.”하준이 카드를 바라보던 시선은, 마치 바이러스를 보는 것처럼 차가웠다.“이미 버린 줄 알았어요.”이람의 말에, 하준은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조금의 미련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그제야 마음이 약간 놓였다.하준도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살짝 숙여 이람을 내려다보았다.“내일 저녁 7시요. 서주연 여사 만나러 갈 수 있겠어요?”이람이 눈을 한 번 깜빡였다.하준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어머니를 그대로 이름으로 불렀다.이야기가 그쪽으로 흘러가자, 이람은 조금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제가 따로 준비해야 할 건 없어요?”“제가 서 여사한테 다 설명할 거예요.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게 됐는지까지.”하준은 의미를 가늠하기 어려운 눈빛으로 이람을 바라보았다.“제가 혼자 이람 씨를 3년 동안 짝사랑했어요. 그러다 이람 씨가 이제야 마음을 받아 줬고, 그래서 우리가 사귀게 된 거예요.”하준의 목소리는,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이람은 순간 그 음성에 사로잡힌 듯했다.“이게 우리가 정해 놓은 설정이에요.”하준이 물었다.“기억나요?”이람은 정신을 차렸다.“네, 기억나요.”“이람 씨 쪽 이유도 기억나요?”“이혼하고 나서 기댈 사람이 필요했고요. 근데 하준 씨가 너무 잘생겨서 거절을 못 했어요.”“저한테 다 바라는 거네요?”“네. 다 바라는 거예요. 우리 관계에서는 제가 철저하게 이익만 따지는 여자고, 하준 씨는 그걸 기꺼이 허락해 주는 사람이에요. 하준 씨가 원하지 않으면, 이 관계는 성립 자체가 안 돼는 거죠.”하준은 이람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맞아요. 전 기꺼이요. 제가 이람 씨를 쫓아다닌 쪽이니까요.”하준의 진지한 표정이, 다시 한번 이람을 강하게 흔들었다.심장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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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다음 날, 모우 엔터.이람은 대표이사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통유리 너머로 들어온 햇빛이 그녀의 어깨와 팔 위로 내려앉아, 미묘한 온기를 더했다.이람은 SY그룹 비서실에서 3년간 근무했다.조직 관리에 익숙했고, 대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그 경험 덕분에 한 번도 회사를 직접 운영해 본 적도, 본격적인 관리직을 맡아 본 적도 없었지만, 대표이사라는 자리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여기에 본인의 높은 학습 능력까지 더해져, 이람은 이미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구조와 운영 방식을 전반적으로 파악한 상태였다.그래서 이람은 회사 내부 운영을 위한 전용 소프트웨어를 직접 설계했다.각 직원의 업무 내용, 성과 지표, 보고 체계가 한눈에 보이도록 정리되어 있었고, 신입 직원 역시 입사와 동시에 회사 구조와 업무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관리 혼선이나 인력과 자원의 낭비가 생길 여지는 거의 없었다.소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건 원래 이람의 주특기였다.앞으로는 로그인만 하면 회사의 전반적인 상황을 즉시 파악할 수 있었고, 굳이 매일 출근해 상주할 필요도 없었다.이 시스템이 안착되면,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일단 마무리였다.물론 이람의 목표는 단순히 일을 ‘끝내는 것’이 아니었다.새로운 분야의 산업군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람이 진짜로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었다.그래서 이람은 계속해서 오해리 상무와 함께 엔터 산업의 세부적인 판도, 계층 구조, 자원, 경쟁 구도 등을 공부했다.그 과정에서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업계 뒷이야기들도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었는데, 그것 또한 꽤 흥미로웠다.비서에서 대표가 된 뒤, 이람의 곁에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났고, 일과 사업 모두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이람은 모우 엔터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시간을 민서와의 업무 조율에 쓰고 있었다.물론 본업 쪽이 훨씬 더 까다로운 일이었다.이람은 일 처리 속도가 빠른 편이었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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