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심유빈 씨. 일단 집에 들어가서 쉬어요. 하실 말씀은 맑은 정신에 종호 오빠랑 하셔도 늦지 않아요.”심유빈은 엄가온을 바라보다가 하종호를 한 번 훑어보고는 웃음을 흘렸다.“종호 씨 복도 많네요. 엄가온 씨같이 속 깊은 친구가 다 있고.”듣기엔 칭찬 같았지만 사실은 엄가온의 그 속 깊음이 오히려 가식적으로 보인다는 뜻이 담긴 말이었다. 심유빈은 말을 다루는 데 능한 사람이었다.하종호가 그 가시를 알아채고 막 입을 열려는 찰나, 엄가온이 먼저 가볍게 웃으며 받아쳤다.“종호 오빠 친구면 제 친구랑 마찬가지죠. 챙기는 게 당연하죠.”심유빈은 가슴이 탁 막혔다. 더 이상 싸워봤자 자신만 속 좁아 보일 게 뻔했다.“그래요, 그럼 실례 좀 할게요.”억지로 끌어낸 웃음이었다.“차 타면 멀미가 좀 있어서요. 앞자리에 앉아도 될까요?”심유빈이 돌아보며 엄가온에게 물었다.엄가온은 웃으며 답했다.“물론이죠, 타세요.”하종호는 복잡한 눈빛으로 차에 오르기 전, 엄가온을 향해 고마움이 담긴 눈길을 한 번 보냈다.그 눈길을, 이미 차 안에 들어간 심유빈은 보지 못했다.차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심유빈이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멀미가 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시선이 무심코 수납함 위에 놓인 하종호의 휴대폰에 닿았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집어 들며 말했다.“종호 씨, 음악 좀 틀어요.”살짝 애교가 담긴 말투였다. 손가락은 이미 익숙하게 화면을 밀어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었다.하종호는 핸들을 쥔 손에 순간 힘이 들어갔다. 이내 룸미러로 뒷자리 엄가온의 표정을 살폈다.다행히 엄가온은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 화면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앞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차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심유빈은 휴대폰을 내려놓은 채 편안하게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차 안에는 묘하게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고 엄가온은 창밖을 바라본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종호는 신경이 잔뜩 곤두선 상태로 운전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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