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441 - Chapter 450

466 Chapters

제441화

이람은 손짓으로 가리켜 보며 잠깐 살펴봤다.“예뻐요.”“마음에 들면 다행이에요.”하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차를 몰았다. 늘 그랬듯 운전은 안정적이었다.이람은 앞쪽으로 이어지는 차 흐름을 바라보다가 서주연을 떠올렸다. 긴장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하준이 곁에 있으니, 이람은 딱히 두려울 게 없었다. 하준은 제헌과는 달랐다.이람은 어젯밤 허겁지겁 도망치듯 빠져나왔던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준이 눈치챘을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창피하기도 하고, 스스로 너무 예민했다고 느껴지기도 했다.‘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하자.’이람은 이미 마음속으로 정리해 두었다. 예전처럼 계획대로... 평소처럼 하준과 지내면 된다고. 하지만 생각과 달리 행동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그래도 한 번 겪어본 덕분에 이람은 어느 정도 선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꽤 잘 적응한 상태였다. 방금 하준이 했던 말들 때문에 더 이상 혼자서 엉뚱한 상상을 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언제 사신 거예요?”이람이 무심코 물었다.“오는 길에요.”사실 하준은 훨씬 전에 이미 준비해 둔 것이었다.그는 일부러 W국까지 날아가 예술품 조각을 구매했고, 집에 두고 아직 이람에게 건네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하준이 진심으로 이람에게 주고 싶었던 선물이었다. 지금 내놓으면, 이람이 또 연애 연기를 위해 준비한 거라고 오해할지도 몰랐다.그 예술품 조각은 나중에 주면 된다.지금 이람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아직 많지 않지만, 하준은 하나씩 모아갈 생각이었다.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이람이 감탄하듯 말했다.“정말 세심하시네요. 저는 그런 것까지는 생각 못 했어요.”그 말에 하준은 가슴 한가운데가 찔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이런 일은 여자친구가 신경 쓰게 하면 안 되죠.”“하하, 하준 씨는 정말 한 번도 저를 고민하게 만든 적 없어요.”이람은 덧붙였다.“하준 씨, 진짜 좋은 분이에요.”하준은 이른바 ‘좋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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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잘 정돈된 정원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은근한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서주연은 이른바 ‘올드 머니’ 스타일의 스포츠웨어 차림이었고, 이 나이라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단정하고 엄숙한 중년 여성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서주연의 걸음걸이는 오히려 젊은 사람에 가까웠다. 자유롭고 거침없지만, 그 안에 눌러 담은 듯한 안정감이 함께 묻어났다.그 미묘한 균형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세월이 부여한 감각일 것이다. ‘산을 보면 그저 산으로 보인다’는 말처럼 젊음과 나이를 바라보는 감각은 전혀 다른 차원에 있었다.서주연 역시 하준과 이람을 발견했다.하준과 이람을 빠르게 훑어본 뒤, 주저 없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 뒤에는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이 함께하고 있었다.하준은 이미 이람에게 미리 말해 두었다.서주연과 함께 오는 여사는 하진희라는 이름이고, 서주연의 오랜 오른팔 같은 존재라고.하진희의 분위기는 온화했다. 나이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겉과 속이 단단한 부드러움이 느껴졌다.서주연이 걸음을 재촉하자, 하진희 역시 보폭을 조금 넓혀 따라왔다.아주 짧은 순간이었기에 이람은 서주연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하지만 이미 ‘아름답다’는 인상은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람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하준의 눈매와 이목구비를 살폈다. 모자의 얼굴을 조용히 비교해 보면서.그렇다고 오래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이람은 하준의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른들이 이미 도착했는데, 그대로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하준은 딱히 먼저 나설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는 이람이 일어나자 그제야 함께 일어섰고, 먼저 룸의 문을 열었다.다만 그동안에도 하준은 계속 이람의 손을 놓지 않았다.이람은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흘끗 내려다봤다.이유 없이 마음이 조금 놓였다.하준과 함께 공식적인 자리에 나가는 일은 이람에게 낯설지 않았다. 그런 자리에서 위축되는 편도 아니었다.하지만 서주연은 달랐다. 서주연은 J시 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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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지금의 이람은 마치 다시 그때로 돌아온 것 같았다.하지만 테이블 아래에서 서로 꼭 맞잡은 두 사람의 손이 이람에게 알려 주었다.‘나는 지금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구나.’여기는 강씨 집안 본가가 아니었다.이람은 이제야 깨달았다.제헌과 함께했던 ‘연애’와, 하준과 ‘함께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라는 것을.하준의 여자친구로서 이람은 더 이상 매사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스스로를 각종 상처와 위험 앞에 노출시킬 이유도 없었다.그저 하준의 곁에 서 있기만 하면 됐다.이람에게는 3년간의 결혼 생활 경험이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사람이 달라지면, 관계의 방식도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이람은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이람은 마침내 몸의 긴장을 풀었다.그리고 살짝 힘을 주어 하준의 손을 쥐었다.‘괜찮아요...’하준에게 보내는 신호였다.“언제부터 사귄 거야?”서주연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놀라움이 섞여 있었다.그 말을 하며 다시 한번 이람을 바라봤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까와는 달리 이람의 눈빛은 이미 안정되어 있었다. 적응도 빠른 편이었다.처음 서주연을 마주하는 또래의 젊은이들에 비하면, 중심을 꽤 잘 잡고 있었다.서주연은 사람을 볼 때 외모를 크게 중시하지 않았다.중요한 것은 내면이었다.그런 점에서 이람은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생각 없이 얼굴만 예쁜 타입은 아니었다.이람의 맑고 차분한 눈매는 보는 것만으로도 영민함이 느껴졌다.사진으로 봤을 때와 다르지 않게, 분명 미인이었다.미인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속의 사람 됨됨이였다.서주연은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래서 오히려 선한 사람을 더 좋아했다.하준이 답했다.“한 달 정도 됐어요.”서주연은 습관처럼 캐묻는 말투로 이어 갔다.“한 달 만에 이렇게까지 발전했어?”하준은 곧바로 되물었다.“뭘 물어보시려는 거예요?”서주연은 속으로 욕을 한 마디 삼켰다.‘역시 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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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이람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잠시 멍해진 시선으로 하준을 바라봤다.“잘 챙겨 둬.”이람이 말을 꺼냈다.“이건 좀...”서주연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이람 씨가 뭘 좋아하는지 알았으면 돈은 안 줬지. 근데 그런 거 하나하나 생각하기 귀찮아. 돈이 제일 심플하고 확실하잖아. 그냥 받아.”이람은 제헌의 어머니가 보여 줬던 냉담함과 날 선 태도를 알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서주연과 하진희의 태도는 대비가 너무 컸다.“이게 내 습관이야. 평소에도 하준이 달랠 때는 돈부터 줘.”서주연이 웃으며 덧붙였다.이람은 더 이상 사양해 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일단 카드를 받아 두고, 서주연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고맙다는 말 안 해도 돼. 하준이랑 사귀는데, 여자친구가 쓸 돈이 부족하면 안 되잖아.”서주연은 말을 마치자마자 하준을 쳐다보며 쏘아붙였다.“너, 여자친구한테 돈 쓰고는 있니?”하준은 어이가 없었다.“저 애 아니에요.”“하, 태도 봐라. 스물여덟 살 동안 연애 한 번 안 하다가 처음 하는 건데, 경험도 없고 요령도 없으면서, 이런 일에 익숙한 척은.”서주연은 조금도 봐주지 않고 하준을 몰아붙였다.이람은 그 사이에 끼어들 틈을 찾지 못했다.다만 이 장면 자체가 이람에게는 꽤 큰 충격이었다.하준은 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고, 그 앞에서 이렇게 거리낌 없이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서주연도 그렇지만, 하준은 반박조차 못 하고 있었다.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여자 마음은 원래 어려운 거야. 그러니까 더 신경 써야지. 평소에 작은 깜짝 선물도 준비하고, 이람 씨 기분도 잘 살피고, 여자친구한테 관심도 좀 갖고. 너 예전처럼 혼자 자기 일만 하면서 사람 안 챙기면 안 돼.”서주연은 다시 한번 못 박듯 말했다.“들었어?”하준이 어쩔 수 없이 댑했다.“알겠어요.”서주연은 그 대답에 만족한 듯했다.그리고 이람을 볼 때는 완전히 다른 얼굴로 이야기했다.미소는 부드러웠고, 시선도 한결 따뜻했다.“내가 이런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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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서주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람의 가정환경에 대해 별로 캐묻지 않았다.서주연은 이람의 배경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하준이 말했던 것처럼, 집안이 어떠한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여자’라는 사실이었다.그럼에도 이람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정말로 신경 쓰지 않는 걸까?’강씨 집안 사람들은 달랐다. 그쪽 사람들은 늘 그 문제를 들춰내며 이람을 압박했다.하지만 이람은 어리석게도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낼 생각은 없었다.이람의 목표는 분명했다. 하준의 연인 역할을 해내는 것.지금 상황은 꽤 그럴듯했고, 그 정도면 이람에게는 충분했다.식사를 마친 뒤, 하준은 다시 이람의 손을 잡았다.이람의 손바닥이 하준의 손바닥에 맞닿았고, 남자의 체온이 서서히 전해졌다.이람은 손잡는 걸 좋아했다.그건 과거에 제헌과 함께했을 때, 가장 따뜻했던 기억이었기 때문이다.물론 그 기억들은 이미 제헌이 모두 망쳐 버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정할 수는 없었다.하준과 손을 잡고 있으면, 제헌과 관련된 기억이 가끔 불쑥 튀어나오곤 했다.하지만 지금 이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이건 하준의 체온이라는 것을.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온기가 계속해서 이람에게 알려 주고 있었다.이람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서주연이 이람을 따로 부른 이유는, 정말로 한 번 보고 싶어서였다.대화도 많지 않았다.어쩌면 서주연이 일부러 이람을 배려해, 부담이 될 만한 질문을 피했는지도 몰랐다.자리를 뜨기 전, 이람과 하준은 함께 서주연과 하진희를 배웅했다.정원으로 나왔을 때, 서주연은 몇 마디 당부할 게 있다며 하준을 따로 불렀고, 하진희는 먼저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이람 씨, 잠깐만 기다려요.”하준이 말했다.이람은 고개를 끄덕였다.서주연이 앞장서 걸었고, 몇 걸음 지나 회랑이 꺾이는 지점에서 멈춰 섰다.하준은 그 앞에 섰다.서주연은 하준을 위아래로 훑어봤다.그 시선에는 숨기려 하지 않는 불만이 절반쯤 담겨 있었다.하준은 이미 어머니의 그런 시선에 익숙해져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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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하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서주연은 크게 놀랐다.아들의 얼굴에서 거짓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과거에 서주연이 아들 하준을 다루는 방식은 다소 극단적이었고, 그럴 때마다 하준은 겉으로는 순순히 말을 듣는 척하며 상황을 넘기곤 했다.그렇게 서주연을 속인 적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서주연은 가끔 아들의 마음이 진심인지, 아니면 대충 맞장구치고 넘어가려는 건지 알아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서주연은 아들의 눈에서 어떤 허위도 발견하지 못했다.하준은 일부러 서주연과 맞서기 위해 독한 말을 내뱉은 것이 아니었다.서주연은 여자친구에게 진심인 아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녀는 마침내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사귄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벌써 인생의 사랑이라고? 말은 그렇게 쉽게 하면 안 돼. 하준아, 사람 마음이라는 게 변하기 마련인데, 네가 앞으로 다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하준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없어요.”서주연은 피식 웃었다.정말로 믿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비웃지도 않았다.그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아들을 바라봤다.“혹시 너, 조이람을 예전부터 좋아했던 거 아니야?”서주연이 조사할 수 있는 과거는 제한돼 있었다.3년 전, 제헌과 이람의 결혼식에서 하준이 이람을 한 번 본 적이 있다는 것 정도였다.설마 그때 첫눈에 반했다는 걸까?하준은 부정하지 않았다.그제야 서주연이 코웃음을 쳤다.“한심하네. 그렇게 일찍부터 좋아했으면서 왜 안 뺏었어?”하준의 얼굴이 굳어졌다.‘그래. 나도 묻고 싶다.’‘이람이 강제헌이랑 결혼하기 전에 왜 나는 이람을 붙잡지 않았을까...’‘아마 그땐,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걸 몰랐던 것 같아.’‘누군가가 나에게 사랑이 뭔지 가르쳐 준 적도 없었고.’‘어릴 때부터 내 곁에는 부모가 없었잖아.’‘운명이 주는 건 그저 묵묵히 받아들였고, 쟁취하려고 하지도 않았어.’‘애초에 내가 가질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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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나도 좋은 어른이 되려고 노력은 하고 있잖아. 근데 말이야. 노력해 봤자 소용이 없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주연은 하준을 걱정했기 때문에 굳이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다.아들이 좋아한다는 아가씨를 직접 보고, 아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었다.상대가 누구든, 서주연은 늘 첫 만남의 선물을 준비했고, 아들에게도 여자친구와 어떻게 잘 지내야 하는지 빠짐없이 당부했다.그런데도 결과는 늘 비슷했다.그래서 그 모든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었나 싶었다.서주연은 솔직히 아들에게서 조금 상처받았다.상처를 받으면, 더 깊이 파고들지 않는 게 그녀의 방식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람의 얼굴이 자꾸 눈에 밟혔다.“하 비서, 나 조이람을 예전에 본 적이 있을까?”하진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조이람 씨는 어릴 때부터 계속 H시에 있었어요. 직접 마주칠 일은 없으셨을 거예요.”“그런데도 이상하네. 조이람 그 아이 눈 있잖아. 차갑고 맑은 그 눈이, 자꾸 눈에 밟혀, 낯설지가 않아.”서주연은 더 생각해 보려다 포기했다.피로가 몰려와 눈을 감았다.하진희는 아주 오래전부터 서주연 곁을 지켜 온 사람이었다.젊은 시절, 서주연이 권력을 쥐기 위해 밤잠을 설쳐 가며 버티던 모습도 봤고, 필요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냉혹한 시기도 함께했다.서주연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겪었다.그래서 지금의 나이에 이르러서는, 그저 자기 마음대로 살고 싶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음을 쓰는 대상이 하나 있다면 하준뿐이었다.다만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렀고, 선의는 늘 엇나갔다.‘그래, 서두를 필요는 없지. 천천히 가도 돼.’‘어쩌면 10년쯤 지나고 나면, 모자 사이도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르잖아.’‘인생이라는 게 다 그런 거지.’하진희는 더 말을 잇지 않았다.서주연이 조용히 쉬도록 내버려 두었다....서주연이 떠난 뒤, 하준은 다시 이람을 찾았다.이람은 작은 화단 맞은편의 회랑 아래에 앉아 있었고, 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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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이람은 하준이 자신을 걱정했다고 말하는 순간, 모든 걸 이해했다.서주연이 사적으로 했던 말들을 만약 이람 앞에서 그대로 했다면 분명 이람은 상처입었을 것이다.하준과 서주연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그렇지 않았다면, 하준이 자기 어머니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속일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하준의 입장에서는 서주연이라면 그런 말을 이람 앞에서도 하고도 남을 거라고 생각했을 테고, 그래서 더 걱정했다.이람은 하준의 그 마음이 이해됐다.“이 돈은 하준 씨의 진짜 여자친구한테 주신 거예요.”하준의 시선이 순간 깊어졌다.이람이 혹시라도 그 말을 들은 게 아닐까, 거의 의심할 뻔했다.하지만 이람의 얼굴에서는 어떤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하준이 알고 있는 이람이라면, 설령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고 해도 이 200억은 절대 받을 사람이 아니었다.소액이라면 몰라도... 이 정도 금액이라면 이람에게는 거절할 명분이 충분했다.하준은 더 말하지 않았다.그저 조용히 카드를 받았다.하준에게는 아직 이람에게 주지 못한 선물들이 많았다.이 카드도 그중 하나일 뿐이었다.언젠가는 전부 이람에게 돌아갈 것들이었다.“오늘 고생 많았어요. 저랑 연기해 주셔서 고마워요.”서주연은 늘 예측 밖의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다.하준은 정말로, 서주연이 이람 앞에서 그 말들을 꺼낼까 봐 걱정했다.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만약 그랬다면, 하준은 다시는 서주연과 이람을 마주 앉히지 않을 것이다.“처음엔 조금 긴장됐어요. 그런데 하준 씨가 말한 것처럼, 막상 만나고 나니까 별거 없더라고요.”“서 회장님도 괜찮으셨어요. 제 가정환경도 안 물어보셨고, 첫만남 선물도 주시고, 저희 둘을 계속 배려해 주셨어요.”“하준 씨가 중간에서 말도 다 막아 주셨고요. 저는 그냥 편하게 밥만 먹고, 밥 다 먹으니까 끝이었어요.”이람은 웃으며 덧붙였다.“내일 강수철 회장님 생신이잖아요. 서 회장님은 저를 한 번 본 걸로 끝이에요. 제가 강제헌이랑 어떤 관계였는지 알아도... 굳이 뭐라고 하실 분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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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게다가 이람과 하준의 관계는 애초에 가짜였다.서주연이 이람을 마음에 들어 하든 말든, 이람에게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었다.한 발 더 물러나서 생각해 보더라도 마찬가지였다.만약 훗날 이람과 하준 사이에 정말 무언가가 생긴다 해도... 하준이 서주연의 말을 그대로 따른다면, 그건 더 이상 ‘계속 만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이람이 하준을 계속 좋아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된다.그렇다면 답은 분명했다.이람은 그런 하준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 인생의 결정 하나 스스로 내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람의 마음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물론 이 모든 것은 가정에 불과했다.하준은 이미 이람 앞에서 서주연에게 분명히 맞섰고, 그 선택이 타인의 간섭으로 흔들릴 사람도 아니었다.무엇보다 이람이 하준과 손을 잡은 이유 자체가 하준이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이람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다만 서주연이 그 말을 했을 때,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앉은 건 사실이었다.아주 잠깐이었지만, 묘한 씁쓸함이 스쳤다.아마도 식사 자리에서 서주연의 말과 행동에는 전부 어른의 걱정과 애정이 담겨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이람은 오래도록 그런 관심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그 순간, 이람은 문득 어머니 심혜주를 떠올렸다.만약 심혜주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이람이 연애를 한다는 사실에 분명 서주연처럼 이것저것 걱정했을 것이다.그리고 하준을 상대로도 아마 훨씬 더 까다롭게 굴었을 것이다.그래서 서주연의 사적인 말들을 떠올렸을 때, 이람은 아주 잠깐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하지만 그 감정은 서주연 때문이 아니었다.‘나는 엄마가 보고 싶었구나.’이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우리 가요.”하준은 듣고 있었고, 보고 있었다.이람의 이런 점들이 하준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하준은 아주 짧은 순간 동안 자신을 돌아봤다.아마도 서주연과 얽힌 감정 때문이었을 것이다.그래서 자신이 조금 조급했고, 그래서 이람에게 괜한 걱정을 끼쳤다.앞으로는 더 흔들리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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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하유리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왔다.이곳은 제헌이 유리를 위해 사 준 아파트였다.넓고, 호화로웠다.유리는 이곳으로 이사 오면 제헌이 자주 들를 거라고 생각했다.게다가 제헌은 이혼까지 했으니, 여기서 하룻밤을 보내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겼다.제헌이 자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둘은 금방 연인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하지만 현실은 유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집을 계약하던 날을 제외하면, 제헌은 단 한 번도 이 아파트에 오지 않았다.즉, 이혼 이후 제헌과 유리의 연락은 갑자기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유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이번에 제헌이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도 선물을 사다 주었고, 귀국 후에는 함께 만나 식사도 했었다.겉으로 보면 아무 문제 없어 보였지만, 분명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유리는 원래 제헌과 함께 강수철 회장의 생신 연회에 참석할 계획이었다.처음에는 제헌도 그 이야기를 꺼냈었다.그렇다면 당연히 지난번 예 씨 가문 자선 만찬 때처럼 미리 드레스를 맞추고, 액세서리도 함께 골랐어야 했다.하지만 제헌은 유리에게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다.유리는 분노가 치밀었다.‘도대체 어디서부터 틀어진 거지?’‘설마 아직도 조이람을 신경 쓰는 건 아니겠지?’유리는 이람이 연예기획사를 차렸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급하게 꾸린, 말 그대로 임시 조직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그게 뭐 대단하다고.’‘연예 산업이잖아. 첨단 기술 산업이랑 비교나 되나?’‘조이람은 원래 비서였어.’‘연예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제대로 모를 텐데.’‘게다가 나랑 전공도 같잖아.’‘비서 그만두고 업종 바꿨다는 건... 결국 전문성이 없다는 뜻이지.’‘별 쓸모도 없을 거야.’‘강제헌이 그렇게 눈이 낮을 리 없어.’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리는 내일 열릴 강수철 회장의 생신 연회에 갈 생각이었다.제헌의 ‘친구’라는 이름으로.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지난번 자선 만찬 때처럼 사람들이 자신을 제헌의 여자친구로 오해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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